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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고양이
난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고양이에 대한 전통적인 편견(차갑고 배은망덕한 동물이라는) 때문이라기보다 ‘동물을 애완하는 일’에 대한 내 혐오 때문이다. 이를테면, 수캐의 ‘불필요한’ 성기를 거세하고선 ‘가족처럼’ 사랑해주는 식의 빌어먹을 ‘애완’ 말이다. 가족나들이의 최적지라는 동물원이라는 곳도 동물 처지에선 참으로 끔찍한 것이고, 하여튼 동물을 사랑한다
2001-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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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동태복수법(同態復讐法)
“내가 당한 것만큼 갚아준다”라는 것은 분명 인간의 정의감을 충족시켜주는 데가 있다. 복수의 문화가 질긴 생명력을 갖는 까닭은 그것이 정의구현의 한 양식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공정성은 정의의 조건이며, 복수의 문화에서 이 공정성은 교환의 공정성이다. “내가 이만큼 아팠으니 너도 그만큼 아파야 한다”랄 때의 ‘이만큼’과 ‘그만큼’의 크기를 갖게 하는 것이
2001-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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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문화적 세련됨과 정치적 올바름
지난 주말 모 대학교 캠퍼스에 열린 음악 페스티벌에 다녀왔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이 초읽기에 들어간 시점이라서 ‘놀러 간다’는 일이 찜찜했지만, ‘놀 땐 놀고’라고 마음을 고쳐먹고 공연장을 향했다. 공연장은 ‘놀고 있는’ 젊은애들로 득시글거려서 ‘인디’나 ‘언더’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였다. 유명 브랜드로 정착한 기업에서 주최한 행사답게 무대도, 음악
2001-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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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저능한 제국
한국에선 많은 게 뒤늦게 발견된다. ‘제국으로서 미국’이 그렇다. 1980년 5월24일, 계엄군이 물러난 광주 거리에 대자보가 붙는다. “미 항공모함 코럴시호가 부산항에 들어왔습니다. 미국이 신군부에 압력을 넣어 우리를 도울 것입니다.” 사흘 뒤 광주가 잔인하게 진압되고 얼마간 시간이 흐르고서야 비로소 한국인들은 ‘미제국주의’를 말하기 시작한다. 한국의 민
2001-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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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미국의 요새화(要塞化)
1993년 뉴욕 세계무역센터에 폭탄을 놓았다가 붙잡힌 람지 유세프를 헬기에 태워 압송하던 수사관은 유세프의 눈가리개를 풀어주고 저만치 내려다보이는 무역센터 건물을 가리키며 말한다. “저 건물이 보이나? 자네가 무너뜨리고자 했던 바로 그 빌딩이야. 꿈쩍도 않고 서 있지?” 유세프는 잠시 내려다보다가 대답한다. “돈이 없었어. 내가 폭약을 충분히 살 수만 있었
2001-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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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신이 원하는 것(What God Wants)
1990년의 걸프전 이후 상식이 되었지만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전쟁, 테러, 지진 등의 대재앙들은 ‘텔리바이즈’되고 있다. 사전적으로 따지면 ‘원거리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다.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처참한 장면들이 월드컵 축구 결승전이나 프로권투 세계 타이틀 매치처럼 ‘스펙터클’로 다가온다. 그래서 “무고하게 죽은 사람들 너무 불쌍하다”라는 인지상
2001-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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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벗
<B급 좌파>. 얼마 전, 3년 넘게 여기에 써온 칼럼들을 묶어 낸 책이다. 재생지로 만들어 ‘짚단처럼 가벼운’ 책 앞머리에 나는 주홍글씨로 적었다. “양산리 한신을 추억하며. 故 이계숙 누이에게. 서정오 유재영에게.” 이계숙, 서정오, 유재영. 정처없던 내 십대의 기착지, 한신에서 만나 20여년 동안 늘 함께한 내 소중한 벗들, 내 정신의 일부
2001-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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