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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순택의 사진의 털]
[노순택의 사진의 털] 분노한 사제 분노한 사자
그를 ‘싸움꾼이었다’고 말하는 건 옳지 않다. 그는 오늘도 싸움꾼이다.
누군가, 당신 필름에 가장 많이 담긴 이가 누구요, 라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문정현입니다.
그의 곁에서, 그의 싸움을 바라보며, 그 싸움을 사진기에 담으며, 그와 함께한 시간이 어느새 20년이 되어간다. 그는 이팔청춘 투사였다. 유신의 칼에 죽임당한 인혁당재건위
글: 노순택 │
2017-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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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순택의 사진의 털]
[노순택의 사진의 털] 나는 백기완이 싫었다
헤아려보니 그의 이름을 안 지 꼭 30년이다. 그때 나는 어렸다.
얼굴을 본 건 오랜 시간이 흐르기 전이었다. 그때도 나는 어렸지만, 성인이었다. 짧지 않은 시간 그를 거리에서 보았다. 처음 사진기를 들이댄 건 길어야 20년 짧다면 15년 전이리라. 호락호락하지 않은 그의 인상은 편치 않았다. 사진기를 둘러멘 자들이 잠시 앞을 가릴라치면 “야, 이놈들
글: 노순택 │
2017-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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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순택의 사진의 털]
[노순택의 사진의 털] 앙갚음
사람을 살리고 죽이는 게 결국 돈이라는 말은 어디까지 맞고 어디에서 틀릴까.
돈이면 죽어가는 사람도 살릴 수 있다는 말은 반만 맞고 반은 틀리다. 부자도 결국 죽는다. 돈으로 산 사람마저 죽일 수 있다는 말은 모두 맞다. 빈털터리는 쉽게 죽는다. 힘센 자들은 이 사실을 예감한다. 약한 자들은, 절감한다.
10년에 걸친 해군기지건설 강행으로 마을공동
글: 노순택 │
2017-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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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순택의 사진의 털]
[노순택의 사진의 털] 조국 민정수석께
우병우란 자가 권력을 등에 업고 벌인 낯 뜨거운 횡포가 세상에 드러나기 전까지 나는 민정수석이 그토록 힘센 자리인 줄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기세등등하던 검사들도 떵떵거리던 기업가도 심지어 국정원 요직을 꿰찬 자들도 인사권력자 우병우 앞에선 귀여운 병아리였더군요.
‘이명박근혜’가 호령하는 세상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벼랑으로 내몰렸으며, 독선과 폭력에
글: 노순택 │
2017-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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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순택의 사진의 털]
[노순택의 사진의 털] 딸기는 어떻게 전복이 되었는가
그는 고등학생 때부터 나를 보았다 말하고, 나는 그가 대학생일 때 처음 만났다고 말한다. 우리의 첫 기억은 엇갈리지만, 뜨겁게 만난 게 2004년 5월 29일이라는 점엔 다툼이 없다. 우리끼리 ‘오이구’라고 부르는 평택생명평화대행진의 핵심 구호는 전쟁 반대였다. 참석자들은 대추리에 드리운 전쟁기지의 그늘을 걷어치우라고 외쳤다. 아울러 삶이 전쟁터가 되어버
글: 노순택 │
2017-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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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순택의 사진의 털]
[노순택의 사진의 털] 고장난 섬
헐벗은 섬이었다. 원래 그랬던 것은 아니라고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쉼 없이 이어진 폭격과 기총 사격 탓이었다. 반세기를 그랬으니 남아날 게 없는 건 당연했다. 경기도 화성군 매향리 농섬. ‘농’이라는 이름이, 잘못됐다는 뜻의 영어단어 ‘Wrong’을 연상시킨다. 오산공군기지에서 낮게 날아오른 미7공군 소속 전투기들은 매향리 육상사격장의 목표물에 기총 사
글: 노순택 │
2017-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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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순택의 사진의 털]
[노순택의 사진의 털] 강주룡으로부터 31374일
1931년 5월 29일 새벽, 평양 을밀대. 흰 저고리에 검은 치마를 입은 작은 체구의 여인이 무명천으로 엮은 줄을 타고 기와지붕 위를 위태롭게 기어올랐다. 5m 높이라고는 하나, 11m 축대 위에 지어진 누정이었기에 떨어지면 죽음이었다. 사실 죽기로 작심한 터였다. 목을 매려던 무명천이었다. 허나 마음을 달리 먹었다. 지붕 위에 쪼그려 앉아 아침을 맞은
글: 노순택 │
2017-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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