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뒤집는 시나리오] [뒤집는 시나리오] <마더> “너, 아니지. 아니라고 말해!” 철창 너머 두려움에 떠는 아들의 초점 잃은 눈빛을 보며 혜자는 오열했다. 혜자에게 도준(원빈)은 이름만 떠올려도 가슴이 콱 막히는 그런 아들이었다. 지능이 낮은 도준은 이제 예순이 넘은 혜자의 유일한 골칫거리이자 그래도 또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삶의 존재 이유였다. 충청도 작은 소읍에서 약재상을 운영하는 혜자(김혜자)의 글: 길윤형 │ 2009-06-17
- [뒤집는 시나리오] [뒤집는 시나리오] <박쥐> 그의 지지자들은 그의 갑작스런 죽음을 ‘순교’라 불렀다. 부산에서 변호사로 활동하선 사내 상현(송강호)은 광주민주화운동의 상흔과 지역감정의 늪에 빠진 우리 정치현실을 지켜봐야 하는 자신의 무기력함에 괴로워했다. 그때까지 그는 세무공무원이던 형과 ‘환상의 복식조’를 이뤄 걱정없이 살던 평범한 변호사였다. 어느 날 그는 부산의 이른바 ‘부림 사건’으로 체포되 글: 길윤형 │ 2009-06-03
- [뒤집는 시나리오] [뒤집는 시나리오] <노잉> “이 모든 게 처음부터 정해진 일이었을까요?” 세상 모든 것을 파괴할 빛나는 태양의 대폭발을 예감하며 존 코슬러(니콜라스 케이지)는 그녀에게 물었다. “글쎄요.” 지친 눈빛으로 그녀는 존의 말을 받았다. 비오듯 땀이 쏟아지는 존의 얼굴을 더듬으며 그녀도 이제 마지막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예감했다. “이제 끝이로군요.” 존이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몇 글: 길윤형 │ 2009-05-20
- [뒤집는 시나리오] [뒤집는 시나리오] <더 레슬러> 링의 최정점.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객의 함성에 화답하는 그 남자의 눈빛은 촉촉이 젖어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자리. 모든 수컷들이 꿈꿔온 바로 그 3단 로프 꼭대기에서 필살기 ‘램잼’을 준비하는 ‘랜디 더 램 로빈슨’(미키 루크)의 눈앞에 그와 찬란한 젊음을 겨뤘던 중년의 레슬러 ‘더 아야톨라’가 누워 있다. 가슴을 날카로운 것으로 콱 찔러대는 글: 길윤형 │ 2009-05-06
- [뒤집는 시나리오] [뒤집는 시나리오]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시간이 흘러 소년은 장년의 중후한 신사로 변했다. 그렇지만 그의 눈에서 더이상 젊은 날의 열정과 치기를 찾을 순 없었다. 돌이켜보면 기이하고, 한편으로는 역겹기도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가슴 한쪽이 아려오는 그런 여성이었다. 그녀, 조난실은. 해방과 전쟁의 틈바구니에 낀 1940년대 말 서울. 종로 화신백화점에서 전차를 잡아 타고 마포 종점으로 가던 경기고 글: 길윤형 │ 2009-04-22
- [뒤집는 시나리오] [뒤집는 시나리오] <슬럼독 밀리어네어> 소녀는 가난했다. 또래들과 함께 초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했다. 이웃 주민의 소개로 검정고시를 치러 중학교에 입학했고, 방과 뒤에는 동네 초등학생들을 가르쳐 용돈을 벌었다. 고등학생 때는 교내 우유배달로 번 근로장학금으로 학비를 충당했다. 첫 번째 문제. “조선작의 소설을 영화로 옮긴 <영자의 전성시대>의 주연배우는 누구일까요?” 소녀는 그저 눈 사진: 길윤형 │ 2009-04-08
- [뒤집는 시나리오] [뒤집는 시나리오] <작전> 때는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인 2002년 여름. <한겨레> 증권 기자로 끗발을 날리던 그 시절, 거래소 시장에서는 섬유·의복 업종을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주들이 떼지어 상한가 행진을 벌이고 있었다. 여기서 ‘섬유·의복’이라 함은 옷감을 잘라 붙여 옷이라는 상품을 만들어 파는 심심하고 재미없는 업종이란 뜻이고, ‘구조조정’이라 함은 그나마 그 회사 글: 길윤형 │ 2009-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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