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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거기 해방이 있네
“내가 흉내나 낼라고 병신춤을 췄겄어?” 얼마 전에 타계하신 공옥진 선생의 말씀이다. 아마도 “흉내낼 것이 없어서 장애인을 흉내내느냐?”는 세간의 비난에 대한 항변일 것이다. 듣자하니 선생 자신의 동생이 ‘벙어리’였고, 그 동생이 낳은 딸도 등이 안팎으로 굽은 ‘꼽추’였다고 한다. 평생 그 한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았을 선생이 고작 장애인 흉내로 남들을 웃기
글: 진중권 │
일러스트레이션: 정원교 │
2012-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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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둥지의 철학
건축은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다. 개미굴은 다이달로스의 미궁 못지않게 정교하며, 비버의 댐은 인간이 지은 교량 못지않게 복잡하다. 반복되는 육각형의 벌집은 인간이 만든 그 어떤 구조물 못지않게 튼튼하다. 동물의 건축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역시 새의 둥지가 아닐까? ‘둥지’라고 모두 똑같은 것은 아니다. 그 역시 이 세상에 존재하는 새의 종류만큼 다양하여
글: 진중권 │
일러스트레이션: 정원교 │
2012-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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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에로티즘의 성(聖)과 속(俗)
머리가 잘린 미시마 유키오의 신체는 ‘아세팔’을 연상시킨다. ‘아세팔’은 ‘머리 없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 ‘아케팔로스’에서 유래한 것으로, 조르주 바타유가 결성한 비밀결사의 이름이자, 이 단체에서 발행한 잡지의 이름이기도 하다. 앙드레 마송이 만든 잡지의 표지에는 머리가 잘린 사내가 그려져 있다. 사내는 왼손에는 칼을, 오른손에는 심장을 든 채
글: 진중권 │
일러스트레이션: 정원교 │
2012-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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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죽음 앞의 인간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에 관해 검색하다가 그동안 보지 못했던 그의 사진 한장을 발견했다. 사진 속의 그는 이마에 ‘칠생보국’(七生報l國)이라 적힌 머리띠를 두르고 있다. 일곱번 태어나도 조국에 보답하겠다는 뜻이리라. 지그시 눈을 감고 입을 다문 사진 속의 미시마, 더 정확히 말하면 미시마의 잘려나간 머리가 놓인 받침대에는 ‘1’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다.
글: 진중권 │
일러스트레이션: 정원교 │
2012-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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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에우리피데스가 신을 불러낸 까닭은
“사건의 해결은 플롯 그 자체에 의해 이루어져야지 <메데이아>나 <일리아스>에서처럼 ‘기계장치’에 의존해서는 안됨이 명백하다.” 아리스토텔레스 <시학>에 나오는 말이다. 이 구절에서 ‘기계장치’(mechane)라는 말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추측이 무성하지만, 일반적으로 ‘아에오레마’(aeorema)라 불렸던 고대의
글: 진중권 │
일러스트레이션: 정원교 │
2012-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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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인간이 불행해지는 두 가지 방식
“예수는 우리의 죄를 대신 속죄하기 위해 죽었다는데 우리의 죄란 무엇인가?” 고(故) 이병철 회장이 타계하기 전에 남겼다는 24개의 종교적 물음 중의 하나다. 차동엽 신부는 이 물음에 이렇게 답한다. “‘죄’는 히브리어로 ‘하타’(hata), 그리스어로 ‘하마르티아’(hamartia)다. ‘과녁을 빗나간 상태’란 뜻이다. 과녁이 뭔가. 기준이다. 어떠한 기
글: 진중권 │
일러스트레이션: 정원교 │
2012-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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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소백산 기슭 부석사의 한낮, 스님도 마을 사람도 인기척이 끊어진 마당에는 오색낙엽이 그림처럼 깔려 초겨울 안개비에 촉촉이 젖고 있다. 무량수전, 안양문, 조사당, 응향각들이 마치 그리움에 지친 듯 해쓱한 얼굴로 나를 반기고, 호젓하고도 스산스러운 희한한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나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사무치는 고마움으로 이 아름다움
글: 진중권 │
일러스트레이션: 정원교 │
2012-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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