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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런트 라인]
[비평] 곰은 우리 안에 있다, <노 베어스>
어찌 된 일인가 싶었다. 첫 장면부터 정교하게 통제된 롱테이크다. 이러면 자파르 파나히가 아니지 않나. 행상이 지나간 상점가 이면도로에 거리의 악사가 악기를 연주하고, 잠시 전 지나쳐간 행인이 카페테리아에 앉으면 종업원이 주문을 받고는 다른 손님에게 맥주를 낸 뒤 남자와 만나 긴 대화를 나눈다. 삼각대 위 카메라가 360도 돌아가는 가운데 인물들은 철저히
글: 송형국 │
2024-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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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런트 라인]
[비평] 괴물은 시간을 먹고 자란다, ‘경성크리처’와 한국 크리처물의 한계
“벚꽃이 질 때까지.” 활짝 폈을 때가 아니라 나뭇가지에서 떨어져 나와 자신을 소멸시키는 순간에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벚꽃의 이미지는 일본 미의식의 정수로 일컬어지는 ‘모노노아와레’의 대표적인 표상이다. 슬픔이 동반된 아름다움에 대한 감수성, 그것이 <경성크리처>가 구현하려 한 영화의 주된 정서다(이러한 정서와 관련된 몇몇 장면은 <화
글: 안시환 │
2024-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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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런트 라인]
[비평] 극장 앞의 평범한 연인들, <사랑은 낙엽을 타고>
식탁에 놓인 아날로그 라디오를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알리는 뉴스가 들려온다.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사랑은 낙엽을 타고>의 한 장면. 단순한 사물과 소리의 결합이지만 기묘하게도 과거와 현재 시제가 뒤섞인 듯한 인상을 건넨다. 여전히 20세기에 남겨진 것처럼 보이는 시대착오적 연인들의 멜로드라마 위로 동시대 전쟁과 폭격을 알리는 소식이
글: 김병규 │
202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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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런트 라인]
[비평] 전쟁영화의 무의식은 어디에 떠 있는가, ‘노량: 죽음의 바다’
이 글은 <노량: 죽음의 바다>(이하 <노량>)를 한번 보고 쓴 글이다. <노량>을 다시 보는 선택지도 있지만, 그러지는 않을 작정이다. <노량>이 전쟁영화라는 사실을 기억해주기 바란다. 전쟁영화를 여러 번 관람한다는 것은 전쟁영화광이 아니라면 고문에 가깝다. 영화평론을 업으로 삼고 있으니 견뎌야 한다고 말하는
글: 김소희 │
2024-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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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런트 라인]
[비평] 재난사회와 그 적들,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
※이 글의 큰따옴표 안에 있는 말은 모두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의 대사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이 글을 마감하고 있는 12월19일, 오늘자 일간지를 펼친다. 북한은 고체연료 ICBM을 또 쐈다. 한미 핵작전 훈련 예고와 미국 전략핵잠수함의 부산항 입항에 따른 리액션 성격이다. 남북간 힘겨루기는 냉전에서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태세로까지 치
글: 송형국 │
2024-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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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런트 라인]
[비평] 마음의 재난에서 벗어난 풍성한 삶, <괴물>
<괴물>의 엔딩 장면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쓴 에세이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에서 읽은 한 문장이 떠올랐다. 그는 <하나>의 각본 초고에 “의미 있는 죽음보다 의미 없는 풍성한 삶을 발견한다”라는 메모를 남겼다고 한다. 두 소년이 활짝 웃으며 내달리는 모습이 ‘풍성한 삶’ 그 자체로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두 소년이
글: 안시환 │
2023-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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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런트 라인]
[비평] <너와 나>와 한국 독립영화라는 문제, <너와 나>, <괴인>
<너와 나>에 관한 호평은 대부분 이 영화가 수행하는 애도의 방식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4·16 세월호 참사를 다루면서 착취적 묘사를 배제하고 섬세하고 시적인 터치로 두 인물의 되돌릴 수 없는 하루를 그려냈다는 견해가 자주 보인다. <너와 나>를 환대하는 이런 평가의 언어는 영화의 연출자인 조현철이 반복해서 언급한 “참사를 영화적
글: 김병규 │
2023-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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