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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케이팝 파티]
[복길의 슬픔의 케이팝 파티] 이제 남은 건 절망뿐이야
대구역 건너편 골목에 있는 교동시장은 1960년대생인 우리 엄마가 젊은 시절 친구들과 함께 놀던, 지역 최고의 번화가였다. 그러나 90년대, 도시의 중심이 한일극장이 있는 동성로 2가로 완전히 옮겨가자 교동시장 부근은 영업을 중단한 단관 극장과 오래된 금은방, 철거하지 못한 백화점만 남았고, 이내 그곳은 외국인 노동자들과 노인들만 거니는 동네의 외진 그림
글: 복길 │
2023-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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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케이팝 파티]
[복길의 슬픔의 케이팝 파티] 아직도 니 얼굴이 이렇게 생생한데
음악을 들을 때 장소는 얼마나 중요한가? 최고급 음향 시스템이 갖춰진 청음실이나 아티스트와 오감을 나누는 콘서트장에 대해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매달리고 싶은 질문은 특정 음악이 ‘장소’로 인지되는 소소한 경험들에 있다. 2008년 겨울에 강남역에서 안경을 살 적, 가게 점원 중 한명이 너무도 서럽게 울던 것이 생각난다. 그때 가게에선 빅뱅의 &l
글: 복길 │
2023-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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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케이팝 파티]
[복길의 슬픔의 케이팝 파티] 그대 나에게만 잘해줘요
나는 지금 카페베네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내가 대학생이던 무렵, 카페베네는 발길이 닿는 모든 곳에 존재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종종 이곳을 ‘바퀴베네’라고 불렀고, ‘베네’가 이탈리아어로 ‘좋아’라는 의미인 것을 상기하며 괴로운 웃음을 지었다. 친하게 지냈던 선배 중 한명은 그곳을 그냥 ‘바퀴’라고 불렀는데, 늘 내가 좋아하던 딸기빙수를 사주는 멋진
글: 복길 │
2023-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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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케이팝 파티]
[복길의 슬픔의 케이팝 파티] 너만이 날 울게 하는
“K팝이 왜 슬퍼요?” 한 패션지 기자가 ‘슬픔의 케이팝 파티’라고 적힌 포스터 앞에 서서 내게 물었다. 나는 ‘대충 무슨 의미인지 알겠지만 너에게서 좀더 기가 막힌 대답을 듣고 싶다’라는 그의 표정을 최선을 다해 모른 척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런 모호한 제목으로 공연을 열고 입장료를 받았으니, 그럴듯한 의미를 만드는 것 역시 내게 주어진 몫이었다.
글: 복길 │
2023-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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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케이팝 파티]
[복길의 슬픔의 케이팝 파티] 서른이 넘기 전에 결혼은 할는지
사는 게 힘들 때마다 온갖 신통한 말들을 찾아다니지만 삶은 결국 늘 유행가 가사 한줄에 관통당하고 만다. ‘서른이 넘기 전에 결혼은 할는지’라는 충격적인 도입부를 떠올려보라. 서른도 안된 여자가 실연 좀 당했다고 부모에게 잔소리로 들을 법한 말을 자학처럼 뱉는다. 그런데 딱 10년이 지난 지금 어떻게 되었나? 그 가사는 역대 최고 수치라는 한국의 30대
글: 복길 │
2023-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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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케이팝 파티]
[복길의 슬픔의 케이팝 파티] 날 밀어내도 깊어지는 이 사랑을 봐
“부탁인데 이제 ‘버즈’ 노래 좀 그만 불러.” 나는 노래방을 나와 두 시간 동안 참았던 말을 입 밖으로 내고 말았다. 내가 노래방을 가고 싶다고 할 때마다 군말 없이 동행해주는 착한 친구가 그 말에 걸음을 멈췄다. 친구는 그날 버즈의 〈Monologue〉 〈가시〉 〈겁쟁이〉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남자를 몰라〉를 불렀고 매 곡 민경훈의 두성 퍼포먼스
글: 복길 │
2023-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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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케이팝 파티]
[복길의 슬픔의 케이팝 파티] 사랑도 사람도 너무나도 겁나
멜로디를 분리해도 그 자체로 감상이 완성되는 노랫말들이 있지만 <외톨이>는 가사만으로는 곡이 가진 맥락을 이해하기 어렵다. 이 노래는 가사만 놓고 보자면 연인과의 이별로 상처받은 채 고립되어가는 한 남자의 절규다. 기억 속에 남은 전 연인의 흔적을 모두 지우려고 노력하지만, 매일 밤 꿈에 연인이 나타나 그 고통을 위로해주니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글: 복길 │
2023-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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