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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續 내 인생의 영화]
[내 인생의 영화] <라탈랑트> -김종관 영화감독
남자는 순간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다.
여섯달 동안 미친 듯이 사랑했다. 두어개 계절을 품에 안고 지냈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녀의 넘치는 사랑에 그는 행복해했었다. 그러다 어느 날 전광석화와 같은 이별통보를 받고 왜? 왜? 왜? 를 외치며 괴로워한다. 또 같이 걷던 거리, 같이 먹던 식당, 같이 이야기하던 조그만 포장마차, 오로지 자신의 영역이
2008-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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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續 내 인생의 영화]
[내 인생의 영화] <하나 그리고 둘> -배삼식
그는 말수가 적었다. 살가운 사람도 아니었다. 내가 그와 함께했던, 얼마 안 되는 시간은 거의 침묵으로 채워져 있다. 내 삶이 막 시작되려 할 때 그의 삶은 이미 저물고 있었다. 우리 사이는 너무 멀었고 나는 그의 침묵이 두려웠다. 그를 닮아서 나 또한 살가운 녀석은 못 되었던 게다. 감히 눈을 맞추지는 못하고 늘 언저리만 빙빙 돌며 그의 먼 눈길을 흘끔
2007-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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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續 내 인생의 영화]
[내 인생의 영화] <허공에의 질주> -김영현
나는 ‘보는 모든 것’을 좋아한다. 당연히 영화도 좋아한다. 정말로 좋아한다. 흔히들 드라마를 하게 되면서 영화를 보는 것조차 일로 전락하여 슬프다는 말들을 많이 하지만 나는 전혀 그렇지가 않다. 영화 보는 일은 여전히 나의 가장 훌륭한 취미이자 안식처다. 난 영화를 볼 때 분석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오로지 그 영화가 얘기해주는 감정을 느낄 뿐. 그럼 영
2007-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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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續 내 인생의 영화]
[내 인생의 영화] <영웅본색> -원신연 감독
아버지는 내가 육군사관학교에 가서 별을 달길 원하셨어. 난, 박정희 정권이 3선개헌안과 국민투표법안을 국회에서 변칙 통과시키며 장기집권체제를 연장한 1969년에 태어났지. 베트남전이 한창이었고, 내가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 명화 <내일을 향해 쏴라>가 개봉한 해였어. 군인들이 세상을 주름잡던 해에 나를 낳으셔서 그랬나, 아무튼 아버진 내가 별을
2007-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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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續 내 인생의 영화]
[내 인생의 영화] <빨강머리 앤> -이윤정PD
새벽에 가까운 늦은 밤, 알딸딸한 상태로 현관문을 열고 비틀 들어와 불을 켠다. 불을 켠 거실은 밝지 않다. 불을 켜지 않은 곳곳이 검게 남아 있어 거실에 스며들어서이다. 외롭지도 않은데 외롭다고 느낀다. 그냥 자도 되는데 조금만 응석을 받아주면 더 행복하게 잠들 것 같다. 담요를 두르고 누워 DVD플레이어에 파워를 넣는다. <빨강머리 앤>을
2007-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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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續 내 인생의 영화]
[내 인생의 영화] <밝은 미래> -소설가 편혜영
이십대의 태반을 보습학원에서 아르바이트하며 보냈다. 학원 옆에는 주유소가 있어서 열린 창으로 기름 냄새가 스며들었다. 냄새 때문인지 문제지에 고개를 처박은 핏기없는 아이들 때문인지 교실에 들어가면 자주 멀미가 났다. 도대체 뭘 하며 살아야 할지 알 수 없어 막막하던 때였다. 시험 대비용 문제지를 풀어주는 날이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만 같았다. 이도저도 생각
2007-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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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續 내 인생의 영화]
[내 인생의 영화] <히트> -안흥찬
영화라는 매체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감흥을 주고 사랑을 받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편의 영화가 인생을 바꿀 수는 없다. 아니, 바뀐다는 것 자체가 무모한 일이다. 때로는 현재와 허상을 구분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말도 안 되는 픽션의 세계로 도망치듯 몰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도망일 뿐이지 않나. 나도 영화의 그런 특질을 부정하는
2007-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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