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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
[냉정과 열정 사이] 밑바닥에서 시작하는 구원의 빛
그래프를 본 적이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들(동화, 소설, 희곡 등)의 구조를 분석한 거였다. 좌표를 움직이는 기준은 하나, 그것이 좋은 소식인가 나쁜 소식인가였다. 그래프 모양은 행불행의 시간과 순서, 횟수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났다. 포물선, 사선, 다소 변형되고 짜부라진 계단…. 모두 내가 좋아하는, 나를 성장시킨 이야기의 뼈대들이었다.
글: 김애란 │
2008-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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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
[냉정과 열정 사이] 인생이… 그렇죠
몸 안으로 배가 지나가는 느낌이 난다. 내 속 물길을 따라 천천히, 한 시대의 결을 그리며 다가오는 양쯔호가 보인다. 물에 잠긴 뭇별들은 귀가 닳아, 빛을 잃고 풍화한다. 돌이 되고 콘크리트가 된다. 인민화폐가 달러화로 변하듯. 풍경이 풍경화로 바뀌듯. ‘변화’를 목격했다는 이유만으로 뭔가 지불해야 하는 사람들의 무지한 얼굴을 실고…. 원래 물이 많지만,
글: 김애란 │
2008-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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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
[냉정과 열정 사이] 그대는 참으로 부지런한 미스신
<용의주도 미스신>의 한예슬은 더없이 예쁘고 사랑스럽다. 익히 알려진 대로 조막만한 얼굴에 오묘하게 자리한 이목구비들이 너무 인형처럼 예쁜 나머지 지금까지 어딘가 목에 생선가시처럼 꺼림칙하게 걸리는 느낌이 아주 약간의 약점이었다면 <환상의 커플>의 나상실이라는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통해 그것까지도 말끔하게 없애버린 그녀는 그야말로
글: 김현진 │
2008-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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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
[냉정과 열정 사이] 개운치 않은 낙관주의
이것은 볼티모어 하늘에서 출발한 음악이 방송사 세트장에 종착되는 이야기다. 열린 공간에서 닫힌 공간으로 향해가는 이야기, 내일을 말하며 어제를 더 어제처럼 보여주는 이야기, ‘굿모닝 볼티모어’에서 시작해 ‘굿이브닝 볼티모어’로 끝나는 이야기…. 감독은 영화 후반부에 도시의 이러저러한 소리와 박자를 거두어 <코니 콜린스 쇼> 안에 봉인한다. 조그
글: 김애란 │
2007-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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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
[냉정과 열정 사이] 외로운 그녀들에게 메리 크리스마스
<러브 액츄얼리>를 처음 보았던 겨울을 가끔 생각하곤 한다. 직장을 다니는 지금처럼 여유롭게 영화표를 지를 수 없었던 나는, 돈 대신 시간이라도 한정없이 가진 대학생도 아니었고 많이 가진 것이라고는 그냥 주책과 열성과 부지런함뿐이었다. 그래서 보고 싶은 영화가 생기면 겨울을 대비해 도토리를 모으는 다람쥐처럼 동전을 모았다. 그런 다람쥐 같은 부
글: 김현진 │
2007-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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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
[냉정과 열정 사이] 어른의 열정
(*혹시라도 영화의 줄거리를 전혀 알고 싶지 않으신 분은 읽지 않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베오울프>에서, 호르트가드왕이 가진 모든 것은 매우 성공적으로 베오울프에게 인계된다. 그가 가진 한 나라의 왕으로서의 지위와 권력, 병사들, 황금 용의 모양을 한 술잔으로 상징되는 재산과 그 용처럼 아름다운 황금빛 머리와 고운 목소리를 가진 아내까지, 젊
글: 김현진 │
2007-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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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
[냉정과 열정 사이] 죽여주는 꿈 구경
꿈 구경을 했다. 파프리카라는 이름의 여자가 나오는, 2006년 일본산 꿈이었다. 나는 대낮의 상영관에 앉아 남의 꿈을 볼 수 있었다. 그것도 등장인물들이 꿈을 꾸는 것과 같은 속도로. 술회를 통한 공감이 아닌, 그가 본 것을 나도 본다는 경험. 그 순간 꿈은 보는 꿈이 아니라 겪는 꿈이 된다. 등장인물들도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자기 꿈을 관람한다. 스크
글: 김애란 │
2007-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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