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장이독자에게] [송경원 편집장의 오프닝] 한국이 싫어도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이란 있을 수 없다.” 우울할 때 더 우울함으로 파고들어 바닥을 찍은 후에야 직성이 풀리는 인간인 나는, 요즘처럼 현실이 버거울 땐 암울한 다크 판타지의 결정체 <베르세르크>를 종종 꺼내 본다. 여기 시궁창 같은 마을에서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는 소녀가 있다. 소녀는 마을을 벗어나고 싶지만 용기가 없다. 그러던 어느 글: 송경원 │ 2024-08-16
- [편집장이독자에게] [송경원 편집장의 오프닝] 지루하고 어렵고 낯설고 불편하여 마침내 아름다워라 이번주 표지는 안드레이 타르콥스키 감독의 <희생>의 한 장면이다. 예술영화의 아이콘으로 불러도 손색없을 유명한 이미지 중 하나지만 정작 영화를 극장에서 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나중에 비디오로 보긴 했지만 제대로 본 건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보면서 많이 졸기도 했지만, <희생>은 극장이란 공간의 제약을 필요로 하 글: 송경원 │ 2024-08-09
- [편집장이독자에게] [송경원 편집장의 오프닝] 도파민 중독 사회, 뜻밖의 해독제 영화는 현실을 이길 수 없다, 는 말이 이렇게 와닿은 적 없는 7월이었다. 7월1일, 시청역에서 발생한 끔찍한 교통사고는 9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갔다. 7월11일, 긴급방송으로 진행된 1060만 유튜버 쯔양의 피해 사실 폭로는 그의 밝은 에너지를 사랑했던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후 이어지는 고발 속에 사람들은 사이버 렉카들의 추악함이 상식 선 따윈 글: 송경원 │ 2024-08-02
- [편집장이독자에게] [송경원 편집장의 오프닝] (이미 충만하여) 전하지 못해도 좋은 말 “보고 싶었던 배우나 감독을 직접 만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요.” 직업이 영화기자라고 밝혔을 때 빠지지 않고 듣는 말이다. 매번 나를 곤란하게 하는 질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질문을 업으로 삼은 기자는 많은 이들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특권을 누린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누군가를 꼭 만나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혔던 적은 거의 없었다. 감정 기복이 적은 글: 송경원 │ 2024-07-26
- [편집장이독자에게] [송경원 편집장의 오프닝] 추리, 아니 물리 탐정 코난과의 재회 전설에 이르는 두 갈래 길이 있다. 첫 번째 길은 흉내낼 수 없는 개성을 발산한 뒤 홀연히 사라지는 것이다. 초신성처럼 막대한 에너지를 폭발시켜 세상을 환하게 빛낸 뒤 거짓말처럼 사라진 작품들. 예를 들면 1980년대 과잉의 낭만이 녹아든 <파이브 스타 스토리>는 명목상으론 아직 완결나지 않았지만 사실 이미 쓸모를 다했다. 다시 반복될 수 없 글: 송경원 │ 2024-07-19
- [편집장이독자에게] [송경원 편집장의 오프닝] 읽는 존재, 쓰는 삶 분야가 달라도 축제는 대개 비슷한 구석이 있다. 올해 크게 흥행했다는 2024 서울국제도서전을 다녀왔다. 몇해째 꾸준히 불황과 침체를 겪고 있는 출판 시장의 얼어붙은 분위기는 딴 세상 이야기다. 지난해보다 2만명이 늘어난, 무려 15만명이 방문했다는 숫자만으론 설명하기 힘든 어떤 기운이 행사장 내부를 꽉 채우고 있었다. 발그레 상기된 얼굴로 양손 가득 글: 송경원 │ 2024-07-12
- [편집장이독자에게] [송경원 편집장의 오프닝] AI는 과정 없는 영화의 꿈을 꾸는가 올해 칸영화제에서 들려온 소식 중 특히 기억에 남은 건 명예 황금종려상을 받은 조지 루카스의 한마디였다. 프랑스 매체와의 인터뷰 중 영화에서 AI 사용에 대한 질문은 받은 조지 루카스는 이렇게 답한다. “중요한 건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겁니다. 이건 마치 ‘나는 자동차가 잘될 거라 믿을 수 없으니 그냥 말 타는 일에 집중하겠다’라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 글: 송경원 │ 2024-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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