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하의 날씨] [영하의 날씨] 아,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여자 1, 꼬리칸 승객: 네? 여기가 꼬리칸이라고요? 그럴 리가요. 여기가 딱 중간이에요. 제 뒤로도 꽤 많은 칸이 달려 있는 걸로 알아요. 어떻게 아느냐고요? 딱 알죠. 저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거든요. 그 사람들이 다 틀렸을까요? 그럴 리가 없죠. 뭐, 생활이 만족스러운 건 아니지만 그래도 먹고는 살고 있어요. 메뉴가 좀 단순하긴 하지만 그래도 글: 김영하 │ 일러스트레이션: 김현영 │ 2013-08-26
- [영하의 날씨] [영하의 날씨] 진짜 부자가 사는 법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던 시절,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등장인물의 부와 가난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독자에게 드러낼 것인가.” 여러 답변들이 나왔다. 가장 많이 나온 대답은 등장인물의 옷이라든가 집, 자동차 등을 통해 표현한다는 것이었다. 비싼 옷과 큰 집, 독일산 승용차 등을 타면 누구라도 그가 부유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난은 반대다. 허름 글: 김영하 │ 일러스트레이션: 김현영 │ 2013-08-12
- [영하의 날씨] [영하의 날씨] 죄와 인간, 무엇을 미워할 것인가 지난 4월의 일이다. 남쪽 지방의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배가 자기 학교에 와서 강연을 해달라고 했다. 그 선배도 보고 싶고 해서 흔쾌히 수락했다. 강연을 그럭저럭 마치고 학교 직원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러 갔는데 꿈에도 생각지 않았던 사람이 교직원이 되어 거기 있었다. 반가웠다. 좀 후덕해지긴 했지만 옛 모습 그대로였다. 우리가 처음 만난 것은 글: 김영하 │ 일러스트레이션: 김현영 │ 2013-07-29
- [영하의 날씨] [영하의 날씨] 이별에의 희망 아이는 자기를 덜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에 들려고 애쓴다고 한다. 자기를 사랑하는 게 확실한 부모의 마음에 들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자기를 마뜩지 않아 하는 부모의 마음에 드는 게 생존에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혹은 그녀)가 자기를 버리지 못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바로 그것 때문에 아이에게 힘을 갖게 된다. 나쁜 부모는 아이를 글: 김영하 │ 일러스트레이션: 김현영 │ 2013-07-15
- [영하의 날씨] [영하의 날씨] 그곳에 그녀가 있었으므로 나는 1995년 2월에 제대를 했다. 바로 그 달에 한 계간지에 <거울에 대한 명상>이라는 단편을 발표하며 등단을 했다. 강변을 산책하던 남녀가 폐차 트렁크에 들어갔다가 빠져나오지 못한 채 절망적 섹스를 계속하다 끝내 거기서 죽는다는, 참으로 어둡고 암울하면서도 본격 19금인 그런 소설이었다(훗날 <주홍글씨>라는 그저 그런 상업영화로 글: 김영하 │ 일러스트레이션: 김현영 │ 2013-07-01
- [영하의 날씨] [영하의 날씨] 누벨바그의 속사정 샤워할 때면 명가수다. 관객은 오직 나 한 사람뿐. 거울과 타일로 둘러싸인 공간이라 울림도 좋다. 그런데 밖에만 나가면 수줍어서 노래를 못한다. 우디 앨런의 <로마 위드 러브>에 나오는 장의사의 고충이다. 이 놀라운 목소리를 우연히 욕실 밖에서 엿듣게 되는 미국인 사돈 제리, 왕년의 오페라 감독의 마음은 안타깝기만 하다. 혼자 듣기엔 너무 아깝다 글: 김영하 │ 일러스트레이션: 김현영 │ 2013-06-17
- [영하의 날씨] [영하의 날씨] 기묘한 우회 현명한 트릭 놀라운 일을 겪은 뒤에 그 놀라운 일을 생판 모르는 사람들에게 전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예를 들어 마르코 폴로는 아랍 세계와 중국을 다녀와 <동방견문록>을 구술했지만 끝내 믿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 지금까지도 <동방견문록>은 마르코 폴로가 뱃사람들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를 이리저리 조합하고 윤색한 것뿐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꽤 글: 김영하 │ 일러스트레이션: 김현영 │ 2013-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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