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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화]
열다섯 피를 흔든 결단의 밤은 어디로, <아라비아의 로렌스>
사춘기 시절 집이 충무로에 있었다. 축복이었나? 여하튼 인생은 훨씬 더 흥미로웠다. 15분만 걸으면 대한, 명보, 국도, 스카라, 그리고 그 고마운 젊은이의 메카, 재개봉관 아테네 극장이 있었으니 시네마 천국이었다. 머리 길게 기르는 중·고교를 다닌 덕에, 어른스런 외모 덕에, 물론 눈 잘 감아주는 극장 덕분에 나의 사춘기는 영화로 채워졌다. ‘범생’
2001-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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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화]
카메라 뒤에 누가 있다! <지붕 위의 바이올린>
사람들은 가끔 내가 언제부터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결심했는가를 묻곤 한다. 그때마다 나는 수원성 주변에 살면서 어린 시절부터 영화 촬영장을 봐왔고, 초등학교 때 카메라를 만들었으며, 중학교 때는 영사기도 만들었기 때문에 영화감독이 된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이야기해준다.
물론 당시에 내가 만든 카메라와 영사기는 조악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었지만
2001-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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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화]
단절 이후 다가온 불온한 천국,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검은, 그러나 속은 시뻘건 무거운 휘장, 퀴퀴한 냄새, 먹먹한 어둠, 뛰는 심장, 회오리치듯 어둠 저편을 향해 맹렬히 치닫는 한줄기 빛…. 영화는 시작되고, 나는 엄마의 치맛자락을 힘주어 꼬옥 잡는다. 엄마가 영화구경 가는 날, 아주 어린 나이임에도 나는, 그 정보를 입수하는 순간부터 모든 소꿉놀이를 중단하고 한 가지 생각에만 골몰한다. 어떻게 하면 엄
2001-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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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화]
이소룡, 내 어린 시절의 삽화, <정무문>
어렸을 적 집 근처에 낡은 동시상영관 하나가 있었고 그 극장 주변이 아이들의 놀이터였던 까닭에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학교가 끝나면 늘 그곳으로 가 친구들과 어울렸다. 해질 때까지 구슬치기, 딱지치기를 했고 어떤 날은 우리끼리 돈을 모아 극장 안으로 숨어들곤 했다.
극장 입구에서 표를 받던 아저씨 덕분이었다. 그는 손님들이 뜸한 날이면(아마도 장사가 잘 안
2001-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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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화]
블록버스터에는 없는 것, <엘리펀트 맨>
영화에 대한 나의 인상적인 첫 번째 기억은 초등학교 1학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그때 당시 다니던 학교는 철도 밑으로 뚫린 굴다리를 지나야 하는 곳에 있었는데 하교 길에 그만 기둥에 붙어 있는 포스터에 넋이 나가버린 것이다.
제목도 찬란한 <별들의 전쟁>. 조지 루카스가 만든 <스타워즈>가 그런 제목으로 개봉을 알리고 있었던 것인데
2001-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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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화]
내 인생의 영화, <집시의 시간>
나조차도 믿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나는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혼자서 영화를 본 적이 거의 없다. 개봉관에서는 건전한 청소년이 볼 만한 영화들을 거의 상영하지 않던 때였고, 설사 상영한다 하더라도 그걸 보기에는 용돈이 부족했다. TV의 명화극장은 더빙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비디오 같은 건 누구네 집에도 없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내가 본 영화의
2001-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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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화]
영상, 본능보다 가까운, <분닥 세인트>
어린 시절 친구 하나가 울면서 왔다. 이유인즉슨 골목길에서 동네 깡패들이 돈을 뺏어갔다나…. 한동안 친구들은 그 골목을 피해다녔고, 그 와중에도 몇몇은 같은 경우를 또 당했다. 선생님도 경찰아저씨도 다들 조심히 다니라고만 했지 아무도 그 깡패들을 혼내주지도, 우리의 돈을 돌려주지도 못했다.
시간이 많이 흘러 어느덧 그 기억이 가물해질 정도로 성장했을
2001-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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