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읽기] [영화읽기] 괜찮다고 말해요 ‘성공한 여성’의 표본 아가테 빌라노바가 젖은 셔츠 사이로 하얗고 긴 팔을 내민 채 식탁에 앉아 있다. 유독 하얀 팔이 돋보이는 이 장면에서 카메라는 마치 <최후의 만찬> 속 예수처럼 시퀀스 전체의 균형을 잡는 한 여성을 비춘다. 긴 팔, 마치 세잔의 <빨간 조끼를 입은 소년>을 보는 듯 착각을 일으키는 이 중심에 아녜스 자우이가 앉 글: 이지현 │ 2009-07-23
- [영화읽기] [영화읽기] 학교가 무서울 수조차 없다니… ‘10주년 기념작’이라는 홍보 문구를 내세워 제작된 <여고괴담5: 동반자살>(이하 <여고괴담5>)은 시대착오적이다. 단지 전작의 답습이라든지 설득력이 부족한 캐릭터라든지 그런 이유에서 하는 말이 아니다. 한국 공포영화사의 새로운 혈맥을 찾아낸 <여고괴담>(1998)에서 학교는 무서운 곳이었다. ‘늙은 여우’와 ‘미친개’가 글: 이현경 │ 2009-07-16
- [영화읽기] [영화읽기] 어디가 지옥입니까, 여기가 지옥입니까 <드래그 미 투 헬>의 오프닝 크레딧에 등장하는 유니버설 로고는 다소 낯설다. 그것은 지금 우리가 극장에서 볼 수 없는 유니버설의 옛 로고이다. 샘 레이미가 유니버설의 옛 로고를 스크린에 복귀시킨 것은 자신을 매혹시켰던 그 시절의 악마주의 호러영화, 혹은 현재의 자신을 가능하게 했던 <이블 데드> 시리즈에 대한 향수와 애정의 징표였을 글: 안시환 │ 2009-07-09
- [영화읽기] [영화읽기] 변두리 누아르와 검은 감성 혜자(김혜자)가 홀린 듯 춤을 추는 드넓고 누런 갈대밭은 <살인의 추억>의 황금들판을 상기시키지만 결실이 아닌 불모의 이미지를 전시한다. <살인의 추억>의 엔딩신에서 카메라를 향한 두만(송강호)의 강렬한 시선에 응답하듯, 혜자는 모호하고 몽롱하게 카메라를 ‘바라보는 것 같다’. 조심스러운 가설이지만 나는 이를 두만의 시선에 대한 &l 글: 송효정 │ 2009-07-02
- [영화읽기] [영화읽기] 바라보되, 결정짓지 않는다 현실은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이야기의 문을 닫는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라는 선언에 익숙해져 있지만 현실에는 이야기의 시작도 끝도 없다. 그것은 단지 지속되는 과정에 속한다. 반대로 현실의 순간을 잘라내어 입구와 출구를 만들면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야기는 사건이라는 ‘점’을 이은 선형적 연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대개의 경우 사건이 시작하기 전에 충분 글: 송경원 │ 2009-06-25
- [영화읽기] [영화읽기] 봉준호에 히치콕이 겹쳐지네 *스포일러 많습니다. <찢겨진 커튼>에서 그로멕을 살해하는 장면은 아주 긴 시퀀스인데, 이에 대해 히치콕은 한 인간을 죽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우며 또 고통스러운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플롯의 측면에서 죽음이 가지는 의미는 대개 ‘전개의 모티브’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히치콕의 경우 죽음은 손쉽게 발견되는 반면(과정이 다를 뿐 무게는 동일 글: 이지현 │ 2009-06-18
- [영화읽기] [영화읽기] 동정하지 말 것, 존중할 것 무심코 켜놓은 TV에서 신경을 긁는 뉴스 두 가지가 흘러나왔다. 하나는 스포츠 뉴스에서 야구 경기 결과를 전하며 ‘용병 000’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외국인의 ‘극악한’ 범죄가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이는 아주 일상적이고 전형적인 우리 사회의 제노포비아(xenophobia)를 보여준다. 전자는 외국인은 무조건 라벨링해 글: 김지미 │ 2009-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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