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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아이콘] 호의의 원칙
이 짓을 언제까지 해야 하나? 미움 받는 것도 이제는 지겹다. 곽노현 사건을 보면 정권이 바뀌어도 세상은 바뀔 것 같지 않다. 표면에 거센 풍랑이 일어도 깊은 바다는 평온하듯이, 정권 교체의 요란함 속에서도 끄떡없는 어떤 습속의 강고함이 있다. ‘우리가 남이가.’ 진보나 보수나 어차피 이 봉건적 습속에서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나보다. 진보니 보수니, 여당
글: 진중권 │
일러스트레이션: 정원교 │
2011-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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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아이콘] 그 영화가 놓인 자리
고작 서너편 보고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북촌방향>은 홍상수 영화의 본질을 가장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그의 작품이 특히 프랑스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거다. 사실 홍상수의 영화에서 한국적인 것은 (다분히 감독의 자전적 고백으로 보이는) 등장인물의 비루함(‘찌질함’)뿐, 그의 영화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요소들은 80년
글: 진중권 │
일러스트레이션: 정원교 │
2011-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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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아이콘] 고흐의 자화상
“얼굴과 풍경의 상보성 안에서 하나를 다른 것으로 구성하라. 그것들을 채색하라. 그것들을 완성하라. 얼굴과 풍경의 교본들은 예술에 영감을 준다. (…) 건물, 마을이나 도시, 기념물이나 공장 (…) 이것들은 건축이 변형시키는 풍경 안에서 얼굴로서 기능한다. 회화는 얼굴에 따라 풍경을 위치시키고, 하나를 다른 하나처럼 취급함으로써 그 운동을 역전시키기도
글: 진중권 │
일러스트레이션: 정원교 │
2011-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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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아이콘] 성형의 정치학
“너의 신체는 전쟁터다.” 미국의 예술가 바버라 크루거는 그 유명한 작품을 통해 신체의 정치학을 부각시킨 바 있다. 원래 이 작품은 여성의 출산선택권을 주장하는 페미니즘 캠페인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크루거의 작품들은 크게 세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맴도는 듯하다. 신체의 정치성(“당신의 신체는 전쟁터다”), 응시의 권력(“당신의 응시가 내 옆얼굴을 때린다
글: 진중권 │
일러스트레이션: 정원교 │
2011-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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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아이콘] 성형의 미학
어느 배우가 미용성형을 통해 모 걸 그룹 멤버와 비슷한 얼굴로 거듭났다는 소식. 그러고 보니 생각나는 일이 있다. 언젠가 강남에 갔다가 거리의 병원이 죄다 성형외과라는 것을 발견하고 놀란 적이 있다. 흥미롭게도 그 병원들의 간판에는 죄다 영어로 ‘aesthetic’ (surgery)이라고 적혀있었다. ‘미학적 외과 수술(미용성형)’? 이왕 그렇게 불리니,
글: 진중권 │
일러스트레이션: 정원교 │
2011-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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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아이콘] 눈에 보이는 아무 증거 없어도
유학 시절 알고 지냈던 지인을 베를린에서 만났다. 그녀는 내게 어느 민족종교의 경전을 내민다. 안 받겠다고 한사코 사양해도, 자꾸 내밀며 “그냥 읽어보기만 하라”고 강권한다. 이미 만나자고 할 때부터 그녀의 목적은 전도에 있었던 모양이다. 2년 뒤에 세계의 종말이 온다느니, 내년에 다시 천연두가 부활할 것이라느니, 계속 이상한 소리를 늘어놓기에 앞으로 다
글: 진중권 │
일러스트레이션: 정원교 │
2011-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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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아이콘] 너 자신을 알라
아테네에서 두어 시간 버스를 타고 델포이에 도착. 고대의 문명은 대부분 폐허로 변한 지 오래라 관광상품 파는 책자의 문구만 믿고 갔다가는 실망하기 일쑤다. 델포이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허허벌판에 간신히 서 있는 기둥 몇개로 그 옛날의 영화를 가늠하기란 애초에 불가능했다.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외려 풍경이었다. 폐허 뒤로 깎아지른 듯이 솟아오른 파르
글: 진중권 │
일러스트레이션: 정원교 │
2011-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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