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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하이 므이
두부 심부름이 싫었다.
빨간 바가지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가끔 그 빨간 플라스틱 바가지를 손에 쥐어주며 말했다. “두부 한모만 사오너라.” 창피했다. 식료품 가게를 오가는 길에 동네 여자아이들을 만날까봐 두려웠다. 열네댓살쯤 때의 일이다. 한사코 피하려 했지만, 결국 빨간 바가지에 담아오던 두부의 야들야들한 느낌은 아직도 정감어린 기억으로 남아 있다.
글: 고경태 │
2007-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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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딱딱한 제도에서 느슨한 제도로
교수 임용시에 제출한 학위 증명이 문제가 되어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한마디로 그가 제출한 서류가 위조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나는 이 풍문을 접하면서 좀 다른 관점에서 얘기하고자 한다.
서구의 대학제도는 그 체제를 길드조직에서 빌려왔다. 장인 밑에서 일정한 수업을 받은 도제가 훈
글: 함성호 │
2007-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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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넘버쓰리
걸려있는 게 명예든 돈이든 권력이든 사랑이든, 경쟁에서 1등은 선망의 대상이다. 수석 합격자, 수위 타자, 수도 서울, 정부 수반, 수상 관저 같은 말들이 내뿜는 매력은 으뜸을 향한 인간의 드센 욕망을 밑절미로 삼는다. 그러나 정신건강에든 일종의 처세술로서든, 넘버원이 되는 것보다 넘버쓰리가 되는 것이 한결 나은 경우가 많다. 셋만으로 이뤄진 공동체에서 넘
글: 고종석 │
2007-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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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트랜스네이션
“여기서도 맹세를 한다는데요?”
토요일 오후에 집에서 쉬다 휴대폰을 받았다. 2006년 2월로 기억된다. <한겨레21>에 몸담을 때였다. 지금은 <한겨레> 매거진팀에 함께 있는, 남종영이라는 후배 기자였다. 목소리가 다급했다. 그는 주주총회장인 백범 기념관에 있다고 했다. 어느 주주총회장인고 하니, 바로 한겨레신문사의 주주총회장이었다.
글: 고경태 │
2007-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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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어떻게 아느냐, 너는…”
김명준 감독의 <우리학교>에는 눈물이 또르르 흐르는 명대사가 넘쳐난다. 어두운 극장에서 적어 정확하지도 않고, 앞뒤 맥락도 없지만 옮겨본다. “(분단선의 코스모스야, 남북을 오가는 바람에) 설레고 싶어서 피어났느냐”, “(북한을 방문한 학생들, 해질녘에) 여기 태양을 찍어주세요”, “(이제까지는) 심장 속에서 한 말이 아니었어요”, “가슴에서 우
글: 정희진 │
2007-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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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이름
제 이름을 스스로 지어 몸소 제 출생신고를 하는 갓난아이는 없다. 그러니 호적에 오르는 이름에는 평생 그 이름으로 불릴 사람의 뜻이 조금도 반영되지 않는다. 제 이름을 탐탁스러워 하지 않는 사람이 적잖은 것도 당연하다. (조)부모든 직업적 작명가든 이름을 짓는 이가 너무 무디거나 너무 뾰족하거나 너무 진보적이거나 너무 보수적일 때, 그 이름은 ‘튀기’ 십상
글: 고종석 │
2007-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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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내 삶의 편집권
“야, 이 씨발X아!”
순간 귀를 의심했다. 설마 씨, 발, X, 아, 라니…. 선배는 전화통을 붙잡고 거의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왜 거짓말해! 집에 있으면서 왜 없다고 거짓말하냐고, 이 나쁜 놈들아.” 꽈당, 수화기 내동댕이쳐지는 소리. 뒤이은 잠깐의 정적. 나를 비롯한 동기들은 순진한 1학년이었다. 겨우 더듬거리며 선배에게 말을 붙였다. “형, 지금
글: 고경태 │
2007-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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