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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하의 C&C]
[백은하의 애버뉴C] 34th street/ 너는 뉴욕, 나는 쿠바
맨하탄은 몇 일째 비다. 그 덕에 기온은 쑥 내려가 버렸고 어디에서도 여름의 흔적을 찾아 보기 힘들 정도다. 이제 자려고 누우면 코가 시리다. 여름 내내 무시해왔던 이불에게 비겁한 아부를 하면서 코끝까지 살살 끌어올린다. 가만히 보면 머리가 아니라 계절이 기억해주는 느낌이 있다. 이를테면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 때 나는 시골 저녁 밤 같은 냄새, 살갗에
글·사진: 백은하 │
2005-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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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하의 C&C]
[백은하의 애버뉴C] 33rd street/ 디 아더스
꼬박 3시간 째 긴 줄에 서 있자니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프다. 몇 주 전 링컨센터에서 <유령신부>의 개봉에 앞서 ‘팀 버튼과의 만남’이 있다는 메일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조금 있다가 예매하면 되겠거니 하며 게으름을 피웠더니만 표는 금새 매진되어버렸고, 결국 행사 당일 긴 줄에 서야 하는 비극을 맞고야 말았다. 그렇게 기약 없는 기다림의 줄
글·사진: 백은하 │
2005-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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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하의 C&C]
[백은하의 애버뉴C] 32nd street/ 지금은 없는 꽃들을 찾아서
그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결혼은 했을까?. 부인은 예쁠까?. 아이는 있을까?.
그녀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시집은 갔겠지?. 남편은 뭐하나?. 여전히 예쁠까?.
궁금해서 뭐하겠냐 만은 우리는 가끔 이런 것들이 궁금하다. 지나간 사랑의 소식이, 끝나버린 관계의 잔해들이, 한때는 만개했지만 지금은 부서져버린 꽃들의 자취가.
곰곰이
글·사진: 백은하 │
2005-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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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하의 C&C]
[백은하의 애버뉴C] 31st street/ 맨하탄 미스터리
“쿵.쿵.쿵.쿵. 쿵쿵쿵쿵” 육중한 남자 발소리에 잠을 깬 건 새벽 3시가 훨씬 넘어서였다. 습기차고 후덥지근한 늦여름 더위 때문에 계속 잠을 설치다 겨우 선잠이 든 순간이었는데, 이런 젠장 할…. 그 발소리는 현관입구에서 내 집 앞 복도를 지나 위층으로 향했다. 뭔가 화가 단단히 난 사람이 아니면 화장실이 너무 급한 사람에게서나 나올법한, 조급하면서
글: 백은하 │
2005-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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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하의 C&C]
[백은하의 애버뉴C] 30th street / 알프레도 아저씨, 여전히 시네마천국에 계신가요?
여름의 맨하탄에서 즐겁게 생존하기 위한 필수품이 있다면 바로 작은 돗자리나 비치타월이다. 그도 아니라면 두툼한 신문지라도 상관없다. 엉덩이를 깔 수 있는, 혹은 몸을 누일 수 있는 ‘마법의 양탄자’만 있다면, 굳이 바닷가에 가지 않아도 센트럴 파크에서 비키니를 입고 선탠을 즐길 수 있고, 고가의 오페라나 뮤지컬 표를 사지 않아도 <베로나의 두 신사
글·사진: 백은하 │
2005-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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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하의 C&C]
[백은하의 애버뉴C] 29th street / 소녀시대
내 인생에서 가장 시니컬하고, 엽기적이고, 지독하게도 내 세계 안에만 빠져 살았던 시절을 꼽으라면 당연 고등학교 때였다. 세상이 다 시시했고, 어른들은 지독히도 유치하게 보였으며, 말 못할 비밀은 어찌나 많았던지. 만약 몰래 일기장을 훔쳐보는 인간이 있다면 칼이라도 들이댈 듯 심각했던 시절이었다. “낙엽 구르는 소리에도 깔깔깔” 이라니 미친 거 아냐?
사진: 백은하 │
2005-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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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하의 C&C]
[백은하의 애버뉴C] 28th street / 마이너리티 리포트
지하철을 탄다. 뉴욕의 지하철은 마치 m&m 쵸콜렛 봉지 속 같다. 지하철 한 구석에 쓰레기자루처럼 웅크리고 자고 있는 ‘검은색’ 남자는 조잡한 비닐 백을 주렁주렁 든 ‘노란색’ 중국 아줌마들의 수다에도 불구하고 코까지 골고, 이제 겨우 스무 살이 넘은 듯한 어린 남미부부의 팔 다리엔 끊임없이 뭔가를 해달라고 칭얼대는 ‘진갈색’ 아이들이 주렁주렁
글·사진: 백은하 │
2005-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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