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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알라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을까? 보통 심장으로는 어려울 것이다. 외면할 수 없는 큰 코, 마음을 느슨하게 만드는 졸린 눈, 시원스러운 이마와 복슬복슬한 귀. 코알라는 마치 그림으로 먼저 그려놓고 만든 동물 같다. 이런 동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건 반칙 아닌가? 버스터 문이 종종걸음으로 무대를 지휘하고 자동차를 추격하고 물에 빠지고 털이 아무렇게나 뻗친 채로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 것을 보고 나는 생각했다. 코알라가 큰 도시에서 쇼를 제작하고 싶다는데 어떡해, 제작해야지.
다른 일을 하면서 그냥 틀어둘 영화를 찾다가 <씽2게더>를 발견했다. 동물들이 노래하는 전체관람가 애니메이션이라니, 딱 맞았다. 긴장하지 않아도 되고 귀도 즐거울 테니까. 영화는 생각보다 박진감이 넘쳤다. 극중 뮤지컬 공연은 대단히 화려했고, 귀여운 버스터 문과 오만한 대형 제작사 회장 크리스털의 대결도 볼만했다. 다만 로지타가 자꾸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는 게 신경 쓰였다. 그 밖에는 동물들의
[김소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귀여운 건 귀여운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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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도 의미심장하게, 99개의 팬아트가 도착했다. <씨네21>은 설 연휴를 낀 지난 1월 약 2주간 <더 퍼스트 슬램덩크> 팬아트를 공모했다. 영화에 열광하는 3040세대 중 원작 만화 <슬램덩크>에 관한 추억 하나쯤 없는 사람은 없을 테니 각자의 소중한 추억을 팬아트의 형식으로 나눠보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즐거움은 나눌수록 커지는 법이니 <씨네21>이 재미를 공유하는 놀이터가 되어보자는 취지였다. 한편으론 신청자가 너무 적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들어 나라도 붓을 들어야 하나 하는 생각을 스치듯 했던 게 사실이다. 기우였다. 걱정이 무색하게 최종적으로 54명의 지원자가 99편의 작품을 보내왔다. 그중 최연소 참가자는 초등학교 4학년으로, 부모님이 시킨 게 아니라면 어떻게 <씨네21>에 팬아트를 응모할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다. 전국 초등학생들의 수준을 얕잡아보는 건 아니지만 <씨네21>은 나름 꽤 수준 높은 잡지인데
[이주현 편집장] 바야흐로 팬덤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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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작가로 원작이 영화화되어 큰 성공을 거둔 인물을 꼽아보라면 마이클 크라이튼만 한 이도 드물다.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1990년대 초 제작된 <쥬라기 공원>은 영화의 흥행 수입부터가 대단히 놀라운 액수였다. 1990년대 중반 무렵 “<쥬라기 공원> 한편이 벌어들인 수입이 한국 자동차 150만대를 수출하는 것과 같다더라” 하는 이야기는 지겨울 정도로 온갖 곳에서 끝도 없이 인용될 정도였다. 영화 제작의 역사를 놓고 볼 때에도 <쥬라기 공원>은 의미가 깊은 영화라고 본다. 연출에 본격적으로 컴퓨터그래픽 기술을 사용하면서 이 기술로 사람들에게 무엇을 보여줄 수 있고 어떤 식으로 영화를 꾸밀 수 있는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새로운 시대의 틀을 제시한 영화가 <쥬라기 공원>이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싶다. 이 영화의 영향이 어찌나 큰지, 나는 국내의 한 자연사 박물관의 관장을 지내신 분께서 “<쥬라기 공원> 영화 한편 때문에 전
[곽재식의 오늘은 SF] 조용한 실험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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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가 기다리던 제비처럼, 때가 오면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어린 시절 3월의 새 담임선생님과 친구들과의 조우는 신학기의 설렘과 함께 찾아왔다. 새해의 길목 시내 상점가의 점집은 신년 희망의 예고를 기대하며 포렴을 걷고 들어서는 사람들로 분주하곤 했다.
내게도 늘어난 인연만큼 정해진 리추얼들이 쌓여간다. 요즘은 4년째 정월엔 매주 홍천에 간다. 새해를 시작하며 각오를 새롭게 하고자 하는 기업이 연초마다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청해주신다. 과정의 수강생은 달라도 운영하는 사람들은 같다. 매년 만나기에 낯선 익숙함이 적당한 거리로 다가온다. 고즈넉한 산골의 눈 덮인 연수원은 방학의 빈 교실처럼 애틋하다. 차분한 마음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이야기 속, 각자는 일상의 분주함을 잠시 멈추고 삶을 정비한다.
올해는 강연을 마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늘 가고 오던 바쁨을 잠시 멈추고 쉼표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보를 탐색해 찾아간 막국숫집의 모습은 기대한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
[송길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다시 로컬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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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 일들은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몇 가지 사건이나 분위기 같은 것들만 단편적으로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그중에서 유독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대충 끝내고’ 사건인데, 그 전말은 다음과 같다. 화장실 청소 당번을 맡은 나와 몇명의 친구가 있었다. 초등학생에게 화장실 청소가 쉽거나 유쾌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럭저럭 충실하게 청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 다음날이었다. 선생님이 친구들을 불러서 화장실 청소를 그렇게 대충 하면 어떡하냐고 혼을 내었다.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한 우리는 당황했고, 선생님이 워낙에 강하게 말을 해서 뭔가 잘못했나 하는 마음에 내심 억울해하면서도 움츠러든 채로 있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 정도로 끝났으면 이 사건은 그저 그런 좀 억울하게 혼난 일로 정리되었을 것이고, 크게 기억에 남지 않았을 것이다.
이 사건의 억울한 점은 따로 있었다.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근거가 한 친구의 일기장 때문이었는데, 선생님은 일기장 검사를 한 후 네가 청소
[윤덕원의 노래가 끝났지만] 올해의 목표는 대충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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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매번 각색의 어려움에 대해서만 이야기한 것 같은데, 한번쯤은 반대로 영상 매체로 각색되었으면 희망하는 작품들을 한번 추천해보고 싶다. 읽는 것만으로 머릿속이 시각적인 이미지로 충만해지고 스크린에 실물로 형상화된 모습을 꼭 두눈으로 마주하고 싶어지는 소설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은 듀나의 <대리전>이다. 지구인의 몸에 원격 통신으로 접속한 외계 관광객들이 ‘부천’에 모여 온 우주의 운명을 건 전쟁을 벌이는 이야기로, 한국 SF가 한국이라는 무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작품인 것 같다.
지금에야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한때는 한국을 배경으로 SF를 쓰는 일이 어딘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시기가 있었다. 그래서 많은 작가들은 한국인이 아닌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거나, 한국인이 주인공이더라도 한국이 아닌 다른 국가나 우주, 먼 미래를 배경으로 소설을 썼다. 어쩌다 현대 한국을 배경으로 할 경우에도 과학자 주인공이 연구실을 벗어나지 않
[이경희의 오늘은 SF] 꼭 영상으로 보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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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면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이다. 명절의 의미가 휴가의 의미로 대체된 지 오래지만, 맛있는 떡국과 세뱃돈과 덕담과 새해 인사는 여전히 설 연휴를 훈훈하게 만든다. 깨끗한 마음으로 열심히 새해를 살아보겠다는 다짐 혹은 계획도 더이상 미룰 수 없다. 음력 1월1일이 되었으니 진짜 새해가 시작된 것이다. 새해에는 감사의 마음을 부지런히 전하며 살자는 소소한 다짐도 해본다. <씨네21> 설 합본 특대호를 만들면서도 감사한 사람이 참 많았다. 우선 2023년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망 특집 기사에 참여해준 64명에게 특별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제작사, 투자배급사, 매니지먼트사 등 영상 콘텐츠 산업에 종사하는 주요 산업 플레이어 64명(명단은 56쪽에 실려 있다)이 올해 영상 산업의 키워드부터 올해 주목하는 배우와 감독과 제작사, 올해 기대하는 영화와 드라마 등을 꼽는 길고 긴 설문에 기꺼이 응해주었다. 업계에서 바쁘기로 소문난 이들인데도, <씨네21>은 왜 매번
[이주현 편집장] 감사할 사람이 참 많은데, 소개할 기사도 참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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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학기 한 수업에서 학생들과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함께 읽었다. 네번에 걸쳐 나눠 읽으면서 매번 책의 내용과 관련된 토론 주제를 던져주었는데 그중 “왜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의 창조물을 버리고 도망쳤을까? 흉측한 외모 때문이었을까?”라는 질문도 있었다. 나의 예상과 달리 (‘흉측한 외모 때문이었을까?’라고 질문을 덧붙였기 때문에 ‘단순히 외모 때문은 아니’라는 상투적인 답이 나올 수도 있겠다고 예상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괴물’처럼 생긴 창조물의 외모를 탓했다. 괴물이 프랑켄슈타인에게 버림받은 것도 이후 많은 인간들에 의해 혐오와 두려움의 대상이 된 것도 다 그의 괴물 같은 외모 때문이라고 봤다. 소설의 중반 이후 괴물이 프랑켄슈타인에게 자신과 비슷한 배우자를 만들어달라고 하는 대목에서 몇몇 학생들은 자신이 괴물이었다면 ‘성형수술’로 외모를 바꾸어달라는 요구를 했을 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여러 SF영화에 등장하는 복제인간이나 사이보그 혹은 안
[임소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 미인이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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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만화는 SF와 거리가 가까웠던 것 같다. 한동안 영화판에서 많은 인기를 끈 초능력 영웅이 나오는 만화들은 더욱더 그랬던 것 같다. 이런 만화의 원조 격이라면 <슈퍼맨> 시리즈일 텐데, <슈퍼맨>은 지구에 떨어진 외계인 이야기니 영락없는 SF다. 흥행에 성공을 거둔 영화판 <슈퍼맨> 시리즈 세편은 SF 성격이 더욱 뚜렷하다. 1편은 멸망하는 외계 행성 이야기를 상당히 중요하게 다루었고, 2편은 외계인의 지구 침공 이야기를 중심에 두고 있다. 다른 길로 나갈 여지도 충분했던 <슈퍼맨3>조차 대단히 뛰어난 초고성능 컴퓨터를 이용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SF 소재가 중심이다.
그 후로 이어진 예는 대단히 많다. 출발부터 정통 SF로 시작하는 <아이언맨>은 대표 격이고, <헐크>나 <스파이더맨>조차 과학 실험을 위해 준비하던 무엇인가가 있었는데 그게 잘못되면서 주인공이 탄생했다면서 출발하는 내용이라
[곽재식의 오늘은 SF] 방향이 좋은 콘돌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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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두 글자 제목의 영화가 유행인가. <교섭> <유령> <정이> <밀수> <피랍> <드림> <승부> <휴가> <사흘> <파묘> <타겟> <탈주>…. 개봉이 가까워지면 부제가 붙거나 변경될 가능성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간결한 제목이 장문의 문장형 제목보다 외우기 수월해 좋다(물론 원고를 쓸 때는 몇번만 언급해도 글량을 채워주는 긴 제목의 영화가 고마울 때도 있다). 30~40대 남성 관객의 열광적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보다 앞서서 10~20대 여성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조용히 장기 상영에 돌입해 흥행에 성공한 일본영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의 경우 마치 선행성 기억상실증에 걸린 영화 속 주인공처럼 다음날이면 이 영화의 제목을 까먹게 되는데, 이와 유사한 기억력 테스트형 제목의 영
[이주현 편집장] 우리를 설레게 할 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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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10일 KBS1 <생방송 심야토론>(이하 <심야토론>)의 클로징을 보게 된 건 우연이었다. 월드컵 얘기가 한창이던 시절, 잠시 채널을 돌리다가 <심야토론>을 보게 되었다. 거의 끝나갈 때쯤이었다. <심야토론>이 막을 내린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이게 무슨 얘기인가 싶었다. 진행을 맡은 정세진 아나운서가 울먹거리는 것 같았다. 없어지는 것도 이상한 일이지만, 이렇게 소리 소문 없이 없어지는 것은 더 이상했다.
며칠 후 국회방송에서 하는 <정관용의 정책토론>에 나갈 일이 있었다. <심야토론>의 오랜 상징적 진행자였던 정관용도 금시초문이라고 했다. 정말로 소리 소문 없이 벌어진 일이었다. 한국에서 토론 방송의 전성기는 <심야토론>이 생긴 1987년이 아닌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이었던 것 같다. SBS에도 토론 방송이 있었다. 당시 MBC에서 손석희 아나운서가 진행하던 <100분 토론>
[우석훈의 디스토피아로부터] KBS1 ‘생방송 심야토론’ 막방을 보고 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