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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크림>의 속편인 <스크림2>에는 재미있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에 대해 수업 중이던 대학생들이 “흥! 속편은 어차피 다 망하게 마련이야!”라며 소포모어 징크스(성공적인 첫 작품이나 활동에 비해 그에 이은 작품, 활동이 부진한 경우를 가리키는 용어)에 대해 이런저런 토론을 벌이는 것이다. 속편이니까 좀 봐달라는 엄살이 귀엽다. 전작보다 나은 속편은 존재할 수 없다는 학생들의 자조 섞인 발언이 이어지자 한 학생이 발끈하며 반례를 제시한다. <에이리언2>. 음, 이건 좀 논란의 여지가 있다. 교실 속 학생들의 의견 역시 반반으로 갈린다. 리들리 스콧 팬들의 공세에 몰린 학생은 새로운 예시를 꺼내든다. <터미네이터2: 심판의 날>. 그러자 옆에 있던 학생이 빈정댄다. “아, 제임스 카메론의 팬이셨구먼.”
아마도 제임스 카메론이라는 이름을 그때 처음 들었던 것 같다. 물론 그전에도 <타이타닉>을 극장에서 관람한 적이 있지만 초등
[이경희의 오늘은 SF] 제임스 소포모어 카메론 징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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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공연이 코앞으로 닥쳐왔다. 그리고 동시에 한파가 닥쳐오는 바람에 컨디션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목이 붓고 몸살감기가 온 것이다. 오랜만에 병원에 갈 때가 되었다. 조금 참고 기다려보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타이밍임을 나는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 이러다 더 아프게 되면 공연 때는 손을 쓸 수 없게 된다. 직전에 먹는 약들은 그저 통증을 완화시키는 정도일 뿐이다.
이럴 때면 나는 나름 나의 주치의라고 할 만한 조환석내과에 간다. 이곳은 내가 예전에 살던 동네에 있는 명망 높은 내과의원으로, 원장 선생님이 랩(?)을 하시는 것으로 유명한 곳이다. 주로 감기와 연관된 장염 증상에 섭취하면 안되는 음식과 먹어도 되는 음식들을 알려주시는데, 그 내용이 길고 복잡하지만 리듬감이 있어 랩처럼 들린다. 처음에는 마냥 신기하고 재미있기만 했는데, 수년간 방문하면서 그 내용을 거의 외우게 되어 몸 관리에 큰 도움이 되었다. 선생님은 이것으로 화제가 되어 TV에 출연하신 적도 있다. 그
[윤덕원의 노래가 끝났지만] 나의 의사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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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막내아들>이 가고 <더 글로리>가 왔다. 2022년 세밑에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가 <재벌집 막내아들>의 화제성과 인기를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미스터 션샤인> <도깨비> <태양의 후예> <시크릿 가든> 등 대표작이 많아도 너무 많은 김은숙 작가가 넷플릭스에서 선보이는 첫 시리즈라는 점, <비밀의 숲>의 안길호 감독이 연출한다는 점, 그리고 송혜교가 주연이라는 점에서 <더 글로리>는 공개 전부터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던 작품이다. 로맨틱 코미디의 대가인 김은숙 작가가 작정하고 만든 복수극 <더 글로리>는 김은숙의 셀프 패러디와 새로운 시도가 흥미롭게 결합한 작품이다. 이번주 1389호에서 가장 웃긴 글은 유선주 TV칼럼니스트가 쓴 ‘김은숙 월드의 주민들이 <더 글로리>를 본다면’인데, <미스터 션샤인>의 고애신(김태리)
[이주현 편집장] 2023년은 반드시 해피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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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매체를 가지는 것은 근사한 일이다. 말을 하거나 글을 쓰면 누군가가 듣고 읽는다는 것은,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관심의 총량을 뛰어넘는 말과 글이 쏟아지는 시대에 누릴 수 있는 큰 행운이다.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주장할 수 있고,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을 설득할 수 있고,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드러낼 수 있다. 그러나 이 행운에 대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나의 말과 글을 듣는 의사소통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지는 책임이다.
3년이 조금 넘게 이 지면에 글을 쓰면서 매번 부딪혔던 것은 (기술적 부족함도 있지만) 소시민적 두려움이었다. 이 말을 해도 될까, 이 이야기를 꺼내도 될까, 그런 것들. 글을 쓰는 내내 공론장에 진입하는 것을 두려워했으나, 돌이켜보면 이 지면을 수락한 순간부터, 아니 어쩌면 유튜브를 시작한 때부터 나는 이미 대중에게 공개된 공론장의 일원이었다. 그 사실을 나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두려워했는지도 모른다. 글을 쓰
[김겨울의 디스토피아로부터] 길게 아쉬워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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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 탐정이나 골치 아픈 일들을 돈 받고 해결해주는 전문가, 말하자면 해결사라고 할 만한 사람들은 영화나 TV에 주인공으로 자주 나온다. 이상한 사건에 얽히기 좋은 직업이면서도 경찰이나 검사와 달리 규정과 직업윤리를 초월해 재미있어 보일 만한 태도로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지어낼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SF에서도 미래 세계의 탐정이나 우주의 해결사 같은 사람들은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한다. 나는 현상금 사냥꾼도 그 범주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만큼 주인공 일행이 현상금이 걸린 우주 해적이나 미래 세계의 범죄자를 쫓아다니는 SF를 찾아보기도 어렵지 않다.
그런 우주의 해결사들이 등장하는 영화 중 오늘 이야기할 영화는 <크리터스>다. 1986년작인 이 영화는 걸작 취급을 받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유명하지 않다고도 할 순 없다. 그 내용은 우주 저편의 외계에서 범죄를 저질러 검거된 ‘크리터’라는 이상한 우주 괴물들이 탈옥을 하는데 급하게 도망치다 보니 현대의 지구에 떨어진
[곽재식의 오늘은 SF] 혼종의 ‘크리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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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만화’는 언제 어느 때고 변함없이 <슬램덩크>다. <슬램덩크>의 영향력 아래에서 나는 유년기를 보냈다. 1990년대 초반, <슬램덩크>의 새 단행본이 나오는 날이면 오빠와 함께 천원짜리 지폐 2장을 들고 동네 서점으로 달려갔다. 과자 사먹을 돈 아껴서 구매한 새 만화책을 누가 먼저 읽을 것인지를 놓고 씨름하는 것마저 즐거움이었다. 서태웅을 좋아해서 무뚝뚝하고 싸가지 없는 성격까지 닮아갔고, 캐릭터들을 따라 그리다 그림에 재미를 붙여 나도 만화가가 되어볼까 생각한 적도 있다. 무엇보다 그 시절의 수많은 10대들이 그러했듯 <슬램덩크>를 통해 농구의 세계에 입문했으며 이후 거의 모든 스포츠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흔하디흔한 스토리가 바로 나의 얘기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국내 개봉에 맞춰 이노우에 다케히코 작가·감독과 <씨네21>의 독점 인터뷰가 성사되었다. 그는 친필 메시지까지 보내왔다. <슬램덩크&
[이주현 편집장] 콘텐츠 무한 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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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대중교통을 떠올리면 기억나는 사람들이 있다. 전철에는 흘러간 노래의 모창 CD나 온몸으로 매달려도 끊어지지 않는 허리띠, 손전등이 합쳐진 귀이개와 같이 잡다한 물건들을 파는 행상이 있었다. 고속버스에는 휴게소에 정차하면 험상궂은 사람들이 올라와 재빨리 경품을 추첨하고 행운(?)의 당첨자에게 제세공과금이라며 물건을 강매했다.
시내버스에는 “목마른 사슴이 우물을 찾듯~” 구성지게 사연을 읊으며 도움을 청하던 청소년들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삐뚤빼뚤 손으로 쓴 자신의 절절한 사정이 적힌 쪽지를 앉은 승객의 무릎 위마다 올려놓던 손은 곤궁함으로 거칠었다. 돌아보면 그 종이 위의 삶은 한없이 불행했다. 어려운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적 부모를 잃고 혈혈단신 도시로 올라와 배운 것 없이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는 올리버 트위스트 같은 이야기는 소설과 닮았지만 실재했기에 더욱 고단해 보였다. 화불단행(禍不單行), 화는 홀로 오지 않는다는 말처럼 남들에겐 당연한 것처럼 보이는 관계와 자산이
[송길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무기력에 맞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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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공연을 준비하느라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신곡도 준비하고 있고 여러 가지 볼거리들도 준비하고 있지만, 역시나 가장 기대가 되는 것은 기념품이다. 이런 말을 하면 좀 이상하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나는 공연 기념품에 정말로 진심이다. 우리 디자이너들도 진심이다. 멤버들 역시 진심인 것 같고 팬분들도 진심으로 기다리시는 것 같다.
어느 정도로 진지하게 기념품을 대하는지는 우리 멤버들의 생활을 돌아보면 알 수 있는데, 단순히 밴드의 이름만 새겨 가격에 비해 퀄리티가 아쉬운 제품들을 다종 생산하기보다는 검증된 물건들을 참신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아름다운 미적 감각으로 제작해 직접 사용하는 데 있어서는 그 어떤 밴드보다 진심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
멤버들은 1년 내내 적어도 1/3의 시간을 밴드 티셔츠를 착용하고 보내며(나는 거의 연간 1/2 정도 밴드 티셔츠를 착용한다). 집에는 밴드 로고가 새겨진 수건이 있다. 물을 마실 때는 밴드 유리컵을 사용하며, 공연 현수막을 재활용해
[윤덕원의 노래가 끝났지만] 하나 더 살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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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탐정이란 뭐 하는 사람들인가? 현실 속 실제 직업에 대한 궁금증은 물론 아니다. 장르 세상 속에서 탐정이라 불리는 사람들, 혹은 그런 역할을 수행한다고 일컬어지는 캐릭터들에 대한 고민이다. 지금부터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뭘 알려드리고자 함이 아니라, 몰라서 늘어놓는 궁금증의 나열에 가깝다. 혹은 푸념이거나.
좁게 보면 탐정은 미스터리 소설의 주인공을 가리키는 호칭처럼 느껴진다. 그의 공식적인 직업명이 탐정일 수도 있다. 혹은 아닐 수도 있는데, 이야기 소비자들은 편의상 그들을 대충 뭉뚱그려 탐정이라 부르곤 한다.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은가? 구겨진 담배를 물고 회계사 남편의 지저분한 불륜 증거를 수집하는 사람과 폭풍우 치는 섬에 갇혀 몇 남지도 않은 생존자들 앞에서 인디언 인형의 비밀에 대해 장광설을 늘어놓는 사람이 어떻게 같은 직업일 수가 있느냔 말이다.
지난주 곽재식 작가님께서 <매닉스>를 소개해주셨는데, 그 작품을 직접 보진 못했으나 요약된 줄거리를 읽다
[이경희의 오늘은 SF] 해결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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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 달력을 새 달력으로 교체할 때, 혹은 새 다이어리에 첫 일정을 기입할 때 해가 바뀌었음을 실감한다. 아직은 낯선 2023이라는 숫자를 눈에 담으며 새 달력을 펼쳐본다. 두눈을 크게 뜨고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2023년의 공휴일이다. 새해의 첫날은 일요일이지만 현충일, 광복절, 개천절이 모두 화요일이다. 야호! 마침 정부가 2023년부터 부처님오신날과 성탄절을 대체공휴일로 지정하면서 토요일인 석가탄신일도 인자하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보낼 수 있게 됐다. 또한 2023년 6월부터 만 나이가 시행된다니 어쩐지 새해가 되어도 나이가 동결되는 기분이다. 물론 변하는 건 공식적 나이일 뿐 마음의 나이와 몸의 나이간 격차는 점점 커질 일만 남았지만. 그리고 새해에는 식품의 유통기한이 소비기한으로 대체되고(<씨네21>에도 소비기한이 있다면 만년으로 해주시고), 최저시급도 5% 인상돼 처음으로 주 40시간 근로 시 월급이 200만원을 넘게 된다고 한다(우리의 연봉도 계속 오르기를).
[이주현 편집장] 2023년, 한국영화계의 밝은 미래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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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펑크 SF가 유행한 후부터 전자부품과 인공지능이 도시를 뒤덮고 있는 이야기에 훨씬 더 친숙해진 느낌이다. 그렇지만 뛰어난 컴퓨터를 소재로 삼고 있는 SF로 범위를 줄여놓으면 그런 소재가 인기를 끈 것은 사이버펑크 자체보다는 한참 더 오래되었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대표 SF 단편으로 자주 언급되는 <최후의 질문>이 나온 것은 1950년대다. 실험적인 디지털 컴퓨터가 처음 제품으로 나와 연구소에 팔리기 시작할 때, 벌써 컴퓨터를 다룬 SF가 인기를 끌었다.
오늘 소개할 <매닉스>(Mannix)는 1960년대 후반 제작되어 한국에서도 방영된 적 있는 미국 TV시리즈다. 내용은 그 무렵 인기를 불러모은 구식 제임스 본드 영화를 좀더 진지한 분위기로 바꾼 뒤 TV에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하면 어울릴 것이다. 그래도 매주 한번씩 지구를 위기에서 구하기는 쉽지 않을 테니 주인공의 직업이 사립탐정으로 바뀌기는 했다. 그래서 매닉스는 첩보 사건이 아니라 보통 범죄를 해
[곽재식의 오늘은 SF] 매끄러운 매닉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