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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더 이상 쫓아오면 넌 내 손에 죽는다
[정훈이 만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더 이상 쫓아오면 넌 내 손에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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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정전> 阿飛正傳
감독 왕가위 / 상영시간 100분 / 제작연도 1990년
영화 <아비정전>은 아비(장국영)와 수리진(장만옥)이 처음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아비는 체육관 매점에서 일하는 수리진에게 콜라를 사며 유혹의 말을 건넨다. 이어서 등장하는 밀림 장면. 옅은 안개에 싸인 열대 밀림의 풍경이 느리게 이동하는 카메라에 담기고, 그 위로 영화 제목과 서정적인 기타 선율이 흐른다. 그러고는 다시 아비와 수리진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짧게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이 낯선 밀림 이미지는 영화 마지막에서 아비가 죽기 직전 기차를 타고 지나가며 보는 풍경이다. 그러니까 영화는 처음부터 그 끝을, 주인공의 죽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같은 영화의 구조는 아비의 마지막 독백을 떠올리게 한다. ‘어디로도 갈 수 없었던 발 없는 새, 처음부터 죽어 있었던 새.’
각자의 시간을 사는 인물들
영화의 배경은 1960년대 초 홍콩. 아비와 수리진은 연인 사이다. 아비가 미
[김호영의 네오 클래식] 왕가위의 '아비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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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가 다큐멘터리 <본명선언>을 만든 홍형숙 감독의 <흔들리는 마음> 무단 도용 논란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흔들리는 마음>을 연출한 재일 동포 양영희 감독이 문제를 제기한 지 6개월 만의 일이다. 양영희 감독은 올해 1월 <씨네21>을 통해 22년 전 홍형숙 감독이 <본명선언>을 연출하며 <흔들리는 마음>의 9분40초 분량을 자신의 허락 없이 무단 도용했다는 문제를 제기했고, 홍형숙 감독은 사전에 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논란을 빚었다. 2월에는 서울기록원에서 <흔들리는 마음>과 <본명선언>의 비교상영회가 열렸으며, 4월에는 양영희 감독이 부산영화제측에 1998년 당시 <본명선언>으로 홍형숙 감독에게 수여한 운파상 수상을 철회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양측 감독의 증언과 소명자료를 검토한 부산영화제는 “법적 시효가 만료되어” 운파상을 철회하기 어렵다면
[장영엽 편집장] 창작 윤리에 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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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은 말하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다. 말하는 게 직업인 여성들이 말할 수 없었던 내용을 끝끝내 소리내는 이야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인턴> 등 일하는 여성이 주인공인 스토리에 음악을 입혔던 시어도어 셔피로는 이 작품이 전작들과 어떻게 다르며 무엇을 핵심으로 하는지 빠르게 간파했다. 그리고 베테랑 작곡가로서의 자신은 한발 물러서기로 결심한다. ‘여성의 목소리를 영화음악의 주재료로 삼고, 유능한 여성 음악가들의 도움을 적극 받자.’ 영화의 중심에 그레천 칼슨(니콜 키드먼), 메긴 켈리(샤를리즈 테론), 케일라 포스피실(마고 로비) 세명의 여성이 있다면, 영화음악의 중심에는 캐럴라인 쇼, 페트라 헤이든, 수잔나 홉스 트리오가 있다. 미국의 여성 록밴드 ‘뱅글스’ 멤버이자 제이 로치 감독의 아내인 수잔나 홉스, 아카펠라 장르로 솔로 앨범을 여러 장 발표한 페트라 헤이든이 먼저 아이디어의 기초를 닦았다. 일반적인 보컬
[Music] 여성 트리오가 완성하다 -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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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것을 좋아해 어릴 때부터 이런저런 글을 써왔지만 전통적 의미로서의 ‘순문학’에 속하는 소설을 쓰는 일은 피해왔다. 한편으로는 내가 그러한 글을 쓸 수 없는 사람이라고 섣불리 판단해서였고, 다른 한편으로는 소설을 쓰게 될 경우 낱낱이 드러날 현실의 파편들이 두려워서였다. 내가 쓰고 싶어 하는 어떤 이야기들은 그 이야기에 간접적으로나마 표현될 인물들이 죽기 전까지는 쓸 수 없을 것이라는 게 나의 개인적인 전망이었다. 그래서 시를 썼고 그래서 SF소설을 썼다. 어디에 발표하지 않는 작품일지라도 그랬다. 한번 글로 표현되고 나면, 그 글 속에서 재구축된 인물들이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인간에서 인물의 지위로 옮겨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다.
모든 창작자는 이러한 재구축의 함정을 정면으로 돌파해야 한다는 짐을 진다. 나는 음악을 만들고 가사를 쓰면서는 이러한 함정을 넉넉히 피해가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훨씬 더 구체적이고 핍진성을 요하는 소설이라는 영역에
예술에 겁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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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끼리 결혼해서 이혼한 커플 하나도 없다? 그 누구도 (이혼) 1호가 되기 싫은 거지.”JTBC 예능 프로그램 <1호가 될 순 없어>는 개그맨 박미선이 했던 말에서 시작되었다. 희극인 부부 1호인 팽현숙-최양락, 4호 박준형-김지혜, 12호 강재준-이은형의 일상을 보여주고, 3호 박미선(이봉원은 종종 CG로 소환된다)과 다행히 아직 자유의 몸인 장도연이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 출연자들의 방송 경력은 도합 197년에 달한다. ‘이혼’을 ‘1호’라는 표현으로 대체하고, “1호가 될 순 없지만 언젠가 2호는 될 수 있다”고 의미심장한 여운을 남기며, “다른 개그맨하고 결혼해서 또 나올 수 있느냐”는 질문에 놀라긴커녕 반색하는 분위기는 무엇보다 웃기려는 마음이 앞서는 이 집단의 특성을 보여준다. 아무것도 안 하면서 눈치 없이 들썩대는 명절날 큰아빠처럼 입바른 소리만 자꾸 해대는 최양락과, 외식 사업에 방송은 물론 가사노동까지 완벽을 추구하면서 최양락을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 싹
'1호가 될 순 없어', 그래도 내가 더 웃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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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왜 하반신만 나오다 말죠?
[정훈이 만화]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왜 하반신만 나오다 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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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얼마 전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발간한 ‘2020년 상반기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를 읽다 보니 6개월 만에 이 많은 변화들이 일어났나 싶을 정도로 지난 상반기가 아득하게 느껴진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극장을 찾은 전체 관객수는 3241만명으로, 지난해 대비 관객수가 무려 7690만명 감소했다. 이는 2005년 이후 최저에 해당하는 수치다. 관객수가 급감하며 개봉을 미루는 상업영화들이 늘어났고, <위대한 쇼맨> <라라랜드> 등의 재개봉작들이 3, 4, 5월의 극장가를 견인했다. 코로나19의 전세계적인 확산과 더불어 한국 극장가에서 성수기와 비수기의 구분을 없애는 데 기여한 할리우드 프랜차이즈 영화들이 사라졌으며, <닥터 두리틀>(4위)과 <1917>(10위)을 제외한 상반기 국내 박스오피스 10위권의 거의 모든 작품이 한국영화로 채워졌다. 극장 개봉에서 넷플릭스 공개로
[장영엽 편집장] 상반기를 결산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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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예능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에 음악이 삽입되면서 한국에서 인기가 급상승한 미국 밴드 크루앙빈. 2018년 서울재즈페스티벌을 통해 처음 내한했으며 이듬해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단독공연을 매진시켰다. 이제 한국에서도 20, 30대를 중심으로 팝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밴드다. 그런데 아직 우리는 크루앙빈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많다. 파보면 파볼수록 흥미로운 정보들로 넘쳐나는데 말이다. 일단, 기본적으로 밴드 이름인크루앙빈(실제로는 ‘크룽빈’이라고 발음한다)은 비행기를 뜻하는 태국어 ‘เครื่องบิน’ 에서 나왔다. 드러머인 도널드 디제이 존슨과 기타리스트인 마크 스피어가 텍사스 휴스턴의 한 교회 가스펠 밴드에서 만난 게 팀의 시작이다. 베이시스트인 로라 리가 합류하며 크루앙빈이 완성됐다. 크루앙빈의 매력은 음악 그 자체이기도 하지만 의상에서 진짜 멋이 폭발한다. 로라 리는 데이비드 보위, 프린스, 그레이스 존스와 같은 위대한 뮤지션들의 무대
[Music] 청각의 멜팅 팟 - 크루앙빈<Mordech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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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은 명실공히 디스토피아다.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축복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이동환 목사를 교회의 재판위원회에 회부했다. 교회 사건에는 교회 내부 규정이 적용되는데, 교회 재판위원회는 교인을 ‘처벌’할 수 있다. 가장 무거운 처벌은 출교인데, 공동체에서 한 사람을 죄인으로 선포하며 내보내는 것이다. 이동환 목사는 성소수자 문제 외에도 노동현장에서 자주 연대해온 현장의 종교인이다. 탄원서를 쓰자는 링크가 와서 이름을 썼다. 탄원서에는 하고 싶은 말을 덧붙이는 칸이 있었다. 나는 “응원하고 연대하고 지지합니다”라고 썼다. 언제나 진심이지만, 날마다 새로운 사건이 있고 새로운 좌절이 있는 이 디스토피아에서, 이 말은 이제 자동 출력 문구나 다름없다.
어느 단체의 성소수자 난민 지원 모금이 마감을 임박해서도 목표액을 채우지 못했다. 나는 허겁지겁 추가 기부금을 냈다. 목표액이 높지 않았는데도 마지막까지 아슬아슬해 마음이 좋지 않았다.
대한민국,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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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이면 몰라도 사람들은 구의원에는 관심 없죠. 그래서 일년에 90일만 근무하고 연봉 오천을 받는 신의 직장을 지역 유지, 건물주, 정당인들이 나눠 먹는 겁니다.” 마원구청 5급 사무관 서공명(박성훈)의 말처럼, 우리 동네 구의원이 누군지는 몰라도 돈 이야기엔 솔깃해진다. 29살의 ‘연쇄 퇴사러’ 구세라(나나)도 그랬다. 부당한 상황에 분노하는 족족 비자발적인 퇴사 이력만 쌓이던 그는 취업 대신 구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다. KBS 드라마 <출사표>의 시작이다. 학력, 경력, 단체, 정당 없는 무소속 후보. 15년간 지역 불편을 꼼꼼하게 살핀 구청 홈페이지 민원왕 타이틀로 아무리 분투해도 예상 득표율은 9%. 보수와 진보 두 거대정당의 지원을 받는 1번과 2번 유력 후보를 두고 기호 5번 구세라가 당선될 가능성은 희박했다. 그리고 선거 막판,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2번 손은실 후보(박미현)가 합동 연설 중, 구세라 지지를 밝히고 후보 사퇴를 선언한 것이다. 손은실은 구
'출사표', 여자들의 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