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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리스, 양들의 비명은 멈췄나?” 나는 오랫동안 이 질문을 기억했다. FBI 교육생인 ‘클라리스 스털링’은 상사인 ‘크로포드’에게 명령 하나를 받는다. 식인 살인마 ‘한니발 렉터’와 인터뷰를 하고 오라는 것. 사람의 가죽을 벗기는 연쇄살인마 ‘버팔로 빌’에 대한 정신감정과 정보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희생자는 계속 등장하는데, 수사는 난관에 봉착했기에 한 선택이었다. 왜냐하면 살인마의 마음은 누구보다 살인마가 잘 아니까. 야심찬 교육생 클라리스는 명령대로 한니발 렉터에게 접근하고, 그와 점점 가까워지며 사건의 진상에도 접근한다. 이것이 바로 유명하고도 유명한 영화 <양들의 침묵>의 스토리.
나는 이 영화의 장면 대부분을 좋아한다. 고딕성의 지하감옥 같은 한니발 렉터의 독방, 버려진 무덤 같은 버팔로 빌의 지하실, 꿀을 먹고 통통하게 자란 나방의 누에고치, 날개를 펄럭이며 밝은 곳을 향해 날아가는 나방들, 한니발 렉터의 수집품들. 그리고 ‘작품들’. 무엇보다 이 모든
[강화길의 영화-다른 이야기] 얼어붙은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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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 제작 화성영화주식회사 / 감독 강대진 / 상영시간 97분 / 제작연도 1961년
1961년은 한국영화의 이정표가 된 해라고 할 수 있다. 훗날 한국영화사의 대표작으로 평가되는 <성춘향>(감독 신상옥), <마부>(감독 강대진), <오발탄>(감독 유현목), <삼등과장>(감독 이봉래), <노다지>(감독 정창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감독 신상옥), <현해탄은 알고 있다>(감독 김기영), <서울의 지붕 밑>(감독 이형표) 같은 영화들이 연이어 등장했을 뿐만 아니라 이 작품들은 한국영화라는 길을 찾는 과정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성공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후시녹음을 기반으로 한 흑백영화였지만 제작환경이 허락하는 한 최고의 기술적 완성도를 보여줬고, 오랜 모색 끝에 서구영화의 여러 요소들을 한국영화의 것으로 소화해낸 작품들이었다. 특히 그 영향의 대상은 전후 한국영화의 정신
[정종화의 충무로 클래식] 한국인의 삶에 관한 세련된 성찰 '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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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담보' 영업시간도 끝났으니 담보한테 가볼까?
[정훈이 만화] '담보' 영업시간도 끝났으니 담보한테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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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내게 소중했던 그 이야기를 들려줘. 그 옛날 내가 즐겨 들었던 그 노래를 불러줘.’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칠중주: 홍콩 이야기>는 영국 작곡가 토머스 헤인즈 베일리가 작곡한 <그 옛날에>(Long, Long Ago)로 영화의 시작과 끝을 열고 닫는다. 애틋했던 과거의 순간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노래하는 이 곡은 홍콩과 홍콩영화의 역사를 반추하는 옴니버스영화의 사운드트랙으로 최적의 선택이다.
두기봉 감독이 제작하고 홍금보, 허안화, 담가명, 원화평, 두기봉, 임영동, 서극 감독이 연출한 <칠중주: 홍콩 이야기>는 1950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70여년의 세월을 경유하며 홍콩의 역사와 공간, 문화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홍콩영화의 가장 찬란했던 순간을 함께했던 감독들은, 당연한 말이지만 그들이 사랑하는 공간을 매력적으로 담아내는 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듯 보였다.
그곳에는 물구나무서기로 하루를 시작하는 희극학원
[장영엽 편집장] 이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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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이 다른 장르와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은 감상의 단위가 매우 세밀하다는 데에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어떤 음악을 들을 때 그 곡이 가진 고유의 선율과 리듬, 가사, 편성 등을 토대로 좋고 나쁨을 순식간에 판단한다. 그러나 클래식은 이 모든 요소가 몇 백년 전에 결정된 그대로, 변동 하나 없이 거듭 소비되는 장르다. 정해진 음표를 어떤 속도와 음량으로 연주하는지, 어느 부분을 상대적으로 부각하는지, 이 모든 작용이 종합되어 만들어내는 사운드의 질감은 어떤지 등에 자세히 귀 기울이는 것이 클래식 음악 감상의 요체다.
때문에 클래식을 클래식으로 만드는 건 연주자이다. 그들은 각자 가진 기술, 감성, 해석으로 듣고 또 들어온 음악을 새롭게 창조한다. 연주자들에게 선택되어 그 연주가 대중에게 받아들여질 때, 비로소 한 작곡가의 음악은 생명을 연장한다. 연주자들 역시 작곡가가 곡을 쓸 때부터 심어놓은 음악적 맥락을 기본적으로 따라가기에, 해석의 차이라는 게 존재하긴 해도 겉으로
[Music] 취향의 바흐 찾기 - 랑랑 《Bach: Goldberg Vari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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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자궁이 있다. 올해 초, 나는 미레나 교체 시술을 받았다. 미레나는 매일 일정량의 황체호르몬을 내보내는 루프를 자궁 내에 삽입하는 피임법이다. 자주 나타나는 부작용 중 하나로 무월경이 있다. 무월경은 자연스러운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엄연히 부작용이지만, 이 부작용에 당첨(?)된 다음부터 내 삶의 질은 크게 향상되었다. 나는 본래 정확히 28.5일 주기로 5일간 생리를 했다. 생리주기가 30일 미만이라 한달에 두번 생리기간이 돌아왔다. 월로 따져보면 한달에 앞쪽 생리와 뒤쪽 생리를 합쳐 거의 정확히 일주일을 생리를 했다. 생리기간이 규칙적인 것은 그 자체로 아주 운이 좋은 케이스다. 생활이 예측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허겁지겁 생리대를 살 편의점을 찾거나 핏물이 든 엉덩이를 가리려 카디건을 허리에 묶을 필요가 거의 없었다. 생리전증후군도 심하긴 해도 뚜렷했다. 달리 말하면, 생리주기나 기간이 일정하지 않은 사람들은 언제나 일정 수준의 예측 불가능성을 감당하며 살고 있다.
나
[정소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생리하는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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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해하고 치료받고 또 연습실에 왔어요.” “실수하면 얼음 넣은 양동이에 머리 박고 있으라고 했어요.” “개같이 벌었지만 4년 동안 정산서 한번도 못 받았어요.” MBN <미쓰백>은 잊혀진 걸그룹 출신 가수들에게 ‘인생곡’을 만들어준다는 취지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막이 오르자 쏟아진 것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나올 법한 참혹한 증언들이다. 소속사 결정에 따라 수위 높은 섹시 컨셉을 수행했던 가영(스텔라)은 계약 종료 후 몇년이 지난 지금도 SNS 다이렉트 메시지로 성기 사진이나 ‘스폰서 제안’을 받는다. 노출이 과하면 빼주겠다는 소속사의 제안으로 찍었던 테스트용 사진이 그대로 공개됐고, 온라인에는 ‘망한 그룹’, ‘스타킹만 신고 나오는 그룹’이라는 조롱이 남았다. 2014년 그룹을 탈퇴한 세라(나인뮤지스)는 공황장애와 우울증 약 부작용으로 새벽에 몇번이나 잠에서 깨 음식을 먹고 잠들기를 반복한다. 회사 없이 혼자 활동하느라 은행 대출을 받아 생활
'미쓰백', 이름을 불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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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만세> 愛情萬歲
감독 차이밍량 / 상영시간 113분 / 제작연도 1994년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사랑의 가능성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파스빈더는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삶의 의미를 잃고 감정마저 잃어가는 독일의 전후 세대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차이밍량의 영화 <애정만세>에는 그 사랑의 가능성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가까워졌다가 멀어지는 감정의 미세한 파동만 있을 뿐, 사랑은 아예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보인다. 이 차갑고 불편한 시선은 단지 그만의 것일 수 있다. 혹은 삶의 어느 시기에 대한, 가령 아직은 사랑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는 청춘에 대한 그만의 냉소적인 시선일 수 있다. 그렇다 해도, 공허와 고독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치는 영화 속 주인공들의 모습은 우리의 망막에 남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사실은 우리 모두가 그 끔찍한 고독의 시간을, 희망이 있어 더 쓸쓸한 공허의 시간을 지나왔거나 지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김호영의 네오클래식] 차이밍량의 '애정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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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소리도 없이' 조직을 떠날때는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 알고 있겠지?
[정훈이 만화] '소리도 없이' 조직을 떠날때는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 알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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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조용한 사무실에서 연쇄적으로 퍼져나가는 기자들의 한숨 소리를 들으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코로나19 라는 초유의 상황으로 인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프레스 배지를 발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화제작의 경우 별도의 온라인 언론 시사를 진행하지 않는 작품이 많아 기자들도 영화를 보려면 관객과 예매 전쟁을 치러야 하는데, 오늘(10월 15일)이 바로 그날이다. 영화당 1회 상영을 원칙으로 하기에 예매가 쉽지 않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해당 상영작은 매진되었습니다’라는 문구와 마주하고 나니 허탈감이 앞선다. 다년간의 굿즈 구매 경험으로 가장 수월하게 예매에 성공할 거라 짐작했던 김현수 뉴미디어팀 팀장이 ‘그동안 너무 안일하게 살았다’고 가슴을 치며 반성하는 한편, 온라인과 가장 거리가 먼 송경원 기자가 예매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작품 중 하나인 픽사의 신작 <소울> 예매에 성공하는 등 <씨네21> 기자들 사이에서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장영엽 편집장] 극장은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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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가 데뷔한 지 4년이 지났다. 세월 참 빠르다 싶다가도 이들이 기록한 숫자를 보며 시간의 무게를 느낀다. 블랙핑크는 활동 4년 만에 5천만명이 넘는 유튜브 구독자를 모으며 저스틴 비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채널을 보유한 아티스트가 되었다. 2018년 발표한 <뚜두뚜두> 뮤직비디오는 2019년 11월 K팝 그룹 최초로 조회수 10억회를 넘겼다.
최근 셀레나 고메즈 피처링으로 발표한 싱글 《Ice Cream》은 빌보드 싱글 차트 핫100에서 13위를 기록했는데, 이는 K팝 걸 그룹 역대 최고 순위였다. 바뀌기 전 기록도 블랙핑크가 기록한 33위였다. 《The Album》은 그렇게 끝없이 자신과의 싸움 중인 이들이 데뷔 이후 처음 발표하는 첫 정규 앨범이다. 아무리 앨범의 의미가 퇴색되었다지만 첫 앨범을 4년 만에 내놓을 일인가 퉁명스러운 기분을 가르고 첫곡 <How You Like That>이 흐른다. 피할 수 없으니 솔직해지자면, 이 첫
[Music] 이것이 우리의 세계! - 블랙핑크 《The Alb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