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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즐거운 일기> Caro Diario
감독 난니 모레티 / 상영시간 100분 / 제작연도 1994년
‘나는 자급자족한다.’ 1976년 스물세살의 청년 난니 모레티가 발표한 첫 번째 장편영화의 제목이다. 그로부터 21년 후, 모레티는 정말로 완벽하게 자급자족하는 영화인이 된다. 제작에서부터 각본, 연출, 배급,상영에 이르기까지 영화의 전 과정을 스스로 해결하는 유일무이한 1인 제작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그사이 그는 무명감독에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성장했고, 자신의 주도하에 영화 제작사와 극장, 배급사를 하나씩 만들어갔다. 강한 의지와 확고한 신념이 없으면 안될 것 같은 이 꿈같은 과업의 장본인은 그러나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후회하는 소심한 남성이다. 1994년에 발표한 <나의 즐거운 일기>는 독보적인 영화인이자 평범한 생활인으로서의 모레티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영화다. 그리고 그의 영화 여정의 중요한 변화를 알리는 작품 이기도 하
[김호영의 네오클래식] 난니 모레티의 '나의 즐거운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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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크록은 죽은 것같이 보였다. 기분 좋게 달콤하거나 관념적으로 우울한 분위기의 노래들이 매끈한 질감으로 팝과 힙합과 전자음악이라는 장르를 입고 대중과 더욱 가깝게 교감하고 있으니까. 그러나 2017년, 영국의 하드코어 펑크록 밴드 아이들스가 등장한 후에는 사정이 조금 달라졌다. 이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은 모습으로 침을 튀기고 분노하며 고함을 쳤다. ‘너는 왜 직장이 없니?/ 너는 왜 상장이 없니?/ 너는 왜 학위가 없니?/ 너는 왜 축구를 안 좋아하니?/ 잘한다 잘해’라는, 영국인 특유의 이중적이고 냉소적인 조롱이 담긴 노래<Well Done>을 타이틀로 발매한 데뷔 앨범 《Brutalism》은 거칠고 야성적인 펑크록의 당당한 귀환을 선언하는 것이었다. 이후 아이들스는 연간 190회가 넘는 공연(그러니까 이틀에 한번씩 무대에 선 셈이다)으로 영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밴드가 되었다. 2018년에 발매한 두 번째 음반 《Joy as an Act of Resis
[Music] 영국식 냉소와 21세기 펑크록 - 아이들스 《Model Vill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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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이 직업이라 이틀에 한번꼴로 책을 추천해달라거나, 독서의 효용을 이야기해달라거나, 책 안 읽는 우리 상사와 우리 아이를 설득해달라는 강연 요청 및 구독자들의 메시지를 받는다. 강연을 하러 가서는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왜 다른 매체가 아니라 책인지 말해달라는 주최측의 요구에 1시간30분정도를 들여 답한다. 땀을 뻘뻘 흘려가며 강연을 마치고 나서 현장 질문을 받으면 두번 중 한번꼴로 누군가 묻는다. 책을 꼭 읽어야 하나요?
이 질문은 사실 외통수 질문이다. 나는 매번 “모두가 꼭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하면서 “영화나 게임 같은 다른 좋은 매체들이 있습니다”라고 부연한다. 문제는 내가 다른 좋은 매체에서 느낀 감상이 내가 책을 많이 읽기 때문에 생긴 감상 능력인지는, 대조군을 두고 실험을 해본 게 아니라면 알 수가 없는 일이라는 점이다. 2회차 정도에 책을 읽지 않고 살아봤다면 자신있게 답할 수 있겠지만.
아무튼 간에 나는 진심이다. 훌륭한
[김겨울의 디스토피아로부터] 게임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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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이 지나도 어떤 순간이 선명하게 남으리라 예감한 적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강렬한 예감도 반복되면 익숙해지고 자신이 무엇에 반응하는지, 예감의 바닥에 가라앉은 감정을 해명하는 데 집중하게 된다. 새삼스러운 권태나 찰나의 충실감으로 인한 각성이 예감의 실체구나 싶을 때도 있고, 누군가의 뒷모습을 눈에 새겨넣는 그때, 상대를 훼손하고 관계를 망쳐버리고 싶은 충동을 곱씹기도 한다.
‘스물아홉 경계에 선 클래식 음악학도들’의 이야기. SBS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보면서 예감으로 동요하고 감정 안쪽을 살피는 인물들에 공명한다. 이들에게 음악은 말을 대신하는 언어가 되고 또 짝사랑의 대상이기도 하다. 명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4수 끝에 바이올린 전공으로 다시 입학해 졸업을 앞둔 채송아(박은빈)는 연주가로 살기엔 모자란 자신의 재능에 초라함을 느낀다. 송아가 무대 뒤편에서 지켜보던 피아니스트 박준영(김민재)에겐 ‘한국인 최초 쇼팽 국제 콩쿠르 1위 없는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위로가 필요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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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녀> 제작 김기영프로덕션 / 감독 김기영 / 상영시간 108분 / 제작연도 1960년
1960년 4월 혁명은 한국의 정치사회뿐만 아니라 한국영화에도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었다. 1961년 5월 군사 쿠데타로 민주주의 시민혁명의 의미가 순식간에 퇴색되기까지 약 1년간, 한국영화계는 자유로운 영화 창작에 대한 희망과 이러한 분위기가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는 불안이 복잡하게 교차했다. 이러한 시대적 공기가 이전의 한국영화에서는 볼 수 없던 새로운 작품들이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음은 분명하다. 1960년 초반 일간지 기사에 의하면, 영화인들은 자본이 아닌 그들이 직접 주체가 된 동인제 프로덕션을 결성하고 한국영화의 전환점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리고 1961년을 기점으로 훗날 한국영화사의 대표작으로 기록되는 작품들이 일거에 등장했다. 1960년 12월에 개봉한 <표류도>(감독 권영순, 1960)부터 <마부>(감독 강대진, 1961), <
[정종화의 충무로 클래식] 작가주의 인장과 장르적 경제성을 동시에 성취한 '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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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뮬란' 아픈 아버지를 대신해서 주인공이 남장을 하고 군대에 가는 얘기죠
[정훈이 만화] '뮬란' 아픈 아버지를 대신해서 주인공이 남장을 하고 군대에 가는 얘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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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가세요?” 대신 “어디 안 가시죠?”라 묻는 명절 인사를 난생처음으로 주고받는 요즘이다. 이번 추석 연휴에는 귀향과 여행 등의 이동을 최대한 자제해달라는 방역 당국의 당부가 있었던 만큼,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하고 차분하게 명절을 보내고자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시류가 이러하다보니 창간 기념호, 송년호, 신년호와 더불어 <씨네21> 기자들이 가장 많은 인터뷰이들을 만나고 가장 많은 공력을 쏟아붓는 추석 합본 특대호를 기획하며 고민이 깊었다. “코로나19 시대에 연대하는 방법은 역설적이지만 흩어지는 것”(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라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특대호의 재미를 잃지 않는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방식의 접근이 필요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추석 합본호 취재의 중요한 조력자는 디지털 기기라 할 만하다. 최근 극장에서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할 때 자주 사용되는 ‘줌’ 화상채팅은 저 멀리 요르단에서 신작 <교섭>의 촬영을 마무리하고 입국을
[장영엽 편집장] 연결하며 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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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면 인스타그램 여기저기에 전세계 관광지 사진이 올라왔을 텐데, 올해는 그 자리를 집 앞 공원과 아파트 화단이 채우고 있다. 천변을 걷거나 교외로 드라이브를 가는 사진도 올라오곤 하지만 그게 최대치인, 쪼그라든 휴가의 풍경이다. 음원 사이트의 메인 화면에서 십수개씩 나열된 신보 중 김지우의 음반에 눈길이 간 건 그 풍경과 닮은 앨범 커버 때문이었다. 한강공원에서 바라본 석양에 물든 강물과 다리. 고단한 하루의 끝에 ‘오늘도 살아냈구나’란 안도와 ‘이런 아름다움이 가까이에 존재했구나’란 감사가 함께 피어나는 공간. 그걸 보고 있자니 마치 삶의 무대로 오로지 일상만을 허락받은 우리의 모습이 서로를 거울처럼 비추는 듯했다.
일년에 한두번 겨우 주어졌던 이벤트마저 사라지고 고독이 강제된 상태에서 일상을 사랑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김지우의 EP 《여름의 기억들》은 그 복잡한 심경을 노래한 음반이다. 수록곡의 제목은 <한강> <항해> <정원>
[Music] 2020년 여름의 기억들 - 김지우 《여름의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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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은 장학사업을 하고 있다. 베트남, 캄보디아, 네팔에서 여학생들의 고등교육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장학사업에도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우선 내가 장학생들을 만나러 가지 못한 것이다. 원래 5월에 캄보디아와 베트남에 가서 장학금과 물품 수여식을 하고, 장학생들과 라포(정서적 친밀감과 신뢰) 형성을 한다. 혹시나 해서 일정을 잡았지만 역시나 행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 대신 편지를 쓰고 선물을 준비했지만, 방역 때문에 보낼 수 없었다. 이동을 초기부터 통제한 베트남에서는 고등학교는 휴교하고 대학교는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다. 캄보디아의 장학생들은 수업도 받고 봉사활동도 하고 축제도 하고 있었다. 네팔의 고등학교도 휴교를 했다. 휴교를 한 나라나 하지 않은 나라나 불안하기는 매한가지였다.
특히 장학생들의 통학시간이 긴 네팔이 걱정이었다. 네팔에는 장학생이 다섯명 있는데, 카트만두 시내에 사는 장학생은 한명뿐이고 나머지는 고산지대에서
한명도 사라지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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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요즘 세상에 누가 감히 “업무보GO 끝났으면 업무보STOP!”처럼 썰렁한 농담을 하나? 지난 8월 18일, 유튜브 <빙그레TV>에 “[!충격!] 빙그레우스가 무릎 꿇은 이유?”라는 영상이 공개되었을 때만 해도 세간의 반응은 냉랭했다. “이건 빙그레우스의 목을 쳐야 한다”, “저건 반란이 일어나도 할 말 없다”라는 댓글이 우세했을 정도다. 물의를 빚은 인물은 빙그레 나라의 후계자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 반년 전 빙그레 인스타그램에 셀카와 함께 등장해 주로 신제품 홍보를 담당해왔다.
빙그레우스를 재판정에 세운 것은 그의 오랜 숙적이자 1974년부터 빙그레 나라에서 봉직해 온 투게더리고리 경으로, 고소장에 따르면 평소 분위기를 꽝꽝 얼리는 농담을 일삼던 빙그레우스가 “왕실 직위를 무분별하게 남용하여 1차, 2차, 3차에 이르는 농담을 설명하는 등 듣는 이들의 심적 고통을 유발”했다고 한다. 결국 6개월 농담 금지형을 받을 위기에 처한 빙그레우스는 1주일 뒤, ‘빙그레
<빙그레TV>, ‘빙그레 메이커’, 그저 웃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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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오! 문희' 엄니, 우리 보미의 뺑소니범은 우리가 잡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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