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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좌석마다 모니터를 놓아야 할까봐요.” 언젠가 극장 관계자로부터 들은 말이다. 휴대폰으로부터 10분도 눈을 떼기 힘든 관객이 적지 않은 만큼, 두 시간 동안 같은 자리에 앉아 영화를 보게 하려면 좌석에 모니터를 설치해 인터넷과 메신저를 확인할 수 있게 하는 특단의 조치라도 취해야 하지 않겠냐는 취지에서 나온 얘기다. 그의 말을 가볍게 넘길 수 없었던 건, 우리가 손을 뻗어 TV 리모컨을 찾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5G 시대를 이미 살아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언제 어디서나 터치 한번으로 초연결이 가능한 사회에서 오랜 시간 한 가지 콘텐츠에 깊이 집중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대중이 문화를 소비하는 방식이 바뀌니 매체들도 앞다투어 변화를 선언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올해 8월 말을 끝으로 81년 만에 지면에서 TV 편성표를 없애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는 확고하게 스트리밍의 시대에 와 있다. TV 편성표가 더는 사람들의 TV 시청 방식을 반영하지
[장영엽 편집장] 숏폼 콘텐츠의 부상이 의미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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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석자를 보고 ‘이 윤두준이 그 윤두준이 맞냐’ 묻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맞다, 그 윤두준이다. 2009년 미니 1집 《Beast Is The B2ST》를 발표하며 데뷔한 (구)비스트, (현)하이라이트의 리더인 바로 그 사람. 드라마 팬들에게는 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의 구대영으로 유명한 사람. 《Daybreak》는 그 윤두준이 무려 데뷔 12년 만에 내놓는 첫 솔로 앨범이다. 본격적인 앨범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솔직해지자. 여기까지 읽은 대부분의 이들은 분명히 이 앨범에 음악적으로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그룹 활동 당시에도 그의 목소리다운 목소리를 들을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다. 워낙 출중한 보컬리스트가 많은 그룹이기도 했고, 일찌감치 연기쪽으로 방향을 튼 그에게는 대부분 짧은 파트나 때로는 포지션이 뒤바뀐 랩 파트가 주어졌다. 그런 그가 오랜 시간 준비해 우리 앞에 내놓은 첫 앨범은 그래서 두번 놀라움을 전한다.
윤두준이 이만큼
[Music] 새벽 감성 - 윤두준 《Daybre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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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독일 함부르크 예술대학교는 1600유로 상당의 장학금을 걸고 연말까지 총 3명의 대상자를 선발하기로 했다. 장학금 명목은 ‘능동적 무활동’. 즉 지원자는 자신이 선택한 한 분야에서 무엇인가 적극적으로 하지않겠다는 계획을 세워 심사위원을 설득해야 한다. 지원서에는 지원자가 답을 해야 하는 네 가지 문항이 있고 그 항목은 다음과 같다. ‘나는 무엇을 하지 않고 싶은가/ 얼마나 하지 않고 싶은가/ 이 일을 하지 않는 게 구체적으로 왜 중요한가/ 왜 내가 이 일을 하지 않는 데 적합한 사람인가’. 이 프로젝트는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성공을 중시한다’는 현대사회의 모순을 비판하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자신은 물론 타인과 공동체의 삶에 악영향을 미치는 성취와 목표 달성 중심의 사회에서 초점을 바꿔보자는 취지다.
이런 비판은 <피로사회>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 저자는 시대마다 고유의 질병이 있는데 현시대는 ‘할 수 있다!’가 최상의 가치가 된 성과 중심의 긍정 사회가
불 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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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서 과자를 먹으며 스마트폰으로 SNS를 뒤적거리던 경위 한여진(배두나)이 몸을 일으켜 TV 볼륨을 키운다. 그가 경찰 고위 간부의 비리 뉴스에 반응하는 것은 자신의 직무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tvN 드라마 <비밀의 숲2>의 1회에서는 이쪽 귀로 들어와서 저쪽 귀로 빠져나가는 라디오 뉴스들, 망막에 들어와 정보로 취합되지 못하고 금세 까먹게 되는 뉴스 화면의 양이 너무 많았다. 생초보도 드라마를 이렇게 쓰진 않을 텐데. 왜일까?
검경수사권 조정이라는 이번 시즌의 이슈에 접점을 대지 못하다가 인물들의 좌표가 정리되는 2회부터 비로소 자세를 고쳐앉았다. 2년 전 서부지검 비리를 밝히는 특임팀 안에서 공조했던 검사 황시목(조승우)과 경위 한여진은 대검 형사법제단과 경찰청 수사구조혁신단 소속으로 각자 검찰과 경찰의 입장 양 끝에서 재회한다. 오붓하게 이야기를 나누던 공덕동 서부 지검 포장마차는 사라졌고, 달라진 둘의 좌표에 한겹씩 덧씌워지는 장소가 함축하는 메시지는 이
드라마 <비밀의 숲2>, 검경 수사권 조정을 ‘비숲’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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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실에 처박혀 있던 딱딱한 식빵을 꺼내 토스터기에 넣었다. 먹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그래서 데울 생각도 없었는데 충동적으로 토스터기에 넣어버린 작은 빵 한 조각. 집 안에 고소한 냄새가 풍기기 시작하자, 나는 약간 참을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부드러운 빵을 한입 베어 무는 상상을 하며 주변을 둘러봤다. 기대. 어떤 충만한 기대감이 나를 에워싸는 것이 느껴졌다.
이런 기분일 때의 나 자신을 잘 안다. 대체로 재미있는 책이나 영화, 드라마를 경험했을 때 이렇다. 흥분 상태인 것이다. 훌륭한 작품들을 통해 얻는 감정은 조금 특별하다. 뭘 하지도 않았는데, 그저 뭔가를 봤을 뿐인데, 희로애락의 범위가 확 넓어지니까. 정말 그렇다. 예상치 못한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것을 되짚어보기도 하면서 나를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지난 이틀간, 나는 이런 감정을 이끌어내는 좋은 작품을 봤다. 바로 드라마 <이어즈 앤 이어즈>.
사실 2화까지는 좀 심드렁했다.
[강화길의 영화-다른 이야기] 오늘과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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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사장> 제작 효성영화사 / 감독 한형모 / 상영시간 105분 / 제작연도 1959년
전후 한국영화는 장르적으로 또 기술적으로 나름의 방식을 모색해갔고, 비교적 신속하게 적절한 산업 규모를 형성할 수 있었다. 제작 시스템이 안정되다보니 영화편수도 크게 증가했는데, 1957년 37편이던 제작편수는 이듬해 74편으로 두배가 뛰었고, 1959년에는 111편을 기록하게 된다. 한국영화사상 처음으로 제작편수 100편대에 진입한 것이다. 이처럼 한국영화가 1950년대 후반 본격적인 산업화의 길로 들어서며 대중성과 상업성을 추구할 때, 그 최전선에 있던 이가 한형모이다. 사회적 센세이션을 일으킨 <자유부인>(1956)으로 영화산업의 새로운 변곡점을 만들어낸 그는, 1950년대 중후반 한국영화가 어떻게 할리우드영화의 장르 문법과 이에 조응하는 기술력을 받아들이고 토착화해냈는지를 살펴볼 때 가장 핵심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장르와 기술을 동시에 고민하다
일제 말
[정종화의 충무로 클래식] 시네마스코프로 완성된 로맨틱 코미디 '여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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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남매의 여름밤' 여기가 너희 할아버지 집이다
[정훈이 만화] '남매의 여름밤' 여기가 너희 할아버지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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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뉴웨이브 영화에 대한 최초의 기억을 떠올리자면 어김없이 한 사람을 생각하게 된다. 고 정은임 MBC 아나운서다. 2000년대 초 라디오 프로그램 <정은임의 FM 영화음악>으로 영화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그의 존재를, 나는 안타깝게도 그의 부고를 알리는 기사로 처음 접했다. 서른일곱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그가 얼마나 뜨겁게 영화를 사랑했는지 회고하는 영화평론가, 기자,영화감독들의 추모사는 정은임이라는 사람과 그가 진행하던 프로그램에 대한 호기심을 부추겼다. 정은임 아나운서를 추모하는 이들이 제작한 <정은임의 FM 영화음악> 방송의 mp3 파일을 뒤늦게 웹으로 다운받아 들으며, 나는 대만영화의 뉴웨이브를 이끈 허우샤오시엔과 에드워드 양, 차이밍량을 알게 되었고 그들의 영화를 보기도 전에 대만 뉴웨이브 영화를 사랑하게 될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이미 한참 전에 종영된 라디오 프로그램의 녹음본을 들으며, 아직 보지도 못한 영화를 만든 감독들에게
[장영엽 편집장] 2020년에 대만 뉴웨이브 영화를 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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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뇌병변장애인 작가 일라이 클레어의 책 <망명과 자긍심>에 사로잡혔다. 그는 장애를 ‘당대 사회조직이 물리적·인지적 손상이 있는 사람들을 고려하지 않아, 그들을 사회의 주류로부터 배제함으로써 야기되는 불이익이나 활동의 제약’으로 정의하는 마이클 올리버의 견해를 소개한다. 즉 “망할 놈의 학교 규칙이 내게 시간을 더 주지 않아서 시험에 실패한 것”이 “사회적으로 구조화된 한계”인 반면, “애덤스산이 내 발엔 너무 가파르고 미끄러웠기 때문에 정상에 오르기를 실패한 것”은 “신체적인 한계”와 관련된다는 점을 저자는 안다.
하지만 저자는 덧붙인다. “내 몸 안으로 향하는 분노”와 “비장애중심주의로 향하는 분노”의 분리가 늘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고. 예컨대, 저자는 ‘장애인에게 등산은 무리’라는 차별적·패배주의적 사고와 ‘장애인도 산을 오를 수 있다’는 장애 극복 신화를 모두 경계하며 산을 오르지만, 점점 가팔라지는 애덤스산 중턱에서 등반 중단을 결정하며 펑펑 울었다.
그 산은 나를 놔주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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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 스토리> Lisbon Story
감독 빔 벤더스 / 상영시간 103분 / 제작연도 1994년
누군가에게는 1990년대가 자신의 영화 세계를 확립하고 많은 이의 찬사를 이끌어낸 시대였겠지만, 빔 벤더스에게는 뜻밖의 침체를 받아들여야 하는 시기였다. 사실, 뜻밖의 일이 아닐 수도 있다. 1980년대 그가 누렸던 영광은 샘 셰퍼드와 페터 한트케 같은 뛰어난 작가들과의 협업 덕분이었을 수 있고, 하강은 이미 그전부터 예견되었는지도 모르는 것이다. <리스본 스토리>는 지치고 무기력해진 그가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만든 휴식 같은 영화다. 그는 이전 영화들에서의 무거움을 내려놓고, 휴가를 떠난 여행자처럼 가벼운 발걸음으로 리스본을 돌아다닌다. 그러면서 지난 시절 내내 그를 따라다녔던 영화에 대한 질문을 천천히 곱씹는다.
마주 보는 두 영화 - <사물의 상태>와 <리스본 스토리>
영화는 음향기사 필립 빈터스(뤼디거 포글러)와 영화감독
[김호영의 네오 클래식] 빔 벤더스의 '리스본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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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캐리비안해적과 마법 다이아몬드' 내 이랄줄 알았스...
[정훈이 만화] '캐리비안해적과 마법 다이아몬드' 내 이랄줄 알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