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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가 두명과 미술가 한명이 모였다. ‘소리와 그림이 서로 영향을 받아 태동한다면 어떤 꼴을 갖추게 될까.’ 점, 선, 면, 꼴, 각, 축, 상이라는 조형의 기본 요소들을 주제로 하되 이 단어들의 조형적 면모가 희석되어 사용되는 일상어 〈맞선〉 〈맹점〉 〈울상〉 〈황당한 면〉 〈못 볼 꼴〉 〈빈축〉 〈안 될 각>을 제목으로 삼고 작업에 착수했다. 음악가 중 한명은 피아노로, 다른 한명은 드럼으로, 미술가는 판화로. 멀리 떨어진 서로의 세계가 어떤 식으로 가까워지고 재탄생 할 수 있을지 실험해보기로 한 것이다.
대개 미술과 음악의 협업이 독자적 이미지에 영감을받아 음악을 만들거나 반대 방향으로 순차적인 진행을 해왔다면 이들은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서로에게 엉키기를 택했다.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각자의 언어로 스케치한 뒤 단계마다 피드백을 거듭했고, 청각을 시각으로 시각을 청각으로 반영하며 작품의 몸집을 불렸다. 이런식으로 완성된 음반의 크레딧에는 ‘작곡/편곡 삼승’이라고 표기했
[Music] 음악적 추상의 이해 - 삼승(三乘) 《상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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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세요. 들이쉬는 숨, 내쉬는 숨. 당신의 몸을 한곳씩 관찰해보세요. 지금 이 순간을 느껴보세요.’
요가를 다녀보았다면 그리 멀지 않게 느껴질 말들이다. 명상에 관심이 있다면 더 친숙할 말들이고, ‘마음챙김’에 관심이 있다면 더더욱 친숙할 것이다. 마음을 어지럽게 하는 외부의 요인들로부터 나를 지키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함으로써 스트레스를 낮추는 이런 활동은 과거에는 종교적 수행 중 일부로 여겨졌고, 지금은 현대인의 자기 관리 방법으로 여겨진다.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가 제공하는 자극의 홍수 속에서 이런 집중의 시간은 더욱 필요해진 것 같기도 하다. 나 역시 꼭 명상이 아니더라도 운동을 하면서 고요히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려 노력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일종의 께름칙함이 있다. 개인적인 실수나 상실에 대해 마음을 다스리는 일은 필요하겠지만, 만약 그 내면의 갈등이 외부에서 유래한 것이라면? 내면의 갈등을 ‘해결’하지 않고 ‘해소’하는 일은 어쩐지 한 발짝만
[김겨울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눈을 감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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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극 진검승부란 이런 것이다. 코미디언 김대희의 유튜브 채널 <꼰대희>의 고정 코너 ‘밥묵자’는 100% 애드리브로 이루어진다. 김대희의 ‘부캐’(부 캐릭터)인 꼰대희와 초대 손님 한명이 마주 앉아 밥을 먹으며 두서없이 잡담을 나누는 것이 전부다. 그런데 김대, 아니 꼰대희는 알았을까? 5만명도 안되던 구독자가 신봉선이 등장한 첫회 이후 두달 만에 40만을 바라보게 될 줄 말이다. 아마도 몰랐을 것이다.
‘꼰대희’의 재미는 예측 불가능성에서 나온다. 오래전 KBS <개그콘서트>의 ‘대화가 필요해’ 코너에서 신봉선과 부부로 등장했던 김대희는 이번에도 그를 ‘집 나간 지 1년 다 된 부인’으로 설정하고 잔소리를 퍼붓는다. 그러나 태연히 “딸입니더”라며 방향을 틀어 김대희의 말문을 막은 신봉선은 간신히 정신을 추슬러 “시집은 안 가냐”며 공격을 펼치는 아버지에게 말한다. “지 고등학생인데예~.” 꼰대희가 ‘신봉선’에게 전화를 걸자 화장실에 간다며 밖으로 나간 딸
유튜브 <꼰대희> ‘밥묵자’, ‘꼰니버스’의 미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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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계 미국 감독 룰루 왕이 연출한 <페어웰>을 보면 더불어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최근 북미 시상식에서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한국계 미국 감독 정이삭의 영화 <미나리>다. 두 작품은 아시아에 뿌리를 둔 이민자 가정에서 성장한 미국 감독이 윗세대의 삶을 지켜보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느꼈던 감정들을 토대로 만든 자전적 영화다. 가족 중심적인 삶의 모습, 아시아 문화를 다룬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식사 장면, 인생의 지혜를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건네는 매력적인 노인 캐릭터의 등장을 포함해 <페어웰>과 <미나리>는 수많은 영화적 요소들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 두 영화의 닮은 점은 어디에도 완전히 속할 수 없다는, 이민 2세대로서의 혼란과 거리감을 진솔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가정에서 습득하는 문화와 사뭇 다른 커뮤니티의 관습을 경험하고, 고단하고 외롭지만 자식들에게만큼은 삶의 무게를 전가하고 싶지 않은
[장영엽 편집장] '페어웰'과 '미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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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게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를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대만의 타이난을 말할 것이다. 타이난은 정말 아름다운 도시였다. 대만은 오랫동안 식민지 시대를 겪었고, 그 때문인지 나는 대만을 여행하는 내내 어떤 익숙한 흔적들을 발견하고 느낄 수 있었다. 특히 타이난에서 그랬다. 제국과 식민지의 관계에서 흘러나온 문물들을 아름답다고 느끼는 건, 스스로 내 마음에 생채기를 내는 일이기도 해서 처음에 나는 그 감각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이런 감정이 흘러넘치는 걸 왜 막을 수 없는 걸까. 그건 내가 태어난 나라를 기억하고, 그 역사의 흔적에서 태어난 나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기도 해서 그랬던 것 같다. 타이난에는 대만의 역사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었다. 잊을 수 없고, 잊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 말이다. 그 도시 자체가 스스로 외치고 있는 것 같았다. 과거와 현재 모두 내 것이라고. 어느 것도 잊지 않을 것이라고.
지금도 나는 종종 타이난에서 찍은 사진들을 들
[강화길의 영화-다른 이야기] 라스트 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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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하늘에도 슬픔이> 제작 신필림 / 감독 김수용 / 상영시간 102분 / 제작연도 1965년
영화와 현실의 관계를 탐구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작업이지만 가장 앞단에 자리한 장르라 할 실화나 수기를 원작으로 한 영화를 통해 흥미로운 논의가 가능하다. 특히 어린아이의 작문이나 일기를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대중의 관심을 끌었는데, 불우하고 가난한 삶을 아이의 시선으로 그려 관객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그 대표작을 꼽자면 일제강점기 소학교 4학년생 우수영의 작문을 원작으로 한 <수업료>(1940), 재일교포 소녀 야스모토 스에코의 일기를 엮은 <니안짱>을 원작으로 유현목이 연출한 <구름은 흘러도>(1959) 그리고 대구 명덕국민학교 5학년이던 이윤복의 일기를 영화로 만든 <저 하늘에도 슬픔이>이다. 말 그대로 전 국민을 눈물바다에 빠트린 이 영화의 제작 과정은 이윤복의 실제 삶과 6개월치 일기 출판, 일련의 미디어 보도
[정종화의 충무로 클래식] 이윤복의 수기를 영화화한 '저 하늘에도 슬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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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더해가는 지루함과 운동 부족을 해결하고자 결단을 내렸다. 결정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거의 1년 가까운 오랜 고민을 하고도 조금은 충동적인 마음을 먹고서야 지를 수 있었다. 고민은 길었지만 배송은 빨랐고, 난생처음 구매해보는 게임기가 신기하기도 하고 떨리기도 해서 이렇게 저렇게 설정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훌쩍 지나갔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조금 바보 같지만 버튼을 누르고 나서 패드에 진동이 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화면도 너무 선명했다!!
게임기를 조작해서 게임을 시작하는 모든 순간들이 신기하고 놀라웠지만 그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것은 ‘사일런트 모드’의 존재였다. 이 게임 특성상 플레이 중 이동하려면 컨트롤러를 장착한 채로 계속 조깅을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아래층에 소음이 발생할 수 있기에 조깅을 무려 스쿼트로 대체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 것이다. 게임의 난이도가 급격히 올라가는 부작용이 있기는 하지만 이 모드로 플레이한다면 조깅 동작을 할 때
[윤덕원의 노래가 끝났지만]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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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나의 책장 속 책들이 방송에 소개되었다. 그 시작은 회사를 방문한 콘텐츠 제작사 대표님(이라고 쓰고 송은이님이라고 읽는다)에게 라이브러리를 소개하면서부터였다. 회사의 동료들과 10년도 넘게 소복소복 사모은 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는 책장을 보며 감탄하는 대표님에게 각자 책장 속 책들을 보여주면 어떻겠느냐는 나의 오래된 아이디어를 이야기하자 타고난 방송인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기획이 급물살을 타며 우수한 프로그램으로 뽑혀 펀딩을 받고 편성까지 되고 나니 이야기를 시작한 인간이 나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말아 생각지도 않게 방송에 얼굴을 비추게 되었다.
돌아보면 데이터 속 사람의 마음을 읽겠다는 무모한 도전을 감히 시작하려는 순간 내가 명확히 안 것은 그 분야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나의 무지를 깨닫고 생각이 깊은 분들을 함께 일하는 동료로 모셔오기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한 일은 그들이 읽고 있는 책을 따라 읽는 것이었다. 크지 않은 사무실 곳곳에
[송길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마음의 흔적을 나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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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때마다 지하철 가판대나 역사 편의점에서 <씨네21>을 구입한다는 독자들의 후기를 많이 받는다.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어딘가로 떠나는 기분을 만끽할 때 덩달아 생각나는 잡지라는 의미인 것 같아서, 피드백을 받을 때마다 힘이 난다. 실은 영화 주간지를 만드는 입장에서 독자들이 언제 어디에서 무슨 생각을 하며 잡지를 읽을지가 늘 궁금하다.
최근에는 공식 SNS 계정 또는 <씨네21>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 독자들의 반응을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우리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고요하고 차분하게 <씨네21>의 콘텐츠를 즐기는 독자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특히 올해 설은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책을 접하는 경로도 예년과 많이 달라졌을 거라 짐작한다. 언제 어디서 <씨네21>을 마주하든, 이번 설 합본호가 독자 여러분에게 막간의 즐거움과 활력이 되길 바란다. 안부를 묻는 마음으로 기획한 설 독자 선물 이벤트(90쪽 참조
[장영엽 편집장] 마스터와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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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것을 지켜나가는 건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이 시대에 좀처럼 하기 어려운 일이다. 사람 많고 말 많고 그만큼 탈도 많은 K팝 신으로 고개를 돌리면 문제는 훨씬 복잡해진다. 그룹 하나 만들고 앨범 한장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사람의 입김이 돌고 또 욕망이 투영되는지. 그 욕망의 꼭짓점에 놓인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 <프로듀스 101> 출신 정세운의 존재는 그래서 눈에 띈다. 2017년 첫 EP 《Ever》를 발표한 뒤 차곡차곡 자신의 소리를 쌓아온 정세운이 4년 만에 첫 정규 앨범 《24》를 세상에 내놓았다. 24살이기도, 24시간이기도 한 앨범은 정세운이 스물넷 나이를 통과한 2020년 7월에서 2021년 1월에 걸쳐 두장으로 나뉘어 발매되었다. <Say yes>를 앞세운 Part1이 대중이 알고 있는 그의 모습 가운데 가장 팝하고 소년다운 이미지로 스타트를 끊었다면, Part2는 정세운의 보다 내밀한 부분에 포커스를 맞춘다.
재지한
[Music] 때로는 소년답게, 때로는 로맨틱하게 - 정세운 1st ALBUM 《24》 Par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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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이 왔다. 나는 본래 연말연시에 이벤트를 즐겨 하는 편이다. 원가족과 살 때는 새해가 시작될 때마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손을 꼭 잡고 가족파티를 했다. 지금 함께 사는 사람과도 작은 행사를 했다. 지난해 1월 1일에는 아부다비에 있는 모스크에 갔었다. 지지난해에는 동거묘에게 스카프를 묶어주었다. 삼작년에는 동거인의 부모님을 모시고 좋은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하고 가족사진을 찍었다.
올해 세밑은 한해의 끝이나 시작이라기보다는 코로나 시대라는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의 한가운데 같았다. 이벤트를 하려고 해도 마땅히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없었다. 여행을 갈 수도 비동거 가족을 만날 수도 없었다. 눈치가 더 빨라진 고양이들은 이제 가만히 앉아 옷을 입어주지 않는다.
그래서 더, 새해 기분을 내고 싶었다. 세밑 분위기가 날 만한 모든 일을 했다. 꽃을 샀다. 화훼농가돕기 웹사이트에서 산 장미꽃 다섯 송이. 날씨가 너무 추워 배송까지 한참이 걸렸지만 다행히 새해 첫달에 받긴 받았다.
[정소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세밑, 많은 것의 한복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