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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 윤.”(Yuh-Jung Youn) 지난 1년간 우리는 글로벌 무대에서 익숙한 한국 배우의 이름이 낯설게 호명되는 모습을 수도 없이 지켜봐왔다. <미나리>의 순자 역으로 단숨에 2020, 2021 시상식 시즌의 가장 찬란히 빛나는 스타가 된 윤여정의 행보는 그의 자연스러우면서도 유니크한 매력이 한국을 넘어 세계의 영화산업 관계자들과 관객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점을 일깨워주었다. 이틀 뒤로 다가온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한국 시각으로 4월 26일 오전 9시)에서 다시 한번 ‘여정 윤’이 호명되는 순간을 기다리며, <씨네21>은 창간 26주년을 기념하는 마지막 특집호를 배우 윤여정 스페셜 에디션으로 구성했다.
두달 전 설 합본호를 통해 소개한 봉준호 감독과의 대담 기사가 배우 윤여정의 생각과 목소리를 오롯이 담은 특집이었다면, 이번 스페셜 에디션에서는 기자, 평론가, 감독, 배우, 작가, 제작자, 촬영감독, 매니지먼트 대표, PD, 스타일리스트 등 국내외
[장영엽 편집장] 윤여정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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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팬데믹과 관련된 책 한권을 마무리하고, 관련된 논문도 하나 썼다. 어쩔 수 없이 팬데믹의 영향을 받은 여러 분야를 살펴보고, 이런저런 예상도 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역시 언제쯤 코로나19가 끝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코로나19 백신을 청년 등 활동력이 높은 사람부터 맞게 할 것인가, 아니면 노년층부터 먼저 맞게 할 것인가? 활동력에 따른 전파를 생각하면 청년부터 맞는 게 더 효과적이다. 실제로 인도네시아는 젊은 노동자부터 먼저 맞는 전략을 선택했다. 청년층 확산도 막고, 젊은 노동자들이 경제에 먼저 투입될 수 있게 하자는 선택이다. 그렇지만 선진국 대다수는 노년층부터 맞는 것을 선택했고, 우리도 그렇게 했다. 바이러스를 조금 천천히 잡더라도 사망률부터 줄이는 선택이다. 백신에 의한 집단 방역에 가는 시간은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같겠지만, 노년층부터 맞는 경우가 중간에 확진자가 급증할 위험이 조금 더 높다. 백신 접종이 어느 정도 마무리 국면에 접어
[우석훈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코로나19, 언제까지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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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창간 26주년 세 번째 특집의 주인공은 감독 이정재, 정우성이다. 2021년은 지난 27년간 한국영화의 대표적인 얼굴로 자리매김해온 두 배우가 장편영화의 감독이라는 새로운 타이틀로 관객을 만나는 의미 있는 해다. 1995년 <SBS 스타상> 신인연기상을 수상하며 처음 인연을 맺은 이래 스크린 안팎에서 좋은 친구, 의지가 되는 영화계 동료, 회사 아티스트컴퍼니를 함께 운영하는 동업자로 지내오다 이제는 카메라 뒤편의 일들을 함께 고민하는 사이가 된 이정재, 정우성은 첫 장편영화 연출작 <헌트>(가제), <보호자>에 대한 소회부터 서로에 대한 생각, 영화인으로, 한 사람의 개인으로 경험하고 느끼는 다양한 생각들을 공유해주었다. “<씨네21>과는 연년생”(두 사람은 1994년 스크린 데뷔했다)이라고 말하는 두 감독은 신작을 공개할 때마다 어김없이 표지를 장식하는, <씨네21>의 좋은 친구들이기도 하다. 창간 26주
[장영엽 편집장] ‘영화인’이라는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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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빠지셨네요!”
너무 놀라서 대답을 못했다. 저 말을 듣고 멍한 얼굴로 약 1초 동안 내 주변의 인간관계와 내가 사람을 만나는 횟수와 용건을 돌아보며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페미니즘 친화적인 출판계 인사를 주로 만나며 그 밖의 경우에도 저런 말을 할 일이 없는 공적인 자리에 주로 나가는지를 주마등처럼 떠올렸고, 저 말을 첫인사로 건넨 상대방은 내가 대답을 못하자 호탕하게 웃었다. 물론 상대방이 무슨 나쁜 의도가 있어서 그랬던 것은 전혀 아니다. 나와 나이가 같은 여성이며 평범한 직장에 다니는 나의 친구는 기분 좋은 첫인사를 했을 뿐이고, 나는 그런 ‘평범한 감성’으로부터 내가 얼마나 많이 도망쳐왔는지를 실감했다.
최근 몇년간 내 몸을 외양이 아닌 기능을 중심으로 보는 법을 배웠다. 가느다란 다리와 납작한 배와 큰 눈이 아니라 튼튼한 다리와 단단한 코어와 앞을 잘 보는 눈이 삶에서 더 소중해졌다. 물론 그렇다고 단박에 후자를 가지게 된 것은 아니고 여전히 일하느라 골골대는 프리
[김겨울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서로가 환경이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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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절에 다녀왔다. 법당 천장에 사람들의 이름이 적힌 등 수십개가 가득 매달려 있었다. 나는 그것을 ‘기도’로 이해했다.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 말이다. 아마 다양한 마음들이 있었을 것이다. 시험에 합격하게 해달라거나, 승진을 바라는 현실적인 마음들도 있었을 것이고, 피로한 하루하루를 제발 위로해 달라는 애원도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그 마음들은 부처님 앞에 평등하게 매달려 있었다. 뭐 하나 더 크고 작은 것 없이 나란히 똑같이.
새삼 그 말이 이해됐다. 신 앞에서는 누구든 평등하다는 이야기 말이다. 그 앞에서는 부자와 가난한 자, 많이 배운 자와 적게 배운 자, 못난 자와 잘난 자의 구분이 없다고들 하지 않는가. 만일 신을 만나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그 사람이 어떤 자격을 갖추고 있든 간에 모두와 똑같이 기다리고 인내해야 한다. 하긴, 그렇지 않았다면 종교가 어떻게 이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었겠는가. 너와 내가 다르지 않고, 이 세상의
[강화길의 영화-다른 이야기] 뱀과 용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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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발행하는 네권의 <씨네21> 표지에는 창간기념 로고가 붙는다. 매년 봄마다 돌아오는 씨네리의 생일을 한달간 축하하기 위함이지만, 책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로고를 볼 때마다 느끼는 심리적 부담감이 어마어마하다. 평소에 만드는 잡지에서 만나볼 수 없는, 또는 오직 <씨네21>에서만 만나볼 수 있을, 특별하고 깊이 있고 오랫동안 기억될… 기사들로 가득한 책을 만들어야 할 것만 같은 마음이 든다. 하지만 이런 압박감이 주는 건강한 긴장감도 분명 있다. 여느 때였다면 엄두도 못 낼 대규모 특집을, 지금이 아니라면 또 언제 기획하고 추진해보겠는가, 라는 생각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그러니 다음주도, 그다음주도 기대해주시길 바란다. 영화만 계속되는 것이 아니라, <씨네21>의 스페셜 기사도 계속된다.
이번호에 소개하는 ‘2010-2020 영화 베스트10’은 이 책을 만드는 모든 구성원들이 그야말로 전력을 다한 특집 기사다. 21세기의 두 번째 1
[장영엽 편집장] 우리가 기억해야 할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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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거 내가 써봤는데 진짜 대박이야.’
직접 써보고 추천하는 것이 요즘 홍보의 대세인 것 같다. 소위 ‘내돈내산’이라는 것인데 사용기를 가장한 홍보가 넘쳐나는 세상에 그나마 다른 사용자의 경험이 좀더 신뢰가 가기 때문이다(물론 이런 형식의 정보도 업체에 의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고 한다). 이런 사용기를 올리는 사람들은 빠르게 새로운 것들을 도입하고 사용해보는 것을 즐기는 것 같다. 새로운 것을 잘 시도하지 않는 사람으로서, 겁내기보다는 일단 시도해보는 그 용감함이 부럽다. 그래서 가끔은 용기를 내볼 때가 있다. 물론 그 결과가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나에게는 아직 더 많은 실패를 감당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그래야 성공의 경험도 늘어 나겠지.
하지만 내게도 멋진 성공 사례가 있다. 그것은 바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청소 도구인 ‘손을 대지 않고도 물을 짜낼 수 있는 밀대걸레’다. 가볍고 걸레의 면적이 충분히 넓으면서 물을 적당히 머금어서 먼지를 잘 흡착
[윤덕원의 노래가 끝났지만] 내돈내산 바른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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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곡 <Teddy bear>의 문이 뿌옇게 퇴색된 기타 연주로 열리는 순간, 귀가 솔깃하다. 느긋하게 출렁이는 리듬을 타고 ‘your eyes, your hair, your toes, your lips, 가만 널 마주 봐’ 하는 탁한 목소리가 들려오면 어쩐지 자세를 고쳐 앉게 된다. 앨범 커버를 한번 더 확인한다. 김세정, 그 세정이 맞다. 참가자의 극한을 시험하는 서바이벌 오디션에서도, 뛰고 구르고 어찌됐든 망가져야 주목받을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멤버들과 함께 ‘극단’(劇團) 컨셉으로 무대를 꽉 채웠던 그룹 시절에도, 활기찬 18살 고등학생이나 아픈 비밀을 숨긴 카리스마 넘치는 사이코메트리를 연기하면서도 씩씩한 웃음을 짓고 있던 바로 그 말이다.
김세정의 두 번째 미니 앨범 《I’m》은 그간 높은 개인 인지도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져 있던 세정의 싱어송라이터로서의 가능성에 다시 한번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지난해 첫 솔로 앨범 《화분》으로 대중에게 ‘저 이런
[Music] 성장하는 싱어송라이터의 오늘 - 김세정 《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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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미디어 환경에서도 꿋꿋이 발행되고 있는 <씨네21>을 사서 보시는 독자 분들은 필시 전문가일 것이라 믿기에 다음의 질문을 하고 싶다.
“영화와 드라마의 차이는 무엇인가 ?”
이것저것 검색하다 시나리오작가들의 카페에서 동일한 주제의 논의를 발견했다. 영화가 화면으로 이야기하는 비중이 높아 ‘지문’이 중요하다면 드라마는 ‘대사’로 이야기를 하는 편이라는 주장부터, 영화는 극장에서 돈내고 보고 드라마는 공중파에서 공짜로 보여지니 집중과 병행의 시청 환경이 다르다는 의견까지 흥미로운 토론이 이어진다.
그중 “드라마가 길게 늘어선 엿가락이라면 영화는 단단하고 각 잡힌 각설탕 느낌”이라는 찰진 표현이 눈길을 끌었다. 요컨대 길이와 밀도의 차이라는 것인데 그간 보았던 영상물들의 상영시간과 시간당 제작비를 생각해보면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이야기다 싶었다. 길이의 제한이라면 최근 나의 추억의 리마인더는 왓챠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였다. 짬짬이 먹
[송길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어쨌든, 함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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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제작 태창흥업주식회사 / 감독 김수용 / 상영시간 80분 / 제작연도 1967년
한국 영화사에서 문예영화 붐은 1966년에서 1968년으로 기록된다. 외화수입쿼터를 부여하는 우수영화 심사에 문예영화 부문이 포함되었던 시기와 정확히 겹치는 것에서 파악할 수 있듯이 그 유행의 본질은 정책 차원의 효과임에 분명하지만, 예술영화를 만들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훌륭한 작품들로 응수해낸 감독들의 역할 역시 간과할 수 없다. 특히 1967년은 문예영화 제작이 정점을 이룬 시기였는데, 그 중심에는 김수용이 있었다. 그의 작품은 1967년 한해만 <만선>(1월), <어느 여배우의 고백>(2월), <길 잃은 철새>(3월), <산불>(4월), <빙점>(6월), <고발>(9월), <안개>(10월), <사격장의 아이들>(11월), <까치소리>(11월) 등 10편이 개봉되었다.
[정종화의 충무로 클래식] 문예영화의 전성기를 빛낸 김수용 감독의 수작 '산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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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이 창간 26주년을 맞았다. 목차 페이지를 펼친 독자들은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외관상으로 새 단장을 했다. 극장 이외의 다양한 플랫폼에서 공개되는 영상 콘텐츠의 정보가 궁금하다면 신설된 홈 시네마 지면에 주목해주시길 바란다. 스탭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인’ 코너는 ‘커리어’라는 지면으로 개편되었는데, 한국영화계의 다양한 직무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얻을 창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문제인식에서 비롯되었다. 첫 타자로 <살인의 추억> <올드보이> <괴물> <암살> <아가씨> 등을 작업하며 한국영화의 독보적인 룩을 구현해온 류성희 미술감독을 모셨다. 이 모든 변화는 지난해 가을 수많은 정기구독자 여러분이 보내주신 설문 답변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애정 어린 답변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이번 창간 특대호의 진정한 주인공은 ‘영화’다. 코로나19가 세계를 잠식하고 영화를 둘러싼 환경이 급격
[장영엽 편집장] 영화는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