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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의 역할을 직관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대표적인 방법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같은 장면을 두고 음악이 없는 버전과 있는 버전을 비교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같은 장면에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곡을 조합함으로써 해석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체감케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바다에서 수영을 한다’는 똑같은 행위를 눈으로 보고 있어도 단조 선율이 빠르고 짧게 진행되는 걸 들으면 위협이 다가옴을 예상하는 반면 잔잔한 피아노의 아르페지오를 들으면 안심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우리는 관객에게 의도된 감정을 제시하고 스토리를 예고하는 일을 영화음악의 존재 이유라 알고 있었다. 작곡가별로 조성, 편곡, 테마의 활용법에 있어 차이가 있을지언정 이 역할에서 벗어나는 영화음악은 잘 없으며, 오히려 더 적확하게 기능하기 위해 음악을 쪼개고 쪼개는 게 요즘의 추세다. 짧은 단위의 곡이 점점 많아져 이제는 마흔 트랙 이상이 담긴 음반도 등장하고 있으니까.
<미나리>의 O.S.
[Music] 숨 쉬듯 아름답게 - <미나리> O.S.T 에밀 모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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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변희수님이 세상을 떠났다. 트랜스젠더인 변희수 하사는 군 복무 중 성확정 수술을 받았고, 계속 복무를 희망했으나 심신장애를 이유로 강제 전역되었다. 변 하사는 이 강제 전역의 부당성을 다투는 행정소송 첫 기일을 앞두고 있었다. 그 전주에는 김기홍님의 부고가 있었다. 그는 커밍아웃한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였다. 음악 교사였고,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었다. 성소수자 가시화를 위해 노력했다. 다음달 4월 26일은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구 동성애자인권연대)의 청소년 활동가였던 육우당님의 18주기다. 그가 세상에 살아 있었던 시간과 그가 세상을 떠난 시간이 같아지는 날이다.
이 목록은 끝이 없다. 기록되지 않은 죽음, 소리내어 이유를 말하지 못했던 이별은 더 많았다.
그리고 이 이별에는 매번 이유가 있었다. 가해가 있었다.
육우당님의 부고 뒤편에는 동성애자 커뮤니티 사이트가 청소년 유해 매체라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강경한 주장이 있었다. 김기홍님의 부고 뒤편에는 성
[정소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지옥에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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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도 귀신이 무서운 것은 왜일까. 이제 화장실에서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 묻는 귀신을 만나면 도톰한 4겹을 달라고 해야겠다 마음을 다잡으면서도, 늦은 새벽 갑자기 복도에 켜지는 센서등 때문에 쪼그라드는 심장은 주체할 수가 없다. 지난 1월, 파일럿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심야괴담회>가 정규 편성된 것도 이처럼 공포에 반응하고, 나아가 유튜브나 온라인 게시판에서 무서운 이야기를 즐기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음산한 스튜디오에 둘러앉아 주고받는 괴담의 묘미는 스펙터클이나 치밀한 서사보다도 긴장감 유지와 상상력 자극에서 나온다. 이때 중요한 것은 제보받은 괴담을 들려주는 패널들의 연기와 분위기 장악력이다. ‘스토리텔러’라 불리는 이들의 대사 처리, 시선, 동작, 호흡, 완급 조절에 따라 공포의 강도가 치솟기도 하고 김이 팍 새버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심야괴담회>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귀신이 아닌 심의일 것이다. “
'심야괴담회', 괴담이 알려주는 우리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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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 중 하나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는 이 영화를 보지 않았는데, 그건 바로 ‘도로시’를 연기한 배우 ‘주디 갈런드’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 때문이었다.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싶어 충격을 받았다. 사실 지금도 잘 믿기지 않는다. 정말로 그런 일이 있었을까? 어떻게 어른들은 어린 소녀에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었을까. 그러면서 그렇게 아름다운 영화를 만들다니.
물론, 그들에게는 별 의미 없는 이야기일 것이다. 할리우드에서 아름다움이란 그저 상품을 말하는 것이었을 테니까. 어떻게든 많이 팔리는 예쁘장한 이야기. 그래서 어떻게든 예쁘장하게 포장해야만 하는 이야기. 그걸 위해서라면 어린 소녀의 인생 따위는 뭐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겠지.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오래전부터 나는 그 예쁜 장면들을 제법 많이 알고 있었다. 도로시가 <Over the Rainbow>를 부르는 장면, 또
[강화길의 영화-다른 이야기] 그녀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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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넘치는데 한 페이지만 늘릴 수 있을까요?” “이 기사는 사진을 더 시원하게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마감 때마다 <씨네21> 편집부 구성원들과 나누는 대화다. 기사를 작성하는 건 시작에 불과할 뿐, 한권의 잡지가 완성되기까지 수많은 구성원들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교열과 편집과 데스크를 거쳐 기사를 출고하면 디자이너가 글과 사진을 지면에 배치하고 교정지를 인쇄해 취재, 사진, 편집팀이 번갈아 검토한 뒤 편집장의 오케이 사인을 받는다. 신기한 점은 최종적으로 교정지를 검토할 때와 완성된 책을 보는 느낌이 또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잡지 마감이 끝나는 목요일 밤이 아니라 인쇄가 완료된 책을 받아보는 금요일이 되어서야 비로소 한주의 업무를 마무리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잡지 제작을 경험하기 전까지 미처 알지 못했던 공동 작업의 신묘한 매력이라고 할까.
영화 스탭들의 제작기에 흥미를 느끼는 까닭도 비슷하다. 연출, 제작, 촬영, 미술, 의상, 편집 등
[장영엽 편집장] 촬영감독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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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그 노래는 너무 많이 했는데, 이번엔 뺄까?’ 공연을 앞두고 셋리스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으레 이런 대화들이 오간다. 많은 공연을 치르면서 같은 곡을 수도 없이 연주하게 되면 왠지 너무 식상하게 느껴질 때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공연 때마다 매번 새로운 곡을 발표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렇게 되려면 공연 횟수가 아주 적거나 아주 많은 곡을 자주 발표해야 할 것이다. 모든 음악가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나를 포함한 아주 많은 음악가들은 이런 고민에 종종 빠지게 되는데(물론 요즘에는 코로나19로 공연 기회가 많지 않은 것이 더 큰 고민이다), 이것을 해결하는 전통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원래 연주하던 곡의 편곡이나 연출을 다르게 한다.
2. 다른 음악가의 음악을 커버하여 연주한다.
1번 방법은 참신하면서도 매력적이지만 때때로 새롭게 곡을 만드는 이상의 노력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새로운 접근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도 문제다. 어떤 노래들은 여러 가
[윤덕원의 노래가 끝났지만] 노래에 물을 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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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1987년 뉴욕에서 시작된다. 그곳에서 ‘뉴 뮤직 세미나’를 만들던 롤랜드 스웬슨이 ‘서남권’에 비슷한 걸 만들겠다고 선언하며 텍사스주 오스틴시를 골랐고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North by Northwest)에서 이름을 따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outh by Southwest, 이하 SXSW)라고 지었다. 이후 35년간 SXSW는 빌리 아일리시, 에이미 와인하우스, 이기 팝, 톰 웨이츠, 더 스트록스 등 스타가 되기 직전, 혹은 이미 스타가 된 뮤지션을 클럽에 가까운 작은 무대에서 공연하게끔 만들었고,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연설대에 올라 자신들의 꿈을 얘기하도록 만들었다. SXSW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테크놀로지에 끌려가지 않고도 미래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수십년을 거쳐오며 음악 페스티벌에서 영화와 교육, 인터랙티브 분야로 쇼케이스를 넓혀가 누구보다도 빠른 신기술을 만날 수
[Music] 가상 세계의 라이브 클럽에서 만나요 -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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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우리는 민주주의라는 개념을 책에서 보고 배웠다. 프랑스혁명에서 삼권분립과 함께 근대가 열렸고, 68혁명이라는 일종의 문화혁명이 있었다, 이런 건 다 책에서 본 것이다. 국가를 어떻게 견제하는가, 그게 민주주의라고 알았다. 최장집 교수의 고전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는 민주주의를 달성한 시대 이후에 어떻게 새로운 도전을 맞을 것인가, 그런 문제를 다루고 있다. 민주주의는 한국에서 이루어졌는가? 글쎄올시다.
푸르동이라는 독일 경제학자가 마르크스 이전의 19세기 중반에 ‘산업 민주주의’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다. 이때의 산업은 우리 식으로 하면 직장 민주주의 정도 된다. 국가가 아닌 경제 분야에서도 민주주의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68혁명을 경계로 노조가 강해지면서 회사 안에 민주주의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68혁명에 대거 참여한 여성들은 임신중절을 요구하면서 스스로 권력을 갖기 위한 노력을 했다. 이렇게 유럽은 일상생활 속에서 스스로 민주주의를 만들면서 다음 단계로
[우석훈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압축 생활 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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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나 화면 잘 받디?” 문주시 만양 파출소 이동식 경사(신하균)는 가족처럼 지내던 만양슈퍼 강진묵(이규회)의 딸 강민정(강민아)이 절단된 손가락을 남기고 실종된 사건의 용의자가 되어 기자들 앞에 선다. 이를 활짝 드러낸 기이한 웃음. 천진함과 비열함을 동시에 뿜어내는 배우 신하균의 얼굴에 기대는 드라마인가 싶었다. JTBC 드라마 <괴물> 이야기다.
20년 전에도 동식은 유사한 사건의 용의자였다. 동식의 여동생이 실종되면서 만양이 발칵 뒤집혔다.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난 동식은 서울에서 경찰 생활을 하다 고향으로 돌아왔다. 한편 서울청 외사과에서 불법체류 여성 연쇄 살인 사건을 수사하던 한주원 경위(여진구)는 미제로 남은 만양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확신하고 만양 파출소로 자원해 동식을 감시한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누가 괴물인가 연막을 치는 극이고 괴물은 하나가 아니다. 동식은 사체를 찾지 못해 살인 사건으로 기소하지 못하는 사건, 범인이 자백하지 않는 한
드라마 '괴물', 괴물은 하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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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레방아> 제작 세기상사주식회사 / 감독 이만희 / 상영시간 92분 / 제작연도 1966년
1963년 <돌아오지 않는 해병>, 1964년 <마의 계단>, 1965년 <흑맥> 등의 장르영화로 평단과 관객 모두로부터 고른 지지를 받았던 이만희는 1966년을 그의 해로 만들었다. 그해 개봉작만 <군번없는 용사>(3월), <잊을 수 없는 여인>(7월), <물레방아>(11월), <만추>(12월) 네편이었고, 제작을 완료하고 개봉을 기다리는 <사기왕 미스터 허>와 <얼룩무늬의 사나이>가 있었으며, 12월에는 <방콕의 하리마오> <냉과 열> 두 작품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었다.
개봉한 영화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어느 하나 새롭지 않은 시도가 없었다. <7인의 여포로>(<돌아온 여군>으로 제명을 바꾸고 개봉)로 반공법 위반 사건을 겪은 후 만든
[정종화의 충무로 클래식] 이만희의 첫 문예영화 '물레방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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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재해 같다.” 최근 영화, 드라마 업계를 강타하고 있는 뭇 배우들의 과거 학교 폭력(이하 학폭) 의혹에 대한 관계자들의 코멘트다. 캐스팅 과정에서 배우들의 평판을 조회하긴 하지만 생활기록부를 들여다보는 것도 아니고 과거 행적을 검색하기에도 한계가 있으니, 사전에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의미일 것이다.
물론 모든 의혹이 사실이라는 보장은 없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의혹의 양상을 보아도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출연 중이던 작품에서 하차하는 배우가 있는 반면, 제기된 의혹은 사실 무근이라며 법적 공방을 이어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배우도 있다. 그러나 영화, 드라마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기다릴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 이미 개봉 일정이 잡힌 영화나 방영 중인 드라마의 경우 더더욱 난감한 상황이다.
문제가 제기된 이들의 출연을 즉각적으로 보류하거나 배역을 교체하고 촬영된 분량을 재편집하는 등 최근 학폭 논란에 시시각각으로 대처하는 제
[장영엽 편집장] 의혹과 폭로에 대처하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