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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음악을 만들고자 하는 가장 본질적인 목표를 떠나서 생각해본다면, 최근의 대중음악가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좋은 배경음악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플레이리스트를 중심으로 해서 적당한 분위기에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 많이 소비되고 매출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음반을 구입하는 것보다 스트리밍 서비스 위주로 음악을 듣게 되면서 음악의 소비는 재생 횟수에 비례해 이루어지고 있다고 봐도 될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계속해서 ‘틀어놓을 수 있는’ 음악이 시장에서는 더 유리한 것처럼 보인다.
사실 음반의 시대에도 이런 식의 기능적인 접근 방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배경음악으로 틀어놓는 음악은 가사가 들리는 것이 오히려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학창 시절에도 공부할 때는 가요보다 팝송이나 연주곡 위주로 듣는 친구가 많았다. 그런 친구들 사이에서 뉴에이지 음악의 인기가 높았던 기억이 있다. 카페 음악으로 어쿠스틱한 팝이나 재즈곡이 환영받는 것도 그런 맥락일 것이다. 예전에
[윤덕원의 노래가 끝났지만] 누군가에게 고여 있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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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팀으로부터 귀여운 사진을 전달받았다. <씨네21> 추석 선물 이벤트에 응모한 독자가 보내온 일러스트인데, <오징어 게임> 트레이닝복 굿즈를 꼭 받고 싶다며 <씨네21> 로고가 새겨진 폴더폰 액정 화면 속 애정 어린 메시지를 가득 적어 보내주었다. 이번 씨네리 추석 이벤트에서 인기 만점인 오징어 게임 참가자들의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비롯해 프런트맨의 가면, 달고나 키트, 관리자들의 핑크색 작업복까지, 한국 제작진이 만든 시리즈의 의상과 소품이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는 현상을 보니 <기생충>에 이어 다시 한번 한국영화 프로덕션의 저력을 실감하게 된다(<오징어 게임>에는 황동혁 감독을 비롯해 많은 영화 스탭들이 주요 제작진으로 참여했다).
한편 이러한 현상을 마주할 때마다 글로벌 관객을 사로잡을 만큼 매력적인 한국영화 프로덕션의 결과물들이 어떻게 관리되고 보존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현재 영화필름과 시나리오, 포스터 등의 부
[장영엽 편집장] 한국영화의 만신전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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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주차장에 법무부 이송차량이 있다. 차에는 밝은 표정으로 양손을 들고 하나의 줄을 잡고 선 사람들이 그려져 있고, 그 위에 ‘치우침 없는 공정한 재판을 위한 법Join, 국민참여재판’이라는 표어가 쓰여 있다. 아마 국민이 배심원으로 참가(join)하는 국민참여재판에 적극 협조하여 법조인(法曹人) 역할을 하자는 뜻일 것이다.
구치소에 갔다. 해상도 낮은 LED 전광판에 교정 마스코트인 보라미와 보드미가 찌그러진 채 웃고 있고, 그 옆으로 ‘청렴韓 교정’ 어쩌고 하는 표어가 흘러간다. ‘韓’자만 한자로 쓰여 있다보니 글씨체가 다르고 줄도 안 맞는다. 아마 한국(韓國)의 교정공무원을 상징하는 보라미와 보드미가 맡은 바 소임을 청렴하게 다하겠다는 뜻일 것이다.
일전에 관공서를 지나가다 표어와 사진 공모전 홍보 포스터를 보았다. ‘마음을 이어주는 크리에이터’라고 쓰여 있었다. ‘마’, ‘이’, ‘크’ 세 글자를 한눈에 들어오게 크게 썼다. 아마 공모전에서 모집하는 표어나 사진은 주
[정소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다국어 왜 써Yo? 이상韓 표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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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의 끝에서, 무거운 주제를 꺼내볼까 한다. 영화발전기금 이야기다. 지난 14년간 한국 영화산업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데 이바지한 영화발전기금이 1~2년 내로 고갈될 위기에 처했다. 이 문제는 지난 9월 13일 정기국회에서도 논의되었는데, 당장 올해 12월 31일이면 영화발전기금의 주요 재원이었던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 규정이 만료되기 때문일 것이다. 천만 관객 영화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던 시절에는 관객이 구매한 영화 티켓 가격의 3%에 해당하는 부과금이 영화발전기금의 든든한 재원이 되어주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극장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이 가동된 2004년 이후 역대 최저 관객수를 기록하면서 지난 1년 새 영화발전기금의 여유 자금은 예상보다도 훨씬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이번호에서는 배동미, 김소미, 김성훈 기자가 문화체육관광부, 영화진흥위원회, 국회, 영화계를 두루 취재해 영화발전기금의 현황을 점검했다. 그동안 이 문제를 둘러싸고 어떤
[장영엽 편집장] 위기의 영화발전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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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태창흥업주식회사 / 감독 김수용 / 상영시간 65분 / 제작연도 1977년
<야행>의 제작 과정은 1970년대 한국영화의 일면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건이다. 1974년 1월에 촬영을 마친 영화가 3년이나 지난 1977년 4월에 개봉했고, 그해 국산영화 흥행 4위를 차지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윤정희는 1973년 5월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는데, 김수용 감독의 연락을 받고 방학 기간을 이용해 일시 귀국한다. 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을 만한 작품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이었다. <야행>은 <안개>(1967)의 후속 프로젝트 같은 기획이었는데, 역시 김승옥 원작으로 태창흥업이 제작하고 윤정희와 신성일이 주연을 맡았다. 각색은 시나리오작가로 출발해 데뷔작 <몸 전체로 사랑을>(1973)까지 연출했던 홍파 감독이 맡아 예술영화의 톤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촬영은 당시 신문 기사에도 언급될 정도로 신속하게 진행됐는데, 1973년 12월 마지
[정종화의 충무로 클래식] 여성의 욕망에 관한 70년대식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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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마지막 회차가 끝나고 그날 바로 작업실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한달간의 공연의 부산물이 작업실을 가득 채우고 있어서 이대로 퇴근했다가는 다음주 일정을 소화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여러 팀들과 연습하느라 꼬인 배선들을 새롭게 배치하고, 공연장에서 돌아와 엉망으로 놓인 악기들과 물품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놓여 있는 바닥도 정리하기 시작했다. 무대 위를 멋지게 꾸며주던 소품들은 작업실에 들어오니 갈 곳이 없었다. 공연 직전에 발매한 CD 박스들과 티셔츠, 그리고 배송용품들도 정리하지 않으면 안됐다. 공연의 여운이 남아 있는 늦은 밤 작업실은 그 어느 때보다 분주했다.
15년을 이어온 밴드의 작업실에는 많은 것들이 남아 있다. 이사를 다닐 때마다 정리를 하지만 여전히 무엇인가가 남는다. 일단 슬쩍 봐도 각종 활동의 데이터가 쌓여 있는 CD와 하드디스크 뭉치들(절대로 버릴 수 없지만 내용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한때는 열심히 사용했지만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장비들, 그리고 절대로
[윤덕원의 노래가 끝났지만] 무기한 휴간 중인 잡지의 팬으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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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자들과 주말 근황을 공유할 때마다 겹치는 일상이 드물다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누군가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누군가는 웹툰을 보고 또 다른 누군가는 OTT 시리즈를 몰아 본다. 연애 예능 프로그램과 팟캐스트, 유튜브 콘텐츠와 독서까지, 10명이 채 안되는 기자들 사이에서도 소비하는 콘텐츠의 스펙트럼이 이렇게 다양할 정도니 관객과 독자의 취향은 얼마나 파편화되었을지 새삼 곱씹게 된다. 더불어 선택할 수 있는 콘텐츠의 폭이 넓어질수록,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은지 깨닫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자신의 취향에 대한 자각이 없다면,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구독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길을 잃고 말 테니까.
비슷한 맥락에서 이번 추석 연휴를 보내는 독자 여러분의 모습도 각양각색일 거라 생각한다. <기적>과 <보이스>를 보기 위해 극장으로 향하는 분도 있을 테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장영엽 편집장] 우리 각자의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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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라이시가 코로나19와 관련된 4개의 계급을 지난해에 얘기했다. 다들 한번씩 웃고, 가끔은 우울해졌을 것이다. 맨 아래의 잊혀진 자들, ‘포가튼’과 3계급인 실업자들은 이해가 쉽게 간다. 1번 계급은 ‘리모트’, 원격 근무, 즉 재택 근무가 가능하거나 사람들과 떨어져 있어도 소득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계급이다. 보통의 1번 계급은 종교와 관련되어 있거나, 사회의 특별한 권위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저 재택 근무가 가능하다는 정도로 최상위 계급이라니, 역사상 가장 가난한 1번 계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번 계급은 필수 인력, 해고의 위험은 없지만 바이러스 노출 위험이 높아서 2번이다.
비슷한 생각을 한국으로 옮기면, 팬데믹이든 뭐든, 결국은 집이 계급을 구분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통계청의 ‘2019년 주택소유통계’를 가지고 좀 살펴봤다. 가구 기준으로 한집만 가지고 있는 국민은 40% 정도 된다. 두채를 가진 사람은 11%다. 3채 이상 가진 가구를 더해보니
[우석훈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지배자와 피지배자 그리고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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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우성사 / 감독 임권택 / 상영시간 105분 / 제작연도 1976년
임권택의 60번째 영화 <왕십리>는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도, 한국영화 미학의 역사에 있어서도 주목해야 할 작품이다. 정성일 평론가는 임권택 감독과의 대담집에서 이 영화를 “작가영화의 신호탄”으로 규정하고 1970년대 중반 청년영화를 향한 임권택의 대구(對句)로 설명한다. 직관적이지만 예리한 분석이다. 현실적인 삶에 천착한 영화를 시도하며 “진정한 의미에서 데뷔작”이라고 생각한 <잡초>(1973)가 흥행에서 외면받은 후, 임권택은 영화진흥공사가 제작한 국책영화와 개봉관에서 상영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장르영화를 만들며 1970년대를 버티고 있었다.
이때 청년 세대의 감독들은 새로운 한국영화를 만들겠다며 ‘영상시대’를 결성했고, 이장호가 <별들의 고향>(1974)을, 하길종이 <바보들의 행진>(1975)을 성공시키며 어둡고 혼탁한 시기를 돌파하고 있
[정종화의 충무로 클래식] 청년영화를 향한 임권택의 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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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하는 소설이나 만화의 영상화 소식을 들을 때면 자연스럽게 바라는 것이 생긴다. 특별히 아꼈던 캐릭터나 좋아했던 대목이 원작을 읽으며 상상했던 대로 구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상화된 작품의 만듦새와 관계없이 기대했던 원작의 요소가 대폭 생략되거나 생각과 다른 결과물로 완성되었을 때 느끼는 상실감은 의외로 상당한데, 그에 대해서는 이번호 ‘이경희의 SF를 좋아해’ 칼럼에서 이경희 작가가 통렬하게 서술하고 있다(리들리 스콧 감독이 이 글을 읽는다면 등골이 서늘해질 것 같다).
한편 원작에는 존재하지 않는 서사와 인물이 영상의 힘을 빌려 관객의 마음을 훔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구교환 배우가 연기하는 <D.P.>의 한호열 상병이 내게 그런 존재였다. 위계가 명확한 군대의 규칙에 일견 순응하는 듯 보이면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숨 쉴 틈을 만들어내는 이 유연한 캐릭터의 등장은 원작 만화 <D.P 개의 날>의 인물들과는 사뭇 다른 활력을 시리즈에 불어넣었
[장영엽 편집장] 세 가지 색: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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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새 앨범을 내고 공연을 하고 있다. 음악 감상의 수단이 디지털로 전환된 시기에 CD로 앨범을 발매하고, 코로나19로 인해 거리두기가 4단계인 상황에서 공연을 하는 것이 이익이 되는 영리한 일은 아니라는 것을 한번 더 확인하는 중이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있을까. 앨범 제목처럼 말 그대로 ‘어떻게든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하고 있는 일이다. 그래서인지 음반 녹음이 끝나고 후반작업을 조율하면서 공연을 준비하기 시작할 때쯤 해서는 꽤나 지치고 우울하기도 하고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가 하는 회의도 들었다. ‘어떻게든 뭐라도 하자’라는 마음이 아니었다면 그 시기를 지나오기가 힘들었을 것 같다. 뭔가 더이상 할 수 없어서, 혹은 해도 의미 없을 것 같아서 ‘이제 그만 접을까’ 생각하고 내려놓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아서 그렇지.
하지만 막상 음반을 발표하고 공연을 하니 몸은 힘들지만 마음에 바람이 통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 새 음반을 기다려주고 반갑게 맞아
[윤덕원의 노래가 끝났지만] 어떻게든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