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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씨네21>의 독자를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붕어빵을 머리부터 베어 먹는 사람과 꼬리부터 베어 먹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씨네21>도 앞장의 ‘에디토리얼’을 먼저 읽는 독자와 마지막장의 ‘디스토피아로부터’를 먼저 읽는 독자가 있다. 이번주 디스토피아로부터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이 글이 올라갔을 때엔 이미 대선 결과가 나와 있겠지만….” 필자인 김겨울 작가는 대선 결과 발표 전에 원고를 보내왔고 나는 대선 결과 발표 직후 이 글을 쓴다. 자고 일어났더니 정권이 교체되었다. 출근길. 모바일로 뉴스를 훑다가 잠시 시선을 거두고 차창 밖 풍경을 바라본다. 어제의 아침과 오늘의 아침은 크게 다를 것도 없어 보이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안다. 만물은 변한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말했다. “똑같은 강물에 발을 두번 담글 수는 없다”고.
2. 확인해보니 달리기 앱을 마지막으로 켠 게 지난해 10월이다. 진정한 러너는
[이주현 편집장] 변화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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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소중한 분들과의 저녁 식사에 초대받았다. 특별한 만남의 기억을 작은 선물로 남겨드리고 싶어 찾아보니 선택이 쉽지 않았다. 취향이 있는 분들에게 무언가를 전하기 위해선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 기준은 흔하지 않고, 만든 이의 삶이 녹아 있고, 형태가 아름답고, 보관이 가능한 것이었다. 다른 나라에서 오래 사신 분에겐 우리의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고, 모임 후 지역으로 돌아가시는 분에겐 이동 중 상하는 물건도 곤란했다.
검색을 거듭해 찾은 작은 초콜릿 전문점은 상권의 이면 도로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었다. 무엇보다 상점 입구에 붙여진 10년의 세월 동안 받은 맛집 인증서들이 역사를 담고 있었다. 차분하고 깨끗한 상점에 예쁘게 진열된, 장인이 정성스레 만든 초콜릿을 장갑을 낀 정중한 점원의 설명을 받고 신중하게 골라 담담한 설명서와 함께 갈색의 아름다운 박스에 담았다. 완벽한 경험은 나중에 찾아본 만든 이의 인생에서 출발하고 있었다.
용돈이 귀하던 어린 시절, 초콜릿은 과자보
[송길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오직 하나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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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우크라이나 소식에 마음이 착잡하다. 핵전쟁과 3차 세계대전이란 무시무시한 말들이 현실의 수면 위로 떠오를 줄은 정말 몰랐다. 그건 영화 속 악당들이나 꺼내는 카드인 줄 알았는데…. 2월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도시는 불타고, 생존을 위해 국경을 넘는 피난민들의 행렬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마음은 우크라이나의 도시들을 서성이지만, 내가 사는 세상과 그들이 사는 세상은 물리적으로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다. 지금 이곳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조국을 위해 자발적으로 총을 든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축구 선수도, 테니스 선수도, 오케스트라 단원도 총을 들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영화인들의 안부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해서 <씨네21>은 우크라이나 감독들에게 연락을 취해보았다. 멀리 떨어진 한국에서도 당신들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고, 무사하다는 말이 담긴 한줄의 글이라도 받고 싶었다. 송경원, 임수
[이주현 편집장] NO 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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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의 총파업이 50일을 넘어섰다. 택배노조의 요구사항은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을 위해 본사인 CJ대한통운이 직접 대화에 나서라는 것이다.
택배노조는 지난해 1월에 택배사들과 한번 합의를 했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비대면 물류가 크게 증가한 상황에서 안전망 없는 과로로 택배노동자들이 연이어 과로사하자, 택배업 종사자뿐 아니라 시민들도 두루 지지하여 일구어낸 성과였다. 이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에는 분류작업 전담인력 투입, 구조개선 비용부담, 성수기 택배사업자 보호, 갑질 방지 표준계약서 등의 내용이 담겼다.
택배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분류작업이었다. 건당 수수료를 받는 집화나 배달과 달리 책정된 대가가 없는 분류작업까지 택배기사들이 하는 것이 부당하고, 과로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2021년 ‘일과건강’의 택배노동자 과로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분류작업시간은 택배노동자 노동시간
[정소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택배파업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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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를 보다가 밴드 ‘EX’의 2005년 MBC 대학가요제 무대 영상을 보게 되었다. 생방송으로 보았던 무대를 다시 보니 그때 생각이 나서 기분이 묘했다. 반가운 마음에 댓글도 달았다. 댓글은 크게 두 가지였는데, 그때 연주를 실제로 보고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쪽과 예전에 이렇게 매력적인 곡과 무대가 있었던 것을 처음 알고 흥미로워하는 쪽이다. 물론 나는 그 시절을 떠올리는 쪽이었는데, 그것은 2005년 대학가요제에 브로콜리너마저가 지원했다가 탈락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당시에 예선 탈락자로서 팔짱을 끼고 ‘어디 얼마나 잘하는 사람들이 올라왔나 보자’라는 심정으로 대학가요제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래서 그 무대가 준 충격이 더욱 컸다.
EX는 마지막 순서로 등장해 <잘 부탁드립니다>로 대상을 거머쥐었다. 아마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첫 소절이 나오는 순간, ‘안녕하세요’ 하고 보컬 이상미씨가 노래를 시작하는 그때, 이들이 대상을 받겠
[윤덕원의 노래가 끝났지만] 더 잘할 수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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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상처 하나 없는 사람이 세상천지 어디 있을까.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해 방황하고, 정의구현과 복수 사이를 오가며 세상 모든 고뇌를 저 혼자 끌어안은 듯한 표정을 짓는 브루스 웨인을 볼 때면 고구마를 먹은 듯 가슴이 답답해진다. 그럼에도 <배트맨> 시리즈의 매력을 부인할 순 없다. 배트맨의 매력은 그의 깊고 복잡한 인간적 고뇌가 아니라 사연 있는 남자의 분위기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로버트 패틴슨 주연의 <더 배트맨> 예고편은 나를 흥분시키기 충분했다(배트슈트와 배트모빌이 주는 장비의 멋이라든지(전문용어로 ‘장비발’), 고층 건물 꼭대기에서 망토 자락 펄럭이며 어둠에 잠긴 도시를 내려다보는 배트맨의 까만 실루엣엔 취할 수밖에 없다). 영화를 본 기자들의 반응도 엇갈렸는데, 몇몇 장면은 인상적이지만 대체로 몰입하기 힘들었다는 쪽과 코믹스 팬이라면 좋아할 수밖에 없다는 쪽의 감상평을 듣고 나니, 어쨌든 극장으로 달려가 직접 확인하는 수밖에
[이주현 편집장] 2년차 배트맨의 고뇌와 코로나 3년차 한국영화의 고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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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에 만들어진 <황혼의 사무라이>를 보았다. ‘황혼’의 의미는 ‘해가 지면 집으로 퇴근하는 사무라이’라는 의미다. 막부 말기, 일본의 봉건제가 무너지면서 무사들이 장부도 정리하고 회계도 하는 사무직으로 밥값하던 시절의 일이다. 어느 날 어린 딸이 사무라이인 아버지에게 묻는다.
“아버지, 제가 바느질을 열심히 배우면 나중에 옷을 지어 입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글공부를 하면 나중에 뭘 할 수 있죠?”
아버지는 자기가 <논어>를 읽던 시절을 떠올리면서 이렇게 대답한다.
“바느질처럼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글공부를 하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단다. 생각하는 힘이 생기지. 세상이 변한다 해도 생각하는 힘이 있다면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을 거다. 그건 여자든 남자든 마찬가지야.”
영화는 이렇게 <논어>도 보고, 글공부도 한 가난했던 딸이 일찍 퇴근해서 집에서 닭도 치고, 물고기도 잡고, 가사도 돕던 사무라이 아버지의 짧았던 생을
[우석훈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마초 자본주의, 일본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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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임기 내 대선을 맞는 기분이 묘하다. 벌써부터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3월9일의 상황을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해보게 된다. 개표가 한창일 시점은 기자들의 마감 스트레스가 최고치를 찍을 때인데, 투표 결과를 주시하느라 저하된 집중력이 기사의 질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까. 새 정권에서 영화산업은 어떤 변화를 맞게 될까. 끝말잇기 같은 걱정의 연속이다. 당장은 이번주 대선 후보들의 문화예술 정책을 살펴보는 인터뷰에서 왜 기호 1번과 2번의 이름은 보이지 않냐며, 정치적 편파성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걱정이다.
우선 대선 후보 문화예술 정책 인터뷰는 2주에 걸쳐 나뉘어 실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인터뷰는 한주 뒤인 1345호에 실리니 일주일 더 기다려주시기 바란다.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씨네21>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주요 네 후보의 문화예술 관련 정책과 철학을 한눈에 비교하는 기회가 될 거라 기대했는데, 윤 후보의 인터뷰 불발은
[이주현 편집장] 심상정의 '세자매', 안철수의 '오징어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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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식습관을 정비했다. 흔히들 하는 것처럼 식단 관리를 시작한 게 아니라, 원래 소극적으로만 실천하던 채식을 제대로 하기로 했다. 고기 종류를 먹지 않을 뿐 아니라 우유와 계란도 끊었다. 집에 남아 있는 동물성 식재료가 조금 있긴 하지만 있는 걸 소진하고 나면 새로 사지는 않을 계획이다. 그럼 도대체 뭘 먹고 살아? 그게 아마 비건들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인 것 같다. 하지만 놀랍게도, 나의 식습관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아침마다 먹던 그릭 요구르트는 두유 그릭 요구르트로 바꾸었다. 그래놀라도 비건 그래놀라가 많이 나와 있다(어차피 곡류와 견과류니까 동물성 지방을 쓰지 않으면 비건으로 만들기 쉽다). 원래 파스타를 좋아하니까 파스타는 그대로 먹고 있는데 토마토 소스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크림 소스는 비건 크림 소스를 사다가 쓰거나 두유와 견과류, 두부를 갈아서 만든다. 운동하고 나서는 두유에 식물성 단백질을 챙겨 먹는다. 카레에 대체육을 토핑해서 먹기도
[김겨울의 디스토피아로부터] 간결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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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으면서 무엇인가 의미를 붙이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일지도 모른다. 음악가들은 대개 10주년, 20주년, 30주년 등등을 기념하면서 음반을 발매하거나 공연을 하기도 하는데, 내 경우는 밴드 데뷔 시점을 언제로 보아야 할지 애매해서 딱히 크게 기념을 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음악가가 아닌 나에게 2022년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 바로 지상파 라디오방송 출연자로 꾸준히 활동해온 지 10년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일회성으로 초대석을 진행하는 경우 말고 특정 요일에 고정 출연해서 진행자와 대화를 나누고 이런저런 내용을 진행하는 출연자들을 ‘고정 게스트’라고 부르는데, 나는 2013년 봄에 SBS 라디오 <정선희의 오늘 같은 밤>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쉬지 않고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
아직도 기억나는 첫 코너의 제목은 ‘꽁꽁 브라더스의 상식이 너마저’였는데, 밴드 9와 숫자들의 송재경(9)과 함께 상식을
[윤덕원의 노래가 끝났지만] 라디오와 함께한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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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과 월드컵 시즌이 되면 몸과 마음이 분주해진다. 마침 6개월차로 열린 하계올림픽과 동계올림픽이 모두 이웃 나라 일본과 중국에서 열려 요즘은 시차로 인한 피로 없이 실시간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도쿄올림픽에서 수영의 황선우 선수, 높이뛰기의 우상혁 선수가 높고 단단한 벽을 깨부수고 신기록을 써내려갔을 때의 감동이 아직 생생한데, 지난 2월9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500m 결승전에서도 벅찬 감동과 환희의 금빛 소식이 전해졌다. 앞서 남자 쇼트트랙의 황대헌, 이준서, 박장혁 선수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편파 판정과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1000m 결승 진출이 좌절되는 경험을 했다.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른 것을 말하는 심판의 창의적 해석에 분노를 느끼고 훼손된 올림픽 정신에 실망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타격은 선수들이 제일 컸을 텐데, 이틀 뒤 세 선수는 보란 듯이 모두 1500m 결승에 올랐고, 황대헌 선수는 “아무도 내 몸에 손대지 못하게 하는
[이주현 편집장]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보고 든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