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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서’라는 호칭은 참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호칭을 피해갈 수 없는 당사자로 살고 있다. 팔로워 규모가 작은 편이라 그중에서도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라는 세부 장르로 분류되고, 출판계로 한정하면 ‘마이크로’는 뗄 수 있다. 잘 알려져 있듯 소셜 미디어를 종횡무진하는 인플루언서들이 주로 하는 일은 자신의 외양이나 취향, 라이프스타일 등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말 그대로 ‘영향을 주는’(influence) 일이다. 나는 그중 책과 신념, 그리고 라이프스타일을 맡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영향을 주려고 작정하고 영상을 만들거나 글을 올리는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됐다.
그러다보니 가끔은 내가 좋아하는 걸 당신도 좋아하면 좋겠다는 영업의 목표가 생길 때가 있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영업 방법 중 하나를 오늘 공개하려고 한다. 그것은 바로 ‘하지 말라고 하지 않기’다. 말 그대로 뭘 하지 말라고 하는 대신, 그냥 다른 옵션을 제시하는 것이다.
뇌는 부정의 개념을 이해하
[김겨울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슬금슬금 영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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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일과는 ‘일기쓰기’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으로 보면 3주 정도 빠짐없이 일기를 쓰고 있다. 일기라고 해서 대단한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대체로 시간 순서에 맞추어서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떻게 생각했고, 어떤 일을 했는지 메모장 한 페이지 정도를 기록한다. 스마트폰 메모장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된 사진을 찍었다면 첨부해놓기도 한다. 당연히 모든 일이나 생각을 기록하지 못하기 때문에 몇 가지 사실만을 기록한다. 아마 그 순간에 적었다면 기억날 일들도 잠들기 전에 쓰려고 하면 기억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예전에는 기록을 해놓아야겠다고 생각지 않았다. 어릴 때는 사소한 일상도 웬만하면 기억에 남아 있기도 했을뿐더러 뭔가 오래 남길 만한 가치 없는 것들을 굳이 적어두어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세상에는 너무 많은 자료가 있고, 그 속에서 내 이야기는 너무 하찮게 느껴지는데 굳이 한줄 더 보탤 것까지야. 어린 시절 일기장을 가끔 펼쳐
[윤덕원의 노래가 끝났지만] 그래도 꽤 괜찮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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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히 벚꽃 명소를 찾아다니진 못하더라도 틈틈이 길가의 꽃들은 살피자는 마음으로 4월을 맞이했다. 갑자기 꽃이 좋아지면 나이 먹은 거라던데, 요즘의 내가 그렇다. 꽃만 보면 카메라를 들이대고, 틈틈이 꽃 그림을 그리고, 꽃무늬 옷이 그렇게 눈에 들어온다. 이번주 <씨네21>의 표지도 꽃을 든 배우 박형식의 사진이 최종 후보에 올랐으나…. 아무튼 <씨네21>에도 꽃이 피었다. 다름 아닌 형형색색의 이야기꽃. 고유한 색과 향을 지닌 사람들의 인터뷰 기사가 1351호에 가득 실렸다.
영화 <배심원들> 때 만난 적 있는 박형식은 해로운 첨가물이 조금도 섞이지 않은 유기농의 배우로 기억한다. 구김 없는 성격과 성실한 태도, 앞뒤 재지 않고 좋아하는 것을 향해 전력 질주하는 마음까지. 좋아하는 것을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알기에, 박형식의 태도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배심원들>을 마치고 군대에 다녀온 그는 드라마 <해피
[이주현 편집장] 봄이 왔고 이야기꽃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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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읽고 있는 책들을 소개하라는 유명 잡지의 한 코너에 초대받았다. 명사들이나 어울릴 법한 자리에 나올 수 있어 감사했지만 어떤 책을 들고 나가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최근”과 “책”이라는 두 가지 조건이었다. 활자가 넘치는 시대, 무엇이든 하루 종일 읽고 있지만 책이라는 매질로 한정하고 최근이라는 시간으로 제한하니 범주가 줄어들 듯해도 막상 그렇지가 않다. 게다가 이것저것 손대며 닥치는 대로 읽어내는 악습을 가진지라 몇권만 고르기엔 아쉬워진다. 그만큼 읽을거리가 풍요로운 세상을 사는 듯하다.
어릴 적 방학 때면 내려가서 며칠을 보내던 시골 할머니 댁은 읽을거리가 귀했다. 퀴퀴한 향이 가득했던 다락에는 해서체로 가득 찬 정체 모를 고문서들이 있었지만 한 글자도 이해하기 어려웠기에 또래가 없어 하루가 길던 나에게 별무소용이었다. 책상에는 사촌 형의 유물 같은 사전 몇권이 전부였기에 무료로 배달된 것이 분명한 농민 잡지를 몇번이고 읽으며 부모님이 언제 데리러
[송길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지식의 자영업을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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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이 올해로 창간 27주년을 맞았다. 매년 생일을 자축하며 <씨네21>을 이만큼 키워준 독자들을 위해 근사한 생일상을 차리는 게 이제는 전통이 되었다. 생일상은 곧 ‘창간기념 특별호’ 제작을 말하는데, 올해도 정말 정성껏 준비했다. 감히 재미있지 않은 페이지는 없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을 정도다. 먼저 1995년 4월생으로, <씨네21>과 같은 해 같은 달에 태어난 이도현 배우가 표지를 장식했다. 굳이 탄생의 순간으로 인연을 엮지 않더라도 <씨네21>이 이도현에게 만남을 청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도현은, <씨네21>이 연말에 진행하는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망 설문에서 2년 연속으로 ‘올해 주목할 만한 신인 남자배우’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들이 가장 주목하고 기대하는 신인배우라는 뜻이다. 이도현은 현재 송혜교와 함께 김은숙 작가의 신작 <더 글로리>를 촬영 중인데, <태양의 후예>
[이주현 편집장] 스물다섯 스물하나 아니고 스물일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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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종시 국토교통부 앞 망루에는 사람이 있다. 4월1일이면 고공농성 300일을 맞는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명재형 동원택시분회장이다.
택시업계의 사납금제도는 널리 알려진 병폐였다. 사납금은 법인택시기사가 회사에 날마다 내야 하는 돈이었다. 아무리 택시를 몰아도 사납금을 채우지 못하면 택시기사는 오히려 돈을 회사에 갖다줘야 했다. 멀리 가는 손님, 번화가로 가는 손님을 태워야 사납금을 해결할 수 있어 발생하는 골라태우기나 탑승거부, 일하는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이 이동하기 위해 무리하게 운전해서 발생하는 난폭운전 때문에 불친절과 시민불안의 원흉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사납금제도는 2020년에 법적으로 완전 폐지되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 개정되어 법인택시기사도 수입을 전부 회사에 내고 일정한 급여를 받는 전액관리제(완전월급제)가 도입되었다.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이하택시발전법)도 개정되었다. 제11조의2를 신설해 택시기사의 근로시간을 주 40시간 이상으로 정했다. 이
[정소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잊지 말아야 할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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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나는 사전 투표를 했다. 서교동 주민센터는 주말인데도 사람이 많았다. 마포 구민 외의 투표가 훨씬 많았는데, 홍대 앞이라는 이유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20분 가까이 기다린 끝에 투표를 할 수 있었다. 확인된 사전 투표율은 30%가 넘었다. 많은 사람이 그랬듯이, 쉽게 결정하기 힘든 선거였다. 그럼에도 과정은 치열했고, 결과도 박빙이었다. 지금은 이미 결론이 난 선거이기 때문에 어찌되었던 승자가 결정되었고, 결과적으로 그에게 주어진 책임을 충실히 이행하기를 바랄 뿐이다.
선거의 의미와는 별개로 흥미로운 것은 투표를 통해 누군가를 뽑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비록 내가 기권하거나 투표를 하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당선이 된다. 선거 외의 경우에는 간혹 누군가를 뽑아야 하는 때에 그 자리를 비워두는 경우도 있다. 종종 대상이 없는 문학상 같은 것들을 본 적이 있다. 가작만 존재하고 대상에 적합한 작품이 없어서 그 자리를 비워놓았다는 심사위원들의 고민도 이해는 간다
[윤덕원의 노래가 끝났지만] Pick Me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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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에서 공개되는 마블 오리지널 시리즈 <문나이트>는 여러 다른 자아와 불편하게 공존하며 살아가던 한 남자가 슈퍼히어로로 각성하는 과정을 다룬다. 스티븐, 마크, 문나이트를 연기한 오스카 아이작은 작품을 준비하면서 해리성 정체 장애를 가진 로버트 옥스남의 자서전을 읽은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하는데, 여러 개의 자아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공포는 감히 짐작하기 어렵지만 우리는 모두 일정 부분 다중인격의 소유자라는 생각이 든다. 내게도 물론 여러 개의 자아가 있다. 사회생활을 한다는 건 아우성치는 자아들의 충돌을 제어하고 상황에 맞는 적절한 가면을 쓰고 매끄럽게 연기를 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사회적 자아를 퇴근시킨 뒤엔 게으른 자아 모드로 침대에 누워 특별한 자아 발굴에 나선다. 그러니까 가끔은 특별한 코스튬과 막중한 책임감을 두른 슈퍼히어로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저 몸을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파리 국립 오페라 발레단의 내부를 기록한 프레더릭
[이주현 편집장] 쉘 위 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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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건 모르겠는데, 정치적으로 나는 우리 집안에서는 돌연변이다. 친가, 외가 통틀어 처음 나온 좌파다. 부모 앞에서는 기능적인 얘기 말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괜히 뭐라고 해봐야 서로 기분만 상한다. 직업이 경제학자라 회사 고위직들도 자주 만나고, 소위 ‘뱅커’들도 종종 접한다. 직업으로서 나의 일상은 적당한 수의 좌파 그리고 어마하게 많은 보수들과의 만남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보수적인 사람들과 얼굴 붉히지 않고 적당한 에티켓과 거리를 지키면서 살아가는 데 익숙해져 있다. 그래도 버티기 힘들 때가 종종 있다. 정권이 바뀔 때가 그렇다.
내가 기억하는 보수로의 정권 교체는 제일 컸던 게 이명박(MB) 당선 때, 이번이 그렇다. 박근혜 당선은 정권 교체는 아니다. 공교롭게 MB가 당선되었을 때 난 40대였다. 나의 화려했을 40대는 그렇게 갔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겪어내기 제일 어려운 보수로의 정권 교체는 이번이 아니었나 싶다. MB 때에는 잘난 척하는 사람들이 50~6
[우석훈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청년 보수의 시대를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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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가, 뒤돌아보지 말고.”(Go. Go now. Don’t look back.) <벨파스트>의 마지막 장면. 카메라는, 고향 벨파스트를 떠날 채비를 하는 아들 가족을 바라보는 할머니(주디 덴치)의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타이트하게 잡는다. 슬픔을 삼킨 단단한 표정으로 작별 인사를 건네는 주디 덴치의 얼굴. 흑백이라 더 도드라지는 얼굴의 주름은 오랜 세월 벨파스트에서 살아온 사람, 그곳에 ‘남은’ 사람들의 시간을 스크린에 각인하는 듯해 뜨겁고 뭉클하다.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촉촉해진 마음으로,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벨파스트>가 의미 있는 상을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극장을 나섰다. <드라이브 마이 카>를 보고 난 후에도 비슷하게 격한 감정을 느끼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었다. ‘올해 최고의 영화를 만났군! 아니 그런데 왜 칸국제영화제에선 각본상밖에 못 받은 거야?’
시상식의 결과 예측은 늘 어렵다. 올해도 어김없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시즌이
[이주현 편집장] 벨파스트, 키이우, 그리고 여긴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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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이 올라갔을 때엔 이미 제20대 대선 결과가 나와 있겠지만, 뒤늦게라도 이야기해보자면 이번 대선은 환경 정책과 관련해 중요한 기점이다. 기후 위기가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 5년은 ‘다음 기회에’를 외치기엔 너무 긴 시간이기 때문이다(어차피 지구에는 ‘다음 기회’ 같은 것도 없다). 우리에게 주어진 최후의 마지노선은 평균 온도 1.5도 상승인데, 그 마지노선을 지키기 위해 주어진 시간은 겨우 7년 정도다. 이미 여러 국가에서 다양한 환경 재난을 겪으며 기후 정치가 화두에 오른 이유가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도 그랬… 어야 하지만, 어쩐지 대선을 앞두고 기후 위기 대응을 엄중한 과제로 여기는 사람들은 (후보 본인들을 포함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유세 연설에서도, 텔레비전 토론에서도 기후 이슈는 거의 다뤄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기후 위기는 환경을 보존해야 한다는 당위의 문제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다가오는 재난의 현실이다. 곽재식 작가가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김겨울의 디스토피아로부터] 기후는 기다려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