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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한 글로벌 기업의 사옥에 강연차 다녀왔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디지털화, 자동화, 원격화 등의 기술은 전세계인의 지지를 받으며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인간을 배제할 수 있는 기술 진보를 온 인류가 지지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 난리통에 살아남은 조직들간에는 더욱 치열한 경쟁 구도가 펼쳐졌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이 살아남을 방법은 빠른 학습 능력과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조직은 이를 위해 끊임없이 의식과도 같은 모임을 만들어 구성원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단련시키려 애쓴다. 나의 강연도 바로 그런 ‘리추얼’의 일환이었다.
그간 리추얼은 대부분 구성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특정한 메시지를 다 함께 경청하고 속내를 털어놓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번 강연에서 나를 기다린 것은 대형 강의실을 가득 메운 직원들이 아닌, 사방이 막힌 사내 스튜디오와 표정 식별이 불가능한 2천명이 모인 채팅 창이었다. 이제는 감염의 우려 때문만
[송길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채워진 말풍선 200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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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브로콜리너마저’는 전국 투어 공연 중이다. 매년 치러오던 여름 장기 공연 ‘이른 열대야’의 일환인데, 새로운 기획인 ‘전국 인디-자랑’이라는 컨셉으로 치러진다. 간단히 취지를 설명하면 각 지역에서 공연하면서 그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들과 함께 무대를 만드는 것이다. 이번 공연의 특징이라면 오프닝 무대를 따로 갖는 것이 아니라 공연 중간에 자연스러운 진행으로 팀을 소개하고, 공연 중에 관객 참여를 통해 그 회차의 우승자를 결정한다는 거다. 방법과 과정은 공연 연출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더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함께하는 팀들이 공연의 하이라이트에서 좀더 빛날 수 있게 한다는 점을 이 자리를 통해 자랑하고 싶다.
참여하는 팀들과는 공연 전에 따로 만나거나 온라인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시간을 정해서 한 인터뷰를 통해 팬들에게 전하는 콘텐츠도 만드는 한편 우리 입장에서도 같이하는 팀을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대화를 하면서 이런저런 서로의 애환을 토로하기도
[윤덕원의 노래가 끝났지만] 우황청심환 세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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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여름휴가철이다. 아직 아무런 휴가 계획도 세우지 못해 사랑하는 계절 여름을 회사에서만 보내게 될까 슬슬 조바심이 나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다녀온 사람 모두 낙원이라 추천하는 하와이는 어떨까? 당장 인천공항으로 달려가 “하와이행 비행기표 편도로 한장이요”라고 말해볼까? 요즘 하와이행 비행기는 만석일까? 궁금해서 항공사 직원에게 “이 비행기엔 몇명이나 탑승하죠?”라고 물어본다면… 앗, 이것은 바로 <비상선언>의 시작?!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은 바이러스 테러를 결심한 남자(임시완)가 하와이행 비행기에 탑승하면서 시작된다. 무차별 총기 난사 사건의 경우처럼 뚜렷한 이유와 목적을 찾기 힘든 현대의 테러를 다루는 이 영화는 손쓸 수 없는 재앙과 재난을 느닷없이 맞닥뜨린 사람들이 지상과 상공에서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4D 시사가 아니었음에도, 비행기가 끝 모르게 추락하거나 균형을 잃고 회전하는 장면에선 극장 좌석이 비행기 좌석처럼 느껴져 주먹을 꼭 쥐고 스크
[이주현 편집장] 하와이행 비행기가 이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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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삭감된 임금의 원상 회복을 주장하며 파업을 시작한 지 두달이 다 되어간다. 하청노동자들은 대형 원유 운반선 안에서 농성 중이다. 유최안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배 밑바닥에 0.3평 철제 구조물을 용접하고 그 안에 자신을 가둔 지도 한달이 지났다.
2016년에 조선업에 불황이 왔다. 불황에 대응하기 위해 하청노동자 7만명이 해고되었다. 일자리를 지킨 노동자들도 임금이 30% 삭감되었다. 기간산업인 조선업을 유지하기 위해 수조원이 투입되었다. 개별 노동자들도 실직, 급여삭감, 중노동으로 고통을 분담했다. 그 결과, 대우조선해양은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조선업은 수주한 다음 선박을 준공하고 인도한 다음에 그 성과가 경영실적에 반영되기 때문에 수주가 실적이 되기까지 적어도 1년 이상이 걸린다. 따라서 대우조선해양은 수주 실적으로는 이미 고비를 넘었다.
하청노동자들은 이 모든 변화를 거치는 6년간, 계속 삭감된 임금을 받았다. 20년 숙련공이 최저임금
[정소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파업을 지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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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좀비 이야기가 많이 나오다 보니, 가끔 “좀비가 실제로 나타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좋은 질문인데 답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좀비가 무엇인지 따지는 데서부터 이야기가 꼬여 있기 때문이다. 1960년대 중반까지 좀비영화는 대체로 중남미 해양 지역에서 유행했던 전설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지역 전설에 따르면, 어떤 주술사들은 사악한 마법으로 시체를 되살려서 자신의 노예로 부릴 수 있다. 조금 더 발전해서 멀쩡한 사람을 잡아다가 좀비로 만들어 노예로 부린다는 식의 이야기도 있다. 주술사는 노예 좀비에게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을 공격하라고 시키거나, 다른 나쁜 일을 시킨다. 혹은 그냥 자신의 농장에서 일을 시키며 종처럼 부리기도 한다. 성실히 농사를 짓는 일꾼 좀비라니, 영 요즘 좀비영화와는 들어맞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이 지역의 나라들은 유럽인들이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데려온 사람들이 개척하여 건설한 곳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사실 원조 좀비 이야기는 역사성
[곽재식의 오늘은 SF] 과학적인 런던의 늑대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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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의 각본집이 8월5일 출간된다. 나처럼 각본집을 손꼽아 기다린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놀랐고, 예약 판매를 시작한 지 하루 만에 온라인 서점에서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에 괜히 흐뭇했다. 영화 관련 책이, 그것도 개봉영화의 각본집이 이만큼 화제를 모으는 일은 흔치 않다. 그것은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n차 관람을 부르는 영화라는 것과도 연결되는 지점일 텐데, 좋아하는 영화를 티내며 좋아하길 즐기는 팬들은 이미 예약 사이트에서 즐거운 놀이를 벌이고 있었다. “소장하고 싶은 단일한 각본집입니다.” “한국에서는 영화를 봤다는 이유로 각본집 보기를 중단합니까?” “통장 잔고가 각본집 사는 일을 방해할 순 없습니다.” “<헤어질 결심>을 보고 나서 내 인생은 완전히 붕괴되었어요.” 영화의 대사를 활용한 댓글들이 줄을 잇는다. 절대적 팬심을 확인하는 재미가 이렇게 극장 밖에서도 이어진다.
최근 영국에선 <미니언
[이주현 편집장] 유희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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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4화부터 보게 되었다. 연거푸 변호사와 검사 등 법조인이 대통령을 하면서, 한국 사회의 얘기는 온통 법조계 중심으로 펼쳐지는 경향이 있다. 좀 지겨워졌다. ‘변호사 우영우’, 법조인 얘기의 또 다른 변이겠지, 별로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바다에서 40년을 사는 돌고래들이 한국의 수족관에서는 4년밖에 살지 못한다.”
요즘 읽고 있는 핫핑크돌핀스의 <바다, 우리가 사는 곳>의 표지에 나와 있는 문장이다. 이 얘기가 마침 채널 돌리다가 잠시 멈춰선 우영우 얘기에서 나왔다. 작가가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책을 봤을까? 아니면 인터뷰 기사를 본 것일까? 달리 할 일도 없어서 드라마를 끝까지 봤고, 앞의 것도 찾아서 봤다. 제주도 앞바다와 해변, 모비딕 얘기에서 핫핑크돌핀스까지, 이 자연스러운 전개는 아무래도 드라마의 ‘속 얘기’에 해당하는 것 같다. 겉 얘기는 장애에 관한 이야기이고, 속 얘기는 고래와 바다에 관한 이야기
[우석훈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변호사 우영우와 고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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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커피를 좋아했지만 올 상반기는 특히 커피를 즐겼던 것 같다. 집에서 사용하던 소형 에스프레소 머신을 조금 업그레이드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커피 메이커를 작업실에 있는 것과 같은 것으로 집에 하나 더 구입하기도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가입해 다양한 원두를 구매해서 마셔보기도 했다. 많을 때는 서너 종류의 커피 원두가 항상 책상 위에 있었다.
장비와 용품을 구입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만 같이 즐길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더 즐겁다. 마침 브로콜리너마저에서 기타를 연주하고 있는 동혁씨가 커피에 관심을 가지면서 더욱 즐거운 커피 생활을 누리고 있다. 새롭게 구입한 원두를 가지고 와서 합주 전에 마셔보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새로운 공동구매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며, 서로가 연습해본 추출 방법을 시연해보기도 한다. 올봄에는 따로 시간을 내서 커피 박람회도 다녀왔다.
커피를 내리는 방법은 정말 다양하지만, 내 경우에는 여러 가지로 시험해본 뒤에 주로 무게와 양을 맞추고 나서 조
[윤덕원의 노래가 끝났지만] 정성스럽게 내린 커피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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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의 다양한 서브 장르 중에서도 가장 창작하기 어려운 소재가 무어냐고 묻는다면 나는 1초도 고민하지 않고 ‘좀비’라 답할 것이다. 매체 불문하고 좀비 이야기를 참신하게 쓰기란 정말 어렵기 때문이다. 이 서브 장르 세계는 이미 수십년간 앞선 창작자들이 파먹을 만큼 다 파먹어 광맥의 막장까지 치달은 광산이다. 머릿속으로 좀비 이야기 아이디어를 하나 떠올려보시라. 정말 아무렇게나 떠올려도 좋다. 이건 정말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부러 아이디어를 배배 꼬아도 상관없다. 그런 다음 같은 줄거리의 이야기가 있는지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아마 깜짝 놀랄 것이다. 한국어, 영어, 일본어, 스페인어 정도만 서치를 돌려도 상당히 높은 확률로 비슷한 작품이 발견될 테니까. 이 바닥엔 진짜 없는 게 없다. 어느 정도냐면 <오만과 편견>을 좀비물로 각색한다거나, 가라테를 하는 좀비가 나와도 심심한 아이디어로 느껴질 정도다. 내가 본 작품 중에 이건 정말 미친 아이디어라고 생각한 작품은
[이경희의 오늘은 SF] 좀비, 정말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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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12일, 미 항공우주국(NASA)은 제임스 웹 망원경이 촬영한 우주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의 의미를 읽어낼 과학적 지식은 없지만 사진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데는 아무런 지식도 필요하지 않았다. 별의 생성과 소멸은 물론이고 은하의 비밀에 다가서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는 뉴스를 접하며, 무엇보다 지구에서 1150광년 떨어진 외계 행성에서 수증기 형태의 물이 발견되었다는 얘기를 들으며 이러다 정말 10년 내 외계 생명의 신호를 찾았다는 소식까지 듣게 되는 것은 아닐까 두근댔다. 물론 우주의 시간은 광년(1광년은 9조4670억7782만km)의 단위로 측정하기에도 벅차고 그 광년은 어떻게 해서도 실감할 수 없는 시간과 거리의 개념이라 나는 우주의 원초적 아름다움에 경탄하는 것 말고는 달리 외계 생명체와의 조우를 대비할 방법을 모르겠다. 그렇지만 ‘창백한 푸른 점’에 사는 인간은, 우주의 아득함과 까마득함을 보며 지적 호기심과 상상력을 키워왔다. 칼 세이건이 <코스모스>에
[이주현 편집장] 영화라는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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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영화 <헤어질 결심>이 개봉한 지 3일이 지난 시점이다. 아직 영화를 보지 못했지만, 이 시점에서 나는 <헤어질 결심>이 어떤 구성으로 되어 있는지, 두 인물이 어떤 만남의 곡절을 겪는지, 결말에 이르러 어떤 인물은 진실을 알고 있고 어떤 인물은 진실을 모르고 있는지까지 알고 있다. 스포일러가 될까봐 여기에는 쓰지 못하지만 결정적인 스포일러도 더 알고 있으니, <헤어질 결심>을 볼 때 아이폰을 끄고 들어가야 한다는 정보 정도는 그냥 생활 꿀팁이다. 여기에 김신영의 천재성과 대사를 얼마나 친절하게 썼는지와 언어유희적 대사(정확한 멘트까지 알아버린)를 버무리면, (결코 평론은 아니겠지만) 대충 평론 같아 보이는 패러디 글 정도는 쓸 수 있을 것 같다.
이게 다 소셜 미디어 때문이다. 트위터고 페이스북이고 인스타그램이고 재빠르게 영화를 보고 온 사람들이 각종 스포일러를 버무려놓은 감상평을 스포일러 경고 없이 올리는 바람에 영화
[김겨울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스포일링의 배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