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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미>는 직장에서 쫓겨나고 남편에게도 버림받아 자존감을 잃은 여성, 타미가 알코올중독자 할머니와 난장판 여행길에 올랐다가 범죄에 연루되는 코미디 로드무비다. 어느새 ‘누구도 예상치 못한’ 할리우드 최고 주연배우 타이틀을 획득한 멜리사 매카시가 할머니 역을 맡은 수잔 서랜던과 함께 여행길에 오른다. 왠지 25년 전 <델마와 루이스>의 루이스가 할머니가 되어 돌아와 못난 손녀 정신 차리게 만들어주는 이야기 같지 않은가? <고스트버스터즈>의 댄 애크로이드와 <미저리>의 캐시 베이츠도 깜짝 출연해 재미를 더하는 이 영화의 감동은 멜리사 매카시가 직접 쓴 각본에 꽉 들어차 있다.
01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타미가 낡아빠진 자동차를 끌고 출근을 하다가 사슴과 부딪쳐 사고를 낸다. 이것이 영화의 첫 장면이다. 어쨌든 사고가 났으니 타미의 몰골이 말이 아닐 텐데도 그녀는 꾸역꾸역 출근을 한다. 점장은 그녀를 보자마자 해고 통보를 한다. 아마도 그
[김현수의 야간재생] “내 인생은 내가 찾을래” <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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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간이 어떻게 움직이는가보다 무엇이 인간을 움직이는가에 더 흥미를 느낀다.” -피나 바우슈
나에게 <곡성>(2016)은 몸짓으로 기억되는 영화이다. 일본인 외지인(구니무라 준)이 네발로 기어가는 행동, 무명(천우희)이 종구(곽도원)에게 돌 던지는 모습, 효진(김환희)의 악몽으로 뒤틀린 몸짓, 종구의 가위 들린 몸의 움직임, 좀비(?)가 나타났을 때의 떼 소동, 일광(황정민)의 구토 장면 등 많은 인상적인 몸짓을 보여준다. <엑소시스트> 같은 귀신 들림을 소재로 하는 영화들에서 나타나는 기이한 몸짓들이 불가능한 몸의 형태를 통해서 공포감을 일으키고 있다면, <곡성>의 몸짓은 일상적일 수도 있는 몸의 움직임을 이야기 안에 배치하여, 영화를 앞으로 전진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곡성>의 인상은 무용 공연에서 받은 느낌을 닮아 있다. 서사 구조보다는 인상적인 몸짓들의 연속, 행동들의 콜라주 같은 느낌이 먼저
[윤웅원의 영화와 건축] <곡성>이 보여준 '현실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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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1. 무역상 이노가시라 고로. 아키하바라 전자상가로 녹음기를 사러 간다. 전자제품의 홍수 속에 마음의 평정심을 잃은 그에게 평온함을 준 것은 만세바시의 가쓰산도(돈가스 샌드위치). 촉촉한 가쓰산도를 한입 베어물며 거리를 바라보는 이노가시라 고로. 장면2. 영업담당 샐러리맨 이와마 소다쓰의 설날맞이 풍경. 집에서 혼자 맞는 설날을 위해 그는 해넘이국수를 준비한다. 다양한 고명과 국수를 준비해 먹으며 창밖을 바라보는 이와마 소다쓰의 얼굴에는 행복감이 가득하다.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 <고독한 미식가>(장면1), 그리고 라즈웰 호소키의 <술 한잔 인생 한입>(장면2)에서 그려낸 혼자 먹는 밥, 혼밥의 모습이다.
올리브TV의 <조용한 식사>는 혼밥을 테마로 한 먹방이다. 음식과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서 한 사람이 약 5분간 음식을 먹는다. 흔한 자막도 거의 없고, 사람에 따라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배우 오광록이 철길 위에서 백숙을 먹고, 가수 김경록
[김호상의 TVIEW] TV 속의 비현실적인 혼밥 - 올리브TV <조용한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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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라이트 아웃> 간담 서늘해지는 이야기
[정훈이 만화] <라이트 아웃> 간담 서늘해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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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 발간 표준국어대사전이 정의한 바에 따르면 스승의 날은 “스승에 대한 존경심을 되새기고 그 은혜를 기념하기 위하여 정한 날”이다. 하지만 대부분 평범한 한국인에게 스승의 날이란 이런 거다. 지금으로부터 십수년 전에 스승으로부터 당했던 모진 일들을 되새기고 그 원한을 기념하는 날. 올해도 우리는 스승의 날을 맞이해 도란도란 수다를 떨며 이런 진상 만난 자 있으면 나와보라는 배틀을 벌였는데, 그중 으뜸은 이분이었다, 부산 XX고등학교 교련 교사 맘보.
군인 정신 충만한 해병대 출신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라틴의 흥이 넘쳤던(지휘봉과 더불어 엉덩이를 흔들면서 교내를 탐색하던 뒤태가 그냥 맘보였다고) 맘보는 매우 애착을 보이는 대상이 하나 있었으니, 삭발한 학생이었다. 전교생이 군인되는 세상을 꿈꿨달까…. 야간자율학습 감독을 맡은 날이면 맘보는 세상없이 즐거웠다. 애들 머리 마음껏 깎을 수 있거든.
졸거나 딴짓하다가 맘보에게 걸리면 교실 끝에 서서 칠판에 그린 과녁을 향해 분필을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마녀의 도(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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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재난과 한국영화를 겹쳐 본 첫 번째 기억은 정윤철 감독의 단편 <기념촬영>(1997)이었다. 1997년 제4회 서울단편영화제에서 송일곤 감독의 <간과 감자>와 더불어 최우수상을 공동수상한 <기념촬영>은 1994년에 일어난 성수대교 붕괴사건을 다루고 있다. 사건이 있던 바로 그날 단짝을 잃어버렸던 대학생 수진이 세월이 흘러 지하철역에서 과거의 기억과 맞닥뜨린다. 오래전 아침, 깔깔거리고 웃으며 등교하던 친구들, 하지만 미처 준비물을 챙기지 못했던 수진은 친구 소연을 먼저 버스에 태워 보냈다. 그리고 그 버스는 바로 그 시간에 성수대교를 지났다. 살아남은 수진은 기억 속에서 친구를 그리워하며 그의 영혼을 달래주려고 한다. 영화는 사고를 떠올리는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을 좇아가는 빠르고 리드미컬한 편집으로 ‘사회적 살인’이 벌어진 그날 아침 이후, 망각의 시간을 비통한 심정으로 바라본다. 그로부터 2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우리는 과연 그로부터 달
[에디토리얼_주성철 편집장] 포스트 4·16 시대의 충무로, 우연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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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애플뮤직에서, 새로 나온 O.S.T를 보고 무슨 ‘힙합 복고 영화’가 하나 나왔나보다 했다. 그러다 오랜만에 넷플릭스를 켜니, <더 겟다운>(The Get Down)이라는 제목의 드라마를 볼 수 있었다. 여전히 디스코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70년대 후반, 사우스 브롱크스를 배경으로 힙합 문화가 막 태동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는 바즈 루어만 감독이 제작자로 나서 10년 이상 기획해 만들어냈다고 한다. 연기자들은 대체로 신인이거나 인지도가 높지 않은 편인데, 윌 스미스 아들로 잘 알려진 제이든 스미스가 힙합의 3대 요소 중 하나인 그래피티 아티스트 역할의 조연으로 출연한다.
<더 겟다운>은 탄탄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음악과 당시 흑인 빈민가의 사회상을 지루하지 않게 연결하며 하나의 성장 드라마로 훌륭하게 그려낸다. 예전의 뉴욕과 게토였던 사우스 브롱크스를 표현하는 영상미도 훌륭하고, 주인공 그룹 각각의 드라마도 잘 살아 있다. 그 시절을
[마감인간의 music] 70년대 후반의 힙합과 디스코 - <더 겟다운> 사운드트랙(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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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까, 말까? 몇년 동안 갈등하게 만든 밉상의 가전제품, 에어컨. 어느새 가구 보급률이 80%에 육박한다지만 쉽게 들여놓지 못하는 가난이 그 갈등의 첫째 요인이다. 또 전기요금 폭탄 맞을까봐 마음대로 켜지도 못한다는 주위의 볼멘소리도 발목을 잡는다. 거기에다 생태주의적 소신이랄까, 가뜩이나 온실가스를 증가시키는 에어컨 냉매를 하나라도 줄이고픈 소박한 고집이랄까. 중고 에어컨을 달아주겠다는 주인집 친절에도, 시나리오를 빨리 쓰게 하려고 에어컨을 달자는 프로듀서의 사악한 꾐에도 손사래를 쳐왔다.
하지만 폭염 앞에 장사 없나 보다. ‘지구촌 역사상 가장 더운 여름’이라는 지난해 기록을 가볍에 제쳐버린 올해의 이 기록적인 폭염 앞에서 소신이 빙하처럼 녹아내리고 있다. 선풍기도 춥다던 시골집 노모는 마침내 에어컨을 켰다며 배신을 선언했고, 전기세 10원도 아까워하던 알뜰의 여왕인 막내 여동생마저 항복하고 에어컨을 장만했단다. 서울에 노란 망고만 화룡점정처럼 열리면 딱 아열대 지역의 풍모를
[이송희일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에어컨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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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시리즈 6편까지 드로이드 R2-D2를 연기한 배우 케니 베이커가 지난 8월13일 타계했다. <스타워즈> 팬들만 알아보는 스타였던 베이커의 사진을, 처음으로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보드빌 극장 출신 배우 베이커는 낙천적이고 유머감각이 뛰어난 사람이었다고 한다. “케니는 R2-D2의 심장이자 영혼”이라는 조지 루카스의 말은, 바지런한 해결사 R2-D2의 성품이 누구에게 빚졌는지 말한다. 드로이드의 외형 안에 인간 배우가 들어 있지 않았더래도, 우리는 R2-D2와 C-3PO에게 지금만큼 따뜻한 애착을 키울 수 있었을까?
※<마이 리틀 자이언트>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08/07
한편 한편 짚어보니 <마이 리틀 자이언트>의 소피(루비 반힐)는 <칼라 퍼플>의 셀리(우피 골드버그) 이래, 스필버그 장편영화의 첫 번째 여성주인공이다. 스필버그 감독은 <인사이드 아웃>과 유사한 노선으로 소녀를 그린다. 영화가 상투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드림 캐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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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에 내게는 결혼을 약속한 남자가 있었다. 십수년의 시간을 함께 보내는 동안 우리는 잘 어울렸고 모두가 우리의 결혼을 의심치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어리고 예쁜 소년이 나타났다. 나는 남자친구도 좋고 예쁜 소년도 좋았다. 그래서 동시에 두 남자를 만났다. 너무나 달콤한 지금과 부유하고 안정된 미래, 둘 다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러나 곧 들켰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두 남자 모두 나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렇다. 바로 이것이 진정 TV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바로 그 재수 없는데 좀 부럽고 그래서 욕 나오는, 바로 그런 짜릿한 상황인 것이다. 나를 향한 사랑의 늪에 빠져 고통에 몸부림치는 두 남자를 보면서 결심했다. 이 지옥은 내가 만들었다. 그러니까 나는 벌을 받아야 한다. 지금 내게 가장 가혹한 벌은, 두 남자 모두를 잃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의 달링들아, 우리 그냥 다 같이 벌 받자. 자, 이제 모두 안녕!
그때 그 죄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나는 다음 생에서까지 그
[내 인생의 영화] 이경미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불공평하도록 가혹한 공평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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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토 로셀리니는 안나 마냐니에게 호기 있게 약속을 하나 했다. “다음 영화는 너의 경력에서 분수령이 될 거야.” 마냐니와 함께 <사랑>(1948)을 찍은 뒤였다. 그는 다음 영화가 화산섬에서 촬영될 거라는 아이디어만 밝혔다. 황무지에 가까운 척박한 땅, 외지인에 대한 폭력적 배타주의, 문명과 먼 원시적인 일상 등이 화산섬의 특성인데, 로셀리니는 바로 그것이 전후 패전국 이탈리아의 현실이라고 봤다. 마냐니는 그 섬을 배경으로 배타주의의 폭력에 저항하는 주인공을 맡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 역은 마냐니에게 가지 못했다. 알다시피 잉그리드 버그먼이 로셀리니에게 보낸 ‘유명한 편지’ 때문이다. 로셀리니는 자신과 영화를 함께 만들고 싶다는 할리우드 스타의 편지를 받자마자 미국으로 갔다. 그리고 그 역은 버그먼에게 돌아갔다. 로셀리니와 버그먼이 찍기로 한 화산섬이 바로 스트롬볼리이고, 걸작 <스트롬볼리>(1950)는 그렇게 탄생했다.
로셀리니와 버그먼, 스트롬볼리에
[한창호의 트립 투 이탈리아] 무명의 화산섬들, ‘영화의 섬’으로 변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