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훈이 만화]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수상한 파란 집의 비밀
[정훈이 만화]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수상한 파란 집의 비밀
-
내 동생은 캐나다 어학연수 중에 만난 남자와 결혼했다. 그 남자는 허세와 잔소리가 심하고 말이 많은 경상도 남자였다. 이쯤 되면 짐작할 거다. 영어 배우러 간 캐나다에서 1년 동안 한국말을 얼마나 많이 하며 살았을지.
한국에 돌아온 동생에게 나는 영국 출장에서 녹음한 인터뷰 파일을 건넸다. “한국어로 번역해서 풀어줘, 빵 사줄게.” 옆에는, 나한테는 틈틈이 삥을 뜯으면서 동생한테는 1년 연수 비용을 대준 엄마도 있었다. 동생은 당황했다. 하지만 몇분쯤 듣더니 갑자기 얼굴이 밝아졌다. “이거 영국식 영언데? 나는 미국 영어 배워서 못 알아들어.” 머리를 굴리기는 했다만 동생아…. “그 사람 미국 사람이야, 영국에서 만났을 뿐. 그리고 너 억양이 이상해. 캐나다에서 영어는 못 배우고 경상도 말만 배워왔구나.” 동생은 울면서 언니가 괴롭힌다고 엄마한테 이르러 갔다.
그 몇달 후 제부는 취직은 하지 않고 1년간 미국식 영어를 배웠으니 이제 영국식 영어를 배우러 영국에 가야겠다고 했다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사기꾼의 도(道)
-
몇년 전 영화웹진 ‘네오이마주’에서 있었던 일이 떠오른다. 당시 편집장이 이제 막 글쓰기를 시작한 신임 에디터에 대해 성폭력 혐의를 받았지만, 결국 검찰의 불기소 처분으로 끝났다. 명백히 악법이라고 생각되는, 사실적시 명예훼손 문제와 증거에 대한 공방이 피해자를 괴롭혔다. 가해자가 명예훼손이라며 오히려 큰 소리를 치고, 누가 봐도 알 만한 증거를 들이대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후 가해자는 사실상 업계에서 퇴출됐지만, 그 어떤 사과도 없었다. 더 불쾌했던 것은 지인들과 함께 에디터로 일했던 사람들의 태도였다. 난처해서 가만있는 사람들은 그냥 양반이었다. 당시 편집장을 두둔하던 에디터가 모 영화제 프로그래머로 가는 것도 봤고, 역시 그를 두둔하던 모 감독도 여전히 영화를 잘 만들고 있다. 그렇게 다들 어떻게든 연명하고 있다. 그들 또한 사과나 반성의 말 한마디 없었다.
가장 먼저 트위터를 통해 알렸다시피 <씨네21>도 최근 SNS상에서 ‘<씨네21> 영화평론가’
[에디토리얼_주성철 편집장] 최근 영화평론가 성폭력 사건에 부쳐
-
처음 엠에이티스리(이하 M83)의 음악을 접한 건 <Teen Angst> 뮤직비디오를 통해서였다. 캠코더로 찍은 청소년들의 일상과 일탈은 아날로그 비디오테이프로 교차편집되어 묘하게 매력적이었다. 2008년 당시 지금처럼 흔하지 않았던 패션 필름을 보는 느낌도 들었다. 전자 음향이나 묘하게 서정적인 가사보다 더 인상적인 시각 경험을 먼저 한 셈이었다.
M83는 안토니 곤잘레스를 중심으로 한 1인 밴드다. 2001년 결성 이래 별다른 공백기 없이 총 7장의 스튜디오 음반을 내며 꾸준히 활동했다. 이 밴드의 음악을 하나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흔히 전자음악으로 분류하지만, M83는 프랑스를 본거지로 음악 세계를 구축한 동료들과 달리 앰비언트와 신스팝, 드림팝과 슈게이즈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며 스펙트럼을 넓힌다. 한 장르를 파고들기보다 탈장르를 추구하는 것이 근래 음악적 조류라고는 해도, 하나의 음반 안에 음악가의 다양한 취향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녹아 있다는 점은 M
[마감인간의 music] 재능 넘치는 음악가의 귀환 - M83, 《Junk》
-
-
밤늦게 카톡이 울렸다. 또래 여배우에게서 온 문자였다. 혼자 술마시고 있으며 외롭다는 내용은, 막막한 미래가 불안하다는 솔직한 고백으로 이어졌다. 선택받아야 일을 할 수 있는 직업적 숙명 때문에 상대적으로 내가 부러웠나보다. 감독은 스스로 할 수 있는 확실한 일이 있지 않느냐, 하는 말에 실은 나도 불안하다고, 아마 모두가 불안할 거라 대꾸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 기자와 했던 인터뷰에서 데뷔를 준비하던 시절의 고생담 끝에 기자가 “감독도 되셨고 이젠 걱정 없겠네요”라고 했지. 걱정 없긴. 불과 이틀 전에 난 동료 감독 앞에서 아무것도 몰랐던 그 시절이 그립단 얘길 지껄였다. 그 기자는 인사치레로 건넨 얘기였겠지만 걱정 없는 인생이 어디 있을까.
얼마 전 누군가 내게 사주풀이를 문자로 보내왔는데, 주변 친구들은 다 알고 있는 내 염세 기질이 떡하니 적혀 있어 신기했더랬다. 내 운명 안에서 나의 성격과 사상이 이미 정해져 있다니. 사주라는 게 우주의 빅뱅과 팽창을 블록버스터 속 폭파
[노덕의 디스토피아로부터] 통제 불능의 인생
-
관점에 따라 세상은 달라진다. 세상은 물리학자에게는 입자의 집합체, 철학자에게는 관념의 집합체, 소설가에게는 이야기의 집합체이다. 때문에 소설가에게 세계는 한명의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보탠 다음에 사라지는 무대다. 시간이 지층처럼 쌓이며 어떤 이야기는 잊히고, 어떤 이야기는 회자된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회자된 이야기들은 신화의 지위를 획득하고, 결국은 이야기의 원형이 된다.
거창하게 시작해서 미안. 하지만 이 영화를 말할 때 거창하지 않으면, 진지하지 않으면, 폼을 잡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으랴. 이 영화는 이야기의 원형을 다룬다. 신화 중에서도 신화 격인 ‘그리스 로마 신화’에 비견하며, ‘그리스 비극’과 혈맹 관계에 있다. 불필요한 말을 늘어놓지도, 현란한 화면을 과시하지도 않는다. 슬픔을 쥐어짜지도, 애써 감동을 주입하지도 않는다. 감독인 드니 빌뇌브는 ‘자, 여기 이런 이야기가 있어. 그냥 그렇다고’라는 식으로 관객에게 무심하게 내놓는다. 어찌 보면 무
[내 인생의 영화] 최민석의 <그을린 사랑> 이야기의 원형
-
영국의 중견감독 마이클 윈터보텀은 이탈리아 말을 제법 잘한다. 이탈리아에서의 관객과의 대화 같은 자리에선 ‘더듬거리지만’ 통역 없이 직접 이탈리아 말로 관객과 소통한다. 아마 그런 솔직하고 용기 있는 태도 덕분인지 윈터보텀은 이탈리아의 시네필들 사이에서 제법 인기가 높다. 외국어를 한다는 것은 대개 그 나라의 문화를 사랑한다는 뜻일 테다. 윈터보텀은 인터뷰 등에서 자신이 이탈리아 팬이란 점을 종종 밝힌다. 이탈리아의 자유롭고 경쾌한 공기, 활기찬 에너지, 중세와 현대가 공존하는 통시성 등을 대표적인 이유로 꼽는다. 그는 온 세계를 돌아다니며 영화를 찍는 감독으로도 유명한데, 이탈리아에서도 영화를 꽤 만들었다. 이탈리아를 살짝 지나가는 <인 디스 월드>(2002) 같은 작품은 제외하고 주요 배경이 이탈리아인 장편영화는 세편이다. 발표 순서대로 <제노바>(2008), <트립 투 이탈리아>(2014), <페이스 오브 엔젤>(2014) 등이 이탈리
[한창호의 트립 투 이탈리아] 제노바와 그 인근 - 리비에라 해변, 포르토피노, 친퀘테레
-
2000년이 되면 지구가 망한다 했던 90년대 말이었던 것 같다. 조금이라도 돈이 모이면 도쿄에 가곤 했다. 어디에서든 거의 매일 거리 연주자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젊은이들에게 방향 없이 얹어지는 사회의 무게에 대한 감정의 표출이랄까, 그 진정성이 좋아 보였다.
말을 통한 진정성의 표현, 말로 하는 버스킹, <말하는 대로>가 JTBC에서 방송 중이다. 샤이니의 키가 출연한 에피소드로- 백조들 사이에서 닭답게 사는 법- 많은 주목을 받았던 프로그램이다. 유희열과 하하의 2MC가 그날의 버스커들을 데리고 대로(大路)로 나선다. 그리고 이들을 순서대로 풀어놓는다. 방송인 타일러는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생선작가(김동영)는 자신의 학벌 콤플렉스와 공황장애에 대해 말한다. 얼떨결에 모이게 된 청자는 자신의 감정이 가는 대로 반응한다. 버스킹의 장점이 고스란히 살아나는 순간이다. 덧붙여 빨간 상자에 카드를 태깅하면 1천원이 기부되는 시스템까지 꼼꼼하게 갖춰놓았다. 스튜디
[김호상의 TVIEW]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大路)에 오신 분들을 환영합니다
-
[정훈이 만화] <덕혜옹주> 21세기 헬조선에는 특혜옹주가 있다
[정훈이 만화] <덕혜옹주> 21세기 헬조선에는 특혜옹주가 있다
-
엄마는 율 브리너를 굉장히 좋아했다. TV를 보다가도 율 브리너가 나오면 오 율 브리너, 하면서 채널을 고정했다. 어렸을 때는 저 눈 큰 대머리의 어디가 좋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튼 그 덕분에 나는 명절만 되면 <왕과 나>와 <아나스타샤>를 되풀이해서 보게 되었다. 율 브리너를 정말 좋아하게 된 건 좀더 자란 이후에 우연히 <황야의 7인>을 보면서부터였다. <황야의 7인>을 보고난 이후 나는 율 브리너 대머리에 솟은 힘줄마저 사랑하게 되었다. 그러니 지금 하려는 이야기는 훨씬 더 어렸을 때 이야기다.
새벽에 미군방송을 돌려보는 건 내 중요한 취미생활 가운데 하나였다. 일전에 이 지면에서 소개했다시피 이 시간을 통해 나는 <록키 호러 픽쳐쇼> 같은 인생 영화도 발견한 바 있기 때문이다. 채널 2번을 틀어서 뉴스가 나오면 그냥 자고 영화가 나오면 끝까지 봤다. 그 새벽 나와 미군방송 사이에는 한·미 혈맹을 압도할 만한
[허지웅의 경사기도권] 영화 <이색지대>, 그리고 <HBO> 드라마 <웨스트월드: 인공지능의 역습>
-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에 초청되며 넷팩상과 올해의 여자배우상을 수상한 이승원 감독의 <소통과 거짓말>,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를 만든 오멸 감독의 신작이자 CGV아트하우스상과 한국영화감독조합상을 수상한 <눈꺼풀>, 시민평론가상과 올해의 남자배우상을 수상한 박홍민 감독의 <혼자>, <폭풍전야>의 조창호 감독의 신작 <다른 길이 있다>, <이방인들>의 최용석 감독의 신작 <다른 밤 다른 목소리> 등은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영화제 이후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개봉되지 못하고 있다.”(원승환, 지난 1076호 ‘한국영화 블랙박스’ 원고에서 발췌)
그렇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글이 아니라 지난해 이야기다. 영화제에서 상영된 독립영화 중 박석영 감독의 <스틸플라워>, 김진황 감독의 <양치기들> 정도만이 영화제 이후 관객과 만날 수 있었고, 앞서 언급한 영화들은
[에디토리얼_주성철 편집장] 당신의 다음 영화를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