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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관심 있는 작품은 언제나 최근에 본 것들이다. 예컨대 <인터스텔라>는 볼 당시에는 가슴 벅참을 느꼈지만 얼마 전 케이블TV에서 재방송을 보니 ‘저런 장면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완벽하게 잊은 상태였다.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가슴속에서 사라지는 영화를 과연 ‘인생의 영화’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 그래서 난 최근에 본 영화 중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영화 <서울역>을 지금 이 순간 ‘내 인생의 영화’로 꼽으련다. <서울역>은 집에서 VOD로 봤다. 할 게 없어 영화에 집중하게 만드는 극장과 달리 집에서 영화를 보는 건 산만해질 위험이 높다. 하지만 좋은 영화는 조건을 따지지 않는다고, 난 거의 무아지경에 빠진 채 <서울역>을 봤다.
다들 알다시피 <서울역>은 연상호 감독의 작품이다. 그리고 연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다가 실사영화 <부산행>을 찍었다. <부산행>을 혼자 극장에 가서 봤다
[내 인생의 영화] 서민의 <서울역> 불편한 진실을 회피하는 젊은 세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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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버튼의 그림 동화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1998)에 등장할 법한 인물들이 즐비한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은, 캐스팅 디렉터의 공이 돋보이는 영화다. 뒤통수에 입이 있는 소녀, 몸 안에 벌떼가 사는 꼬마, 한쪽 눈이 영사기 렌즈로 변하는 소년 등 슈퍼 파워라고 규정하기 애매한 ‘다름’을 지닌 인물들을 절묘하게 어울리는 배우(경력/비전문)들이 연기한다. 그들은 노골적으로 기괴한 외모가 아니지만 잠시 눈길을 주면 색다른 기운을 피워낸다. 헬레나 본햄 카터를 닮은 엠마 역의 엘라 퍼넬은, 팀 버튼 헤로인의 전통인 과장된 눈과 인위적 블론드를 계승한다. 주인공의 할아버지로 분한 테렌스 스탬프도 <라이미> 이후 모처럼 보람 있는 역을 즐긴다. 미스 페레그린 역의 에바 그린은? 말하나마나다. 특수효과 없이도 곧장 조류로 변신할 것처럼 보이는 배우가 달리 또 있겠는가?
09/16
<카페 소사이어티>의 뉴욕 청년 바비 도프만(제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뉴욕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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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프로그램과는 약간 다른 이야기지만, 최근에 본(이미 유튜브 조회수 100만회를 훌쩍 넘길 정도이니 나만 재미있게 본 영상은 아닌 듯하다) 영상이 있다. 안정환을 모델로 기용한 캐논 광고. 대부분 30초 안팎의 듀레이션을 가지는 상업광고와 달리 이 광고의 풀 버전은 4분38초. 스낵콘텐츠로 충분히 기능한다는 뜻이다.
축구하는 아이들을 흐뭇하게, 하지만 근엄하게 바라보는 안정환의 독백이 첫 신이다. ‘치열했던 나의 경기는 끝났다. 이제는 여유를 즐기는 법을 배울 차례다.’ 카메라 광고답게 시선을 분할하고 줌인과 줌아웃이 부드럽게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어지는 다음 신은, 도둑을 쫓는 경찰.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려고 도둑을 향해 발사한 안정환의 캐논포는 경찰을 맞히고, 그는 경찰에 연행된다. 화면 아래에는 #공무집행방해 #패닝샷 #콩밥 등의 해시태그가 흐른다. 자연사진을 촬영하는 안정환의 앞에 항상 나타나는 곰, 그리고 정글 속의 군대에서 다시 만난 곰. 되풀이되는 병맛 코드는 안정
[김호상의 TVIEW] <캐논 광고 영상> 병맛, B급, 아재 감성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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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벤허> 경주는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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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의 <자백>은 국가정보원의 간첩조작사건을 다루는 다큐다. 소셜 펀딩과 40개월에 가까운 취재 과정을 통해 완성되었다. 보통 이렇게 정치적 소재를 다루는 다큐를 볼 때면 조금 더 긴장한다. 소재의 민감성 때문이 아니다. 내가 편들고 싶어 하는 이야기라 해서 은연중에 영화의 함량에 대해 호의적인 평가를 내리지는 않을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때보다 좀더 정신을 바짝 차리고 보게 된다.
정치적 입장과 진영에 따라 영화를 보기도 전에 이를 지지해줄 준비가 되어 있는 팬덤 관객이 예정된 작품들이 존재한다. 책임감 있는 연출가라면 그런 경우일수록 작품의 함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분투할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렇지 않은 사례가 많았다. 어떤 소재를 다루어냈다는 용맹함과 연출가의 영웅심리만 남을 뿐 본질을 향한 사유는 정작 낡거나 얇고 초라하기 이를 데 없는 일이 더 많았던 것이다. 이게 다 마이클 무어 탓이다. 선정성과 어긋난 비아냥만 가지고 다큐를 이끌어가는 잘
[허지웅의 경사기도권] 간첩조작사건 다룬 <자백>이 좋은 다큐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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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 하나도 아프지 않습니다. 어떨 때는 일부러 이 책을 읽으려고 병원에 오기도 합니다. (웃음)” 지난 2013년 선종하신 하인리히 세바스티안 로틀러, 한국 이름 임인덕 신부 이야기다. 그는 독일 뉘른베르크 출신으로 지난 1965년 사제 서품을 받은 뒤 한국에 선교사로 파견된 이후, 1972년부터 경북 왜관수도원에서 선교 활동을 벌여왔다. 특히 그는 분도출판사와 베네딕도 미디어라는 이름으로 출판과 영화 등을 활용해 사목 활동을 벌이며 영화 애호가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1990년대 들어 크시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의 <십계> 연작, 페데리코 펠리니의 <길>,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거울> 등은 물론 ‘침묵 3부작’이라 불리는 잉마르 베리만의 <거울을 통해 어렴풋이> <겨울빛> <침묵> 등을 출시한 장본인이 바로 그다.
이후 심한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투병 생활을 했던 그에게 큰 힘이
[에디토리얼_주성철 편집장] 신간 영화책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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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5B는 나의 음악적 고향이다. <떠나간 후에> <H에게> <그녀의 딸은 세살이에요> 등 015B의 몇몇 발라드를 나는 정기적으로 찾아 듣는다. 이 노래들은 모든 고독과 그리움과 청승의 보금자리이기 때문이다.
‘발라드’와 함께 015B를 들여다볼 수 있는 또 다른 키워드는 바로 ‘진보’다. 1990년대 개막과 함께 등장한 015B는 당대의 실험적이며 트렌디한 그룹이었다. 그들은 아직 한국에는 들어오지 않았던 유행을 앞장서서 흡수했고, 당시에는 익숙하지 않았던 전자음악을 파격적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예를 들어 <아주 오래된 연인들>의 경우, 하우스 사운드 자체도 낯선 데다 그 위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주가 1분20초나 지속되었던 기억이 난다. 뜬금없지만 015B는 힙합 그룹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의 진보적인 면모가 ‘랩의 시도’로 연결되었던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 지도 모르겠다.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마감인간의 music] 다시 들어보니 - 015B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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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링글스, 야채레시피, 오레오, 오예스, 포카칩, 바나나킥, 콘빠, 땅콩샌드, 딸기웨하스, 칸쵸, 고소미, 빠다코코낫, 크라운산도, 꼬깔콘, 콘칩, 크런키, 오징어칩, 초코하임, 쿠크다스, 제크, 오징어집, 칸츄리콘, 레인보우곰스, 스타팜스, 감귤사랑, 예감, 다르다팝콘, 몸에좋은17차, 다이제스티브, 한라봉제주감귤, 가나마일드, 새우깡, 허니통통, 로스팜, 조지아캔커피, 사루비아, 하비, 맛밤, 야채크레커, 밤양갱, 호박 모나카….
손바닥 두개 너비의 얼굴 사진들 아래, 과자가 수북이 쌓여 있다. 평범한 얼굴들이 있고, 평범한 과자들이 있다. 누가 허니통통을 사랑했으며, 누가 칸쵸를 즐겨 먹었을까. 이 물음은 과거형으로 쓸 수밖에 없다. 사진 속 얼굴들은 이제 그것을 입에 넣을 수 없다. 추석을 며칠 앞두고 세월호 유가족 몇분과 팽목항에 다녀왔다. 엄마들은 먼저 분향소에 들러 아이들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들릴 듯 말 듯한 소리로 인사를 건네고, 사진 앞에 선물을 올려두기
[노순택의 사진의 털] 영인이의 축구화는 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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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에서 “몸을 어떻게 팔 수 있나? 그건 빌려주는 거다”라는 주장을 본 적이 있다. 그럴듯하다 생각하여 이 글에 사용한다. 이 글에는 영화의 줄거리가 일부 포함되어 있다.
며칠 전 이재용 감독의 신작 <죽여주는 여자>의 상영회가 있었다. 오래전에 각본을 읽었기 때문에 내용은 알고 있었다. 의미심장한 이야기였지만 제작비를 쉽게 구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뜻밖에도 짧은 시간에 마련한 모양이다.
이 영화를 볼 마음을 내기는 쉽지 않다. 달달하거나 감동적이거나 눈이 휘둥그레질 이야기들이 즐비한데, 할아버지들을 상대로 몸을 빌려주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왜 보아야겠는가. 취향이 독특하거나 인류애가 넘치는 사람이 아니라면 또는 제작진의 지인이 아니라면 하기 어려운 선택이다. 몬트리올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과 함께 윤여정씨가 주연상을 받았다는 소식으로 만듦새가 만만치 않을 거라고 짐작은 했지만, 초청이 없었다면 스스로 영화관에서 관람했을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오프닝 크레딧이 흘
[조광희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죽여주는 여자와 죽여달라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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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비리아는 예쁘지 않고, 목소리가 크고, 남자처럼 걷는다. 신경질적이지만 부자에겐 온순하고 바보이며 동시에 속물이다. 교양과 지성은 없고 늘 남을 깎아내리며, 무언가를 이루려는 열정도 노력도 희미하다. 카비리아는 영화 주인공의 미덕을 찾아볼 수 없는 인물이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본 관객 중 정말로 그녀가 보잘것없다고 느끼는 이가 있을까? 카비리아는 눈물나게 사랑스럽다. 게다가 나는 그녀에게서 거대함과 숭고함까지 느낀다.
<카비리아의 밤>(1957)은 사무실에서 항상 라디오처럼 틀어놓는 영화 중 하나이다. 처음 보고 완전 반해 노트에 대사를 베껴 적고, 며칠 동안 줄리에타 마시나 특유의 이탈리아 제스처와 끝을 올리는 말투를 연습했다(연습을 왜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영화가 좋은 것은 근사한 배우와 더불어 이 작품이 약간 특수한 상황에서 탄생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엄청난 집중력으로 쓴 경이로운 대본은 줄리에타 마시나로부터 시작되었음이 분명하다. 페데리코 펠리니는 그녀의
[내 인생의 영화] 조성희의 <카비리아의 밤> 그녀를 열 받게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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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과 살고 싶다는 남편의 통보를 받은 철학 교사 나탈리(이자벨 위페르)는 옛 제자 파비앙(로만 콜린카)에게 이 소식을 처음 들려준다. 두 사람은 거의 모든 주제에 대해 대화할 수 있는 관계다. 안이한 이야기였다면 나탈리와 파비앙의 관계는 연애로 흘러가고 지적인 중년 여성의 위기는 젊은이와의 사랑으로 돌파됐겠지만 <다가오는 것들>은 그보다 포부가 큰 영화다. 파비앙이 이 이야기에서 맡은 역할은 응급용 연인이 아니라 교사인 나탈리가 노년에도 계속 만나고 토론해야 할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목소리다. 미아 한센-러브 감독이 생각하는 60대 여성에게 다가오는 이슈는 이혼과 사별만이 아니라, 시니어 시민으로서 사회에서 본인의 위치를 검토하는 과제도 포함한다.
09/12
곁눈질과 모른 척, 훑어보기와 훔쳐보기. <밀정>은 많은 대사를 시선이 대신하는 영화다. 물론 시선의 위치와 교차를 정확하고 부드럽게 연결한 촬영과 편집이 없었다면 이 재미는 설계에만 그쳤을 것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다가오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