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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닥터 스트레인지> 마법보다 놀라운 일이 벌어지는 현실세계
[정훈이 만화] <닥터 스트레인지> 마법보다 놀라운 일이 벌어지는 현실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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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건국 이래 최대 정치 스캔들이다. 사정 기관 혹은 정치권의 자정 노력에 의해 밝혀진 것이 아니라 언론의 취재로 촉발된 상황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워터게이트에 비견될 만하다. 사안의 중대성에 걸맞은 결말을 맞는다면 우리 사회의 가능성으로 기록될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흑역사가 될 것이다.
비선 실세나 재단을 활용한 재벌과의 불법 자금 거래 등의 행위는 과거 군사독재정권에서도 있었던 일이다. 일종의 학습효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안보와 외교를 비롯한 국정 전반에 걸쳐 비선 실세의 이해관계가 작용했고 국민의 세금이 그들을 위해 운용되었다는 사실은 자다가 벌떡 일어나게 만든다. 나는 정말 며칠째 세금이 아까워 밤잠을 설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우리 공동체의 수준과 미래를 대변하기 위해 뽑은 대통령이라는 걸 감안할 때, ‘그들이 무슨 짓을 한 것인가’라는 질문은 곧 ‘우리가 무슨 짓을 한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되돌아온다. 나는 안 뽑았는데요, 라는 말은 지금과 같은
[허지웅의 경사기도권] 우리 사회의 <로제타>들에게 무엇을 물려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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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게도 그동안 한국영화계의 성폭력 문제에 대해 착각하고 살았던 것 같다. 한 오래된 영화인의 얘기에 따르면, 프랑스 유학파 박광수 감독이 이른바 ‘사회파 감독’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칠수와 만수>(1988)로 한국영화계에 등장하던 순간이 과거와 작별하던 순간이다. 이후 이른바 ‘의식 있는 운동권 영화’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과거의 구시대적인 여러 악습들이 개선되어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영화인도 “그때부터 영화계에 운동권 출신들이 많이 들어왔다”며 “성폭력부터 촌지에 이르기까지 1990년대 들어 영화계가 많이 깨끗해진 데에는 그런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나름 일리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고, 한국영화계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의 바탕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몇년 전 한 배우가 “한국영화계의 본바탕이 좌파다”라고 말하며 이슈가 됐을 때, ‘그런 얘기인가?’라고 생각했을 정도다.
하지만 이번호 ‘영화계_내_성폭력’ 특집을 준비하며 이화정, 송경원
[에디토리얼_주성철 편집장] 그렇게 살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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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가 불가능해 보이는 현대 도시들도 계획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게임의 규칙을 정하는 것이다. 거칠게 써보자면 미리 정할 수 있는 도로나 교량이나 공원 같은 공공시설을 먼저 계획하고, 개인의 영역에서 벌어지는 건물의 용도와 크기를 제한하는 식으로 미래를 통제하는 방법이 있다. 유럽의 도시들처럼 구체적인 도시의 형태를 블록으로 정해서 도시의 변화를 통제하는 방법도 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원래 예측한 방법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 효용성이 약화된다. 예측을 넘어선 일들이 일어나거나 게임 자체가 변하기 때문이다.
축구팀과 가우디의 건축으로 유명한 도시 바르셀로나는 도시계획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루는 특징을 갖고 있다. 바르셀로나를 방문하면 유럽의 다른 도시들처럼 블록으로 구획된 풍경을 발견하게 된다. 눈썰미 좋은 방문객이라면 블록 하나의 크기가 다소 크다는 점, 도로가 반듯하고 넓다는 점, 블록의 형태가 팔각형을 이루고 있다는 점 등을 특이하게 여길 것이다. 하지만 긴 시간을 통해
[윤웅원의 영화와 건축] 바르셀로나 도시계획과 영화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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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북부 지역 도빌은 노르망디 근처의 조용한 도시로, 노르망디 전통 양식의 가옥들이 여느 프랑스와는 다른 감흥을 안겨주는 곳이다. 바다를 따라 늘어선 목조 다리가 정취를 더하는 곳. 특히 코코 샤넬이 이 지역의 아름다움에 반해 첫 번째 부티크숍을 열었으며, 명품숍과 카지노, 요트 등이 즐비한 럭셔리한 도시로 알려져 있다. 각종 페스티벌의 도시이기도 한데 특히 영화와도 인연이 깊다. 도빌아메리칸영화제, 도빌아시아영화제 등이 열리며, <남과 여>뿐만 아니라 <007 카지노 로얄>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프랑스에서 기차로 2시간. 도빌은 북부에 있는 작은 해변 도시다. ‘작은 프랑스’로도 불리는 그곳이 알려진 건 아무래도 클로드 를르슈 감독의 영화 <남과 여>(1966) 때문일 거다. 내게는 프랑수아 레이의 테마곡과 함께 흑백영화처럼 유독 희뿌옇게 인상이 남아 있는 도시다. 한번은 미하엘 하네케의 <아무르>(2012)로 장 루이 트랭티냥이
[이화정의 다른 나라에서] 쓸쓸한 사랑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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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은 돌고 돌기 마련이다. 영원한 강자도 없다. 잘나가던 이도 언젠가는 정상에서 내려온다. 가끔 이 진리를 절감할 때가 있다. 잘나가던 힙합 프로듀서, 잘나가던 알앤비 보컬리스트의 이름이 최신 앨범 트랙 리스트에서 점점 사라지는 광경을 지켜볼 때다. 티페인(T-Pain)도 그런 존재였다. 2000년대 중·후반의 티페인은 불사조처럼 영원할 것 같았다. 그러나 그의 시대도 몇년을 넘지 못했다. 이제 그의 자리는 다른 보컬리스트가 대체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티페인을 ‘오토튠’으로 기억한다. 오토튠은 원래 불안한 음정을 교정하는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티페인은 오토튠을 ‘올바름’의 맥락이 아니라 ‘매력’의 맥락으로 활용했다. 의도적으로 자신의 보컬 곳곳에 오토튠을 입혀 독특한 스타일을 창조해낸 것이다. 그러나 오토튠이 그의 전부는 아니다. 그는 오토튠을 논외로 하더라도 훌륭한 멜로디 감각을 지니고 있었다. 타고난 리듬감으로 자유분방하면서도 야생적인 멜로디를 만들어내는 그의 능력을 나는
[마감인간의 music] 야생적인 멜로디 - 티페인, 《Chopped N Skrew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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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조촐한 산행을 마치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벽보가 눈에 띄었다. ‘산스크리트 금강경’이라는 강좌를 소개하는 벽보였다. 부처님 말씀을 한글도 한자도 아닌 산스크리트어로 가르쳐준다는 말은 허영을 자극했다. 공부는 혼자 하는 거라는 지론을 접고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강좌를 신청했다. 오래전에 읽었으나 한줄도 기억나지 않는 <금강경> 해설서를 다시 읽었다. 산스크리트어 입문서도 구입해서 펼쳐보았다. 최근에 이런저런 언어의 문법책을 읽는 것이 취미 아닌 취미가 되었는데, 산스크리트어는 차원이 달랐다. 산스크리트어만이 아니라 인도의 주요 언어들을 표기하는 문자이기도 한 ‘데바나가리’를 보는 순간 현기증을 느꼈다. 이 복잡한 문자를 이 나이에 외우는 건 무리다. 나는 목표를 낮춰 편안한 마음으로 강의를 듣기로 했다.
강의 장소는 해방촌에 있는 비자본주의적 학문공동체의 강의실이었다. 강의 첫날, 나는 퇴근 후 스마트폰이 안내하는 대로 집에서 10분쯤 걸어간 후 버스
[조광희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산스크리트어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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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만화영화 <은하철도 999>에서 ‘엄마 잃은 소년’ 철이는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 안드로메다로 긴 여행을 떠난다. 미지의 여인 메텔과 동행하는 조건으로 특별무임승차권을 얻었다. 안드로메다는 우리 은하에서 가장 가까운 이웃 은하라지만 빛의 속도로도 230만년을 달려야 닿을 수 있다. 우주의 관점에서 가깝다 해도 우리의 관점에선 멀고도 멀다.
2. 박근혜의 ‘말’은 자주 버석거렸다. 기이하고 신비로울 지경이었다. 정치언어라기보다는 무속언어에 가까웠다. 대박을 점치고, 비정상 혼을 저주하며, 우주의 기운생동을 간절히 기원하는 주술의 언어였다. 지상에서 온 것이라기보다 머나먼 안드로메다에서 온 것처럼 들렸다.
3. 1974년 최태민은 박근혜에게 편지를 보냈다. ‘엄마 잃은 소녀’의 가슴에 솟아오르는 그리움을 흔들었다. 엄마 육영수가 최태민의 꿈을 빌려 딸을 걱정하고 있다니 어찌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까. 이듬해 둘은 만났다. 긴 여행이 시작됐다. 박정희가 걱정할 정도
[노순택의 사진의 털] 근혜의 말과 유연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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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을 많이 하긴 했지만 말해야겠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듯이 내 인생의 영화는 사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이다!’라고. 애니메이션을 하면서 미야자키 하야오 애니메이션이 인생의 영화라고 고백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어쩌면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를 보고 영화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고백이 더 신선할지도 모른다. 너무 많은 애니메이션 감독들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고백해왔기 때문이다.
미야자키 감독의 모든 작품을 좋아하지만 거의 동시기적으로 보았던 <모노노케 히메>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리고 성룡을 청룽이라 부르는 것이 어색하듯이 <모노노케 히메>보다 <원령공주>라는 제목을 택하고 싶다.
<원령공주>를 본 것은 1998년 가을이었다. 그전까지는 한국에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수입이 제한되었기 때문에 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동아리의 프로젝터 상영에서 본 것이 전부였다.
[내 인생의 영화] 장형윤의 <모노노케 히메> 그래도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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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인 더스트>의 텍사스는 날씨와 사투리를 제공하는 배경 이상이다. 주요 등장인물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텍사스’라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는 표현이 차라리 어울린다. 토비(크리스 파인)와 태너(벤 포스터) 형제의 은행털이 여정에 굴곡을 만드는 것은 보안관과의 대결이 아니라 그들이 마주치는 텍사스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습성이다. 범죄 뉴스를 접한 늙은 주민들은 “은행을 털며 하루하루 살다니, 참 어리석군”이라며 라이프스타일을 품평하고 형제의 사연을 들은 변호사는 “텍사스 사내라면, 그렇게 갚아줘야지”라고 묵인한다. 동네 카우보이들은, 보안관보다 앞서 총을 빼들고 개척 시대와 다름없이 자경단 역할을 한다. 잠시라도 스크린에 들어왔다 나가는 모든 인물에 캐릭터가 주어지니, 재미없기가 힘들다.
09/24
<다가오는 것들>의 나탈리(이자벨 위페르)는 철학 교사다. 더이상 삶에서 다가올 것은 없다고 여길 무렵 25년을 함께 산 남편이 이별을 고하고 어머니가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아픈 나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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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오랜 시청자로 자극적인 재연 화면과 극화된 사건을 소비하는 입장에선 종종 저 장면이, 저 묘사가 필요한지 불필요한지를 고민할 때가 있다. ‘살수차 9호의 미스터리-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의 진실’ 편에서 고 백남기 농민이 무시무시한 위력의 물대포에 맞는 장면을 반복 재생할 때도 그랬다. 몸이 덜덜 떨리는 와중에 이것은 도에 지나친 것이 아닐까, 반복은 어떤 필요인가를 의심했었다.
방송은 백남기 농민 사건 청문회 중, ‘결과가 사망이었다고 해서 무조건 사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강신명 전 경찰청장의 발언과 그가 근거로 삼는 살수차 사용과 훈련이 적법했다는 주장. 그리고 사인을 병사로 기재한 백선하 서울대 교수의 의견을 근거로 삼아 부검을 주장하는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의 발언 사이사이에 이 근거들을 뒤집는 관련자들의 증언과 정교하게 재연한 살수차의 위력 실험 결과를 나란히 배치했다. 프로그램 도입부에서 유족 백민주화씨는 말했다. “진실을 숨기
[유선주의 TVIEW] <그것이 알고 싶다> 그 재연을, 지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