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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하던 일은 영화 관련 방송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이었다. 한주의 개봉영화를 검색한 뒤 홍보사에 연락해 자료테이프를 받고, 그 내용을 편집하고 대본을 써서 성우 더빙을 해 방송용 프로그램으로 완성하는 일이었다.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7시에 퇴근하고 월급이 꼬박꼬박 나오는, 편하기로 치면 천국과도 같은 곳이었다.
회사에 입사하기 전 고민을 했다. 먹고살려면 회사에 들어가야 하는데, 사실 나는 다시 영화를 시작하고 싶었다. 군 입대와 휴학 3년, 방송다큐멘터리 4년, 약 7년간 다른 일을 했기 때문에 영화와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에 불안감만 쌓여갔다. 내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욕구를 누른 채 매주 새롭게 개봉하는 다른 영화들을 들뜬 어투로 소개해야 하는 일도 쉽지만은 않았다. 회사가 주는 금전적 안온감에 익숙해질 무렵, 우연히 단편영화 제작지원 공모를 접했다. 마감을 3일 정도 남겨둔 상황이었는데, 왠지 이 기회를 놓치면 평생 영화와 멀어질 것
[내 인생의 영화] 민용근의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 설렘을 떠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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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스트레인지>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지금 극장가에서 시간을 뛰어넘는 자는, 스트레인지 박사만이 아니다. 두 배우가 한 여인의 과거와 현재를 연기하는 <줄리에타>의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수건 한장으로 삶의 반환점을 표현한다. 비극적 사건으로 무력해진 줄리에타(아드리아나 우가르테)는 아기처럼 10대 딸(프리실라 델가도)의 보살핌을 받는다. 소녀가 엄마의 머리칼을 말리던 수건을 거두면, 거기에는 중년의 줄리에타(에마 수아레스)가 있다. 순간 에마 수아레스는 50대를 연기하는 장면에서보다 오히려 더 지치고 나이들어 보인다. 그러나 이 점프는 비탄이 여인에게서 젊음과 미를 앗아갔다는 사실을 표현하는 장치는 아니다. 젊은 줄리에타와 늙은 줄리에타는 각자의 방식으로 아름답다. 단, 인생에는 소중한 무엇이 영원히 사라지고 그 자리는 빈 채로 다른 표정이 깃드는 시점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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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스트레인지>의 엔드 크레딧 마지막 줄은 “운전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시간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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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ir’ 마이클 조던과 그의 팀 시카고 불스가 대표하는 미국 프로농구 NBA의 인기는 누군가에게는 현재진행형이다. 누군가는 이충희와 허재, 현주엽과 서장훈이 대표하는 대학 농구의 팬이었을 수도 있다. 심지어 1997년 데뷔해 20년 만인 올해 7월에야 은퇴한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팀 던컨은 긴 세월을 함께 살아낸 동지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슬램덩크>의 강백호와 서태웅, 정대만의 인기는 또 어떤가.
XTM의 <리바운드>는 스트리트 바스켓볼을 표방하는 농구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김승현과 하하, 현주엽과 정진운, 주석 등이 4개 스쿼드의 코치진이다. <쇼미더머니>나 <언프리티 랩스타>를 보는 것 같은 오프닝에 이어 펼쳐지는 설전, 그리고 진짜 시합. 각 스쿼드의 코치진이 2인조 경기를 통해 자신만의 농구관으로 뽑은 선수들이 다음 라운드로, 결승을 향해 리바운드를 잡아낸다.
추억팔이를 하려는 건 아닌데 우퍼 덱(Upper De
[김호상의 TVIEW] <리바운드> 추억을 세련되게 소비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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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신비한 동물사전> 병든 닭이 흘리는 악어의 눈물
[정훈이 만화] <신비한 동물사전> 병든 닭이 흘리는 악어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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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하실 겁니까? 그리고 받고 있는 제보는 어떻게 되고 있나요? 1079호 배우 이영진·김꽃비, 남순아 감독, 안보영 PD의 대담을 포함한 ‘#영화계_내_성폭력’ 특집을 시작으로 1080호의 이미연·부지영·홍지영·박현진 감독 등 여성감독들의 대담에 이어 이번 1081호에서는 이주연·이지혜·이채현·조우리 등 수입·배급·홍보·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 영화인들의 대담을 세 번째로 실었다. 물론 앞으로도 대담은 계속될 것이고 제보 또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먼저 대담의 경우, 거의 모든 성폭력 사건이 ‘단 한명의 창작자’로 귀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문단 내 성폭력과 달리 영화계는 수십명의 창작자와 준창작자들이 모여 오랜 기간 맞부딪히며 만들어내는 공동작업의 특성상 얘기를 들어야 할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언제까지라고 정해둔 것 없이 그냥 ‘일단 쭉 해보자’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고, 물론 더 만날 생각이다. 어쨌건 이것은 취재하면 할수록 끝이 없는 이야기다.
[에디토리얼_주성철 편집장] #영화계_내_성폭력 대담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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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밤마다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 나라 국정을 농단한 무당 일족과 그 꼭두각시(들) 때문에? 세계의 경찰인 크고 아름다운 나라의 대선 결과로 도래할지 모르는 미래의 아포칼립스가 묘하게 기대되어서? 트위터에는 또 누구의 배꼽 아래 세치에 존재하지 않는 인격의 폭로가 이어질까 궁금하여서? 아니다. 난 그저 언제나 도대체 영화란 무엇이며 나아가 현실이란 무엇인가를 암중모색할 뿐이다. 사실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 어차피 다 잘 안 될 테니까.
과거에 나는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 몇편을 보고 서둘러 감동하여 그의 이름 옆에 ‘=’표시를 하고 ‘휴머니즘’이라 적어 눙치는 걸 좋아했다. 하지만 함부로 그러기 이전에 구로사와는 최고의 액션영화감독이었음을 상기해야 한다. 그의 영화 속 인물들은 항상 분명하게 움직인다. 배우의 행위를 분명하게 표현하는 것부터가 영화에선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른다. 그의 영화엔 휙휙 움직이고 땀 뻘뻘 흘리며 눈빛을 번쩍이는 것이 정확하게 찍혀 있다.
[박수민의 오독의 라이브러리] 구로사와 아키라의 <나쁜 놈일수록 잘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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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한 유명 극작가가 밴에서 노숙하던 할머니를 자신의 집 안마당에 불러들여 머물게 한다. 두 사람은 무려 15년 동안이나 이상한 동거 생활을 유지했다. 대체 왜 그랬을까. 대뜸 이유부터 묻게 되는 ‘세상에 이런 일이’류의 이 이야기는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조지 3세의 광기> <히스토리 보이스> 등의 유명 극본을 쓴 극작가 앨런 베넷의 실화다. 이를 영화화한 <레이디 인 더 밴>은 두 사람이 ‘왜’ 같이 살았는지보다 두 사람이 ‘어떻게’ 15년을 같이 살았는지가 더 중요한 질문이라고 일러주는 영화다.
01 셰퍼드 부인에게는 집이 없다. 6인승 밴을 몰고 다니면서 한적한 주택가를 골라 어느 집 앞에 차를 세운 뒤 거기서 몇년을 지낸다. 주변 민원이 심해지거나 말거나 전혀 신경 안 쓴다. 누군가의 강요가 아니라 본인이 지겨워졌을 때에야 비로소 다른 곳을 찾아 이동한다. 시에서도 그녀의 ‘자차거주’를 막을 방도가 없다. 가끔 불법주차
[김현수의 야간재생] “당신이 살고 싶은 대로” <레이디 인 더 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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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고의 히트곡은 무엇일까? 빌보드 싱글 차트를 기준으로 한다면 답은 명확하다. 체인스모커스의 <Closer>다. <Closer>는 11월12일 기준 빌보드 핫 100 11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드레이크의 <One Dance>와 리애나의 <Work>가 9주간 1위로 공동 선두였으나 연말에 역전됐다. 올해가 몇주 안 남았음을 감안하면 선두가 바뀔 가능성은 없다.
2016년은 EDM 역사에서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언더그라운드 현상에 머물던 EDM이 점점 주류로 올라가기 시작하여 이제 빌보드 기준 한해 최대 히트곡을 배출했으니 말이다. 물론 2009년 14주 연속 1위를 거둔 블랙 아이드 피스의 <I Gotta Feeling>도 데이비드 게타가 프로듀싱한 일렉트로닉 댄스지만, 블랙 아이드 피스는 디제이가 아닌 라이브 그룹이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기 어렵다. 하지만 체인스모커스는 디제이 셋으로 활동하는 본격 EDM팀이다.
[마감인간의 music] 팝처럼 성공한 EDM - 체인스모커스, <Clo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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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광화문에 다녀왔다. 국민들이라면 누군들 그렇지 않겠나, 가만히 있으면 화병이 날 것 같았다. 족히 30만명은 되어 보이는 거대한 촛불 행렬이 서울 중심가에 성난 용암처럼 흘러내렸다. 인도에서 구경하던 시민들은 격려의 박수를 쳤고, 자동차들은 경적을 울려대며 응원했다. 어린아이부터 머리 희끗한 노인까지 ‘물러가라!’를 외치며 주권자의 존엄을 드러냈다. 누군가는 축제같다고 말했고, 또 누군가는 혁명 같다며 함성을 질렀다. 분노와 울분이 파도처럼 도시를 덮친 밤. 아마 이번 주말에는 쓰나미가 될 것이다.
대통령 지지율은 헌정 사상 최저치인 5%로 추락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 언론들마저 싸늘하게 등을 돌렸다. 시민들은 밤마다 전국 도처에서 분노를 밝히고 있다. 비선출세력이 대통령을 허수아비 삼아 헌정을 파괴한, 이른바 무혈 ‘쿠데타’다. 대통령 뒤에서 복화술로 국가의 언어를 농단하고, 문화와 스포츠, 심지어 안보에까지 비선세력이 등에처럼 다닥다닥 들러붙어
[이송희일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더 커다란 함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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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광화문에서 먹고 자고 있다. 일주일째. 집을 나오기 전 은행에서 20만원을 찾아 아내에게 건넸다. 신용카드가 있다지만, 아이들을 키우다보면 자잘한 현금이 늘 필요하다. 나는 우리집 현금 공급책이었다. 이 돈 다 떨어지기 전에 돌아오겠다며 집을 나섰다. 그랬는데 어느새 일주일이 흐르고 있고, 틈나면 통화를 하면서도 잔액이 얼마인지는 묻지 않았다.
노숙의 첫날은 험악했다. 광화문 이순신상 아래 텐트를 친 이들은 여태껏 없었다. 무례한 일일까, 불법일까. 허나 민주공화정의 가치가 송두리째 쓰레기통에 처박히고 밀교집단과도 같은 자들에게 국정 전반이 휘둘린 초유의 사태도 여태껏 없던 일이었다. 준법과 애국을 그토록 부르대던 자들이 나라를 시궁창에 처넣지 않았나. 무례와 불법 정도가 아니라 법 위의 법, 헌법을 짓밟지 않았나. 주권자로서, 무엇보다 저들이 가장 집요하게 초토화시킨 문화예술계의 일원으로서 먼 산 보듯 구경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가만히 있기를 바랐겠지만, 세월
[노순택의 사진의 털] 내 이름은 노숙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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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아 로사 감독의 데뷔작인 <마데이누사>(Madeinusa, 2006). 제목을 띄어쓰기하면 ‘Made In USA’다. 하지만 영화의 이야기나 배경은 미국과 전혀 관련이 없다. 영화가 시작되면 페루의 산꼭대기에 자리한 외딴집의 한 소녀가 보인다. 집안 살림을 하고 짬이 나면 거울을 보며 예쁘게 치장하고 바깥세상의 화려함을 동경하는 소녀의 이름은 마데이누사다. 영화는 순수한 산골 소녀의 아름다운 이야기일 거라 추측하게 하지만 술 취한 부족장 아버지가 들어와 마데이누사 옆에 누워서 하는 말로 그 기대를 무참히 깨뜨린다. 아버지는 누워 있는 딸 마데이누사의 볼을 비비면서 말한다. “난 너랑 잘 거야! 네 첫 남자는 나야! 넌 절대로 처녀성을 간직하고 있어야 해!” 아니, 아버지란 작자가 어떻게 딸에게 그런 행동을 하려 하지!!! 영화를 보면서 생겼던 분노는 마을 사람들이 믿고 있는 종교 때문이라는 사실에 더 혼란스러워진다. 이 부족은 예수가 죽고 다시 부활하기 전까지의
[내 인생의 영화] 이계벽의 <마데이누사> 인간의 욕망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