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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가 어디 도착하는지 알고 이러는 거야? 여학생이 으슥한 곳에 가게 되면 무슨 일이 생기는지 TV 통해서 많이 봤을 거 아냐.” 김은숙 극본의 tvN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 2화. 사채업자들에게 납치된 고등학생 지은탁(김고은)이 위협당하는 장면이다. 나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올 정도로 끔찍한 상황. 곧이어 팔등신 도깨비(공유)와 저승사자(이동욱)가 모델 워킹으로 나타나 코트 자락을 펄럭이며 승합차를 반으로 쪼개버린다. 은탁은 무사하고, 두 남자는 근사하지만, 앞선 장면의 고약함은 여전하다. 유사한 상황은 또 있다. 임신부를 치고 달아나는 차량이 있는가 하면, 여성의 시신을 싣고 가는 차의 뒤 트렁크가 열린 장면은 지난해 남성 잡지 <맥심>이 연출했던 화보를 상기시킨다. 즉각적인 불쾌 이후 찾아오는 것은 궁금증이었다. 신체를 위협하는 장면이 여성 수용자에게 징벌과 규율로 작동하는 것을 막기 위해 로맨틱 코미디는 종종 위협을 해프닝화하며 가상세계에서의 안전
[유선주의 TVIEW]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 기묘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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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꿈의 청문회가 시작된다! <씽>
[정훈이 만화] 꿈의 청문회가 시작된다! <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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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사발이라 불리는 아이가 있었다. 고등학교에 들어올 때는 분명 이름이 있었겠지만 누구도 그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 졸업할 무렵엔 아무도 본명을 기억하지 못하던 그 애는 묵사발처럼 생겼다… 미안하다, 알아봐서. 어쨌든 우리에게 묵사발이란 “얻어맞거나 하여 얼굴 따위가 형편없이 깨지고 뭉개진 상태를 속되게 이르는 말”, 다시 말해 못생겼다기보다는 다소 정돈이 안 된 상태를 뜻하는 단어였다. 그러니까, 묵사발은 어딘지 재미있는 얼굴이었다.
묵사발과 식구들도 그 애칭을 싫어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 집에 전화를 걸었다가 가끔 아무 생각 없이 “안녕하세요? 사발이네 집이죠? 사발이 집에 있어요?”라고 묻곤 했는데, 그 애 부모님도 마찬가지로 아무 생각 없이 “사발아! 전화 왔다!” 하며 딸을 불러주었다.
그처럼 얼굴은 엉망이지만 세상 즐겁기만 했던 묵사발에게 불행이 닥친 건 대학에 입학한 다음이었다. 사발이는 음대에 갔던 것이다. 대학 2학년 여름방학이 끝났을 무렵, 동기 40명중에 성형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성형 미인의 도(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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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신년호다. 2017년 만나게 될 한국영화와 그 인터뷰들로 가득 채운다. 2017년도 만만찮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 류승완 감독의 <군함
도>, 김용화 감독의 <신과 함께>를 비롯해 총 26편을 모았다. <변호인>(2013) 이후 돌아온 양우석 감독은 자신이 직접 스토리를 쓴 웹툰 <스틸 레인>을 영화화하기에 전작보다 자신의 ‘본색’을 드러낼 것 같고, 단편 <런던 유학생 리처드>(2010)부터 주목했던 이용승 감독이 <10분>(2013)을 지나 명필름에서 만들게 될 <7호실>이 어떤 모습일지도 궁금하고, 언제나 액션 장면에 관한 한 뭔가를 보여줬던 정병길 감독의 <악녀>도 기대되고, 개봉 당시 거의 <씨네21> 홀로 주목했던 것 같은 <모비딕>(2011)의 박인제 감독의 신작 <특별시민>도 궁금하다. 그런데 이처럼 한호에 다 모으다보니 아쉽게도
[에디토리얼_주성철 편집장] 2017년 한국영화, 역시 풍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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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그람시는 척추장애인이다. 어릴 때 등에 혹이 하나 있었는데, 집이 너무 가난하여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다. 모친은 혹에 요오드를 바르며 밤새 마사지도 해봤고, 또 시골 의사의 조언에 따라 소년을 천장에 매달기도 했다. 하지만 혹은 더 커졌다. 그람시는 평생 질병과 그에 따른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어릴 때부터 굶는 일은 다반사였고, 이에 따른 영양실조로 몸은 점점 쇠약해져 갔다. 남들처럼 잘 뛰어놀지도 못했고, 결국 키도 150cm 정도에 머물렀다. 소년은 내성적이고 우울한 성격으로 변했다. 그람시는 혼자 책을 읽었다. 특히 토리노에서 군복무 중이던 큰형이 보내준 사회주의 계열의 잡지, 팸플릿 등은 그람시에겐 복음이었다. 사르데냐 섬의 시골에서 자란 그람시는 ‘붉은 도시’ 토리노로 가고 싶었다.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었다. 장학금을 받는 것이다. 의사는 심한 공부는 건강을 더욱 해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그람시는 시험 준비에 독하게 매달렸다. 가난 때문에 하루에 겨우 한끼
[한창호의 트립 투 이탈리아] 토리노, 북부 산업의 중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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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너마저(Broccoli You Too)의 음악을 들은 게 벌써 10년 남짓 되었다. 지금 내 30대의 노래를 고르라고 한다면 브로콜리너마저가 되지 않을까. 11월18일 발매한 <단호한 출근>은 여러모로 지난 2010년 발매한 정규 2집 《졸업》의 첫 트랙, <열두시 반>을 떠올리게 한다.
<단호한 출근>에 앞서 지난 6월 발매한 《천천히》와 그들이 공개한 주석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브로콜리너마저의 노래 중에는 유독 ‘돌아가는 길’에 관한 가사가 많습니다. 대부분 유쾌하지 못한 상황들과 감정들을 담고 있지만, 그만큼 그 순간에 느껴지는 무언가가 참 많고도 무겁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혼자 드는 복잡다단한 감정들을 덕원(보컬)의 담백한 목소리로 담담하게 내뱉은 것처럼 <단호한 출근>은 그 모든 생각의 밤을 넘어선 이 시대 아침 출근길의 젊은이들을 묘사한다. ‘단호하게 마음을 먹고 출발할 시간/ 아
[마감인간의 music] ‘어쩐지 내 얘기 같다’ - 브로콜리너마저, <단호한 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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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에서 다이어트가 화제에 올라 몇 킬로그램을 빼야 하느니 마느니 시끄럽기에, 내가 대뜸 ‘숫자의 노예가 되면 안 된다’고 뜬구름 잡자 모인 이들은 모두 키득댔다. 그날 ‘숫자의 노예’라는 말은 내가 미는 유행어였는데, 광화문에 사람이 얼마나 모인 게 뭣이 중헌디, 결과가 보여야 의미가 있지, 몇명 모였는지에 얽매이면 안 된다, 숫자의 노예가 되면 안 된다, 라며 남발하자 모두 슬그머니 다른 화제로 옮겨갔다. 이제야 고백하자면 난 농담이 아니었다. 사상 초유의 인파가 모였지만 평화집회라. 무슨 축제도 아니고. 내 나라 망해가서 내가 할 말 하겠다는데 왜 ‘평화’가 전제조건이 돼야 하는가? 마치 남녀관계에서 망나니짓하는 상대에게 할 말 못하고 참고 참다가 마지막 순간마저 분위기를 망치기 싫어 눈도 못 쳐다보고 ‘그건 정말 고쳐줬으면 좋겠어’라고 속삭이는 팔푼이와 뭐가 다른가. 그러니 ‘버려진 쓰레기도 없고 이렇게 착하네~’라는 언론보도가 어른이 아이에게 하는 칭찬처럼 들려 속이 쓰릴
[노덕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촛불은 무엇을 해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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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다녀왔다. 나고 자란 곳이다. 비릿한 바다 냄새는 언제나 가슴 한쪽을 아리게 한다. 운 좋게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30주기 특별전을 볼 기회를 얻었다. <희생> 상영 후 강연이 예정되어 있는 황현산 선생님을 모시고 해운대 미포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었고 정신없이 취했다. 나는 장산 밑자락에 신설된 해운대중학교를 다녔다. 담장도 없는 허허벌판 운동장에 서면 바다가 발아래 펼쳐져 있었다. 맑을 때는 쓰시마도 보인다고 했다. 그래서 취했던가.
<희생>은 첫 관람이었다. 너무 좋았다. 숙취가 불러온 각성 상태 때문이었을까. 영화는 더디게 흘러갔지만, 화면은 이상한 생기와 활력으로 나를 일깨웠다. 서로 조금씩 비껴서 있는 인물들의 진지함은 발밑을 잃은 허둥댐의 표현 같았고, 그 불안과 공포는 그래서 더 슬프고 우스꽝스럽기까지 했다. 꿈, 기억 혹은 무의식의 자리는 우리의 삶이 그러한 것처럼 설명되지 않는 상태로 거기 있었다. 황현산 선생님의
[내 인생의 영화] 정홍수의 <노스텔지아> 어떤 영화는 반드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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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그날 이후 재난영화는 한국인에게 슬픈 꿈 비슷한 것이 되었다. <부산행> <터널>에 이어 <판도라>다. 우리는 극장의 어둠 속에서 눈물을 닦으며 재난을 당한 이웃을 구하고 또 구했다. 그러나 불이 켜지면 이웃들은 여전히 죽어 있었고 우리는 실패한 채였다. <부산행>과 <판도라>에는 앞다투어 질주하는 인파의 이미지가 있다. 내가 남을 밟고 달리거나 딛고 올라가지 않으면, 선을 지키면 죽을 거라는 공포가 위기상황을 지배한다. <판도라>의 연주(김주현)가 중앙분리대를 부수고 넘어갈 때 관객은 겨우 안도한다. 영화에서, 이유가 무능이건 부패건 정부는 시민을 구하지 못하고 최우선은 생명이 아니라 돈과 책임회피다. 이제는 기본값이 돼버린 ‘자력구제’의 서사 가운데에서도 <판도라>는 1차 피해자들이 다시 구조자로 불려나간다는 점에서 끝판이다.
12/2
<미씽: 사라진 여자>(이하 <미씽>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꿈의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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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싸움이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더 큰 싸움의 시작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를 지치게 만들고, 분노하게 만들고, 광장으로 나아가게 만든 그것이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몇년 전 유행하던 힐링과는 다른 의미로 지금 우리에겐 위로가 필요하다. 옆을 보면 손 잡아주는 사람이 있고, 뒤를 돌아보면 같이 눈을 맞춰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삶에 힘을 준다.
이 지면에 올렸던 JTBC의 <말하는 대로>가 도심 곳곳의 이른바 ‘스피커스 코너’로 머리를 따뜻하게 만들었다면, 연남동에 새로 개업한 tvN의
<인생술집>은 인생의 이야기들로 감성을 건드릴 준비를 하고 있다. (그다지 새롭진 않지만 능숙한) 신동엽, 김준현, 탁재훈이 호스트로 게스트들을 기다린다. 이들은 실제로 술을 마시며 서로에게 기대고, 서로의 이야기를 섞어낸다. 첫 번째 게스트는 배우 조진웅. 초면인 이들이 어색함을 깨나가는 시간을 방송이 담아내는 건 다소 답답
[김호상의 TVIEW] <인생술집> 위로가 필요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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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판도라> 아는 사람은 다 알았지만 모른척 했던 판도라 상자
[정훈이 만화] <판도라> 아는 사람은 다 알았지만 모른척 했던 판도라 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