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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매켄지의 영화 <로스트 인 더스트>(2016)는 텍사스를 배경으로 한 영화이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서부시대에 인디언을 밀어내고 땅을 차지한 사람들의 후손이고, 이제는 반대로 그들이 대기업과 금융 시스템에 의해서 자신의 땅에서 쫓겨날 운명에 처해 있다. 태너(벤 포스터)와 토비(크리스 파인) 형제는 함께 은행털이로 돈을 모으고 있다. 소도시 은행을 대상으로 소액권 현금만을 강탈하고, 모은 돈은 인디언 보호구역의 카지노에서 자금세탁을 한다. 텍사스 지역은행만을 대상으로 하는 이들의 계획은, 동일한 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출을 갚지 못하면 은행으로 소유권이 넘어가는 농장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시도이다. 그래서 <로스트 인 더스트>가 왜 땅에 관한 영화인지를 설명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미국 서부 개발의 역사
미국의 서부시대는 토지 분할의 역사라 말할 수 있다. 독립전쟁 후 영국으로부터 서부의 광대한 토지를 양도받은 동부 13개 주정부는 미개척지, 서부 개
[윤웅원의 영화와 건축] <로스트 인 더스트>는 왜 땅에 관한 영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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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러 가지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음악, 영화, 농구, 애니메이션, 만화, 비디오게임 등 갖가지 취미를 즐긴다. 그중에서도 비디오게임은 특별한 존재다. 지금도 10종류가 넘는 콘솔/휴대용 게임기를 소장하고 있고, 내 방에는 오락실 게임기도 있다. 우리 집에 오는 사람들은 늘 똑같은 말을 한다. “집에 오락실 게임기 있는 사람 처음 봤어요.”
만약 누군가 내게 인생 최고의 게임을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대답할 수 있다. <파이널 판타지6>이다. 1994년 4월2일, 용산전자상가에서 14만원 주고 구입했다. 물론 엄마 돈이다. 이 게임은 당시 여러모로 혁명적이었다. 슈퍼패미콤의 한계를 극복한 그래픽, 감동적인 스토리, 마음을 빼앗는 캐릭터. 무엇보다도 나는 이 게임의 ‘사운드트랙’에 많은 애착을 가지고 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이상한 일이다. 이등신 캐릭터와 2D 화면이 뭐라고 그렇게 감격에 젖었던 걸까. 확실한 것은 사운드트랙의 역할이 지대했다는 점이다. 특
[마감인간의 music] 나를 꿈꾸게 하는 - <파이널 판타지6>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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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은.>이라는 제목의 일본 애니메이션이 개봉한다고 할 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진부한 제목은 곧 잊었다. 그런데 볼만하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안 보면 저만 손해인 형편이 되었다. 내러티브의 비약과 판타지는 심리적 경계를 넘을 듯 말 듯 아슬아슬했으나, 아름다운 그림과 이야기의 힘찬 전개는 내 마음속의 낭만을 충분히 뒤흔들었다. 영화관에서 집으로 돌아와서는 이름도 생소했던 감독의 전작인 <언어의 정원>을 다운로드해서 보았고, 한국 관객의 호응에 고무된 감독의 트윗을 우연히 발견하기도 했다. 시효를 다한 줄 알았던 타임슬립이라는 소재로 이렇게 호소력 있는 작품을 만든 것을 보니 꺼진 불도 정말 다시 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을 자유로이 가로지르는 영화와 달리 시간에 관한 우리의 일상적 경험은 틀에 박혀 있다. 강물이 유유히 바다로 흘러가듯 시간은 무심히 그리고 도도하게 흘러갈 따름이다. 이런 시간에 대해 두려움에 휩싸인
[조광희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얼어붙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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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를 밥 먹듯 씹으면, 그것을 모래로 느낄 수 없게 될까. 아닐 것이다.
거짓말을 밥 먹듯 하면, 그것을 거짓으로 느낄 수 없게 될까. 그럴지도 모른다. 모래와 거짓의 어떤 차이점은 여기에 있다. 모래는 씹을수록 꺼끌댄다. 거짓은 미끌댄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 불리는 헌정농단 사태의 풍경을 지켜보면, 이들의 거짓말이 무척이나 확고함을 느끼게 된다. 그들은 진실하다. 예컨대 문제의 태블릿 컴퓨터가 최순실 것임이 확실하다 해도, 그건 결코 최순실 소유가 아니다.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철저한 불이익을 안기라는 김기춘과 조윤선의 지시가 명백하다 해도, 이는 그들이 시킨 일이 아니다. “추호의 거짓됨 없이 진실을 담아 말씀드리건대”, 우병우는 최순실을 잘 알지만 결코 모르고,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방해했지만 그런 적이 없다. 박근혜와 이재용이 따로 만나 국민연금과 승마 지원을 맞바꾸는 뇌물성 거래를 한 사실이 있지만 언제 그랬단 말인가. 당신이 보았나. 보았다
[노순택의 사진의 털] 그런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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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혹하다. 지난해 최고의 영화를 꼽으래도 사흘 밤낮 머리만 부여잡다 쓰러질 내게 인생의 영화 한편을 소개하라니. 게다가 나라는 인간은, 이 영화는 이래서 좋고, 저 영화는 저래서 좋고, 그 영화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아마도) 그래서 좋아할 운명을 타고났는데. 오래전 절친한 친구 한명은, 마치 심각한 문제라도 발견한 듯 내게 이런 말을 한 적도 있단 말이다. “보통 사람들은 각각 호불호(好不好)라는 게 있잖아? 그런데 너는 호호호(好好好)가 있는 것 같아. 정말 좋아하거나, 그냥 좋아하거나, 그래도 좋아하거나.”
좋아하는 게 많은 나는, 그중에서도 영화를 제일 좋아하고, 그래서 좋아하는 영화가 참 많다. 아니, 좋아하는 것 이상으로 영화가 실제로 내 인생을 참 많이 흔들었고, 바꾸었고, 때론 소박하게나마 구원하기도 했다. 누구라도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E.T.>(1982) 같은 대작들부터 나 혼자 은밀히 기억하고 있는 듯한 <박하향 소다수>(1977)
[내 인생의 영화] 윤가은의 <안녕하세요> 행복해지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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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기스 플랜>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다방의 푸른 꿈>은 김시스터즈를 회고한다. 음악인 이난영과 김해송의 딸 애자, 숙자 자매와 외사촌 민자로 결성된 ‘걸그룹’ 김시스터즈는 한국전쟁 이후 미군 클럽 공연에서 인정받고 미국까지 진출했고 그들의 음악은 가요가 아니라 팝이었다. 당대의 슈프림스, 맥과이어 시스터스와 다름없는 패션과 무대 매너로 천진하고 분방한 솔을 뿜어내는 그녀들은, 국적과 시대를 벗어나 오직 ‘스테이지’라는 독립된 시공을 살았던 것처럼 보인다. 영화에 인용된 과거 영상자료는 세 자매를 조신하고 자랑스러운, 김치를 그리워하는 한국 여성으로 규정하려 하지만 내 눈에 그들에게 제일 덜 어울리는 무대의상은 한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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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기스 플랜>이 시작되면 카메라는 뉴욕 거리를 빠르게 걷는 여성을 뒤따라간다. 꽤나 바빠 보이지만 그녀는 횡단보도에서 시각장애 노인을 친절히 돕는다. 잠시 후 유니언 스퀘어에 도착하자 기다리던 친구(빌 헤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플랜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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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작으로 편성된 tvN 예능 프로그램 <편의점을 털어라>는 출연자들이 편의점 식품으로 ‘꿀 조합 레시피’를 소개한다. MC 윤두준이 1인가구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2>에서 보여줬던 편의점 음식 조합의 확장이기도 하고, 몇몇 아이디어는 이미 보았음에도 새삼 숨이 턱턱 막혀왔다. 같은 방송사의 <수요미식회>가 실패 없는 소비를 위해 가성비를 추구하는 가난한 주머니라도 근사한 경험을 원한다는 전제를 두고 그에 부응한다면, <편의점을 털어라>가 제안하는 ‘꿀 조합’은 대충 짐작 가능한 경험 안에 있으며 가성비와도 거리가 멀다. 편의점 간편식 식재료로 일본 라멘을 만드는 비용과 노력을 계산하면 잘하는 가게에 가서 한 그릇 사먹는 편이 훨씬 나은 경험이고 이득임을 제작진이 모르지 않을 것이다. 이를테면 <편의점을 털어라>는 가질 수 있는 것의 범위가 고작 열평 남짓한 편의점으로 제한된 세계에서의 낭비를 오락으로 제공하는 셈이다. 주어진 재
[유선주의 TVIEW] <편의점을 털어라> 가성비만 남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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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더 킹> 반전이 끝난게 아니라는게 반전인 막장 드라마
[정훈이 만화] <더 킹> 반전이 끝난게 아니라는게 반전인 막장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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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후반, 술집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배운 일은 생맥주 따르는 법이었다. 천직을 만난 것이다. 내세울 거라고는 술 마시는 재주뿐이어서 밤마다 수십번씩 잔을 채우며 숱한 날을 보낸 나는 신이 났다. 그렇게 헛되이 보낸 세월이 헛되지 않았어! 그러다가 오전 수업을 몽땅 빼먹는 바람에 4년제 대학을 5년 다닐 위기에 처하긴 했지만!(그리고 나중에 알게 되는 사실이지만 위기인 줄로만 믿었던 그 예감은 현실이 된다… 하아.)
나는 처음 맡은 2000㏄ 피처를 거품 한점 없이 채우는 기적을 이루었다. 아아, 신은 나에게 단 하나의 재능을 하사하셨구나. 나는 처음으로 이 사회에 쓸모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사장의 낯빚이 어두웠다.
“정원아, 이 생맥주 한통에서 몇잔의 생맥주가 나오는 줄 아니?” 글쎄요, 네 자릿수 나눗셈은 좀 버거워서. “그건… 네가 담는 거품의 양에 달려 있단다. 500㏄ 잔에 1/10만 거품을 더 담으면 10잔을 따를 때마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술집 주인의 도(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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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허리에 도끼만 차면 딱이겠다.” 배우 최민수의 백일잔치도 갔다는 이순재 선생이 바로 그 최민수에게 했다는 얘기다. 무슨 사연인가 하니, <그대를 사랑합니다>(2010) 개봉 당시 그를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젊어서부터 최민수의 아버지인 대배우 최무룡을 가장 존경해왔다는 그는 “(최)민수야말로 ‘성골’ 출신 배우인데 왜 그렇게 작품 활동이 없는지 너무 안타까워”라며 걱정했다. 그러고 보면 영화배우로서의 최민수는 <홀리데이>(2005) 이후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2014)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업계를 떠나 있었던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던 차에 모 행사장에서 만난 최민수가 머리에 두건 쓰고 수염도 기르고 쇠줄까지 두른 요란한 청바지 차림으로 나타났기에, 그렇게 ‘도끼는 왜 빼먹었냐’며 일갈했던 것이다. 그 순간만큼은 오래전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1991)에서 아들 대발(최민수)에게 불호령을 내리던 아버지(이순재)를
[에디토리얼_주성철 편집장] 설 연휴, 나 떨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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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름 오후의 부드러움과 감미로움, 이것이 이탈리아의 색깔.”
헨리 제임스의 소설을 영화로 옮기는 것은 어쩌면 어리석은 일일 테다. 그의 수많은 ‘연애소설’들이 사랑의 탄생과 성숙, 배반 같은 표면의 이야기보다는 그 표면 아래 마음의 ‘심연’에 집중하고 있어서다. 보기에 따라서는 인물들의 길고 긴 독백, 특히 ‘가리고 싶은’ 독백의 기록이 제임스의 소설인데, 이걸 이미지로 표현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은 작업이다. 제임스의 소설들은 20세기 초 ‘의식의 흐름’ 수법을 도입한 제임스 조이스 등의 모더니스트들에게 영향을 미칠 만큼 ‘심리의 풍경화’에 다름 아니다. 재능 있는 몇몇 감독들이 이런 ‘어리석은’ 일에 도전했다. 이들 가운데 제인 캠피온의 <여인의 초상>(1996)은 헨리 제임스의 원작을 각색한 영화 중 최고로 사랑받는 작품으로 남아 있다.
로마 통신원을 꿈꾼 헨리 제임스
헨리 제임스의 소설 가운데 영화로 가장 많이 각색된 작품은 <나사의 회전>(
[한창호의 트립 투 유럽] 헨리 제임스의 피렌체, 로마, 베네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