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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큰 축을 차지하는 두 주연배우, 라이언 고슬링과 에마 스톤이 서로 다른 성향을 띠며, 뮤지컬곡들과 재즈가 손을 잡았다가 놓았다가 다시 만나는 호흡도 극중 상황과 맞물려 부드럽게 돌아간다. 에마 스톤이 부르는 <Auditon(The Fools Who Dream)>은 그가 처한 현실과 미래의 꿈을 절묘하게 묘사하는 솔로 넘버다. 로스앤젤레스라는 배경을 마치 현실과 비일상의 경계로 보이도록 탁월하게 살린 영상미는 라이언 고슬링이 부른 <City of Stars>와 잘 들어맞는다. 본격적이라기엔 부족해도, ‘재즈’가 지닌 시대의 향수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남자주인공의 열정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때마침 배경에 깔리는 연주곡 <Summer Montage/Madeline>도 화려한 계절의 햇살이 느껴질 만큼 훌륭하다.
칭찬만 구구절절 늘어놨는데, 사실 개인적으로 뮤지컬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편협하고 사소한 몇 가지 이유 중 가장 큰 부분
[마감인간의 music] 탁월한 선택 - <라라랜드> 사운드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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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 초반 도쿄에 잠시 머문 적 있다. 당시 일본은 높은 물가의 상징이라 가기 전부터 그곳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 겁을 먹었는데, 도착하자마자 일단 차원이 다른 교통비를 만나고 기함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집안에 무역업을 하는 어르신이 계셔 무료로 숙식이 가능해 진행한 체류 일정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잠잘 곳이 있다고 하더라도 집 안에만 있을 순 없는 노릇이라 어떻게 하면 돈을 적게 쓰면서 생활할까가 가장 큰 화두였다. 내가 쓴 방법은 너무 상식적인, ‘꼭 해야 할 것, 꼭 하고 싶은 것을 제외한 나머지 것들은 최대한 아낀다’였다. 그러다보니 마트 폐장시간은 절대 놓치면 안 되는 순간이었다. 떨이 초밥들, 유효기간이 임박한 유제품들, 하자가 있는 과일들을 집어와 하루 식량을 해결하는 식이었다. 당시엔 그게 가장 합리적이고 알뜰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었는데 나중에 일본이 유제품 천국이라는 사실을 알고 한국에선 접할 수 없던 제빵제과류를 왜 한번쯤 먹어볼 생각을 못했을까 하고 나의
[노덕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생활이 사치가 되어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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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화’가 되는 영화들은 보통 인생의 어느 한 모멘텀과 그 영화가 잘 맞아떨어져서 인생에 각인되는 영화일 텐데 나는 어릴 때부터 영화 보기를 좋아해왔고 심지어 25년간 영화 마케팅 일을 해왔기 때문에 한편을 꼽는다는 건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1년에 20편 내외의 영화를 마케팅하며 그 영화들로 기뻐하고 슬퍼하고 좌절하고 환희하면서 보내는 삶이라 그 어느 하나 내 인생의 영화가 아닌 것들이 없기에 오늘은 어떤 녀석을 소환해볼까 시작한 고민이 쉽게 끝나지 않는다.
예전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영화평론가였던 남편은 자신을 영화로 이끌었던 강렬한 한편의 인생 영화로 <나쁜 피>를 단 1초의 주저함 없이 얘기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난 그가 부러웠다. TV로 영화를 보아왔던 내게 초등학교 1학년 때 스크린이라는 거대한 경험을 하게 해주었던 <황금박쥐>부터 잠자고 있던 사춘기 소녀의 연애 세포를 일깨워주며 잠 못 드는 밤을 선사했던 <사관과 신사>,
[내 인생의 영화] 신유경의 <에린 브로코비치> 기회는 사람이 만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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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터널 애니멀스>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셋 중 누가 제일 마음에 들어요?” <매기스 플랜>을 보고 나오는 길에 받은 질문이다. 영화의 중심 트라이앵글을 이루는 매기(그레타 거윅), 존(에단 호크), 조젯(줄리언 무어)도 막상막하지만, 인공수정을 위해 매기에게 정자를 제공하는 동창 가이(트래비스 핌멜)도 만만치 않다. 이름마저 수더분한 이 남자는 얼마나 자만심이 없냐면, 수학 천재지만 광활한 진리의 옷깃만 스치는 좌절이 두려워 포기하고 수제 피클 제조를 생업으로 택했다. 뿐만 아니라 누가 봐도 명백한 매기를 향한 우정 이상의 감정을 결코 표내지 않는다. 그러나 카메라가 그의 신실한 두눈에 한발 접근하면 관객은 털모자와 수염에 가려져 있던 상냥한 미남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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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이야기 말고 다른 것에 대해 써보지 그래.”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쓰는 것 아냐?”
<녹터널 애니멀스>의 과거 장면에 등장하는 젊은 예술사학도 수잔(에이미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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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사람의 머릿속에는 하루에도 수많은 기획이 떠올랐다 사라지곤 한다. 대중을 상대로 하는 방송의 트렌드는 끊임없이 명멸한다. 먹방이 떠올랐다가 여행이 테마가 되고, 예능 토크나 버스킹이 새로운 아이템이 된다. 라디오는 TV보다 제한적일 수 있지만 제작비와 시공간에 구애를 덜 받기 때문에 상상력의 면적은 더 넓다. 하지만 라디오도 TV도 공히 가져야 할 기획의 기본 속성이 있다. 바로 지속 가능성이다.
이경규와 강호동, 국민MC의 타이틀을 번갈아 가졌던 두 예능인이 힘을 합쳐 먹방에 나선다. 정확히는 한끼를 얻어먹기 위해 고행을 자처한다. JTBC의 <한끼줍쇼>는 이들이 밥을 얻어먹는 과정을 그린 예능 다큐멘터리를 표방한다. 그날그날 정해진 동네를 헤맨다. 이들이 좌충우돌하며 자연스레 따라붙는 동네 탐방도 프로그램의 일부가 된다. 흔히 지나치던 놀이터의 아이도(아직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도 문화 충격일 수 있다), 아직은 개발의 칼날이 닿지
[김호상의 TVIEW] <한끼줍쇼> 지속 가능한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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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모아나> 혼자만 말고 다 함께 나눠 먹을순 없어쓰까
[정훈이 만화] <모아나> 혼자만 말고 다 함께 나눠 먹을순 없어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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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우리는 곧잘 이기적인 사람들에 대한 험담으로 시간을 때운다. 그러나 사람들은 대개 자기만 알고 자기를 위해 행동하기 마련이다. 그쪽이 좀더 편하고 자연스럽기 때문이지 딱히 이기적으로 굴려고 노력한 결과가 아니다. 우리가 여가 시간의 대부분을 채울 수 있을 만큼 험담할 수 있는 ‘자기만 아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이유는, 거기 해당하는 표본 집단이 나 빼고 전부 다이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때에 따라 평균을 훨씬 더 상회하는 수준으로 이기적인 사람들이 발견되기도 한다. 이 영화에는 그런 남자가 등장한다. 그리고 이 남자보다 덜 이기적인 주인공들이 그런 남자를 관리해내기 위해 분투한다. 그냥 배제해버리면 될 텐데 뭐 그리 잘난 남자라고 굳이 관리까지 해가며 그녀들의 삶 안으로 끌어안아야 하나 싶겠지만 여기에는 큰 문제가 있다. 그는 그녀 아이들의 아빠이고 결정적으로,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래, 사랑 말이다. 오늘도 수많은 구제 불능의 이기적인 인간
[허지웅의 경사기도권] 상대적 결핍으로 유지되는 사랑을 반품하다 <매기스 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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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년간 개인적인 가장 큰 변화라면, TV 코미디 프로그램을 안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나와 아주 가까운 사람들은 적잖이 놀랄 수도 있다. 왜냐하면 단적으로 말해 <개그콘서트>을 한번도 안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언제나 일요일 본방사수를 했고 사정상 못 보게 되면 무조건 다시보기로 봤다. 그건 타 지상파 코미디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웃찾사> <개그야>를 매주 한번도 빼놓고 지나친 적이 없다.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자면, 말을 배우기 시작한 이후부터 모든 코미디 프로그램을 다 VHS 테이프로 녹화해 보관하셨던 아버지의 영향 때문인지 <웃으면 복이 와요>를 비롯해 <유머1번지>와 <쇼 비디오자키>도 무조건 다 봤던 것 같다. 뭘 그렇게 한주도 안 빠지고 다 보냐고 묻는 이들도 있었는데, 문득 돌이켜보니 거의 30년 넘게 그냥 몸에 배어 그렇게 살아왔고, 삶의 중요한 낙 중 하나였다.
그런데 장동민, 유상무 때
[에디토리얼_주성철 편집장] 그건 연기가 아니라 성폭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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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는 <지하생활자의 수기>(1864)에서 온 인류가 지향하는 삶의 목적이 ‘2x2=4’가 되는 것은 죽음의 시작이며 인간에 대한 멸시라고 말했다. 2x2=4는 이성과 수학의 추론에 의해 보증된 과학이면서 상식이다. 인류가 마땅히 준수하기로 정한 법칙이며, 이 정상적인 이익에 반(反)하거나 역행하는 것은 곧 비정상이다. 그런데 도스토옙스키는 묻는다. 어떻게 그걸 확신하나? 그것이 논리의 법칙이더라도 왜 모든 인간의 법칙이어야 하는가? 미치광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는 ‘2×2=5’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2×2=4가 꽤 괜찮은 녀석이라면, 2×2=5는 “사랑스럽다”고 말한다. 이 불가능한 욕망을 의지로 만드는 건 인간의 자의식이다. 인간이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의미 모를 고통과 그 초월. 이 테마를 건드리는 일은 쉽지 않다.
살다 보면 드문 경우로, 학생들에게 진실을 가르치는 선생을 만나거나 어느 날 선생이 사실을 말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인간의 잠재력
[박수민의 오독의 라이브러리] 루퍼트 와이어트의 <겜블러>와 카렐 라이츠의 오리지널 <갬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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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영국에서 가장 인기 많은 노래 중 하나는 클린 밴디트의 <Rocka bye>다. 독특한 것은 여름 음악의 대명사인 댄스홀 장르로 크리스마스 주간 1위를 거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클린 밴디트는 왜 댄스홀을 겨울에 발표했을까?
아마도 클린 밴디트는 최근의 댄스 음악 트렌드에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닐까 싶다. 댄스홀은 2016년 가장 사랑받은 장르 중 하나였다. 빌보드 차트 1위를 거두며 저스틴 비버에게 제2의 전성기를 안긴 <Sorry>가 댄스홀이었다. 역시 비버가 보컬을 맡고 메이저 레이저가 프로듀싱해 빌보드 2위까지 오른 <Cold Water>도 댄스홀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빌보드 1위를 거둔 시아의 <Cheap Thrills>도 댄스홀이었다. 2016년 여름은 댄스홀이 지배했다.
클린 밴디트는 이 트렌드를 읽고 ‘나도 한번?’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댄스홀 대표주자인 숀 폴을 섭외한 것도 <Rockabye>가 대세
[마감인간의 music] 진부한 참신함 - 클린 밴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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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어느 배급사의 송년회 풍경. 그곳 배급사에서 영화 몇편 찍었던 인연으로 직원들이 항상 자기네 대표는 부르지 않고 나를 불러 홍어탕에 소주로 조촐하게 한해를 마감하는 자리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도 잠시, 금세 표정들이 굳어진다. 배급사가 곧 문 닫을 처지에 놓였다고 토로한다. 월급은 차곡차곡 밀렸고, 더이상 손 벌릴 곳도, 곳간도 텅 비어 도저히 차기작들을 배급할 여력이 없단다. 마지막 회식 자리가 된 듯 무거운 공기가 내려앉았다.
‘시네마달’ 이야기다. 국내 유일의 독립다큐멘터리 배급사를 표방하며 2008년 설립 후 현재까지 200여편이 넘는 다큐멘터리를 배급해왔던 곳이다. 곁에서 지켜본 바 워낙에 가진 게 없어 항상 위기였고 문 닫는다는 소문이 수시로 돌았지만 언제나 보란 듯이 그 자리를 지키며 한국 다큐멘터리의 견인차로 엔진을 돌려왔었다. 믿기지 않아 배급사 대표에게 정말이냐고 물어보았다. 그토록 자존심 강한 사람이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떨구는 걸 처음 봤다.
[이송희일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지난 연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