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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이니까 딱 10년 전이다. KBS에서 방영했던 영국 <BBC>의 11부작 자연 다큐멘터리, <플래닛 어스>(Planet Earth). 사막, 산, 강, 바다, 남극과 북극 등 11가지 테마로 방송된 이 프로그램은 DVD, 블루레이로 연달아 발매되어 자연 다큐멘터리의 레퍼런스 타이틀로 위명을 떨쳤다. 잘 짜인 스토리텔링과 다큐를 위해 따로 만들어진 음악, 그리고 무엇보다 압도적인 화면은 매우 단순한 ‘Planet Earth’라는 제목에 따로 수식어가 필요 없음을 증명했다. 2016년 추석 연휴, KBS에서 다시 <BBC>의 다큐멘터리를 방송했다. 글로벌 다큐멘터리 <와일드 뉴질랜드>. ‘그들만의 세상, 야생의 개척자, 다시 찾은 낙원’이란 부제의 3부작. 분명 최신의 촬영기법을 총동원한 프로그램이다. 초저속 촬영인 타임랩스, 초근접, 초망원 때로는 초광각으로 펼쳐지는 뉴질랜드의 자연과 생명체들. 포식자와 피식자로 이루어진 단순하면서도
[김호상의 TVIEW] <와일드 뉴질랜드> 아름다운 지구, Revis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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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밀정> 적인가, 동지인가
[정훈이 만화] <밀정> 적인가, 동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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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특별공헌상을 받은 인물은 바로 전설의 스턴트맨 야키마 카누트였다. 존 포드의 <역마차>(1939)에서 주인공 존 웨인을 대신해 마차를 끄는 여러 마리의 말들을 차례로 옮겨 타는 장면을 촬영했던 그는 이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 <리오 브라보>(1959), <스팔타커스>(1960) 등에 참여하며 할리우드 최고의 스턴트맨으로 높은 명성을 누렸음은 물론, 자신의 능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액션 신에 관한 한 직접 장면을 설계하는 스턴트 코디네이터로 맹활약했다. <대열차강도>(1903)에서 말을 타고 숲속 추격전을 벌이며 주인공 대신 말에서 떨어지던 기병대 출신의 프랭크 하나웨이가 영화 사상 최초의 스턴트맨이었다면, 야키마 카누트는 그를 이은 최초의 무술감독이라 할 수 있다.
갑자기 그에 대한 얘기를 꺼낸 이유는 리메이크된 티무어 베크맘베토프의 <벤허>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다. 윌리
[에디토리얼_주성철 편집장] 서울액션스쿨의 영화의 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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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미국 밴드일 줄 예상했다. 제대로 블루스를 연주하는 게 아닌가. 이게 나란 인간의 한계다. ‘블루스와 영어’라는 힌트만 가지고 미국 밴드일 거라 생각하다니, 이렇게 경주마처럼 비좁은 시야로 앞으로 40대를 어떻게 견뎌낼지 의문이다. 블루스 록 밴드 칼레오의 더욱 놀라운 점은 ‘미국 밴드가 아니’라는 점에 있지 않다. 그들이 ‘아이슬란드 밴드’라는 점에 있다. 아이슬란드 하면 누가 먼저 떠오르나. 음악 팬이라면 곧장 시규어 로스라는 이름을 댈 것이고, 빌보드 차트 좀 본 사람이라면 오브 몬스터스 앤드 멘을 떠올릴 것이다. 이외에도 올라퍼 아르날즈, 아우스게일, 신 팡, 악셀 플로벤트 등 아이슬란드 뮤지션들은 어느새 음악 덕후들이 챙겨야 할 필수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그런데 여타 아이슬란드 뮤지션/밴드들과 달리 칼레오의 음악에서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아이슬란드의 기운이 1도 안 느껴진다. 6월에 국내 발매된 그들의 앨범 《A/B》에는 그야말로 미국산(産) 블루스가 한가득이다.
[마감인간의 music] 강렬하구나, 블루스여 - 칼레오 《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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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가을, 종로에서 교복 입은 여고생과 마주쳤다. 미선·효순 두 여중생의 영정을 들고 있었다. 알고 보니 대학생이었다. 할 수 있는 일이 이뿐이어서 고교 시절 입었던 옷을 애써 입고 나왔다고 했다. 교복 입은 산 언니가, 교복 입은 죽은 동생들의 얼굴을 들고 선 모습이 눈을 찔렀다. 그 옷은 말이 필요 없는 옷이었다.
2014년 가을,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대법원으로 들어가는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을 경찰이 가로막았다. 조끼를 벗으라고 했다. 공장으로 돌아가자, 해고무효 등의 주장이 적힌 옷이었다. 피켓을 법정에 들고 갈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얘기였다. 규정이 있느냐 묻자 입을 닫았다. 그러나 일견 타당하게 들렸다. 그 옷은 외치는 옷이었으니까.
노란색은 세월호 참사의 상징색이자 “나는 기다린다”는 호소의 언어다. 그것은 종이배였다가, 리본과 손수건이었다가, 우산이었다가 그 무엇보다 옷이었다. 유족들은 노란 옷 위에 아이의 이름을 쓰고 명찰을 달고 그리움을 담았다
[노순택의 사진의 털] 말하는 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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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새벽 알람을 맞춰놓고 명절 기차를 예매했다. 1초만 늦게 클릭해도 수천명 뒤에서 대기해야 하는 탓에 손에 쥐가 날 정도의 긴장감과 스릴, 전쟁이 따로 없다. 이런 북새통을 뚫고 고향에 내려가야 하는 이유가 있다. 차례 음식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혼하지 않은 장손 집안의 외아들이 명절 때마다 친척들에게 들었던 잔소리는 바닷가 조개무덤처럼 헤아릴 수 없이 아득하다. 차라리 여봐란 듯이 내가 차례 준비를 하는 게 속이 편하다. 평소 시골집 노모와 가족을 위해 요리하는 걸 즐기지만, 죽은 조상 귀신들과 살아 있는 늙은 가부장 친척들을 위해 무보수 명절 노동을 하는 건 여전히 면역이 되지 않는다. 채소를 다듬고, 전을 부치고, 송편을 빚고, 밤을 깎고, 심지어 장손 전용 명절 노동도 기다리고 있다. 지방을 쓰고, 향로에 향을 피우고, 병풍을 치고, 제상을 닦고 나면 노곤한 한밤. 각기 사정이야 다르겠지만 다들 겪고 있다는 명절 증후군, 1년에 두번 내 몫도 푸짐하게 할당
[이송희일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우울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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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엔 아직 ‘왕따’라는 어휘가 존재하진 않았지만, 12살의 내가 처해 있는 상황은 그 단어의 정의에 부합하는 것이었다. 새로 전학 온 아이는 당분간 또래들의 테스트 대상이 되기 마련이었고, 나는 그 테스트에 완벽하게 걸려들었다. 아직 외국어와 그곳의 사고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 학교 가는 일은 하루하루 도망치고 싶은 싸움이었다. 그래도 몇 개월이 지나자 괴롭힘은 시들해지기 시작했고 비슷한 ‘지질한’ 처지의 친구들도 생겼다. 일본에서 온 지 얼마 안 된 친구와 인도계 친구 등 메인스트림에는 절대 들지 못할 우리는 몰려다녔다. 주로 함께 비디오를 시청하거나 만화를 그리며 시간을 보냈고, 그렇게 보게 된 영화 중 하나가 <스탠 바이 미>(1986)였다.
아마도 ‘네명의 친구들이 시체를 찾아 떠난다’는 스토리에 낚였던 것 같다. <스탠 바이 미>는 기대했던 액션이 충만한 어드벤처와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주인공들도 나와 같은 12살이었고, 무엇보다도 지질한
[내 인생의 영화] 이태웅의 <스탠 바이 미> ‘람보와 코만도의 세계’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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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북미 대륙에서 자동차는 단순한 교통수단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예를 들어 이곳의 10대 청소년에게 자기 소유의 첫 차는 곧 이성과 섹스를 할 수 있다는 뜻임을 우리는 많은 할리우드영화를 보아서 익히 알고 있다. 그러나 내 차에 누굴 끌어들이기 전에, 개인의 소유물로서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 마셜 매클루언은 북미에서 사람들이 혼자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가 자가용
이라고 했다. 그들이 개인주의자인 건 언제든 자기 차에 시동을 걸고 훌쩍 떠나버릴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끝없이 평평하고 널따란 대륙. 도망치고 싶다면 일단 고속도로 위로 차를 달리면 된다. 도달할 목적지는 나중에 결정할 문제다. 조니 캐시가 즐겨 부르던 곡 <I’ve Been Everywhere>처럼, 안 다녀본 곳 없는 길 위의 삶. 떠나고 정착하고 또 떠나길 반복하기 위해서는 차가 필요하다. 그러니 자가용 한대는 곧 한 개인을 의미한다.
테크놀로지가 무엇보다도 필요해진 현실
사실 인간과
[박수민의 오독의 라이브러리] 테크놀로지와 섹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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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주인공을 생계 때문에 참고 일을 해야 하는 상황 속으로 밀어넣고선 불평도 없고 잘못도 저지르지 않는 성품을 미덕으로 삼는 드라마들이 셀 수 없이 많았다. 이들은 대개 ‘캔디형’으로 분류되었다. SBS <질투의 화신>에서 아나운서 최종심에서 탈락하고 기상캐스터로 일하는 표나리(공효진)도 열심히 사는 걸로 치면 그 어느 캔디에 뒤지지 않는다. PD의 성추행 발언도 견디고, 방송국의 이런저런 잡일을 자청하며 아나운서 자리를 선망하는 그녀는 방송이 없는 주말에 헤어와 메이크업, 스타일리스트 역할을 “반값에” 해드린다며 해외 촬영도 따라나선다. 남동생의 학원비와 생활비를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잠시라도 주인공 표나리의 처지와 행동에 공감했다면 곧이어 이를 되짚어보게 하는 블랙코미디가 펼쳐진다. 미모의 기자인 자신이 방송국에서 이룬 성취를 뽐내는 계성숙(이미숙)과 인기가 높은 아나운서직의 국장인 방자영(박지영)이 서로 방송국의 노른자와 꽃을 운운하며 신경전을 벌이는 와중에,
[유선주의 TVIEW] 지켜야 할 것들 <질투의 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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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고산자, 대동여지도> 골라보는 맞춤형 지도
[정훈이 만화] <고산자, 대동여지도> 골라보는 맞춤형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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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싯적 시인이었던 암흑의 역사를 감추고 사는 소설가가 있다. 시인이란 언어를 깎고 깎아 모든 껍데기를 버리고 그 정수만 남을 때까지 고뇌하는 운명이 아니던가 싶은데, 그는 침소봉대의 달인, 껍데기를 버리기는커녕 누가 쓰다 버린 껍데기까지 갖다 붙이는 허풍의 명수로, 서울 근교로 출판사 사장 심부름 갔던 이야기를 한비야가 7년간 세계를 헤매고 다닌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 스케일로 부풀리는 인물이었다.
그렇다면 그는 어찌하여 시인이기를 포기하고 소설을 쓰기로 결심하였던가. 시만 쓰면서 살기엔 말이 너무 많아서? 아니, 뭐, 그런 것도 없진 않겠지만 일단은 이런 이유에서였다, 사람들이 시인 대접을 해주지 않아서. 다시 한번 그렇다면, 그는 어찌하여 시인 대접을 받지 못했을까. 그거야 말이 많아서(이게 무슨 순환논법)… 일 것 같지만 놀랍게도 그 반대였다, 말주변이 없어서. 그래, 그도 한때는 말수 적고 수줍은 문학청년이었던 것이다.
시인으로 등단은 했지만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시인의 도(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