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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생존을 위해 인간을 개조하고, 수인, 마인 등 다양한 종들은 클러스터라는 체계 속에 분리되어 사회를 이룬다. 새로운 세계의 규칙은 단 하나. 클러스터간의 이동은 범죄라는 점. 하지만 뱀파이어들에 의해 사이보그가 된 키사라기(오노 유우키)는 그들의 군대인 불멸의 기사단을 피해 신주쿠 클러스터로 도망친다. 그러나 신주쿠의 왕인 야쿠자들은 죽은 두목의 복수를 갚기 위해 그를 쫓기 시작하고, 키사라기는 가족 같았던 소녀 루나루(우에다 레이나)와 목숨을 건 도주를 시작한다. <블러디 이스케이프: 지옥의 도주극>은 다니구치 고로가 기획한 미디어 믹스 프로젝트 ‘에스타브 라이프’의 연장선에 놓인 작품이다. TV시리즈가 클러스터 탈출을 돕는 ‘탈출업자 익스트랙터스’에 집중했다면, 영화는 뱀파이어와 야쿠자라는 이질적인 세계의 충돌과 개조 인간의 화려한 액션을 부각한다. 극장판에 능한 다니구치 고로 감독답게 방대한 세계관의 부피를 덜고, 장르에 충실하기를 택한 선택과 집중이 돋보인다
[리뷰] 탈출과 충돌, 세계관의 부담을 덜고 한껏 가벼워진 몸눌림, <블러디 이스케이프: 지옥의 도주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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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 미용실을 운영하는 경희(남기애)는 치매에 걸린다. 자기 계발서 <진실의 힘>의 작가인 아들 지욱(한기장)은 어머니의 치료를 돕다가 어린 시절 실종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마주한다. 어느 날 지욱의 삼촌인 목사 중명(유성주)은 아픈 몸을 이끌고 형의 행방을 찾겠다며 경희 앞에 나타난다. 중명의 협박과 경희의 치매 사이에서 평화로웠던 지욱의 삶은 미궁 속을 헤매게 된다. <엄마의 왕국>은 이상학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영화를 지탱하는 미스터리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실종을 둘러싼 기억의 재구성이다. 치매로 인해 소실되는 어머니의 기억과 어머니에 의해 은폐됐던 과거의 기억이 정반대의 방향으로 발산되며 팽팽한 긴장감을 야기한다. 한기장, 남기애, 유성주 배우는 심리 스릴러에 어울리는 신경질적이고 강박적인 앙상블을 선보인다. 다만 작위적인 대사로 그려낸 폐쇄적인 가정에 대한 묘사는 아쉬움을 남긴다.
[리뷰] 호연과 야심으로 빚어낸 기억의 미로를 허무는 작위적 작법, <엄마의 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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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지 않지만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미래, 기술의 발달로 고통을 느끼지 못하거나 새로운 장기의 생성 및 신체의 자유로운 진화가 가능하다. 사람들은 전에 없던 방식으로 쾌락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가속 진화 증후군’을 추종하는 행위예술가 사울(비고 모텐슨)과 그의 조수 카프리스(레아 세두)는 직접 사울의 몸을 해부해 장기를 삽입하고 제거하는 전위극으로 관중을 불러모으고 있다. “수술은 새로운 섹스”라고 주창하는 이들의 퍼포먼스가 사람들에게 새로운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장기 등록소의 팀린(크리스틴 스튜어트)은 두 사람의 은밀한 행적을 주시하고 있다. 한편 의문의 집단은 사울과 카프리스의 쇼를 이용해 인류 진화의 단계를 밝히려는 계획을 세운다. 데이비드 크로넌버그가 1970년 연출한 동명의 영화가 있지만 이번 작품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그보다는 크로넌버그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시대의 작품들, 인간과 기계의 융합한 포스트휴먼 시대의 새로운 인간성에 담론을 던졌던 <비디오
[리뷰] AI 시대에 다시 만난 크로넌버그, 포스트휴먼 SF, <미래의 범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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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여파로 황폐화한 동우크라이나의 네 아이 에바, 사샤, 알리나, 콜랴는 혈연은 아니지만 한집에 살고 있다. 이들이 슬픔 위에 지어진 집이라고 불리는 임시 쉼터에서 공동생활을 하는 까닭은 더는 보호받을 수 없는 환경에 놓였기 때문이다. 알코올중독에 빠지고 가정폭력을 일삼던 부모에게서 분리된 아이들은 투철한 사회복지사들에게 보호받으며 이곳 생활에 적응하는가 싶지만 부모에게 자꾸만 마음이 가는 걸 막을 수 없다. 다큐멘터리 <파편들의 집>은 버려진 아이를 슬픔의 시선으로만 읽어내려는 작품이 아니다. 신중하고 개별적인 관찰을 통해 아이들의 다각도에서 들여다보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변하지 않는 부모에게 더는 기대하지 않다가도 부모의 목소리가 들리는 전화기를 놓지 못하는 아이들의 혼란한 감정을 묵묵히 담아내는 카메라의 힘이 강력하다. 전쟁의 포악성을 단 한번의 과열 없이 강조하는 절제된 연출이 영화에 대한 신뢰를 더한다.
[리뷰] 아이들의 혼란한 감정을 슬픔으로만 읽어내지 않는다, <파편들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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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장소로 점찍어둔 카페가 헐리자 영화감독 진주(이지현)는 선배의 권유에 경남 진주로 향한다. 그곳에서 우연히 지역 예술가들의 모임 장소인 ‘삼각지 다방’을 발견한 진주는 며칠 뒤면 그곳마저 철거될 예정이라는 소식을 듣고 지역 예술가들과 삼각지 다방을 지키기 위해 의기투합한다. 개발 논리에 밀려 보존 가치가 있는 장소가 사라지는 풍경에 익숙한 요즘, 같은 맥락에서 이 광경을 소재로 다루는 작품도 진부한 묘사에 그칠 공산이 크다. <진주의 진주>는 옛것은 무조건 옳고 개발은 나쁘다는 얕은 인식으로 빠지지 않는다. 영화 말미에 이해관계자들의 한바탕 소란이 말해주듯 해결은 요원하고, 작품은 이 난제를 묵묵히 바라보며 숙고를 유도한다. 그러면서 물리적 조건이 추억과 소중한 사람을 기억하는 마음까지 변화시킬 순 없다고 말한다. 몇몇 순간은 관광 홍보 영상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가벼운 접근이 도리어 장점으로 작용한 면도 있다.
[리뷰] 떠나보내야 하는 것과 지켜낼 수 있는 것의 재확인, <진주의 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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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청산한 그루(스티브 카렐)는 전편에 이어 악당퇴치연맹의 열혈 요원으로 활약한다. 악당퇴치연맹의 이번 목표는 곤충의 진화와 변태를 탐닉해 몸소 ‘곤충맨’이 된 맥심(윌 페럴)을 저지하는 것. 미니언들과 함께 모교 악당 고등학교의 동문회를 찾은 그루는 연회장에서 황금동문상의 영예를 차지한 맥심을 생포한다.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루를 무시하던 맥심은 수감 직후 그루와 루시(크리스틴 위그) 사이에서 태어난 막내아들 그루 주니어를 납치하겠다는 협박 서신을 보낸다. 그루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악당퇴치연맹의 은퇴한 국장 실라스 램즈바텀(스티브 쿠건)이 복귀하고, 실라즈는 그루 가족을 메이플라워시에 위치한 안전가옥으로 대피시킨 후 그들에게 새로운 이름과 직업을 부여한다. 당연히 이들은 새 신분에 적응하길 버거워하고, 정든 고향과 친구들을 떠나 낯선 지역에 전학 가게 된 세딸 중 사춘기에 접어든 마고(미란다 코스그로브)는 유독 이 결정에 불만이 많다. 한편 그루 가족의 이웃에 사는 음침한
[리뷰] 벤 헤일런부터 BTS까지, <맨 온 파이어>부터 <패딩턴2>까지, <슈퍼배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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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
정말 돈 내고 극장에서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느꼈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이런 작품에 어떤 역할이라도 하나 맡으면 너무 행복했겠단 생각도 들었다.
<F1: 본능의 질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다. 우리가 아는 F1이 다가 아님을 알게 됐다. 요즘에 워낙 ‘속도’에 빠져 있어서 최근 나온 시즌까지 전부 재밌게 보고 있다.
<장송의 프리렌>
올해 최고의 애니메이션이 아닐까···. 정말 명작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 같아서 너무 인상 깊었다.
<나의 첫 심부름>
넷플릭스에 있는 일본의 옛날 예능프로그램이다. 제목 그대로 아이들의 첫 심부름을 카메라에 담는다. 우리도 이렇게 살아왔고 이렇게 컸을 것이고, 앞으로도 이런 세상이 되어야겠단 생각이 든다. 요즘 세상은 저 때에 비해 조금 각박한 것 같단 생각도 하게 된다.
<최강야구>
원래 스포츠 보는 것도
[LIST] 김진영이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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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Apple TV+ | 10부작 / 연출 루시 처니악 / 출연 라시다 존스, 니시지마 히데토시 / 공개 7월10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기대했던 맛은 아니더라도 만족스러운 한끼
비행기 사고로 남편도 아들도 잃었다. 수지(라시다 존스) 곁에 남은 건 남편 마사(니시지마 히데토시)가 제작한 가정용 로봇 ‘써니’뿐이다. 쓸데없이 쾌활한 이 로봇의 행동과 말투는 이상하리만치 마사를 닮았다. 그러고 보니 수지는 마사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냉장고를 만든다던 마사가 왜 로봇을 개발했는지, 회사에서 무슨 연구를 진행했는지, 그가 정말 비행기에 탑승하긴 한 건지 의문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써니와 수지는 따뜻한 마음씨의 바텐더 친구 믹시와 함께 남편의 실종 뒤에 도사린 야쿠자의 음모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아일랜드 작가 콜린 오 설리번의 소설 <더 다크 매뉴얼>을 각색한 <써니>는 일견 화려한 연출로 가득하다. 하지만 인공지능 로봇과의 생
[OTT 리뷰] ‘써니’ ‘신의 탑 2기 - 왕자의 귀환’ ‘샤먼: 귀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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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를 꿈꾸는 미국 소녀 세실리아(시드니 스위니)는 친한 테데치 신부의 소개로 이탈리아의 성모 마리아 성당으로 떠난다. 이탈리아어가 서툰 그녀에게 그곳은 낯설고 두렵기만 하다. 그녀는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면서도 수녀 생활에 적응하려 고군분투한다. 수녀로 자리매김할 즈음 추기경과 테데치 신부가 그녀를 불러서는 동정이냐는 불쾌한 질문을 건넨다. 이상한 조짐을 느낀 그녀는 그곳을 탈출하려 하지만 정체 모를 입덧이 시작되며 계획이 무산된다. <이매큘레이트>는 <HBO> 드라마 <유포리아>에서 정처 없이 방황하는 캐시 역을 소화하며 밀레니얼 세대의 청춘스타가 된 시드니 스위니가 제작을 주도한 영화다. 우선 스크린을 지배하는 강렬한 카리스마를 선보이는 그녀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 볼 가치가 충분하다. 넌스플로테이션(수녀들의 삶을 다룬 장르)과 지알로 등 70년대 B급영화의 문법을 빌려와 장르적 재미를 살린 점도 인상 깊다. 다만 점프 스케어에 의존하는 연출과 피
[리뷰] 영화보다 무시무시한 시드니 스위니의 물오른 연기력과 성장세, <이매큘레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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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웃는 얼굴로 유명한 고3 학생 유코(나가노 메이)에게 웃지 못하는 순간이 있다. 가족에 관해 물었을 때다. 친아버지는 초콜릿을 만들겠다는 꿈을 좇아 홀로 브라질행을 택했고 정착하지 못하는 새엄마(이시하라 사토미)는 사라졌다. 현재 유코는 아저씨라는 호칭이 편한 세 번째 아빠 모리미야(다나카 게이)와 살고 있다. 복잡한 가정사 속에서도 밝게 자란 유코는 졸업 합창 반주자가 모이는 자리에서 촉망받는 또래 피아니스트 하야세(미즈카미 고시)를 만나고 피아노와 하야세 모두에게 관심이 생긴다. <그리고 바통은 넘겨졌다>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관계를 제시하며 현시대의 가족의 의미를 짚어본다. 특히 유코와 모리미야가 애정과 신뢰를 형성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가족이란 혈연이 아닌 곁에서 안정감을 주는 존재라는 메시지를 준다. 주변 인물의 이야기를 과도하게 끌어와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기까지의 과정에 아쉬움이 남으나 세대별로 가족을 분석해보려는 시도 자체는 의미가 있다.
[리뷰] 종으로 횡으로, 가족을 생각하다, <그리고 바통은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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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행복한 일상을 보내던 가장 브라이언(조엘 키너먼)에게 크리스마스이브는 악몽이 됐다. 갱단의 총격전으로 어린 아들은 목숨을 잃었고, 범인을 뒤쫓다 자신마저 치명상을 입고 목소리를 빼앗겼기 때문이다. 삶의 의미를 상실한 브라이언은 고민 끝에 복수를 결심한다. 갱들과의 전면전을 위해 와신상담의 시간을 보내던 그에게 마침내 아들의 기일인 크리스마스이브가 다가온다. 20년 만에 할리우드에 복귀한 오우삼 감독의 신작 <사일런트 나잇>은 처음부터 주인공의 목소리를 소거하는 과감한 선택에서 출발한다. 아들의 죽음을 향한 아버지의 분노는 대사 없이도 충분히 묘사할 수 있다. 영화는 평면적인 인물들을 곳곳에 배치해 무언의 복수극을 향한 초석을 다졌다. 문제는 한마디의 말보다 더 가볍게 휘둘리는 액션의 강도다. 침묵하는 인물의 깊은 원한을 대변해야 할 총칼은 맥없이 흩날린다. 무언의 복수극이라는 기치에 어울리지 않게 옅은 액션 시퀀스는 방법론에 대한 짙은 의문을 남긴다.
[리뷰] 침묵하는 분노를 대변하기엔 너무 가볍고 무딘 창끝, <사일런트 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