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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아르바이트생 보윤(최보윤)에게 입사 지원 동기와 성격의 장단점을 채우는 일은 식은 죽 먹기다. 80% 이상의 합격률을 자랑하는 취업 자기소개서 대필가가 남들에겐 밝힐 수 없는 그의 진짜 직업이기 때문이다. 월세가 없어 이 집 저 집을 전전하는 대학생 강민(류이재), 학생회장 선거에 열올리고 있는 인플루언서 세민(기세민), 착하지만 운 없는 남자 태호(안도연)까지 의뢰인들의 삶을 포장할수록 보윤은 그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 <정직한 사람들>은 상상의 나래를 한껏 펼칠 줄 아는 주인공을 내세워 한국 청년의 다양한 현실을 보여주는 효과적 설정이 돋보인다. 주거 불안과 취업난, 고립과 경쟁사회 속에서 허덕이는 의뢰인들의 에피소드를 이야기꾼의 세계에서 풍부하게 펼쳐낸다. 끝에 이르러선 상상을 통해 깨달음을 얻은 인물의 비상을 희망차게 묘사한다. 보윤이 세상으로 나아가는 후반부가 익숙하지만 확실한 용기를 준다.
[리뷰] ‘정직한 사람들’, 이야기꾼 주인공과 함께 상상의 나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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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가 주목하는 수학도 마거리트(엘라 룸프)는 희대의 난제 골드바흐의 추측에 관한 연구에 매진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세미나 발표에서 지도교수의 또 다른 제자인 루카(줄리앙 프리종)가 오류를 지적하는 바람에 그녀의 증명은 물거품이 된다. 실의에 빠진 마거리트는 교수와 언쟁 끝에 학업 포기서를 제출한다. 인생의 전부였던 수학을 포기한 그녀는 그간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다. 안나 노비옹 감독의 <마거리트의 정리>가 논증하려는 것은 정수론이 아니라 존재론이다. 수학 없는 삶은 생각도 않던 주인공이 타인의 세계라는 변수를 통해 성장한다. 수리적 난제와 실존이란 고뇌는 반증의 시간을 통과해야 한다는 영화의 태도가 인상적이다. <로우>에서 피와 살을 탐내며 도발적인 에너지를 자랑하던 엘라 룸프의 연기 변신도 돋보인다. 외골수적 강박과 미워할 수 없는 서툶이 공존하는 마거리트를 통해 제49회 세자르영화제에서 신인여우상을 받는 영예를 얻었다.
[리뷰] ‘마거리트의 정리’, 정수론에서 존재론으로, 반증이 빚어낸 증명 혹은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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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화령(조현진)은 갑작스러운 뇌졸중으로 쓰러진다. 그리고 자신이 찍은 영화에 대한 기억을 모두 잃는다. 화령과 함께 일했던 프로듀서, 후배 배우, 감독 등이 차례로 병문안을 와서 그가 참석하지 못한 시사회와 보지 못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들의 진술은 조금씩 다르다. 2부에 접어들면 앞서 등장했던, 화령과 관객이 알지 못하는 영화에 대한 증언이 더욱 충돌하며 실체를 모호하게 만든다. 흑백 화면에 고정된 카메라, 한정된 공간 활용이 주는 심플함에 비해 영화는 방대한 대사로 진행된다. 때문에 관객은 스스로 비선형적으로 던져진 단서들을 취합해 이면의 진실을 적극적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는데, 일련의 과정 자체가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 세상을 인식하는 과정과 내러티브의 주체성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유형준 감독은 1년여간의 공백기를 두고 1부와 2부를 촬영했다.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부문과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에 초청됐다.
[리뷰] ‘우리와 상관없이’, 비선형 미로를 헤매며 나아가는 우리 인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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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겨울, 속초에서 김포로 향하던 비행기가 하늘에서 납치된다. 이른바 ‘하이재킹’이라 불리는 항공기 납치사건의 중심엔 부기장 태인(하정우)이 있다. 2년 전 공군의 전투기 파일럿이었던 태인은 납북 중인 민항기를 공격하지 않았고, 명령 불복종의 책임을 지며 전역했다. 이처럼 아픈 과거를 겪긴 했으나 태인의 가치관은 한결같다. 그 어떤 것보다 사람의 목숨이 우선이란 일념이 태인을 움직인다. 그는 베테랑 기장 규식(성동일), 승무원 옥순(채수빈), 항공 보안관 창배(문유관), 그리고 60여명의 승객과 함께 기지를 발휘해 납치범 용대(여진구)와 맞선다. 청년 용대는 한국전쟁 당시 월북한 형이 있단 이유만으로 남한사회에서 모진 핍박을 받으며 살아온 인물이다. 가족을 찾아 북으로 가려는 용대의 서글픈 감정은 영화의 또 다른 동력이 된다.
1971년 대한항공 F27기 납북 미수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실화에서 가장 크게 각색된 부분은 납치범 용대의 사연이다.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리뷰] ‘하이재킹’, 고증의 예의와 재미의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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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상궂은 인상과 괴팍한 표정,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복장까지, 재필(이성민)과 상구(이희준)는 눈에 띄는 겉모습으로 다른 사람들의 눈총을 자주 받는다. 도시를 떠난 둘은 전원생활을 꿈꾸며 숲속 오두막집으로 이사 오지만 부동산 웹사이트에 등록된 이미지와 정반대의 으스스한 집을 얻는다. 심지어 집을 수리하는 과정에 오랫동안 봉인됐던 지하실 문을 열면서 그 안에 갇힌 악령이 깨어나고 만다. 한편 친구들과 함께 여행 온 미나(공승연)는 설레는 연애 관계로부터 크게 배신당하고 강가로 뛰쳐나갔다가 물에 빠진다. 이 사고를 목격한 재필과 상구는 새집에 미나를 데려와 열성으로 간호하지만 남은 친구들은 이들이 미나를 납치했다고 오해한다. 마침내 미나를 구하기로 한 친구들이 힘을 합칠 즈음 집에서 이상한 우연이 거듭되더니 하나둘 어이없는 죽음을 맞이한다.
<핸섬가이즈>는 편견과 오해에서 출발한다. 흉포한 외모를 지닌 사람은 생각과 행동마저 위험할 거라는 오랜 편견이 영화의 기본 배경을
[리뷰] ‘핸섬가이즈’, 이럴 수가 나도 모르게 웃고 있던 내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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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는 매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취향과 영감의 원천 5가지를 물어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이름하여 그들이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영화 <남은 인생 10년>
평소 밝고 행복한 작품보다 다소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의 영화를 좋아한다. 이를테면 인간 군상을 보여주는 복잡한 작품들. 그래서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의 <남은 인생 10년>을 무척 좋아한다. 이야기가 섬세하고 일본 사회 특유의 분위기를 잘 담아냈다. 고마쓰 나나, 사카구치 겐타로의 연기도 무척 인상적이다.
드라마 <더 글로리>
일본에 한국 드라마들의 인기가 높다. 최근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보았는데 그중 <더 글로리> 에 빠져들었다. 나도 언젠가 심리전, 암투, 복수 등 복잡한 관계를 그려내는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 <펜트하우스>도 재미있게 보았다
앨범 《Greg Han》
대만 배우 허광한은 가수로도 활동 중인데 노래가 무척 좋더라. 그래서
[LIST] 기요하라 가야가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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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맨>
넷플릭스 |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 출연 글렌 파월, 아드리아 아르호나 / 공개 6월7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존재에 관한 링클레이터식 농담, 그리고 힘 빼기의 기술
리처드 링클레이터와 배우 글렌 파월의 공동 각본으로 빛을 보게 된 실화 바탕의 범죄영화인 <히트맨>은 가벼운 몸집으로 불쑥 심오한 훅을 날리는 영화다. 2001년, 미국 잡지 <텍사스 먼슬리>는 10년간 60여명에 대한 청부살인을 의뢰받은 한 남자의 이야기를 공개했다. 남자는 사실 청부살인 근절을 위해 경찰이 고용한 가짜 히트맨으로, 낮에는 강단에서 대학교수로 일하다가 밤이 되면 냉정하고 마초적인 킬러로 변신한다. 정확히는 기가 막히게 연기한다. 철학 교수 게리(글렌 파월)는 의뢰인으로부터 명확한 살해 지시를 이끌어내기 위해 론이라는 이름의 다양한 킬러를 연기하고, 연극적 정체성의 열망도 함께 충족해나간다. “자아는 우리가 어디에 있고 누구와 함
[OTT 리뷰] ‘히트맨’ ‘사과는 떨어지지 않는다’ ‘브리저튼 시즌3 파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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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 등 다섯 감정이 여느 때처럼 감정 컨트롤 본부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던 어느 날, ‘불안’, ‘당황’, ‘따분’, ‘부럽’이라는 낯선 감정이 나타난다. 특히 최악의 경우를 상상하며 아직 닥치지 않은 일에 근심하는 ‘불안’이 다른 감정과의 공존을 배제한 채 자기 멋대로 굴면서 이곳의 평화도 점차 깨지기 시작한다. 한편 13살 라일리는 아이스하키 캠프에서 새로운 선배들을 만나면서 설레고 초조한 양가적인 감정을 갖는다. 기존 감정들은 ‘불안’을 필두로 한 뉴페이스들에게 주도권을 뺏기고 쫓겨난다.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사춘기의 혼돈은 ‘기쁨’이 ‘슬픔’의 존재를 인정해가는 과정을 담았던 <인사이드 아웃>보다 훨씬 복잡하고 때때로 모순적이다. <인사이드 아웃2>는 라일리의 혼란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고 또 앞으로도 지속될 일이라는 보편적인 메시지를 픽사 특유의 따뜻한 시선으로 전한다. <인사이드 아웃> 이후
[리뷰] ‘인사이드 아웃2’, ‘슬픔’보다 복잡하고 모순적인 혼란 속에서 함께 자라나는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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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7월 판문점은 한국전쟁 휴전을 위한 회담 장소로 선택됐다. 정전협정이 체결된 뒤엔 비무장지대인 판문점에서 오랜 세월 남북한과 유엔간의 면대면 소통이 진행됐다. 그렇게 판문점은 한반도 평화의 상징적인 장소로 불려왔다. 그러나 판문점 도끼 사건 등 잔혹한 참사가 일어난 것처럼 판문점의 역사는 그리 순탄치 않다. <판문점>은 <김복동>의 송원근 감독과 <뉴스타파>가 다시 뭉쳐서 판문점의 잔혹사를 추적한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판문점의 탄생부터 9·19 남북군사합의가 파기되고 남북한 사이의 대화가 단절된 현재까지 무려 70년에 달하는 타임라인을 논리정연하게 풀어내며 판문점의 역사적인 의의를 길어내는 데 집중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남북한 사이의 소통이 진정 회복되기를 바라는 소망까지 담는다. 3년 동안 수집한 탄탄한 아카이브 자료와 저널리즘 정신에 충실한 균형감이 있는 연출, 박해일 배우의 진중한 내레이션이 그 소망을 뒷받침한다.
[리뷰] ‘판문점’, 오물 풍선과 대북 확성기가 오가는 시대에 대화의 가치를 일깨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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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올빼미와 흰 족제비, 바다 밍크와 매머드까지 북극백화점의 손님은 대부분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이다. 그곳의 견습 안내원인 아키노(가와이다 나쓰미)는 어리숙하지만 서비스 정신만큼은 만점이다. 아키노는 자잘한 실수를 연발하며 상사에게 계속 혼나지만 정식 사원이 되고자 계속 고군분투한다. 여러 V.I.A(Very Important Animal)의 고민에 귀 기울이며 해결사를 자처하기도 한다. <북극백화점의 안내원>은 1900년대 파리의 백화점을 그대로 본뜬 디테일과 동화적인 그림체로 관객의 눈을 즐겁게 만든다. 인간과 동물의 위치를 전복하는 상상력도 눈여겨볼 만하다. 사회 초년생과 적자생존에 불리한 멸종동물을 연결해 사라진 멸종 동물들을 추모하는 다정함도 마음을 따스하게 적신다. 다만 각 에피소드 사이의 연결이 헐겁고 주제를 대사로 드러내는 점에서 완성도가 미흡하다는 인상을 준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원화 작가였던 이타즈 요시미의 신작이다.
[리뷰] ‘북극백화점의 안내원’, 미래세대에 조심스레 권하고픈 소중하고 다정한 생태주의 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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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동네나 그렇듯 인천 중구에도 사연이 있다. 명물인 자장면과 닭강정을 먹으러 온 관광객들로 밝은 기운이 넘쳐나는 동시에 재건축과 재생간 대립 문제로 긴 시간 먹구름이 걷히지 않고 있다. 일제강점기 시절의 근대 건축물의 원형을 그대로 품은 원도심 인천 중구는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존재해야 할지 동네를 사랑하는 주민들은 고민이 많다. <아주 오래된 미래도시>는 유서 깊은 지역의 지속성을 다각도로 모색하는 다큐멘터리다. 인천 중구에 거의 반평생을 거주한 노부부, 그 땅에 깊게 뿌리내린 식당과 카페의 주인들, 지역 사업 실무자와 지역 기반의 젊은 창작자 등 다양한 유형의 중구인들을 인터뷰어로 한데 모았다. 동네가 현재 당면한 실질적 문제와 그들 각자가 해결을 위해 해온 노력을 진솔하게 기록한다. 일본으로 건너가 민간 주도의 재생 산업 사례까지 담아냄으로써 말뿐이 아닌 행동하는 영화로서 가치가 크다.
[리뷰] ‘아주 오래된 미래도시’, 유서 깊은 지역의 지속성을 다각도로 모색하는, 행동하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