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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치열하게 살던 회사원 지아(금새록)는 암 선고를 받는다. 오랜만에 만나 여행을 떠나자던 친구 안나(한예지)는 갑자기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회의를 느낀 지아는 퇴사하고 수술비로 벤츠 카브리올레를 산다. 외제차를 끌고 전 애인 기석(강영석) 앞에 나타난 지아는 그에게 전국 일주를 제안한다. 기석이 차를 가진다는 조건으로 여행길에 오른 두 사람은 독특한 시골 청년 병재(류경수)를 만난다. <카브리올레>는 <이태원 클라쓰>의 원작자인 만화가 조광진의 감독 데뷔작이다. 유려하면서도 과감한 서사 진행을 선보였던 웹툰 시절의 강점이 돋보인다. 번아웃, 카르페 디엠, 플렉스 등 키워드들은 오히려 통렬한 플롯 트위스트(반전)를 위한 발사대로 활용된다. 이런 전환은 생의 의지란 얕은 위로의 말이 아니라 육체에 각인되는 감각이라는 사실을 드러낸다. 권태를 온 얼굴에 담은 금새록과 기묘한 리듬으로 후반부를 지배한 류경수가 빚어낸 앙상블도 뛰어나다.
[리뷰] ‘카브리올레’, 황천의 뒤틀린 리틀 포레스트, 생의 감각을 깨우는 보디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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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그렇다고 똑같은 속도로 흘러가진 않는다. 매일 자명종이 울리기도 전에 눈을 뜨는 하지메(오카다 마사키)는 모든 순간을 다른 사람보다 빠르게 대처한다. 글자를 쓰는 것도, 밥을 먹는 것도, 사진을 찍는 것도 남들보다 늘 한발 앞선다. 어느 날 길 위에서 우연히 만난 싱어송라이터 사쿠라코(후쿠무로 리온)와 사랑에 빠진 하지메는 그와의 데이트가 정해진 일요일만 오매불망 기다리지만, 눈을 떴을 때 월요일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라진 일요일을 찾기 위해 파출소에 신고하거나 주변 사람을 탐색하는 등 온갖 노력을 기울여도 의문은 해소되지 않는다. 한편 하지메와 달리 남들보다 느린 레이카(기요하라 가야)는 잃어버린 시간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그가 알고 있는 진실은 하지메에게 어떤 열쇠가 될 수 있을까. 마지막의 경쾌한 주제가에 인기 가수 요아소비의 이쿠타 리라가 참여했다.
[리뷰] ‘1초 앞, 1초 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차, 느린 이들을 위한 비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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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의 아이콘이었던 이소룡은 네편의 영화만 남기고 서른둘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서구 사회는 여전히 쿵후영화를 원했고, 넘치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홍콩영화계는 묘수를 떠올렸다. 바로 이소룡의 외형이나 무술 실력이 유사한 배우들을 섭외해 아류작을 양산하기로 한 것. 미얀마, 중국, 한국, 태국 등에서 등장한 이소룡의 클론들은 마피아와 스파이더맨 심지어 고릴라에 맞서 싸웠다. 전문가들은 브루스 리의 이름을 빌려 기괴한 멀티버스를 만들어낸 하위 장르들을 브루스플로이테이션(Bruceploitation)이라 명명한다. 데이비드 그레고리 감독의 <이소룡-들>은 1970년대 영화산업에서 벌어진 파격적인 현상을 들여다본다. 영화는 모방 배우들의 증언에 귀를 기울인다. 이소룡에서 홍금보와 성룡으로 이어지는 무술영화의 계보에서 <이소룡-들>은 지워진 수백편의 모작들의 역사도 선명하게 기록하려는 노력의 결실을 선보인다.
[리뷰] ‘이소룡-들’, 이소룡과 성룡 사이에 숨겨진 이소룡-들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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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가인 도댕 부팡(브누아 마지멜)과 요리사 외제니(쥘리에트 비노슈)는 침실보다 부엌에서 더 많은 사랑을 나눈다. 19세기 후반 프랑스, 목가적인 전원에서 살아가는 두 사람은 지난 20년간 누구보다도 서로를 아껴왔지만 도댕의 오랜 구애와 청혼에도 불구하고 외제니는 절제된 관계를 원한다. 트란 안 훙의 로맨스는 이 관계를 실패로 비추지 않고 절묘한 긴장을 유지한 재료의 배합처럼 우아한 공존으로 그려낸다. <프렌치 수프>에서 한번의 식사는 곧 사랑의 생애다. 준비를 위해 필요한 오랜 노동과 섬세함, 마침내 찾아오는 황홀한 만족, 그리고 밤이 깊어지면 떠나야 하는 식탁의 아쉬움과 쓸쓸함이 담긴다. 그러니 이 영화가 요리의 기쁨에 관해 다룬다고 말하긴 애석하다. 영원하지 않다 못해 찰나일 줄 알면서도 투신하는 인간, 예술가, 연인의 숙명이 <프렌치 수프>의 율동하는 카메라가 좇는 아름다움이다.
[리뷰] ‘프렌치 수프’, 음식, 사랑, 영화가 황홀해지려면 필요한 것. ‘시간’을 요리하는 탁월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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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학원가에서 국어 강사로 일하는 윤임(안소희)의 집에 10년 전 애인 기행(박상 남)이 찾아온다. 얼마 전 윤임이 담당하는 중학교에 국어 교사로 부임한 기행은 그녀의 오랜 친구이자 소설가인 나은(조은유)의 근황을 이야기한다. 수년 전 뇌사상태에 빠진 나은이 조만간 호흡기를 뗄 예정이라는 말에 윤임은 자신을 괴롭힌 대학 시절을 다시 마주한다. 기행은 나은이 죽기 전 윤임에게 남긴 서류봉투를 건네고, 이 장면은 우연히 학부모에게 목격된다. 학원강사와 교사의 만남은 급기야 문제 유출 의혹으로 번지면서 윤임과 기행은 곤욕을 치른다.
학원강사라는 독특한 이력을 지닌 김수인 감독은 전작 <독친>에 이어 두 번째 장편영화 <대치동 스캔들>에서도 사교육의 광풍을 소재로 활용한다. 수험생 자살을 주된 사건으로 선택했던 전작처럼 영화는 학원강사와 교사간의 문제 유출 의혹이 제기된 학부모 단톡방에서 시작한다. 강사들을 무한 경쟁 구도로 모는 원장의 태도와 입시를 위해 뻔뻔
[리뷰] ‘대치동 스캔들’, 과거의 상흔 앞에서 스캔들은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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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스무살이 된 대학생 마고(에밀리아 존스)는 극장에서 우연히 만난 로버트(니컬러스 브론)에게 호감을 느낀다. 건장한 체격, 클래식한 영화 취향, 그녀를 위해 밤늦게 음식을 사오는 자상함까지. 나이가 좀 많다는 게 흠이지만 로버트는 분명 좋은 사람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데이트를 이어갈수록 처음의 설렘은 점차 공포로 변해간다.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아도 돌아오는 건 남녀 사이 주도권을 강조하는 의미 없는 조언뿐이다.
잠자리 이후 마음이 변한 마고는 로버트의 곁을 떠나고 싶지만 혹여나 이별을 감당하지 못한 그가 자신을 해코지할 수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힌다. 단단히 엉킨 오해의 실타래는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이내 마고의 모든 인간관계가 하나씩 무너지기 시작한다. <캣퍼슨>은 <뉴요커> 역사상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동명 단편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로맨틱코미디와 스릴러 장르를 넘나드는 영화는 강제성이 없어 보이는 관계에서조차 극심한 불안을 느끼는 여성의 하
[리뷰] ‘캣퍼슨’, 만남은 어렵고, 이별은 더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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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14살 소녀 프리실라 볼리외(케일리 스페이니)는 서독에 주둔한 공군 장교인 아버지를 따라 낯선 독일에서 생활 중이다. 어느 날 프리실라는 이웃의 호의로 서독에서 군 복무 중인 엘비스 프레슬리(제이컵 엘로디)의 파티에 방문한다. 엘비스는 처음 만난 프리실라에게 관심을 보이고 둘은 잦은 만남을 가지며 금세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 그러나 프리실라는 학업을 다 마치지 않은 미성년자 학생이고 10살 연상의 엘비스는 이미 전세계를 들썩이는 슈퍼스타다. 프리실라는 미국으로 돌아간 남자 친구를 그리워하며 엘비스의 음반과 잡지에 실린 스캔들 기사로 그를 추억할 뿐이다. 1962년, 프리실라는 가족의 동의를 얻어 엘비스가 사는 멤피스로 향한다. 프리실라는 재회의 환희 속에 독일 귀국을 거부하고, 엘비스와 동거하며 미국 가톨릭계 고등학교에서 학업을 마치길 택한다. 프리실라는 급우들의 눈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엘비스 소유의 저택에 살며 학업과 연애를 병행한다. 1959년부터 1973년까지.
[리뷰] ‘프리실라’, 우아한 고독과 고상한 허무, 소피아 코폴라의 초지일관 오트 쿠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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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는 매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취향과 영감의 원천 5가지를 물어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이름하여 그들이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이노센트>
어떻게 그런 연기를 할 수 있었을까. 특정 신에선 분명 악한 행동인 걸 알면서도 설득될 수밖에 없었다. 아역배우들에게서 그런 연기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건 감독의 역량일 것이다. 영화를 본 뒤 메모장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적었다. 촬영 중인 작품이 있어 고민이 많았는데 저 배우들처럼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자고 생각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O.S.T
영화 사운드트랙을 많이 듣는다. 어둡고 우울한 음악을 들을 때 충전되는 느낌이라 <버닝> O.S.T도 자주 들었고 연기 준비할 때에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O.S.T를 자주 들었다. <세기말의 사랑>을 연기할 당시에도 그랬다. 그 노래들을 들으면 내가 내 꿈을 눈앞에서
[LIST] 노재원이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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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콜라이트
디즈니+ | 8부작 / 감독 레슬리 헤들랜드 / 출연 어맨들라 스텐버그, 이정재, 매니 저신토, 다프네 킨 / 공개 6월5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인기 프랜차이즈에 수사물 한 스푼, 가볍고 새로운 맛
<스타워즈> 시리즈의 팬들에게 반가울 소식이다. 배우 이정재의 출연으로 한국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았던 디즈니+ <애콜라이트>가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애콜라이트>는 <스타워즈>의 메인 시리즈인 ‘스카이워커 사가’에서 벗어나는 첫 시리즈물이다. 은하제국이 수립되기 100년 전, 평화를 수호하는 제다이 기사단은 오랜 기간 황금기라 불릴 만한 평화의 시기를 누려왔다. 한편 어둠의 세력은 조용히 포스를 사용하는 법을 익혀왔으며 제다이 마스터 인다라(캐리앤 모스) 살해를 시작으로 활동을 시작한다.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는 인다라 살해의 용의자로 오샤(어맨들라 스텐버그)를 지목한다. 그러나 곧 진짜 범인은 오래전 죽은
[OTT 리뷰] ‘애콜라이트’ ‘고질라 마이너스 원’ ‘하이라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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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미래에 ‘원더랜드’라는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다. 신청자는 신체적 죽음을 맞이하더라도 빅데이터로 저장되어 남겨진 사람들을 영상통화를 통해 만날 수 있다. 바이리(탕웨이)는 어린 딸에게 자신의 죽음을 숨기고 싶어 원더랜드를 이용하지만 아이가 점점 더 많은 것을 궁금해함에 따라 문제가 발생한다. 정인(수지)은 의식불명으로 잠재적 사망 상태였던 남편 태주(박보검)가 그리워 원더랜드를 이용하는데, 어느 날 태주가 기적적으로 눈을 뜸에 따라 난관에 봉착한다. 서비스 운영자인 해리(정유미)와 현수(최우식) 역시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날이 갈수록 원더랜드의 불완전함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해야 한다는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만든 서비스를 보수하고 재정비하는 과정은 곧, 그 불안을 다스려보려는 노력과 같다. 남겨진 사람들을 토닥임과 동시에 떠날 모든 인간들에게 따뜻한 안내 메시지를 전달한다.
[리뷰] ‘원더랜드’, 언젠간 떠나야 할, 그리고 깨달을 모든 이들을 위한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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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애미의 베테랑 형사 마이크(윌 스미스)의 결혼식, 파트너 마커스(마틴 로런스)는 춤을 추다 심장마비로 쓰러진다. 생사의 문턱에서 하워드 반장(조 판톨리아노)을 마주한 마커스는 이제라도 일을 줄이고 남은 삶을 즐기겠다 결심한다. 한편 뉴스에서 하워드 반장이 생전 카르텔과 손잡고 비리를 저질렀단 보도가 나온다. 마이크와 마커스는 반장의 누명을 벗기려 수사를 시작하지만 함정에 빠져 도리어 용의선상에 오른다. 4년 만에 다시 극장을 찾은 <나쁜 녀석들>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이다. 환갑을 앞둔 두 주연의 입담은 녹슬지 않았지만 젊은 시절만큼의 화려한 액션을 기대하긴 어렵다. 대신 전작에 이어 중년의 위기라는 키워드를 전면으로 활용했다. 가정적인 마커스는 욜로 라이프를 외치고, 바람둥이 마이크는 가족을 챙긴다. 팝콘무비의 매력은 건재하지만 속도감과 화려함을 기대한 팬들에겐 세월의 무상함이 다소 아쉽게 다가온다.
[리뷰] ‘나쁜 녀석들: 라이드 오어 다이’, 쾌감보다 무상함이 남는다면, 이젠 배지를 반납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