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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각각 얼굴을 바꾸는 김인해(박성웅)는 완벽한 화술과 변장술로 사람들의 재산을 탐닉하는 천하의 사기꾼이다.그를 잡기 위해 수많은 경찰이 혈안이 되어 있지만 능구렁이 같은 요령으로 밑 빠진 독처럼 술술 빠져나가기만 할 뿐이다. 김인해는 남을 속이는 데 타고났다. 허술한 미술품에 아트 재테크라는 명목을 붙여 수십배 이상의 불온한 수익을 창출한다. 타인에 기대고 싶은 외로운 노인의 마음을 이용해 비싼 부지를 자신의 것으로 가로채기도 한다. 한편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조수광 형사(곽시양)는 불의 앞에서 아무것도 조절하지 못한다. 다혈질, 무데뽀, 막무가내, 독고다이. 그를 나타내는 무수한 수식어 앞에서 그는 과잉 진압이라는 죄목으로 제주로 좌천된다. 마침 제주의 부동산을 사냥하기 위해 찾아온 대만 마피아 보스 주린팡(윤경호)은 피도 눈물도 없는 무자비한 면모 속에서 허술함으로 우스꽝스러운 엇박자를 만든다. 제주에서 비밀스러운 계획을 수행 중인 사기꾼 김인해와 동네 부지에서 협잡꾼 출
[리뷰] 어딜 보는 걸까, 과감하지 못한 무딘 한방이 헛돈다, <필사의 추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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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 너머에 있는 무의식을 발견함으로써 서양 철학의 패러다임을 뒤집은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와 불후의 판타지 소설 <나니아 연대기>을 쓴 기독교 변증가 C. S. 루이스가 만난 적 있다면? 흥미로운 가정에서 출발하는 <프로이트의 라스트 세션>은 관객을 유신론과 무신론, 인류애와 염세주의가 부딪히는 진검승부의 장으로 초대한다. 영화는 1939년 9월3일 런던에서 시작한다. 프로이트(앤서니 홉킨스)는 나치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서 런던에 망명해 있다. 서서히 다가오는 전운과 모르핀 없이 견디기 힘든 구강암의 고통은 그의 마음속 죽음의 공포를 나날이 키운다. 그는 딸 안나에게 의존해 하루하루를 버티면서도 아인슈타인 등 석학을 초대해 지적 대화를 나누는 데 골몰한다. 그는 학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하는 C. S. 루이스(매슈 구드)를 초대해 생의 마지막 토론을 펼친다. <프로이트의 라스트 세션>은 한국에도 상연한 적 있는 동명 연극을 각색했다. 원작자 마크 세인트
[리뷰] 신 없는 인간의 비참(블레즈 파스칼), 그리고 비전 없는 연출의 비참, <프로이트의 라스트 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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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 방송이 요란하게 울리고 ‘잭슨의 별’의 지옥 같은 하루가 반복된다. 레인(케일리 스페이니)은 ‘웨이랜드 유타니’ 회사에 점령당한 이곳에 징용된 하급 농부다. 전염병으로 부모를 잃은 그녀가 의지할 데라곤 아버지가 남겨놓은 인조인간 앤디(데이비드 존슨)뿐이다. 간신히 할당 시간을 채운 기쁨도 잠시, 회사는 자유를 꿈꾸던 그녀에게 할당량이 추가로 배정됐다는 절망적인 소식을 전한다. 억울해하던 그녀는 또 다른 피지배층 타일러(아치 르노)의 연락을 받는다. 우주에 표류 중인 퇴역 함선을 발견했으니 함께 고향 ‘이바가’로 돌아가자는 은밀하고도 거절할 수 없는 제안. 기약 없는 이동 허가를 기다리다 지친 여섯 청춘들은 끝내 버려진 함선에 도달하는 데 성공한다. 고향에 도달하기 위해 9년 동안 동면이 필요한 것을 알게 된 그들은 근처 냉각실에서 부족한 연료를 찾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난폭한 고지능 생명체를 깨우고 만다. 이어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사투가 벌
[리뷰] 불쾌와 공포를 구분할 수 있다면, <에이리언: 로물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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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1호
우리 집 고양이 1호가 이번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기간 중 세상을 떴습니다. 수줍은 아이였어요. 늘 집안 곳곳에 숨을 수 있는 아지트가 있었습니다. 그중 몇개는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채 남아 있겠지요. 그 때문에 저에게 고양이 1호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는 고양이 1호가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래서 지난 10여년 동안 우리 집을 쑤시고 다녔던 작은 동물의 부재를 아직도 확신할 수 없어요.
릴리 글래드스턴
<어떤 여자들>을 본 관객들 대부분이 그랬듯 전 릴리 글래드스턴의 팬이 되었지만 이 배우의 미래를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글래드스턴의 주연작들이 쏟아지고 있지요. 몇 시간 전에 미니시리즈 <언더 더 브릿지>를 끝냈습니다. 이제 <팬시 댄스>를 볼 차례입니다.
어도어와 관련된 모든 소동들
10년 전부터 저는 슈퍼히어로들이 아이돌 취급을 받는 세계를 배경으로 한 연작 단편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 연작
[LIST] 듀나가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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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
디즈니+ / 4부작 / 연출 박훈정 / 출연 차승원, 김선호, 김강우, 조윤수, 무진성 / 공개 8월14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작가 박훈정과 감독 박훈정이 끈질기게 탐구한 세계의 집대성
국가정보원 소속 최 국장(김선호)은 ‘폭군’ 프로젝트를 극비리에 설계해 진행해왔다. 폭군을 통해 개발한 약물을 인간에게 주입하면 초인이 탄생할 수 있다. 어느 날 미 정부는 폭군을 중단하라고 최 국장을 압박하고, 폭군을 포기할 수 없는 최 국장은 직장 후배 연모용(무진성)을 통해 잔혹한 킬러이자 유능한 금고털이범인 채자경(조윤수)에게 약물의 마지막 샘플이 보관된 특수 금고를 탈취할 것을 의뢰한다. 하지만 마지막 샘플은 최 국장 손에 들어오지 못하고, 이에 최 국장은 사라진 샘플을 찾고 이를 손에 쥔 자를 처단하기 위해 은퇴한 전설적 킬러 임상(차승원)을 고용한다. 이때 폭군의 샘플을 건네받기로 한 미 정보기관의 요원 폴(김강우)은 한국은 폭군을 운용할 능
[OTT 리뷰] '폭군' '크로스' '인스티게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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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계의 모든 정보를 흡수하도록 설계된 ‘스페이스 큐브’를 손에 넣은 외계의 훌라족 지도자 울라불라(정유정)는 지구 정복 계획을 실행한다. 요정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태초의 공룡 니아사(박리나)의 능력을 탐하는 지도자 울라불라는 로봇 전사들을 대동해 지구로 진격한다. 이들의 선전포고를 받은 쥬라기캅스의 리더 공찬(소연)과 친구들은 지상 곳곳에 흩어진 다섯 마리의 고대 생물을 찾아 절대적인 힘을 얻어야 한다. <쥬라기캅스 극장판: 전설의 고대생물을 찾아라>는 KBS와 MBC에서 세 시즌 방영된 TV애니메이션 <쥬라기캅스>를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공룡과 자동차의 외형을 재조합해 만든 <쥬라기캅스> 시리즈의 관건은 획기적으로 조형된 캐릭터들을 보는 재미에 있다. 다만 유아동 수준의 격투 장면으로만 러닝타임 대부분을 채웠다는 점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가 어른들까지 영화를 즐기고 올 확률은 희박해 보인다. <공룡시대 대모험>에 이은 시리즈의 두
[리뷰] 어린이들 완구 취향 정조준!, <쥬라기캅스 극장판: 전설의 고대생물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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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아이’라는 미지의 감염병에 걸려 입원한 가은(여민정)은 붉은 달이 등장하는 불길한 꿈을 꾼다. 하리(김영은)와 리온(김명준)은 이를 질병의 사신 ‘라미아’가 알려오는 종말의 신호로 이해하고 즉시 태세를 갖춘다. 한편 일행을 배신하고 귀도퇴마사에 가입한 강림(신용우)은 사람들을 해치거나 살리는 일 사이에서 고뇌한다. 달이 완전히 붉게 물들어 지구에 떨어지기 전, 도깨비와 친구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을 구해야 한다. <신비아파트 특별편: 붉은 눈의 사신>은 TV시리즈 5기에 해당하는 <신비아파트 고스트볼 ZERO>를 극장 상영 포맷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애니메이션 극장판 전편이 역대 한국 애니메이션 박스오피스 순위권에 포진해 있는 만큼 상당한 경쟁력을 입증한 국산 프랜차이즈다. 이번 작품은 극장판이 아닌 재편집본에 가까운 형식을 택하며 한편의 영화로서 출발점과 도착점이 다소 절단되어 있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기존 시청층 바깥의 사람들에게 세계관을 소개하
[리뷰] 위대한 한국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팬서비스 특별편, <신비아파트 특별편: 붉은 눈의 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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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이 지나도록 천도하지 못하는 원혼들이 있다. 관동대지진이 일어나자 일제는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키려 한다는 유언비어를 유포한다. 성난 군중을 잠재울 손쉬운 먹잇감을 던져주기 위해서였다. 천황의 이름으로 선포된 계엄령 아래 일본인 자경단은 수천명의 무고한 조선인을 학살한다. 무수한 증언과 기록에도 과거를 부정하는 일본 정부는 피해자들의 넋을 더욱 원통하게 만든다. <1923 간토대학살>은 의도적으로 감춰진 진실을 되찾기 위해 치열하게 역사를 뒤쫓는다. 과거의 푸티지와 현대 일본을 교차하며 도달한 곳엔 무분별한 분노와 혐오로 자신의 나약함을 감추려는 악마들이 도사린다. 자막으로 모든 설명을 대체하는 교육 방송 스타일의 연출이 아쉽지만 자국을 비판하는 일본 내 목소리 위주로 전개되는 흐름이 눈길을 끈다. 비영리단체 ‘봉선화’는 보수단체 ‘산들바람’에 맞서 학살의 진실을 밝히는 데 전념한다.
[리뷰] 풀은 이번에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설 수 있을까?, <1923 간토대학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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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10월26일. 18년간 독재정치를 펼친 한국의 대통령이 중앙정보부장 김영일(유성주)에 의해 처단됐다. 중앙정보부장 수행비서관 박태주(이선균)는 내란 공모 혐의로 법정에 회부된 피의자들 중 유일한 군인이다. 변호인단은 박태주의 변호인으로 쇼맨십에 능한 정인후(조정석)를 섭외한다. 정인후는 군법에 의거하여 재심 없이 단 한번의 선고로 사형이 집행될 위기에 놓인 박태주를 변호하는 데 힘쓴다. 한편 뒤숭숭한 정국에서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단장을 맡은 전상두(유재명)는 재판을 감청하며 쿠데타를 도모한다. <행복의 나라>는 10월26일 대통령 암살과 12·12 쿠데타 사이 벌어진 정치재판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픽션 영화다. 긴박한 편집과 장중한 연출 속에 서사를 이끌어가는 핵심 요소는 대화다. 선문답과 비유로 이루어진 캐릭터간의 긴 대화는 부당한 권력에 의해 자행된 졸속 행정과 불법 행위가 대한민국 정치사에 남긴 암울한 일면을 돌아보게 만든다. 지난해 12월 세상을 떠난 배우
[리뷰] 극적 대화와 변론으로 돌아보는 근현대사의 어두운 일면, <행복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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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연구를 위해 스톰 체이싱에 나선 케이트(데이지 에드거존스)는 강력한 토네이도에 사랑하는 애인과 친구들을 잃고 만다. 충격으로 토네이도 연구를 관둔 그녀는 가족과도 연락을 끊은 채 고향을 떠나 뉴욕 기상청에서 근무하게 된다. 어느 날 오랜 친구인 하비(앤서니 라모스)가 그녀 앞에 나타나 토네이도를 정교하게 분석할 방법을 찾았으니 연구팀에 합류해달라고 부탁한다. 고심 끝에 케이트는 하비의 제안을 수락하고 거대한 토네이도가 닥칠 오클라호마로 향한다. ‘토네이도 카우보이’라 불리는 유튜버 타일러(글렌 파월)가 이끄는 스톰 체이서팀도 같은 이유로 오클라호마에 집결한다. 목숨을 걸고 폭풍의 심장으로 향하는 재난영화 <트위스터>가 28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왔다.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이 연출을 맡은 <트위스터스>의 소재는 여전히 픽업트럭을 몰고 토네이도를 쫓는 스톰 체이서다. 최근의 재난영화들이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의 비관론을 견지하는 것을 고려하면
[리뷰] 우직한 듯 변칙적인 질주로 재난의 비관론을 횡단한다, <트위스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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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세기말, 지구 종말론과 함께 불안한 시기에도 아이들은 각자의 꿈을 꾸며 나아간다. 거제상고에 재학 중인 필선(이혜리)과 미나(박세완)는 동네에서 알아주는 춤꾼이다. “춤은 삘이지.” 오락실 펌프는 물론 학교까지 평정한 이들에겐 힙합만이 삶의 낙이다. 떡잎부터 남다른 자신에게 거제는 너무 작다며 필선은 서울살이를 꿈꾸지만, 어린 동생들을 챙겨야 하는 미나는 오늘의 저녁상을 고민한다. 그러던 어느 날 동아리실 없이 이곳저곳을 전전하는 생활이 지루해질 즈음 두 사람은 치어리딩을 배웠다는 전학생 세현(조아람)을 내세워 동아리실을 마련한다. ‘내가 추고 싶은 춤을 위해서는 어떻게든 치어리딩부를 유지해야 한다.’ 각기 다른 속내와 동상이몽을 품은 십대 청소년의 고군분투를 그린 <빅토리>는 1999년의 추억을 무기 삼아 기분 좋게 출항한다. 듀스, 김원준, 디바, NRG 등 당시 톱가수들의 노래를 십분 활용하고 장면 전반에 빛바랜 파스텔 톤을 유지하여 레트로 감성을 녹여냈다
[리뷰] 모든 사람은 친구의 응원과 웃음을 먹고 자라 어른이 된다, <빅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