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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과잉의 시대다. 10대에서 40대까지 실로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돌이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주 무대인 음악 방송은 물론 예능, 영화, 뮤지컬, 드라마, 연극 할 것 없이 종횡 무진 활약 중이다. ‘걔도 아이돌이었어?’ 소리를 일주일에도 몇번씩 주기적으로 듣는 세상에서 그러나 우리는 정작 아이돌이라는 역할 안에 어떤 사람이 들어 있는지는 모른다. 별로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아이돌이니까. 우리 삶 속에 숨 쉬듯 스며들어 있는 그들이 무엇으로 숨을 쉬는지, 우리는 영원히 알 도리가 없다. 핫펠트의 《1719》는 그런 역할놀이에 어느새 무뎌진 우리의 머리와 심장에 저릿한 전기충격을 가하는 앨범이다. 주지하다시피 핫펠트의 본명은 박예은. 2007년 원더걸스 원년 멤버로 가요계에 데뷔한 인물이다. 멤버 구성이 몇번이나 바뀐 바람 잘 날 없던 팀의 역사를 변함없이 지켜낸 유일한 멤버였던 그는 소속사 JYP와의 계약 해지와 함께 곧바로 핫펠트 본연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2017년 팀
[Music] 끝내 이겨내다 - 핫펠트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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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리가 없다. 세상일이 그렇게 명쾌할 리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이 사실을 견디질 못해서 스스로 명쾌하다고 주장하는 의견을 나의 것으로 받아들인다. 복잡한 세상에서 내 한몸 건사하기도 힘든 마당에 체력과 정신력을 소모해가며 더 복잡한 이야기를 듣고 있을 여유 따위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듣고 싶었던 이야기를 듣고 그걸 정답이라고 믿는다. 잘못된 이야기를 정답으로 여기거나, 어느 정도 옳은 이야기라고 할지라도 그 믿음이 과도하게 작동하는 경우, 어떤 사람들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하기도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언더그라운드>는 1995년 옴진리교 교주의 주도하에 도쿄 지하철에서 벌어진 사린 가스 테러 사건을 배경으로, 그 피해자들의 증언을 담고있는 르포르타주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언더그라운드>에 이어 옴진리교에 속해 있었던 신자들을 인터뷰한 <약속된 장소에서>를 출간했는데, 이렇게 방대한 작업을 한 무라카미 하루키가
정답은 함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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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러니까 이건 대한제국 국민 말도 들어봐야 한다. 입헌군주제 정말 괜찮은 건지. SBS 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에서 대한제국 황제 이곤(이민호)은 부산에서 정7품 백마 맥시무스를 타다 대한민국 서울 광화문에 떨어졌는데, 여기가 평행 세계임을 금세 알아채지만 “나는 나라서 나인 사람이라”(줄이면 ‘내가 낸데’) 황제로서의 애티튜드를 당당히 유지하며 홀로 으쓱댄다.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면서도 세금을 내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라는 황제는, 재킷의 다이아몬드 단추를 팔아 명품 쇼핑과 스위트룸 투숙에 탕진하면서도 태연하다.
대한제국이 대한민국과 거의 다를 바 없어 보이는 근대국가라는 점은 이곤이란 인물을 둘러싼 위화감을 더욱 증폭시킨다. 80년대생 이곤이 양쪽 세계에서 종종 던지는 농담은 “참수다”인데,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의 세자 이창(주지훈)도 “삼족을 멸할 것이다” 같은 농담을 했지만 그는 조선시대 사람이기라도 했다. 대한제국 황실은 종묘사직이
'더 킹: 영원의 군주', #세상에_이런_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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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 스위프트의 <You Belong with Me> 공연을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을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한다. “세상에, 틴에이지영화에서 바로 튀어나온 것 같네!” 실제로 테일러 스위프트는 하이틴 스타였고, 노래의 내용도 그랬다. “네 여자친구는 치어리더고 나는 관중석에 있어. 나는 항상 네 곁에 있는데, 왜 너는 모르니. 너는 내 거야!”(<You Belong with Me>) 그 귀여운 노래를 듣던 4분 남짓한 순간, 나는 완벽한 틴에이지영화 한편을 본 느낌을 받았고, 이후 테일러 스위프트의 노래와 공연 영상을 종종 찾아보곤 했다. 하지만 팬이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었다. 내가 그녀의 노래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된 건, 그로부터 꽤 많은 시간이 지난 후였다. 그러니까 내 이름을 건 작품을 발표하고, 그에 대한 평가를 받는 일에 상당한 피로감을 느끼던 즈음부터.
어느 날 그녀가 이렇게 노래하는 걸 들었다. “사람들은 내 머리가 비었다고 말해. 파티도 너무 많
[강화길의 영화-다른 이야기] 나의 틴에이지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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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고양이와 할아버지' 타마야, 할아버지는 대나무를 아주 싫어한단다.
[정훈이 만화] '고양이와 할아버지' 타마야, 할아버지는 대나무를 아주 싫어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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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4월 말 5월 초마다 찾아오는 연휴에 대한 기억은 전주라는 도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맘때가 되면 어김없이 <씨네21> 기자들은 전주국제영화제에 갈 채비를 했다. 화창한 날씨와 영화의 거리를 가득 메운 관객. 극장에서는 화제의 신작 영화가 온종일 상영되며 수많은 맛집들이 행인들의 발걸음을 멈춰 세웠더랬다. 이 익숙하고도 즐거운 풍경을 올해는 누릴 수 없다는 자각이 생각보다 큰 상실감을 안겨주는 것 같다. 이번호 국내뉴스에서 자세하게 소개했지만, 5월 28일 개막하는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무관객 영화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그동안 해외 유수 영화제들이 오프라인 행사를 취소하고 온라인 상영을 계획한다는 소식을 지면을 통해 전해왔으나, 매년 연례행사처럼 찾던 국내영화제에 실질적이고 직접적으로 불어닥친 변화야말로 2020년의 국제영화제가 처한 위기를 절감하게 한다. 영화제의 근간이었던 극장과 관객이 사라진 자리에 남아, 영화제 관계자
[장영엽 편집장] 극장, 관객, 그리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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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남동부의 도시, 뉴욕 다음가는 무역항이자 면화 농장이 많았던 뉴올리언스에는 아프리카계 노예들이 다수 살고 있었다. 그들이 노동요로 부르던 구전음악을 근간으로 재즈가 탄생했고, 이후 재즈는 뉴욕과 유럽 등으로 퍼지며 세련된 살롱음악으로 변모했다. 하지만 뉴올리언스의 재즈만큼은 여전히 ‘거리음악’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부터 카리브해를 거쳐온 특유의 리듬감을 몸으로 표현하기 위해 뉴올리언스의 재즈 뮤지션들은 움직일 수 없는 피아노 대신 집채만 한 튜바를 어깨에 메고 다닌다. 뉴올리언스 대표 재즈밴드가 음악적 뿌리를 찾아 쿠바로 떠난 이야기, 다큐멘터리 <프리저베이션 홀 재즈밴드>의 원제가 인 것도 이 때문이다.
정치적인 이유로 왕래가 금지되길 반세기. 밴드 멤버들이 쿠바 뮤지션들을 만나 느낀 환희는 생이별한 가족을 몇 십년 만에 만난 기쁨과 닮아 보였다. 서로의 닮은 점을 열정적으로 짚어갔고, 다른 점을 발견할 땐 적극 흡수하고자 했다. 밴드의 리
[Music] 미국 재즈가 쿠바 음악을 만났을 때 - '프리저베이션 홀 재즈밴드'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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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로 일하다 변호사가 된 다음 자주 받는 질문들이 있다. “변호사로 전직한 이유가 뭔가요?”, “강력범을 변호할 수 있나요?”, “돈을 많이 버나요?” 같은 무난한 질문도 있지만, 다소 곤란한 질문도 있다. 그중 가장 난처한 질문을 딱 하나 꼽자면 단연 “사건 맡은 경험으로 소설을 쓰기도 하나요?”다.
이 질문을 처음 받았을 때 나는 몹시 당황했다. 상상해본 적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변호사는 타인의 민감한 분쟁을 다루고, 비밀유지의무를 진다. 작가는 글을 쓰는 사람이고, 글은 아주 널리 퍼질 가능성이 있다. 세상 어느 누가 “일한 경험을 소설로 쓴다”고 말하는 변호사에게 자신의 사건을 맡기겠는가? 받은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것은 변호사로서나 작가로서나 직업윤리상 “그렇다”고 답할 수 없는 외통수 질문인 것이다.
그러나 여러 해 두 직업인으로 살아오며, 나는 이것이 비법조인/비소설가라면 떠올릴 만한 궁금증이라는 사실을 차츰 깨닫게 되었다. 일단 법조인은 발언권이 큰 직업
윤리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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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오늘로 돌아가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그 제안을 받아들일까? 심리상담센터지안원 원장 이신(김지수)의 초대로 모인 11명의 사람들이 술렁인다. 아파트 경비원 최경만(임하룡)은 “기왕이면 젊은 시절로 가야지 꼴랑 1년이 뭐냐”고 투덜댄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이미 수차례 ‘리셋’을 반복해온 이신은 주도면밀하게도 로또 추첨시간에 딱 맞춰 티브이를 틀고 당첨번호를 읊는다. 하지만 일년치 당첨번호를 모두 수첩에 메모해도 소용이 없다. 현재 시점의 내 육체와 정신이 모두 과거로 가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몸에 지금의 ‘기억’만 보내는 것. MBC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이 다루는 타임슬립의 얼개다.
기억을 보낸다는 의미가 뭘까? 기억과 의식이 동일하다면 현재 시점의 내 몸은 죽나? 아니면 평행세계의 내가 존재하게 되는 걸까? 당첨금이 가장 컸던 회차의 로또 번호를 외워가도 11명의 ‘리세터’가 몰린다면, 세금까지 제한 실수령액은 턱없이 적어지는 게 아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 , 1년 전 오늘로 돌아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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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머니의 모든 것> /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 상영시간 105분 / 제작연도 1999년
그녀는 모든 것이 과잉인 삶으로부터 탈주하고 싶었다. 그녀는 그렇게 한다. 어느 날 기차를 타고 작별 인사도 없이 도시를 떠난다. 뱃속에 아기만 간직한 채. 다른 도시에서 그녀는 과잉과 정반대되는 삶을 산다. 간호사로 일하며 죽은 이의 가족을 설득해 다른 이에게 장기이식을 연결해주는 일을 맡는다. 17년 동안 그녀는 홀로 아들을 키운다. 차분하고 소박한 삶이었다. 아들 에스테반이 사고로 갑자기 그녀 곁을 떠나기 전까지는.
영화는 아들이 죽는 시점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녀, 마누엘라(세실라 로스)는 아들의 생일날 함께 연극을 보러 간다. 공연이 끝난 후 아들은 여배우의 사인을 받으러 빗속을 뛰어가다 자동차에 치여 한순간에 생을 마감한다. 채 온기가 식지 않은 아들의 심장이 다른 이의 몸에 옮겨지고,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던 그녀는 슬픔을 삭이지 못한 채 17년 전에 떠났던 그
[김호영의 네오 클래식]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내 어머니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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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날씨의 아이' 하늘이 갑자기 흐려졌어요!
[정훈이 만화] '날씨의 아이' 하늘이 갑자기 흐려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