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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송라이터 강아솔과 재즈피아니스트 임보라가 다시 만났다. 2015년에 발표했던 《소곡집》 이후 5년 만이다. 각자의 삶 속에서 각자의 음악을 해왔지만 그간 빚어온 생각의 모양만큼은 놀랍도록 닮아 있음을 발견한 두 사람. 원하는 걸 향해 치열하게 노력해보기도, 그 노력이 무색하게 좌절을 맛보기도 한 끝에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자’는 결론을 내리고선, 이를 새 음반 《유영》에 담아냈다.
물속에서 자유롭게 떠다니려면 일단 힘부터 빼야 하는 법. 이번 앨범은 임보라 트리오의 다른 멤버들과 함께했던 이전 앨범보다 훨씬 단출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드럼과 베이스라는 리듬 파트를 아예 배제하니 한결 더 차분한 음악이 만들어졌다. 오로지 임보라의 피아노와 강아솔의 노래만이 남아, 고요야말로 가장 강력하게 감정을 장악하는 방식이 될 수 있음을 일깨워주고 있다. 물론 강아솔은 원래도 여백이 많은 음악을 해왔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가 기타의 울림이 아닌 솔로 피아노의 단정함과 만났을 때 어떻게
[Music] 흘러가는 대로 - 강아솔 & 임보라 <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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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Y가 출근 버스 안에서 졸아 종점까지 가버린 어느 날이었다. 그날 아침 마법처럼 세상의 모든 것이 바뀌었다. 정확히는 Y를 뺀 세상 전부가. Y가 출근한 직장에서는 자신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며, 집으로 돌아가자 그곳엔 다른 이가 아무 일 없듯이 살고 있었다. Y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는 존재하지 않는 번호였다. 문자 그대로 세상에 자신의 존재와 정보만 증발해버렸다. 세상에 Y를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Y의 간절한 바람이 하늘을 움직였던 것일까.
사라지고 싶다. Y는 최근 한숨을 내쉴 때마다 사라지고 싶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Y는 그냥 사라지고 싶었다. 어딘가 떠나버리거나 죽고 싶다는 것과는 달랐다. 그런 일들은 흔적이 남는 일이다. 자기 죽음으로 누군가에게 짐이나 혹은 감정적인 부담을 주기는 싫었다. Y는 자신의 존재가 이 세상에서 완전히 증발했으면 했다. 나라는 존재 바깥에서 자신을 깨끗하게 소거하는 방법을 알고 싶었다. Y는 다른 사람을 추적해 개인정보를 캐내
완벽하게 사라지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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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영씨가 증말 츤재라!” 누구도 이 말을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신인가수 ‘둘째이모 김다비’까지 인정하더니 신뢰도가 200%로 뛰어버린다. “입 닫고 지갑 한번 열어주라 회식을 올 생각은 말아주라 주라주라주라주라 휴가 좀 주라~ 마라마라 야근하덜 말아라 낄낄빠빠 가슴에 새겨주라 칼퇴 칼퇴 칼퇴 집에 좀 가자~”라는 김신영의 신랄한 가사가 돋보이는 다비 이모의 데뷔곡 <주라주라> 뮤직비디오는 공개 1주일 만에 유튜브 조회수 170만건을 넘겼다. 물론 준비된 신인 다비 이모의 흥겨운 퍼포먼스가 아니었다면 아무리 트로트가 대세인 요즘이라도 이렇게 뜨거운 반응을 얻지는 못했을 것이다.
빠른 45년생이지만 철마다 직접 캔 약초를 먹고(겨우살이는 경동시장에서 떼오지 않지만 부군과는 겨우 산다고) 새벽엔 수영, 점심엔 에어로빅, 심야 테니스 사이사이 맥주 만(10000)cc 섭취로 다진 체력과 목으로 훌라후프를 돌리는 운동신경까지, 다비 이모는 타고난 댄스가수다. 3대째 오리
MBC '전지적 참견 시점', 얼른 섭외해 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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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La Promesse / 감독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 상영시간 92분 / 제작연도 1996년
결말이 두려워 끝까지 보기 힘든 영화가 있다. 이 영화가 그랬다. 영화 중간쯤, 소년이 술집에서 양아버지와 얼굴을 맞대고 노래를 부를 때 그렇게 가슴이 시릴 수 없었다.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그에게 무지막지하게 두들겨맞은 뒤였다. 미소 짓는 소년의 얼굴에 온갖 상념이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자리를 옮긴 소년이 어른들과 술을 마시며 크게 웃고 떠드는 장면부터는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어쩌려고 이러는걸까? 어떤 비극으로 소년을 몰아가려고? 다행히, 영화는 내 예감을 배반했고 결말을 열어둔 채 끝났다. 소년은 폭력적인 양아버지에게서 도망쳤고 한치 앞도 모르는 현실에 내던져졌다. 이 소년은 어디로 갈 것인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비-장소 혹은 문명의 사각지대
영화 <약속>은 다르덴 형제의 세 번째 장편 극영화다. 이전까지 그들은 자신
[김호영의 네오 클래식] 다르덴 형제 영화의 원형 보여주는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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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프리즌 이스케이프' 나가기 위한 강철문은 모두 15개!
[정훈이 만화] '프리즌 이스케이프' 나가기 위한 강철문은 모두 1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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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영화평론상 접수 마감이 3주 앞으로 다가왔다. 영화평론상과 관련해 올해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질문은 작품비평의 대상을 극장 개봉작에 한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지면을 빌려 답변을 드리자면 극장 개봉작과 더불어 2019년, 2020년 OTT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영화까지 범주를 넓혀 심사하려 한다. 영화평론상 공지를 처음으로 낸 3월 말에는 5월 무렵이면 극장 개봉하는 신작 영화의 편수가 예년만큼은 아니더라도 적지 않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통합전산망에 집계된 4월의 극장 관객수가 2004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저를 기록했으며 5월 개봉예정작들마저 줄줄이 연기되고 있는 지금은 ‘2019, 2020년 국내 극장 개봉작’으로 대상을 한정했던 기존 영화평론상 작품비평 공모 기준의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지원자 여러분에게 혼란을 드린 점 양해를 부탁드린다.
바야흐로 혼란의 시대다. 언제,
[장영엽 편집장] 혼란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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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에피소드들로 가득한 책 <다크룸>은 미국 페미니스트 수전 팔루디가 격조했던 아버지로부터 한통의 이메일을 받으며 시작된다. 폭력적인 가부장 ‘이슈트반 팔루디’가 성전환수술을 받은 후 ‘스테파니 팔루디’로서 보낸 것이었다. 그녀는 긴 설명 없이 오직 ‘사진’으로만 말하고자 했는데, 그건 평생 광고사진 촬영과 영화 제작을 해온 아버지에게 익숙한 방식이었다. 그리하여 책은 어린 시절 ‘깜깜한 방’에서 벌 받듯 자신의 내면 일부를 ‘어두운 벽장’에 가둬온 아버지가 ‘암실’에서 사진 편집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거듭 변형·창안해온 이야기, 그럼에도 다 설명되지 않는 서사의 ‘검은 공백들’을 메우려는 수전 팔루디의 이야기다.
‘원본과 사본’이라는 흥미로운 제목의 챕터에서 스테파니는 자신의 거주지인 헝가리로 찾아온 수전에게 ‘정통’ 헝가리 민속문화를 보여주려 애쓴다. 그런가 하면, 수많은 사진들을 자기 생애사라며 보여주는 스테파니에게서는 “항상 무언가 수정하는 사람의 냄새
‘원본과 사본’에 대한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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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 워런트는 영국 왕실 납품 업체에 주어지는 품질 인증서다. 고층아파트에서 가장 살기좋은 층수도 로열층이라 부른다. ‘로열 또라이’도 있다. 교도소에 죄수 신분으로 잠입한 국가정보원 산업보안팀 소속 백찬미(최강희)가 그렇게 불린다. 내키는 대로 활개를 치고 다니다가 교도소 내 왕따 폭력 현장을 단신으로 제압한 찬미를 두고 죄수들은 ‘로또(로열 또라이)’라 부른다. 미치광이처럼 보여도 뭔가 다르다고 해서 ‘로열’이 붙었다.
SBS 드라마 <굿캐스팅>은 국정원 요원들의 목숨을 앗아간 산업스파이를 잡으려 대기업에 위장취업한 세명의 여성 요원 이야기다. “실력도 최고, 똘끼도 최고”로 평가받는 찬미는 현장 경험이 전무한 IT 분야 특채 사원 임예은(유인영)과 국내 안보파트 24년차 베테랑이자 슬슬 ‘관절에 바람에 들기 시작’한 황미순(김지영)과 팀을 이루자니 걱정이 많다. 그런 찬미가 새벽 6시 특훈을 지시하자, 예은이 아이가 있어서 새벽은 곤란하다고 답하는 대목이 있었다.
'굿캐스팅', 편견을 버리면 보이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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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의 봄> 제작 명보영화사 / 감독 이병일 / 상영시간 84분 / 제작연도 1941년
조선영화는 식민지 조선 사람들이 만들어낸 근대의 가장 대표적인 장면일 뿐만 아니라 식민지/제국 체제의 기록 그 자체이기도 하다. 조선영화인들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일제와 협상하고 때로는 경합했으며, 영화문법에 있어서는 서구영화와 일본영화 사이에서 조선 나름의 방식으로 토착화하기도 했다. 이처럼 조선영화는 영화 매체의 특성상 허구의 세계일 수 있지만 식민지의 현실을 투영해낸결과이며, 나아가 식민지라는 상황에서 한편의 영화가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을 반영해낸 산물이기도 하다. 2005년 중국전영자료관에서 발굴한 <반도의 봄>은 조선영화인들이 개척해간 근대를 정면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무척 흥미로운 텍스트이다. 이 영화는 한국영화사에서 보기 드문, 영화(를 만드는 것)에 대한 영화이며, 1940년 시점 조선영화계를 비롯해 식민지의 문화예술이 어떤 논리로 구성되었는지, 그 구성원들
[정종화의 충무로 클래식] 식민지 영화인들이 개척한 근대의 기록 '반도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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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마이 스파이' 새로운 미션인가요?
[정훈이 만화] '마이 스파이' 새로운 미션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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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연휴 기간 동안 <GV 빌런 고태경>을 읽었다. 이 작품은 다큐멘터리 <투 올드 힙합 키드>와 극영화 <사브라> <메이트>를 연출한 정대건 감독의 첫 장편소설이다. 온 힘을 다해 첫 장편영화를 만들었으나 “관객수 987명, 평점 5.2, 달랑 4개의 댓글, 그리고 빚 300만원”만 남게 된 어느 초짜 영화감독의 ‘방황의 시간’을 좇는 <GV 빌런 고태경>은 유머러스한 제목과 달리 한국영화계의 멜랑콜리한 풍경을 조명한 하이퍼리얼리즘 소설이다.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감독의 영화가 쏟아져나오던 한국영화의 르네상스 시절,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영화학교에 입학한 주인공은 첫 장편영화가 흥행에 참패한 뒤 영화 현장지원, 입시학원 강사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재능으로 반짝이던 동기들은 하나둘 영화의 꿈을 접고, 영화 찍다 헤어진 배우 출신의 전 남친은 독립 장편영화의 주연을 맡으며 ‘<씨네21>이 주목하는
[장영엽 편집장] 당신의 차기작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