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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처음으로 잡지를 사봤어요.” 창간 25주년 기념 특대호를 출간한 뒤, 적지 않은 독자들로부터 받은 피드백이다. 10대, 20대 팬층이 두터운 김다미, 김혜준 배우가 표지를 장식한 <씨네21> 1250호는 다른 호에 비해 잡지 구독 문화에 익숙지 않은 독자들의 후기가 많았다. “잡지만의 느낌이 너무 좋다”며 종이의 질감과 긴 호흡으로 펼쳐진 기사들을 처음으로 체험한 젊은 세대 독자들의 들뜬 소감을 접하는 건 낯설지만 뿌듯한 경험이었다. <씨네21>이 누군가의 인생 첫 잡지가 된 점을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하며, 앞으로도 젊은 세대 독자들이 잡지를 읽는 즐거움을 알아가는 데 유의미한 역할을 하는 책을 만들고 싶다.
간혹 10대, 20대 관객을 만나면 <씨네21>이 영화 전문 매체라는 점은 알고 있으나 주간지인지 월간지인지 잘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씁쓸하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동안 영상 콘텐츠를 즐기는 젊은 세대의 문화 소비 방식을 우리가
[장영엽 편집장] 경계를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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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기억하는 마지막 SM엔터테인먼트 발매작은 무엇인가. 호언장담까지 하기엔 조심스럽지만, NCT 127의 네 번째 정규앨범 《NCT #127 Neo Zone–The 2nd Album》은 그것이 무엇이든 과거의 기억을 재구성하고도 남을 힘을 가진 앨범이다. 가장 먼저 화제가 된 건 타이틀곡 <영웅(英雄; Kick It)>이었다. NCT 127를 대표하는 트랙 가운데 하나인 <Cherry Bomb>을 작업한 뎀 조인츠와 디즈, 유영진 등이 다시 호흡을 맞춘 이 곡은 여느 K팝이 그렇듯 한곡의 노래 안에 여러 얼굴을 가두고 있다. 비트를 말 그대로 ‘때려 박는’ 격렬한 메인 루프 사이사이 마시멜로처럼 끼워진 R&B 선율은 노래가 가진 박력에 튀어나가려는 이들의 귀를 몇번이고 제자리에 끌어다 앉힌다. 영화 <킬 빌>을 오마주한 세트에서 이연걸과 소림사가 절로 떠오르는 ‘영웅’이라는 두 글자가 주는 상징성, 유수의 재패니메이션을 통해 그려진 네오-도
[Music] 기분 좋은 예감 - NCT #127 <Neo Zone–The 2nd Alb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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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있소. 다 드시오. 먹고 싶은 만큼 드시오. 세상의 모든 롤빵이 다 여기에 있으니.” 빵집 주인은 부부에게 따뜻한 롤빵을 건네고, 그들은 밤새워 이야기를 나눈다. 부부는 불과 며칠 전 아이를 잃었다. 아이의 생일 케이크는 완성되었지만 그걸 먹을 사람은 없다. 그들은 밤새워 이야기를 나눈다. 며칠간 허기져 있던 배를 채우고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눈다.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의 마지막 장면이다. 따뜻한 롤빵이 먹고 싶다. 나의 말을 들어줄 준비가 된 사람에게, 내가 느낀 환멸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이 분노와 슬픔과 지겨움을 들려주고 싶다. 온몸이 부서질 것 같은 상실을 털어놓고 싶다. 아니, 다른 이에게 따뜻한 롤빵을 건네고 싶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커피를 나누고 싶다. 당신이 받은 냉대와 조소를 가만히 듣고 싶다. 당신의 아픔 근처에 내가 서 있다고 말하고 싶다. 밤새워 당신을 위로하고 싶다. 밤새워 같이 화를 내고 싶다.
세상의 모든 롤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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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살려고 하는 사람과 운동을 사랑하는 사람은 서로를 영원히 이해할 수 없다. 코미디 TV 예능 프로그램 <맛있는 녀석들>의 스핀오프 웹 예능 <시켜서 한다! 오늘부터 운동뚱>(이하 <시켜서 한다!>)의 주인공 김민경과 트레이너 양치승이 바로 그런 관계다. 벌칙에 걸리는 바람에 (엄밀히 말하면 아령 대신 아령이 용접된 테이블을 한손으로 들어올려 벌칙을 파괴하긴 했지만) 근력 트레이닝을 받게 된 김민경은 “오늘은 그냥 운동하기 싫은 날씨~”라고 구시렁대며 ‘HELL스장’에 나오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다. 그가 알려주는 운동 꿀팁은 물 마시러 왔다 갔다 하며 쉬는 시간 늘리기, 트레이너가 시범 보여줄 때 영혼 없는 질문을 하며 시간 끌기다. 그러나 “열개만 더 해봐”, “진짜 마지막, 진짜 마지막!”이라는 악마의 속삭임으로 그를 움직이는 양치승도 만만치 않은 상대다.
톰과 제리 같은 두 사람의 티키타카와 함께 <시켜서 한다!>의 매력은
<시켜서 한다! 오늘부터 운동뚱>, 민경장사 만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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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더 터닝> 나 혼자 쓰기엔 너무 큰 저택이야
[정훈이 만화] <더 터닝> 나 혼자 쓰기엔 너무 큰 저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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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이 창간 25주년을 맞았다. 그러나 자축의 시간을 갖기엔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너무나도 암담하다. 2019년 3월 마지막 주말 극장을 찾았던 183만 관객이라는 수치는 올해 3월 말 15만명대로 내려앉았고,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CGV는 전국 직영점의 30%에 달하는 35개 극장의 문을 닫았다. 현장의 상황도 심각하기는 매한가지다. 촬영이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상황이 부지기수고, 어렵게 촬영을 이어가는 스탭들도 코로나19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관객이 극장을 찾지않고, 영화 제작이 중단되며, 수많은 영화산업 종사자들이 일터를 잃을 위기에 처한 2020년 4월은 한국영화 100년의 역사 가운데서도 가장 엄혹한 시절로 기억될 것이다.
영화의 폐허에서, 국내 유일의 영상 주간지로서 <씨네21>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창간 25주년 기념 특대호로 제작한 1250호는 이처럼 무거운 질문을 안고 기획됐다. 우리가 사랑하는 영화, 몸담아왔던 산업이 전
[장영엽 편집장] 영화의 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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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al of the Story>를 해석하면 “이야기의 교훈”이다. 제목처럼, 가수 본인의 경험에서 따온 거라고 한다. 대체 어떤 시간을 통과해야 했기에 이 곡을 쓴 건지 귀 기울여 들어본다. “변호사가 물어봤죠/ 이 사람 대체 어디서 만난 거냐고/ 나는 말했어요/ 어린 시절에는 때로 잘 맞지 않을 사람과/ 사랑에 빠지기도 하는 거 아니냐고.”그렇다. <Moral of the Story>는 이 곡을 부른 가수 애시의 자전적인 스토리를 담고 있다. 인터뷰에 따르면 그에게 이혼의 과정은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이걸 내가 견딜 수 있을까 스스로를 의심했다고 애시는 고백한다. 비단 노랫말 때문만은 아니다. 첫인상은 ‘예쁘다’이지만 곡 전반에 은근하게 날이 서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뭐랄까. 멜로디가 잘 들리는 와중에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자연스럽게 가사를 찾아보게 되는 곡이라고 할까. 애시의 말을 좀더 들어본다. “살아가고,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내가 실수했다는
[마감인간의 Music] 애시 살고, 사랑하고, 실수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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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원수한테라도 생리대는 빌려준다”는 말을 보았다. 생리대 무상배포 정책으로 설왕설래가 있던 중, 여성 동지에게 생리대를 안 빌려주는 사람은 없으리라는 맥락이었다.
저 문장을 보고 떠오른 일이 있다. 나는 고등학생 때 집단따돌림을 당했었다. 따돌림을 당하면 교실이라는 공간을 시선과 거리를 중심으로 재해석하게 된다. 간단한 예로, 나는 맨 뒷자리나 맨 앞자리를 절대적으로 선호했다. 맨 뒷자리는 뒷문으로 들어가 바로 자기 자리에 앉으면 되어 부담이 적다. 맨 앞자리는 뒤에서 누가 나에 대한 말을 해도 누구인지 알 수 없고, 잘 들리지 않으며, 정면의 선생님과 칠판만 보면 되어 시선 처리가 수월하다. 양쪽 다, 자기 얘기를 하니 내가 째려봤다느니 하는 뒷말을 들을 위험도 적다. 우리 반은 매달 자리를 바꿨는데, 나는 맨 앞줄이나 맨 뒷줄을 사수하기 위해 상당히 노력했다.
생리대 얘기로 돌아가, 여학생 반에는 “생리대 있는 사람 나 하나만 빌려줘”라고 말하는 학생도 심심찮게
아무 사이도 아닌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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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브래들리 쿠퍼 / 출연 브래들리 쿠퍼, 레이디 가가 / 제작연도 2018년
‘내가 더 예쁘지 않아서일까?’ 아나운서 시험에서 탈락할 때마다, 아나운서가 된 후에도 이러한 생각을 마음 한쪽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내 안의 열정, 응집된 이야기, 보여주고 싶은 것들이 한 가득인데 노력하고 꿈꾸어도 그 기회들은 내 옆구리를 숭숭 지나가는 듯 보였으니까. 그러니까, 내가 더 완벽하게 예쁘지 않아서. 아나운서 지망생 시절이었다. 최종 단계에서 늘 탈락의 고배를 마시던 나는 내 옆의 실력이 한참 부족해 보이는 수려한 외모의 지원자가 합격하는 것을 보며 지긋지긋한 외모지상주의를 원망하고 있었다. 한데 지금은 이해할 수 있다. 외모도 경쟁력이고 한눈에 매력적인 것도 그 사람의 장점이라는 것을. 어쩌면 뛰어난 외모 때문에 그가 갖고 있을 잠재력을 깎아내리는 또 다른 편견이었다는 것을.
여하튼 아나운서가 된 후에도 한동안 나는 더 예뻐지기 위해 나를 미워했다. 온갖 다이어트에 시달렸고,
[내 인생의 영화] 임현주 아나운서의 인생 영화 <스타 이즈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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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와 용의자의 사진, 사건 위치, 신문기사 등을 스크랩해 잔뜩 붙여놓은 벽을 ‘형사의 정신 나간 벽’(Detective’s Crazy Wall)이라 부른다. 다수의 수사팀 구성원이 정보를 공유하는 용도로도 쓰이고, 개인공간에 마련했을 때는 사건 해결에 대한 집념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역할도 한다. 한국 드라마는 내부인간 정보공유나 사건 개요를 시청자에게 브리핑할 때 주로 경찰서 화이트보드(요즘은 투명보드)를 사용하는 편이라, 저 벽은 내면의 풍경을 전시하는 역할에 집중한다. 워낙 자주 등장하다보니 형사 방 인테리어의 필수요소쯤으로 넘기기도 하는데, SBS 드라마 <아무도 모른다>에서는 ‘형사의 정신 나간 벽’이 요란한 벽지 이상의 역할을 한다. 19년 전 ‘성흔 연쇄살인 사건’ 피해자인 동급생 최수정(김시은)의 죽음을 추적하는 한편, 아래층 중학생 소년 고은호(안지호)의 위기를 맞닥뜨린 차영진(김서형)의 집에도 사진과 메모를 가득 붙인 벽이 있다. 이따금 벽을 보고 생
<아무도 모른다>, 사건을 이해한다는 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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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사랑하고 있습니까>
[정훈이 만화] <사랑하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