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동부의 도시, 뉴욕 다음가는 무역항이자 면화 농장이 많았던 뉴올리언스에는 아프리카계 노예들이 다수 살고 있었다. 그들이 노동요로 부르던 구전음악을 근간으로 재즈가 탄생했고, 이후 재즈는 뉴욕과 유럽 등으로 퍼지며 세련된 살롱음악으로 변모했다. 하지만 뉴올리언스의 재즈만큼은 여전히 ‘거리음악’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부터 카리브해를 거쳐온 특유의 리듬감을 몸으로 표현하기 위해 뉴올리언스의 재즈 뮤지션들은 움직일 수 없는 피아노 대신 집채만 한 튜바를 어깨에 메고 다닌다. 뉴올리언스 대표 재즈밴드가 음악적 뿌리를 찾아 쿠바로 떠난 이야기, 다큐멘터리 <프리저베이션 홀 재즈밴드>의 원제가 인 것도 이 때문이다.

정치적인 이유로 왕래가 금지되길 반세기. 밴드 멤버들이 쿠바 뮤지션들을 만나 느낀 환희는 생이별한 가족을 몇 십년 만에 만난 기쁨과 닮아 보였다. 서로의 닮은 점을 열정적으로 짚어갔고, 다른 점을 발견할 땐 적극 흡수하고자 했다. 밴드의 리더 벤 재프가 미국 재즈와 쿠바의 감성을 결합시켜 작곡한 <Keep Your Head Up High>를 양국의 뮤지션들이 함께 연주하는 모습은 훈훈한 결말이자 성과이다.

뉴올리언스 재즈, 정통 쿠바 음악, 그리고 그 중간 어디쯤– 예를 들면 프리저베이션 홀 재즈밴드가 연주한 정통 쿠바 음악- 에 해당하는 곡이 번갈아가며 담겨 있는 O.S.T는 이들이 결국 한 핏줄이라는 사실을 가장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개별 곡으로만 들었을 때 혹은 영화로 봤을 때는 예상할 수 없었던 하나의 흐름이 음반 전체를 관통하고 있고, 마치 악장만 나뉜 한 작곡가의 음악을 듣는 것 같은 느낌이다. 압축적인 청각적 체험이 불러일으킨 마법이랄까. 자신의 뿌리와 그토록 하나가 되고자 했던 밴드의 노력은 사운드트랙이 처음부터 끝까지 플레이되는 동안 결실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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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파이 세군도 <Guantanamera>

<프리저베이션 홀 재즈밴드> O.S.T에 실린 <El Manicero>와 더불어 쿠바 음악을 대표하는 노래. 수만 가지의 버전이 있지만 콤파이 세군도의 <Guantanamera>가 가장 정통의 큐반 사운드를 들려준다. 콤파이 세군도는 빔 벤더스 감독의 다큐멘터리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에도 등장했던 쿠바 음악의 전설이다.

프리저베이션 홀 재즈밴드 <Come with Me>

본 작품에도 잠깐 등장하나 사운드트랙 음반에는 실리지 않은 프리저베이션 홀 재즈밴드의 대표곡. 2013년에 발표한 《That’s It!》 앨범 수록곡으로, 밴드에서 클라리넷을 담당하는 가장 고령의 멤버 찰리 가브리엘이 작곡하고 노래했다. 뉴올리언스 재즈의 사랑스러움이 가득 담긴, 언제 들어도 기분 좋아지는 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