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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커먼 연기를 내뿜으며 하얀 눈이 수북이 뒤덮인 산모퉁이를 비집고 달려오던 기차가 요란한 기적소리를 내지른다. 한칸짜리 증기기관차가 힘에 부쳐보이듯, 검은 연기와 기적소리는 이내 흩날리는 눈 속에 스며들고 만다. 기차가 멈춰 선 곳은 홋카이도 지선의 종점인 폐광촌 호로마이역. 하얀 눈과 어울려 낡아 보이긴 하지만 철도원 제복의 맵시가 멋스러운 역장이 어김없이 기차를 맞는다. 호로마이역에 인생을 묻은 철도원 사토 오토마츠다.
오토마츠의 풍모는 촌스러운 시골 역장의 모습이 아니다. 일면 근엄해보이기도 하지만 지그시 보고 있으면 정도 많고 고운 인상이다. 모두들 대처로 떠났지만 호로마이역에 청춘을 묻고 정년퇴임을 맞이하면서도 철도원의 기풍을 지키고 있다는 것도 호감이 간다. 이처럼 자신을 곧추세워온 오토마츠의 인생을 보노라면 짐짓 가슴이 뭉클할 법도 하다.
하지만 이 멜로드라마의 배경에 깔리는 이데올로기를 완전히 눈감아 주긴 어렵다. 오토마츠에게서는, 전후의 폐허를 딛고 ‘오늘의
동화적인 발상과 환상적인 표현, <철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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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불꽃놀이를 보는 것 같다. 정말 대단한 장관이다.” 이라크 첫 공습을 수행한 미군의 소감이 그랬다. 과연 걸프전을 낭만적인 불꽃놀이나 무해한 전자오락에 비길 수 있을까. 잠시 잠깐 해외 뉴스를 오르내리던 걸프전의 이미지와 정보 뒷편에 뭔가 다른 사연이 숨어있을 법도 하잖은가. 미 국방성의 여과장치로 거르지 않은 걸프전 원액에 듣도보도 못한 화학 처리를 한 영화 <쓰리 킹즈>의 시작은 그런 의문에서 시작됐다. <쓰리 킹즈>는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는 있지만, 전쟁 액션 영화로 지칭하긴 마뜩찮다. 아예 휴전 직후를 이야기의 기점으로 잡고 있고, 전쟁 영화 특유의 무게잡는 스타일이나 구태의연한 스토리텔링도 구사하지 않는다. 곳곳에 폭소를 터뜨리게 할 지뢰가 묻혀 있는데, 그렇다고 무작정 웃게나 만드는, 생각없는 코미디도 아니다. 날선 풍자와 비난이 따끔거리기 때문이다.
쿠웨이트 왕족의 금괴가 숨겨진 후세인의 비밀 벙커를 습격하자는 계획을 세우며 결성된 ‘쓰
흥미진진한 액션 모험 영화, <쓰리 킹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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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타닉의 갑판에서 살얼음 낀 검은 바다로 떨어진 지 3년. 나른한 태양 빛에 온종일 희롱당하는 아름다운 해변을 지닌 남국에 봇짐 하나 달랑 메고 도착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인생을 선택하라”던 <트레인스포팅>의 이완 맥그리거와 비슷한 목소리로 뇌까린다. “내 이름은 리처드. 그것 말고 나에 대해 뭘 더 알 필요가 있나. 부모가 누군지 내가 어디서 왔는지 그런 건 다 부질없다.” 모름지기 영화의 쿨한 서두를 위해 이 정도 불친절은 감수할 수 있는 법. 영화의 전개와 함께 주인공을 더 깊이 알아갈 수 있다는 보장만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마약에 중독된 스코틀랜드 실업자 렌튼과 달리, 동남아 관광지의 미국인 배낭족이 삶의 진면목과 엑스터시를 맛보려면 약간의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속물’ 관광객을 벌레보듯 경멸하며 그들과 다르기 위해 애쓰는 리처드는 낯선 도전을 두려워 말자고 다짐하며 충동에 몸을 싣는다.
소품 <에일리언 트라이앵글>을 제외하면, 대니 보일
파라다이스의 숨막히는 풍광, <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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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의 아니게 살인극에 휘말리는 산장의 가족들이 ‘코믹 잔혹’한 웃음을 선사했던 데뷔작 <조용한 가족>과 마찬가지로, 김지운 감독의 두번째 영화 <반칙왕>은 웃음의 색깔이 좀 이상한 코미디다. 실적 위주의 사회에서 부적응자에 가까운 은행원의 지지부진한 일상과 이제는 한물간 프로레슬링의 세계가 엉뚱하게 맞물려 쓴웃음과 폭소의 묘한 배합을 이룬다. 물론 웃기고 짠한 부조리극처럼 매순간 희비가 교차하는 게 세상살이인지라, 전혀 낯설기만한 배합은 아니지만. 출근길 지하철 유리창에 눌린 임대호의 얼굴처럼 주눅든 소시민의 일상에서 사각의 링 위로 뛰쳐나간 일탈은 소박한 자아 찾기의 과정을 짠한 웃음으로 풀어나간다.
TV 속 프로레슬링 장면에서 시작하는 영화는 몇개의 장으로 나뉜다. 우선 은행원 임대호의 윤기없는 일상을 따라가는 ‘공포의 헤드록’부터 유비호와 혈투를 벌이는 ‘사각의 진혼곡’까지. 지각대장에다, 은행직원 중 유일하게 한 계좌도 못 튼 대호는 부지점장에게 눈엣
소박한 자아 찾기의 과정, <반칙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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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이클 J. 폭스를 보기란 쉽지 않다. 지난 1월18일 마이클 J. 폭스가 미국에서 인기리에 방영중인 쇼 프로그램 <스핀시티>를 그만두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는 1천명 중 한명꼴로 발병하는 파킨슨병과 싸우면서도 그동안 <스핀시티>에는 출연해왔다. 캐나다에서 태어나 <백 투 더 퓨처> <코 끝에 걸린 사나이> <프라이트너> 등에 출연했던 마이클의 나이는 38살. 그를 빼놓은 쇼는 생각할 수 없다는게 <ABC> 제작관계자들의 말이지만 그렇다고 붙잡을 수도 없는 일. 100회를 채우고 그만두겠다는 마이클은 이날 “선택할 수 없을 정도로 병이 악화되느니 그 전에 내가 직접 선택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마이클 J. 폭스, 쇼 프로그램 <스핀시티> 그만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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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균이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북한군 전사 정우진 역을 맡았다. 극중 정우진은 북한군 오경필(송강호) 중사를 형처럼 따르는 인간적인 매력을 품고 있는 인물. 겁이 많지만 밝은 성격을 갖고 있고 그림에도 재능을 보이는 청년이다. <공동경비구역 J.S.A>는 살해되는 북한쪽 초병을 둘러싼 긴장을 그리지만 남과 북의 동질감과 연대감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신하균은 연극 <택시 드리벌>의 조직폭력배, 영화 <기막힌 사내들>에서 날마다 자살하는 남자 추락, <간첩 리철진>에서 학교 ‘짱’이 되고 싶어 안달하는 우열을 맡아 개성적인 연기를 보였다.
신하균, <공동경비구역 JSA> 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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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위 감독이 한국에 인터넷회사를 차린다. 왕가위 감독의 한국 내 에이전시회사인 모인그룹은 약 20억원 규모의 엔터테인먼트 포털사이트를 구축하려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2월쯤에는 ‘2046 잉크’라는 명패를 걸고 압구정동에 사무실을 열 예정. 99년 7월부터 제작에 들어간 <2046>은 홍콩이 중국의 특별행정구로 취급되는 마지막 해인 2046년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한국, 일본, 홍콩, 프랑스 4개국이 공동제작하며 양조위, 왕정문, 유가령, 기무라 다쿠야, 심혜진이 출연한다. 현재 타이에서 촬영중인 <2046> 촬영팀은 촬영을 위해 2월중 국내로 들어올 예정.
왕가위, 한국에서 사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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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매트릭스>를 업고 자신의 몸값을 한껏 튀겼던 키아누 리브스에게 99년은 순조로운 듯했다. 산을 넘는 시원한 바람이라는 뜻의 그의 이름처럼. 적어도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실제로 경험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2000년 1월이면 자신들의 아이를 안아볼 수 있다며 한껏 부풀어 있던 키아누 리브스와 그의 여자친구 제니퍼 시메의 기대가 한꺼번에 무너졌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아이가 그만 유산된 것. 99년 여름 키아누 리브스의 <매트릭스> 후속 프로젝트는 아마도 첫 번째 아이일 것이라던 주위의 우스갯소리를 보더라도 이들의 상심은 말로 어찌할 수 없을 듯.
샌드라 블록이나 B급 영화에 주로 출연한 셰리 로즈 등과 사귄다는 소문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브래드 피트나 맷 데이먼 같은 스타들과 달리 여배우와의 스캔들로 타블로이드지의 표적이 된 적이 별로 없는 키아누 리브스는 그간 게이가 아니냐는 질문에 시달려야 했다. 94년 드림웍스의 데이비드 게펜과 비밀리에 결혼했다
키아누 리브스·제니퍼 시메, 아이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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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크레딧에는 왜 꼭 사람만 들어가나요? <주노명 베이커리>의 ‘빵’이라면 이렇게 항의할만하다. 빵을 우물거리며 흘리는 무석(여균동)의 사랑 고백에 정희(황신혜)의 한숨이 그치고, 노명(최민수)이 만든 구두모양의 슈가케이크에 해숙(이미연)의 매서운 발길질이 멈추었으니 말이다. <주노명 베이커리> 제작진이 자문을 요청해왔을 때 곽지원(47)씨와 최두리(45)씨는 ‘빵’에 관한 영화라는 사실에 흔쾌히 응했다. 하지만 작업은 만만치 않았다. 감독의 주문이 여느 손님과는 달랐기 때문. 뭉실한 이미지를 딱 꼬집어내기가 쉽지 않아 밤을 꼬박 새서 만들어 간 케이크가 다시 작업실로 옮겨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주노명의 능숙한 손놀림 또한 이들 부부의 몫이었다. 열흘 동안의 연습으로 반죽을 다루는 노련한 품이 배어나올거라 기대를 했던 이들은 없었다. 배우 자신이 직접 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니 대역을 쓸 수도 없는 상황. 곽지원, 최두리 부부는 일단 가르치고 나서 지켜볼 수밖에
<주노명 베이커리> 제빵 자문, 곽지원·최두리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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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춘향뎐>은 완성품이 어떤 모양일지 혼란스런 작품이었다. 시나리오는 따로 없고 판소리와 영상이 함께 가는 거다, 라는 감독의 설명으로는 어떤 영화가 나올지 감이 잡히지 않았던 것이다. 그건, 제작자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지난 1월18일 <춘향뎐>이 첫 공개된 시사회장에서 태흥영화사 이태원 사장은 “영화를 별로 많이 만들지는 않았지만 영화 공개하면서 이렇게 긴장되긴 처음”이라고 했다(‘영화를 별로 많이 만들지 않았다’는 건 농담이다. 태흥영화사는 동아수출공사와 함께 실제 영화제작을 하고 있는 가장 오래된 두 영화사 가운데 하나다). 임권택 감독도 찍는 동안 스스로 결과가 궁금했다고 말했다. 이건 물론 그다운 겸양이긴 하지만, 실제로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고난도의 실험이었던 것만은 틀림없다.
영화 <춘향뎐>은 한국영화에서 아주 특별한 성과다. <춘향가>의 ‘소리’를 그처럼 열린 형식의 영화로 건져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실
[편집장이 독자에게] 판소리는 한국의 셰익스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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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날 똑같은 소리… 강준만은 이제 지겨워.” 주변에서 이 말이 나오기 시작한 지도 꽤 오래다. 온 나라가 만날 한 가지 이슈에 휩쓸리고 또 그 이슈는 만날 변하는 사회에서 몇년째 같은 소리를 하고 있는 강준만이 지겹게 느껴지는 게 당연하달 수도 있겠다. 그러나 강준만이 몇년째 거듭하고 있는 바로 그 소리, 이른바 <조선일보> 문제는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조선일보>는 여전히 건재하며 모든 형태의 사회 개혁에 ‘할말은 함’으로써 수구세력의 돈궤를 지키는 본연의 임무를 다하고 있다. 지겨운 건 강준만이 아니다.
강준만이 지겹다는 말은 강준만의 방법을 향한 것이기도 하다. 이른바 ‘조선일보 제몫 찾아주기 운동’을 둘러싼 그의 방법은 어딘가 저잣거리의 시비 같은 데가 있어 그의 공식적인 적대자들은 물론 그의 주장을 대놓고 적대하기 어려운 좌파 혹은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비공식적인 적대자들의 심기를 거스른다. 강준만이 이른바 <조선일보>에 협조적인 지식인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좃선과 낙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