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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잠>
김솔해, 이도진/한국/2024년/85분/한국경쟁
난임부부인 지연(김시은)과 도진(이도진) 부부는 병원에서 또다시 유산 소식을 듣는다. 시술도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는 도진은 둘로도 충분한 삶으로 나아가려 하지만 지연은 아니다. 매일 밤 아기가 통잠을 자주길 기도하는 엄마가 되는 꿈을 지연은 도저히 포기할 수 없다. 그래서 더 가열하게 임신할 방법을 찾아 나서고 그런 아내를 보며 도진은 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답답함을 느낀다. <통잠>은 수년간의 시험관 수술 끝에 완전히 소진돼버린 한 부부의 일상을 사실감 있게 포착한다. 정서적 교류 없이 때맞춰 병원에 가고 메마른 식사를 한 뒤 잠자리에 드는 지연과 도진의 기계적인 삶을 차분히 따라간다. 또한 <통잠>은 야속하다. 무당을 찾아가 임신이 잘되는 장소를 받아 오고, 한 번만 더 시도해보자며 술 취한 남편의 옷깃을 쥐고 울부짖는 지연을 음악 한 곡 쓰지 않고 그저 바라볼 뿐이다.
JEONJU IFF #1호 [프리뷰] 김솔해, 이도진 감독, '통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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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리는 울지 않는다> Cu Li Never Cries
팜응옥란/베트남, 싱가포르, 프랑스, 필리핀, 노르웨이/2024년/93분/국제경쟁
독일에 거주하던 응우옌은 죽은 전남편의 유해와 작은 베트남 야생동물 쿨리를 데리고 하노이로 돌아온다. 보육교사로 일하는 그녀의 조카 반은 임신 사실을 숨긴 채 결혼을 준비한다. 순하고 유복한 약혼남과 함께 웨딩드레스 상점과 쇼핑몰을 돌아다니는 철없는 조카가 응우옌은 탐탁지 않다. 대신 그녀는 과거의 기억이 남아 있는 장소들을 순례한다. 옛날 노래가 나오는 라이브 클럽을 방문하고, 전남편을 만났던 지방의 댐을 찾아 오랜 동료를 만난다. 한 도시는 그렇게 두 공간으로 분리된 채 각자의 세월을 감내한다.
골프장이 되어버린 공동묘지, 사원과 수력발전소가 공존하는 메콩강. 팜응옥란 감독의 단편영화들 속 공간은 직진하는 시간과 정체된 기억 사이의 엇갈림을 담는다. 그의 첫 장편 <쿨리는 울지 않는다>가 그리는 하노이, 고도발전
JEONJU IFF #1호 [프리뷰] 팜응옥란 감독, '쿨리는 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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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모든> All the Long Nights
미야케 쇼/일본/2024년/119분/개막작
세오 마이코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새벽의 모든>은 매달 생리증후군으로 고통받는 후지사와(가미시라이시 모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다달이 호르몬의 조종을 받아 충동적으로 거친 말과 행동을 취하는 그는 송곳처럼 날카로운 일상을 견디며 지낸다. 따뜻한 성정으로 지난날의 잘못과 실수를 사과하며 주변 관계를 유지하지만 그 유효기간도 길지 않다. 언제까지나 타인의 인내심에 의존할 수 없다는 사실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지난번엔 죄송했어요. 그땐 제 상태가 좋지 않아서…”가 입버릇이 된 여자는 새로 입사한 회사에서 공황장애를 앓는 야마조(마쓰무라 호쿠토)를 만나게 된다. 의지대로 통제하기 어려운 육신, 충동적인 생각과 발언, 계속 눈치봐야 하는 주변인들의 시선. 두 인물은 공통된 경험을 바탕으로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게 되고 그동안 받아본 적 없는 공감과 위로를 형
JEONJU IFF #1호 [프리뷰] 미야케 쇼 감독, '새벽의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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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0일부터 24일까지 열린 제25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이 성황리에 폐막했다. 이번 BIAF에선 총 36개국에서 온 118편의 애니메이션이 상영됐다. “애니메이션은 상상력과 예술성, 기술과 감동을 담을 수 있는 무한한 그릇입니다”라는 서재환 조직위원장의 개회사처럼, 올해 BIAF에서 상영된 애니메이션들은 저마다 경험한 적 없는 환상의 세계와 본 일이 드문 고유의 기술을 관객의 눈앞에 펼쳐 보이며 예술이 줄 수 있는 가장 근원적인 감상인 감동을 선사했다. 올해로 25회를 맞은 BIAF의 개막부터 폐막까지의 인상적인 순간들을 전한다.
BIAF 2023의 홍보대사인 YENA(최예나)가 개막식에서 개막작 <로봇 드림>과 감독 파블로 베르헤르를 소개하고 있다. 최예나는 이번 영화제 기간 중 영화 관람 전 에티켓을 설명하는 트레일러 영상에도 등장하며 관객들에게 얼굴을 익혔다.
개막식의 축하 공연은 반도네온 연주가 고상지가 맡았다. 고상지는 애니메이션으로
제25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의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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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을 보러 자주 오던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이하 BIAF)에 내 작품이 초청돼서 정말 기쁘다.” 전다현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안녕, 우주>는 집을 떠나는 우주와 그를 배웅하러 나온 명경이 기차역에서 기차가 오길 기다리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승강장에서 잠시 잠든 명경의 꿈속에선 우주와 함께한 시간이 환상처럼 펼쳐진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 만화가가 되겠다고 다짐했던 전다현 감독은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를 졸업한 뒤 애니메이션 제작사 레드독컬처하우스에 입사해 자신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끊임없이 차기작을 구상 중이던 전다현 감독에게 대화를 청했다.
- 모녀 관계를 독특하게 묘사했다.
= 엄마의 말에서 시작된 연출이다. 집에 나를 포함해 총 4명의 자매가 있다. 어느 날 딸들이 장성해 집을 떠나기 시작하니 엄마가 적적하다고 느끼셨나보다. 내가 쌍둥이인데, 또 다른 쌍둥이 자매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더라. 우리가 어릴 때 엄마에게 고민 상담
#BIAF 3호 [인터뷰] ‘안녕, 우주’ 전다현 감독, “엄마의 삶에 응원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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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9월, 사이렌이 울리고 화염에 휩싸인 하늘이 붉게 물든다. 이라크가 이란을 침공하자 오미드의 엄마와 동생들은 피신하고 그의 형은 전장으로 뛰어든다. 할아버지와 함께 형의 무사생환을 기다리며 아바단에 남은 오미드. 날이 갈수록 도시는 폐허가 되고 주변의 사람들은 하나 둘 쓰러져간다. 세피데 파시 감독의 <사이렌>은 1980년, 8년여 간 백만 여명의 사상자를 낸 이란-이라크 전쟁을 14살 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영화다. 애니메이션 장르를 경유해 전시 상황을 직접적으로 노출하는 방식은 피했지만, 모든 것이 한순간에 재로 뒤바뀌는 전쟁의 참혹성은 여전히 관객에게 깊은 절망을 안긴다. “그럼에도 영화를 통해 희망을 보여주고 싶었다”던 세피데 파시 감독은 자신의 첫 애니메이션 <사이렌>으로 2023년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장편영화부문에 노미네이트됐으며 장편영화 최고 오리지널음악상을 수상했다.
- 전쟁이 발발했을 때 당신은 이란에 거주하는 고등학생이었다.
#BIAF 3호 [인터뷰] ‘사이렌’ 세피데 파시 감독, 나의 예술은 결국 자유를 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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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볼> <닥터 슬럼프>로 유명한 만화가 토리야마 아키라는 2000년, 만화잡지 <주간 소년 점프>에 <샌드랜드>라는 제목의 만화를 연재했다. 예기치 못한 재난과 인간의 실수로 사막화가 된 ‘샌드랜드’에서 인간과 몬스터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환상의 샘’에 관한 단서를 찾은 인간 마을의 보안관 라오는 악마들에게 샘을 찾는 여정을 함께 할 것을 제안한다. 악마계의 왕자 베르제브브와 그의 부하 중 한명인 시프가 동행을 결정하는데 빌런인 대장군 제우가 이를 못 마땅히 여긴다. 23년이 지난 현재, 토리야마 아키라 작가가 창조해낸 <샌드랜드>의 세계가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했다. 원작의 유머와 정의에 대한 고찰을 그대로 옮겨오면서도 영상이 표현할 수 있는 액션의 현실감은 극대화했다. 한국 프리미어로 상영되는 <샌드랜드>와 함께 요코시마 토시히사 감독은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 원작 <
#BIAF 3호 [인터뷰] ‘샌드랜드’ 요코시마 토시히사 감독, 사막의 재앙에도 굴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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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클라나드> <중2병이라도 사랑이 하고 싶어!> 등 연출하는 애니메이션마다 흥행과 비평 모두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둔 이시하라 타츠야 감독이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을 찾았다. 교토 애니메이션의 이사이기도 한 이시하라 타츠야는 2015년부터 타게다 아야노의 원작 만화 <울려라! 유포니엄>의 TV 애니메이션과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연출을 맡고 있다. <울려라! 유포니엄>은 키타우지 고등학교의 취주악(관악기를 중심으로 하면서 타악기를 합하여 대규모로 연주하는 음악) 연주 동아리 소속 유포니엄 연주가 오마에 쿠미코의 고등학교 생활 3년을 다룬 청춘물이다. 올해 BIAF에 초대된 <울려라! 유포니엄 앙상블 콘테스트>(이하 <앙상블 콘테스트>)는 <울려라! 유포니엄>의 다섯 번째 극장판 영화로, 주인공 쿠미코는 취주악부의 부장이 되어 첫 업무로 교내에서 열릴 ‘앙상블 콘테스
#BIAF 3호 [인터뷰] ‘울려라! 유포니엄 앙상블 콘테스트’ 이시하라 타츠야 감독,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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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렌 The Siren
세피데 파시/프랑스, 독일, 룩셈부르크, 벨기에/2023년/100분/국제경쟁
10월 21일, 20:00, CGV 부천 7관 / 10월 22일, 15:00, CGV 부천 5관
역사적 참변을 청소년 캐릭터의 시점으로 응시하려는 영화가 이따금 마주하는 비판 두 가지는, 이미 성인인 감독이 만든 영화가 절대 ‘어린이의 시점’을 유지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실제 역사가 품은 사회·정치적 맥락이 어린이의 순수함을 핑계로 표백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세피데 파시 감독의 <사이렌>은 이런 비판을 절묘히 피해가는 애니메이션이다. 1980년, 이란의 아바단은 사담 후세인이 이끄는 이라크 군대의 공습을 받는다. 이제 막 거뭇한 수염이 올라오는 14살 소년 오미드는 전시 상황이 낯설기만 하다. 형은 전선으로 차출됐고, 어머니는 동생들과 피난을 간 상황에서 오미드는 할아버지와 아바단에 남는다. 아바단에 남아 저항하길 택한 수많은 남성 어른들은 저마
BIAF #3호 [프리뷰] 세피데 파시 감독, ‘사이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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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코와 바람의 왕국 Sirocco and the Kingdom of the Winds
브누아 슈/프랑스, 벨기에/2023년/78분/국제경쟁
10월 21일, 12:30, CGV 부천 4관 / 10월 22일, 13:30, CGV 부천 8관
<시로코와 바람의 왕국>은 익숙한 이야기와 독보적인 표현력, 섬세한 손길과 과감한 상상력이 더해진 작품이다. 다섯 번째 생일을 맞이한 줄리엣(로제 샤펜티에)은 호기심 많고 상상력이 풍부한 소녀다. 줄리엣은 8살인 언니 카르멘(마리네 베르티에오)과 함께 이웃에 사는 동화작가 아그네스 집으로 놀러갔다가 신기한 책을 발견한다. 바람을 조종하는 변덕스러운 마법사에 대한 동화 ‘시로코와 바람의 왕국’은 단순한 책이 아니라 또 다른 세계로 이어지는 통로다. 두 소녀는 책의 힘에 의해 고양이의 모습으로 변한 채 환상적인 바람에 휩쓸려 초현실적인 세계에 떨어진다. <오즈의 마법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 환상의 세
BIAF #3호 [프리뷰] 브누아 슈 감독, ‘시로코와 바람의 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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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대학 1994> Art College 1994
리우지엔/ 중국/ 2023년/ 118분/ 국제경쟁
10월 20일, 13:00, CGV 부천 4관 / 10월 22일, 10:30, CGV 부천 8관
우리도 특출난 아티스트가 될 수 있을까. 예술대학에서 각각 중국화, 유화를 전공하는 샤오준과 지페이는 화폭 위로 붓을 놀리는 동시에 끝없이 자신들의 미래를 점쳐본다. 동료의 도드라진 성공을 부러워하고, 성공을 발판으로 펼쳐질 안온한 미래를 꿈꾸면서도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고민하며 자신의 예술관을 구축해가는 중이다. 한편 음대에 다니는 릴리와 홍은 서로 상반된 가치관을 지녔다. 평범함과 지루함을 거부하는 릴리와 그런 릴리를 동경하는 홍. 샤오준이 자신에게 호감을 표하는 가운데 릴리는 프랑스로 유학을 갈 예정인 잉준에게서 청혼을 받는다. 그렇게 릴리와 홍 앞엔 완전히 다른 길이 놓인다. <예술대학 1994>는 20대가 의례적으로 거치는 과도기를
BIAF #3호 [프리뷰] 리우지엔 감독, ‘예술대학 1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