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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를 찾아보기 어려워진 올해도 어김없이 <씨네21>은 칸영화제 현장을 찾았다. 전 세계 영화인들과 언론인들이 모이는 칸에서는 공식 행사 외에도 다양한 일이 벌어진다. 올해는 칸 현지 소식을 좀더 생생하게 전하기 위해 지면보다 발 빠르게, 온라인에 칸영화제 소식을 먼저 전하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77회 칸영화제 기간 동안 <씨네21> 기자들의 일기장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예정이다. '77회 칸영화제 다이어리’는 영화제 개막부터 폐막까지 쭉 이어진다.
5월 15일 수요일 – 조현나 기자
상영 시간에 맞춰 극장으로 이동하거나 마켓을 구경하다 보면 한국 수입사 직원분들과 마주치곤 한다. 안부 인사를 나눈 뒤, 첫 질문은 대체로 정해져있다. “괜찮은 영화 좀 있으셨어요?” 수입사를 상대로 열리는 마켓 스크리닝과 기자들을 상대로 열리는 프레스 스크리닝은 서로 스케줄이 다르다. 때문에 관람한 작품이 잘 겹치지 않아 서로의 영화 리스트를 공유하곤 하는 것이다. 영
[칸 다이어리 2] 영화제 가면 배우들 실물도 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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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루이 카렐)가 친구 윌리(라피엘 퀴나르)와 걸어가며 고민을 털어놓는다. 내용인즉 자신의 애인인 플로렌스(레아 세두)에게 도무지 매력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그를 열렬히 사랑하는 플로렌스는 데이비드에게 자신의 아버지 기욤(뱅상 랭동)과 인사를 나눌 것을 제안한다. 그렇게 부녀와 딸의 남자 친구, 남자 친구의 친구가 조우하는 상황이 <더 세컨드 액트>에서 펼쳐진다.
‘제2막’이라는 제목처럼 영화는 인물, 배경 설명과 같은 도입부 없이 ‘더 세컨드 액트’라는 레스토랑에 곧장 인물들을 불러모은다. 때문에 이 네 사람이 실은 배우이며 앞서 말한 줄거리가 극 중에서 촬영 중인 영화의 설정이란 사실은 불시의 순간 갑작스레 밝혀진다. 미장아 빔(mise en abyme)이라는 형식 안에서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흐리는 시도는 이미 익숙하다. 다만 <더 세컨드 액트>에선 배우의 발화를 통해 카메라의 존재를 지속적으로 인지시키면서도 외부의 개입을 최소화한다.
[칸 개막 레포트] 개막작 '더 세컨드 액트' 리뷰, 형식을 깨부순 도발적 실험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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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회 칸영화제는 개막 날부터 3일 연속 비가 왔다. 프랑스 남부 해안 도시는 일교차가 크기 때문에 간편히 걸칠 수 있는 아우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었다면 영화제 내내 감기 몸살과 사투를 벌였을지도 모르겠다. 올해는 영화 제가 열리는 팔레 데 페스티벌(이하 팔레)도 다소 한산하지 않을까, 저널리스트 배지를 받거나 상영관 입장을 기다리는 줄도 예년보다 짧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궂은 날씨도 칸의 열기를 막지는 못했다. (공식 드레스 코드에 맞춘) 턱시도나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비를 맞으며 티켓을 구하는 이들은 칸영화제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공교롭게도 며칠째 이어지는 비바람은 올해 영화제를 지배하는 긴장감과도 잘 어우러진다. 이번 칸영화제는 개막 전부터 프랑스 문화예술계에서 뒤늦게 시작된 미투(#Metoo) 물결이 집결된 상징적인 장소로 주목받았다. 지난해 성폭행 가해 사실이 연이어 폭로됐던 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는 오는 가을 재판을 앞두고 있고 최근 프랑스 국회의원들은 공연
[칸 개막 레포트] 칸영화제는 명예를 안고 미래로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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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회 칸영화제가 5월14일 개막했다. 레아 세두, 뱅상 랭동, 루이 가렐 등 프랑스의 스타들이 포진한 개막작 <더 세컨드 액트>는 칸 현지 외에도 프랑스 파리 곳곳에서 홍보 활동을 시작해 올해 영화제가 추구하는 대중과의 접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 여성감독 최초로 그레타 거윅이 심사 위원장으로, 명예 황금종려상의 주인공으로 메릴 스트리프가 호명된 그림 역시 뒤늦게 미투(#Metoo) 물결이 프랑스 사회를 강타하고 극장영화의 미래를 묻는 시대에 칸영화제가 전하는 답인 것처럼 보인다. 올해도 어김없이 <씨네21>이 칸영화제를 찾았다. 22편의 경쟁부문 상영작은 물론 미드나이트 섹션에서 공개되는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2>,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되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등 다양한 화제작의 소식을 전할 예정이다. 올해에는 특별히 <씨네21> 지면뿐만 아니라 온라인 기사를 통해 칸영화제 공식 행사를 제외한 칸의 다채로운 이야
[칸 개막 레포트] 영화의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칸영화제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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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를 찾아보기 어려워진 올해도 어김없이 <씨네21>은 칸영화제 현장을 찾았다. 전 세계 영화인들과 언론인들이 모이는 칸에서는 공식 행사 외에도 다양한 일이 벌어진다. 올해는 칸 현지 소식을 좀더 생생하게 전하기 위해 지면보다 발 빠르게, 온라인에 칸영화제 소식을 먼저 전하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77회 칸영화제 기간 동안 <씨네21> 기자들의 일기장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예정이다. '77회 칸영화제 다이어리’는 영화제 개막부터 폐막까지 쭉 이어진다.
5월 11일 화요일 - 임수연 기자
다음 칸국제영화제 출장은 반년 전부터 준비하리라. 매년 <씨네21> 칸 숙소를 구할 때마다 거래하던 중개업자에게 영화제 석달 전에 연락을 취했다가 우리가 점찍어뒀던 집이 이미 나갔다는 답을 받았다. 다른 후보들을 추가로 요청했지만 여자 셋(나와 조현나 기자 그리고 개막 3일 뒤 합류하는 김혜리 선배까지)이 묵을 수 있으면서 영화제가 열리는 팔레 데 페스티벌(
[칸 다이어리 1] 숙소 전쟁, 예매 전쟁 그리고 개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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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다양한 독립영화가 전주로 모여든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지역 독립영화 쇼케이스' 섹션을 마련해 인천, 대구, 강원, 광주, 부산, 대구와 경북, 제주 등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영화인들의 장단편을 상영한다. 독립영화와 관객을 연결하는 기본 목적을 충실한 섹션이자 전국에서 활동하는 영화인의 네트워크 장을 완성한 셈이다. 열악한 여건에 처한 독립영화계를 향해 전주영화제가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떤 영화들이 각 지역에서 모여들었을까. 관객을 만날 채비를 마칠 총 14편의 영화 중 5편을 소개한다.
01. <기억의 집>
이현옥/한국/2023년/71분/지역 독립영화 쇼케이스
광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 <기억의 집>은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사망 이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오래된 사진을 발견한 주인공은 다소 충동적으로 사진 속 집을 찾아가 본다.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유년시절의 기억을 하
JEONJU IFF #4호 [기획] 지역영화 쇼케이스 “전국의 독립영화를 잇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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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츠에(반자이 미츠에)의 발이 닿는 곳엔 불안의 그림자가 따라다닌다. 영화를 찍으려는 꿈을 안고 떠난 싱가포르에서도, 전 애인을 향한 미련과 새로운 동료와의 만남이 가득한 도쿄에서도, 평안과 침묵이 가득한 고향 홋카이도에서도 그녀는 쉬이 마음을 내려놓지 못한다. 현대인의 고독은 더 이상 공간의 문제가 아니다. 내면의 정처 없음은 불확실성이 만연한 시대의 감각이다. 영화를 만들기 위해 싱가포르와 일본을 오가며 기회를 찾아 헤맸다던 숀 네오 감독은 자신이 느꼈던 위태로움을 작품에 녹여냈다. 어느 것도 가늠할 수 없는 즉흥의 시대를 떠올리며 우연에 영화를 맡긴 숀 네오 감독을 만나 <끝없는 기다림의 날들>이 그린 불안정한 삶의 궤적을 함께 따라가 보았다.
- <끝없는 기다림의 날들>을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소개한 적 있다.
= <끝없는 기다림의 날들>은 내가 일본에 있을 때 만들게 됐다. 당시 싱가포르 영화 산업은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니었고 내게
JEONJU IFF #4호 [인터뷰] '끝없는 기다림의 날들' 숀 네오 감독, ‘우연에 영화를 맡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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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부부인 지연(김시은)과 도진(이도진) 부부는 병원에서 또다시 유산 소식을 듣는다. 아내의 몸 상태가 먼저인 도진은 이쯤에서 시험관 시술을 멈추고 싶지만 지연은 아니다. 지연이 더 가열하게 임신에 매달릴수록 도진의 의지는 사그라든다. <통잠>은 오랜 시험관 수술 끝에 완전히 소진돼버린 부부의 생활을 사실감 있게 포착한다. 지독할 정도로 인물에게 거리를 둠으로써 원하는 삶을 위해 전부를 건 여성을 온전히 비추는 데 성공한다. <통잠>을 공동연출한 김솔해 감독과 이도진 감독은 비바람 속에 야외 행사를 치르고 왔음에도 첫 장편 연출작이 한국경쟁에 올랐다는 감사함에 힘든 줄도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이들이 들려준 비화에 따르면 <통잠>에는 영화인의 숙명적인 과제인 “나는 왜 영화를 하는가”에 대한 고뇌가 담겨있다.
- 김솔해 감독과 이도진 감독은 독립 장편 <한 채>(2023)의 조연출과 배우로 참여한 공통분모가 있다. 이 영화에서
JEONJU IFF #4호 [인터뷰] '통잠' 김솔해, 이도진 감독, “삶에서 포기가 안 되는 무언가에 대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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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지나가면>
장병기/한국/2024년/115분/코리안시네마
초등학생 기준이 도시 생활을 접고 지방 소도시로 오게 된 것은 먼 미래의 농어촌특별전형을 받기 위해서다. 명문 대학이 훌륭한 인생, 멋진 직업, 자랑스러운 커리어를 보장해줄 거란 엄마의 욕망 때문에 선택권 없는 어린이는 말없이 이사에 동참한다. <여름이 지나가면>은 순진무구하기만 할 것 같은 아이들의 세계가 어른들의 세계와 어떻게 맞닿아있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제 막 신도시 개발 계획을 실행 중인 마을은 아파트 단지 사이로 이해득실 문제를 맞닥뜨린다. 대학 진학, 부동산을 향한 욕망과 보상금 문제, 집단에 녹아들기 위한 진심 은폐 등 어른들이 지어가는 마을은 편법과 술수, 거짓과 욕심에 뼈대를 두고 있다. 이러한 지역 분위기는 아이들에게 어떤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을까. 어느 날 운동화를 잃어버린 기준은 같은 반 결손가정 친구에게 자연스레 의심의 눈빛을 보내지만 그가 구축한 교실 내 권
JEONJU IFF #4호 [프리뷰] 장병기 감독, '여름이 지나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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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과 마라> Matt and Mara
카직 라드완스키/캐나다/2024년/82분/폐막작
결혼해 아이가 있는 젊은 문학 교수 마라(데라 캠벨)는 강의실 진입 직전, 자기를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본다. 목소리의 주인은 한때 친밀했던 남자이자 꽤 성공한 작가 맷(맷 존슨)이다. 뜻밖의 재회는 두 사람을 캠퍼스 밖 카페로 이끌고, 깊고 묘한 대화는 이들을 이대로 끝낼 수 없는 사이로 만든다. 어느 날 마라의 남편이 그녀를 교외 회의로 데려가려는 계획을 취소하자 맷과 마라는 여행을 떠나버린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처럼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결혼 이야기>처럼 지독한 언쟁을 벌이는 <맷과 마라>는 캐나다에서 온 로맨스영화다. 창작에 미련이 남은 사람과 창작으로 먹고사는 사람이 나누는 열패감과 자만심이 뒤섞인 이야기, 안정적이나 미지근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는 여자와 유혹적인 남자 사이의 아슬아슬한 대화는 언젠가 어느 한쪽이
JEONJU IFF #4호 [프리뷰] 카직 라드완스키 감독, '맷과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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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의 린>
이원우/한국/2024년/80분/코리안시네마
인류의 역사는 말과 함께 시작했다. 이 말(言)은 시간을 관통하는 구술사면서, 동시에 공간을 횡단하는 말(馬)이다. 이원우 감독은 2010년 청계천에서 관광 마차를 모는 말 ‘깜상’을 발견한다. 차안대를 쓰고 굴레를 맨 깜상은 분주한 도시에 머물기 위해서 3일을 내내 굶어야 했다. 말없이 노동해야만 하는 말. ‘말의 역설’은 이 영화가 품은 수많은 질문의 시발점이다. 탈 것으로의 말은 이동권을, 운송수단인 말은 노동을, 사유재산인 말은 자본을, 무기로서의 말은 폭력의 역사를, 유기체인 말은 자연을 이야기한다. 영화는 두꺼운 네 다리로 세계 곳곳을 누볐던 말들에 관한 기록들을 인용하여 출산과 도축을 반복하는 공장형 사육, 인종차별과 여성혐오로 얼룩진 역사, 장애인의 이동권 투쟁이라는 작금의 현실에 도착한다. 영화의 제목인 <오색의 린>은 동양의 전설 속에 등장하는 기린을 의미한다. 용의 머리와 사슴의
JEONJU IFF #4호 [프리뷰] 이원우 감독, '오색의 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