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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대구 동성아트홀 팬카페의 영화제작 소모임에서 출발해 7년 뒤 첫 장편영화를 출품하기까지. 최종룡 감독은 자신을 둘러싼 대구의 풍경을 그러모아 <수연의 선율>을 만들었다. 방과후 교실 강사 경력은 자연스레 어린이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갈증을 낳았고, 인구 감소를 마주하는 지방 도시의 현실은 “환경의 도움 없이 자립적으로 현실을 헤쳐 나가는 아이들”을 그리려는 마음으로 이어졌다. “객관적으로 본 아이들은 무척 총명하고 때론 영악하다. 하지만 어른의 시선에서는 그저 어린애로만 보일 것이다.” 때로 아이들보다 순진한 면모를 보이는 양어머니 한유리는 이런 무심한 시선의 대표자다. “유리라는 이름처럼 방치와 무관심으로 점철된 쇼윈도 가족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하지만 수연을 바라보는 카메라에만큼은 따뜻한 응원을 담고자 했다. “고립된 아이를 보면 불안하고 보호해 주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수연이 유리를 만나기 전까지의 장면은 핸드헬드로 촬영했다.
아이들의 섬
BIFF #2호 [인터뷰] 자립적인 아이들의 단단한 세계, <수연의 선율> 최종룡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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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 연기에 특화됐다는 이미지를 벗고 싶은 배우 이동휘(이동휘)에게 사극 드라마에 출연해달라는 제안이 들어온다. 절치부심해 정극 연기를 준비해 가지만, 정작 작가가 그에게 바란 건 의외의 모습이다. 이기혁 감독이 자신의 동명 단편을 장편화한 <메소드연기>는 촬영 현장을 중심으로 연기에 관한 배우들의 고민, 나아가 이들의 삶까지 짚는다. “본인이 느껴지는 만큼만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좋은 연기라고 여기는 이기혁 감독은 “실제 이동휘 배우가 가진 진지한 연기 고민들”을 영화에 투영시켰다. “인생에도 온스테이지, 백스테이지가 있다. 남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모습과 이면의 진짜 모습. 모두가 지닌 이러한 양면성을 인물들에게 최대한 반영하고자 했다.” 더불어 감독 본인이 “막내아들로서 가족들에게 느껴 온 감정”을 담아 “촬영 현장의 서사와 가족 드라마가 공존하는 대중성을 지닌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세심하게 노력을 기울였다. 연출자이자 배우로서 자신의 경험을 살려 “인물들에 관해
BIFF #2호 [인터뷰] 인생의 온스테이지, 백스테이지, <메소드연기> 이기혁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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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설처럼 네 챕터로 구성된 <환희의 얼굴>은 다양한 상황에 놓인 환희(정이주)를 보여준다. 선생님을 만나러 온 환희, 지역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환희, 남자의 내밀한 이야기를 듣는 환희, 소설가에게 자신의 애정을 피력하는 환희…. 영화는 환희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듯하면서도 명쾌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관객과 환희 사이의 거리감에 관하여 이제한 감독은 “나 또한 환희라는 인물을 만들 때 환희가 어떤 역사를 지니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모르고 썼다”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환희의 말과 행동의 이유를 알 수 없다는 지점이 작품 연출에 어려움이 되기도 했지만 이제한 감독은 이 특징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영화 제목을 보고 떠오르는 첫 번째 이미지는 환하게 웃는 누군가의 얼굴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우리가 아는 주인공 환희의 얼굴. 그러나 나는 여전히 궁금했다. 도대체 환희의 얼굴이란 무엇일까. 이 공백 자체가 흥미로워서 잘 담아내고 싶었다.” 이제한 감독
BIFF #2호 [인터뷰] 누구도 쉽게 알 수 없지만, 모두가 느끼는 환희, <환희의 얼굴> 이제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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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전성기를 맞이한 유명 야구선수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 선발 투수로 나갈 채비를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경기 상황상 키케 에르난데스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감독은 류현진 선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팀의 승패를 염려하는 류현진에게 감독은 그의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해 한 마디를 전했다. “너무 걱정 마. 키케가 홈런을 칠 거야.”
새로운 월셋집에 이사 온 미주(원향라)와 영태(박송열)는 더 밝은 미래를 꿈꾸지만 마음과 달리 현실은 버벅거린다. 300만 원이 없다는 이유로 동업자에게 버림받은 영태는 아내에게 ‘키케가 홈런을 칠 거야’ 라는 메시지만 덜렁 남기고 일하기 위해 떠난다. 녹록지 않은 상황 속에 키케가 되어버린 영태를 두고 박송열 감독은 “언젠가 영태가 홈런을 치기를, 꼭 성공해서 돌아오기를 바라는 미주는 홀로 자기만의 현실에 묵묵히 임하”지만, 장면 사이마다 불규칙하게 등장하는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리는 순간들은 영태의 안녕을 확신할 수 없는 미주의 불길한 상상을 반
BIFF #2호 [인터뷰] 안녕과 행복을 잠시 빌려온 이들에게, <키케가 홈런을 칠거야> 박송열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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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록에게 2021년의 기억은 생생하다. 처음 매체연기에 발을 들이던 시절 만난 <지옥>과 박정자, 작품을 들고 처음 찾은 부산국제영화제와 이후 많은 것이 바뀐 일상까지. “야외극장에서 다 함께 <지옥> 시즌1을 봤던 기억이 강하게 남아 있다.” 그럼에도 3년 만에 다시 박정자를 만나니 “낯섦”이 앞섰다고 한다. “박정자도 인생에서 지옥이라는 어마어마한 변화를 경험한 것이 아닌가. 큰일을 겪은 후 사람이 완전히 변해버리는 것처럼 이 생경함을 그대로 가져가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박정자가 경험한 지옥은 어떤 풍경이었을까. 김신록은 초반 박정자의 대사 중 “그리움”과 “절망”이라는 상승과 하강의 키워드 사이에서 “그리움의 대상인 아이들에게 가 닿고 싶어 하는 격렬한 욕망”을 추출했다. “부활 후에도 끝없이 욕망하고 좌절하는 인물”이기에 현실에서도 여전히 지옥도처럼 눈앞에 어른거리는 “혼재된 수많은 이미지를” 본다는 것이다. “눈앞의 김정칠이 실재인지 환각인
BIFF #2호 [인터뷰] 있는 힘껏 나로부터 멀어지는, <지옥> 시즌2, <전, 란> 김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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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만든 이 세상을 마음껏 즐기세요.”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시즌2에서 배우 김성철은 새진리회 1대 의장 정진수 역으로 새롭게 합류했다. 기존 캐릭터를 재해석해 연기하는 것에 부담은 없었을까. 그는 자신이 올랐던 뮤지컬 무대들을 상기하며 답했다. “뮤지컬에선 같은 캐릭터를 여러 배우가 연기하기 때문에 배우 간의 비교는 숱하게 이루어진다. 그런 상황에 익숙하고, 배우 각자의 매력이 존재한다고 여기는 편이라 부담 없이 임했다.” 김성철이 집중한 것은 “정진수의 목표”였다. “작품을 시작할 때 대본을 손으로 써본다. 그러다보면 맡은 인물의 대사에서 반복되는 말들이 걸러진다. 내가 느낀 건 처음부터 끝까지 정진수의 내면엔 두려움이 내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느끼는 고통을 세상 사람들도 알아야 한다고 여긴다. 속으론 두려움에 떨면서도 겉으론 의연하게 의장 행세를 하는 정진수의 간극에 초점을 맞췄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1~3화 중 김성철이 꼽은 가장 인상적인
BIFF #2호 [인터뷰] 상상하고 감각하며, <지옥> 시즌2 김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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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첫사랑 기억 조작이란 단어가 유행했다. 따지고 보면 제법 잘 어울리는 단어 조합이다. 돌아갈 수 없는 호시절을 회상할 때면, 아리고 부끄러운 실수마저 풋풋하고 서툴러서 끝내 그리운 순간이 된다. 동명의 대만 청춘영화를 리메이크한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노스텔지어를 자아낼 얼굴로 진영과 다현을 선택했다. 개인 촬영의 순서를 정하기 위해 촬영장에서 가위바위보를 하던 두 사람의 모습마저 학창 시절 누군가의 일기 속 한 페이지처럼 보였다.
- 10년 차 배우 진영에게도, 첫 연기 도전에 나선 배우 다현에게도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진영 최근엔 드라마 위주로 활동했지만 항상 영화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다섯 번이나 볼 정도로 원래부터 원작을 좋아했었다. 시나리오가 들어오기 한 달 전에도 볼 정도라 작품 제안을 받았을 때 운명임을 직감했다. 시나리오를 살펴보니 그간 연기했던 작품 중 가장 분량이 많았다. 화면
BIFF #2호 [인터뷰] “모든 시간이 아름다운 청춘이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배우 진영, 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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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의 땅>Tale of the Land
루루 헨드라 / 인도네시아, 필리핀, 타이완, 카타르 / 2024년 / 99분
10.04 B3 16:00 / 10.05 C3 10:00 / 10.09 C7 10:00
동남아시아에 위치한 보르네오 섬의 바다 위에 한 수상가옥이 위태롭게 떠 있다. 그곳엔 다약 원주민인 마이가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데, 마이는 허름한 집이 머지않아 가라앉을까봐 걱정이다. 그들이 그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마이가 앓고 있는 심각한 병 때문이다. 마이는 땅을 밟으면 반드시 기절한다. 할아버지는 이것이 땅의 저주라며 육지로의 이사를 완강히 거부하지만, 마이는 자꾸만 땅에 끌린다. 그리고 자신을 이 상황에 부닺치게 한 조상들과 부모님에 대해 생각한다. 인도네시아 출신 루루 헨드라 감독의 <생존자의 땅>은 대부분 물 위에서 진행되는 영화이지만 신기하게도 보는 내내 땅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는 인물들의 전사를 명확히 설명하기보다는 그들
BIFF #2호 [프리뷰] 루루 헨드라 감독, '생존자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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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네코의 영치품 매점>Kaneko’s Commissary
후루카와 고 / 일본 / 2024년 / 126분
10.04 C3 19:30 / 10.10 C7 16:30
물리적 접촉이 허락되지 않는 응시와 대화의 기술인 면회는 어쩌면 가장 사려깊은 소통의 방식일지도 모른다. 교도소 수감자의 가족을 위한 영치품 전달과 면회 대리 서비스를 운영하는 가네코는 이 두가지가 수감자들의 절대적인 권리라고 말한다. 그의 원칙은 아들의 학교 친구를 무참히 살해한 사이코패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분노하고 슬퍼하면서도 그는 수감자 어머니의 청탁을 들어주지만, 아들이 교내 따돌림의 대상이 되면서 상황은 변화한다. <가네코의 영치품 매점>은 인간의 한 얼굴에 공존하는 선악의 모호성을 질문하는 스릴러이자 사람이 어떻게 서로의 결점과 과오를 인정하며 공존할 수 있는지를 탐색하는 드라마다. 아들의 피해를 발견한 가네코는 과거 자신을 수감자로 만들었던 잠재된 폭력성과 다시금 마주한다
BIFF #2호 [프리뷰] 후루카와 고 감독, '가네코의 영치품 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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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킬러스>The Killers
김종관, 노덕, 장항준, 이명세 / 한국 / 2024년 / 119분 / 한국영화의 오늘 : 파노라마
10.04 L2 19:00 / 10.07 L3 10:30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단편소설 <살인자들>과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이 스크린을 통해 새롭게 펼쳐진다. <더 킬러스>는 김종관·노덕·장항준·이명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네 편의 단편을 모은 옴니버스 영화다. 헤밍웨이의 원작이 해석의 여지가 다양한 작품인 만큼, 네 편의 영화도 킬러라는 설정을 비롯한 몇 가지 교집합만을 제외하곤 전부 자유롭게 연출됐다. 김종관 감독의 <변신>은 바를 배경으로 바텐더가 숨겨 둔 매혹적인 비밀을 탐구한다. 노덕 감독의 <업자들>은 불합리한 하청노동 문제를 다루되 블랙코미디의 외피를 입혀 유쾌하면서도 날카롭게 현실을 지적한다. 밀폐된 술집에서 신원이 불분명한 살인마의 실체
BIFF #2호 [프리뷰] 김종관, 노덕, 장항준, 이명세 감독, '더 킬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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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의 얼굴>
이제한 / 한국 / 2024년 / 126분 / 한국영화의 오늘 : 비전
10.05 KT 16:00 / 10.07 L3 19:30 / 10.08 L3 12:00
총 4개의 챕터로 구성된 <환희의 얼굴>은 단편소설처럼 목차를 비추며 주인공 환희와 연결된 다양한 인물과 상황을 보여준다. 환희는 곳곳에 존재한다. 하루는 가까운 선생님에게 다짜고짜 돈을 빌려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하고, 또 하루는 제주 식당에서 동료에게 크림브륄레와 퐁당오쇼콜라를 비교·설명하며 오픈을 돕는다. 유학을 고민하는 남자와 그의 엄마 이야기를 순순히 들어주기도 하고, 책 서문에 쓰인 이야기가 자신을 가리키는 줄 알고 대뜸 작가를 찾아가기도 한다. <환희의 얼굴>은 환희가 누구인지, 어떤 정체성을 대변하는지 명확하게 가리키지 않는다. 그저 환희의 진솔한 모습을 통해 관객의 자발적인 공감을 이끌 뿐이다. 영화 전체를 동요시키는 큰 사건이 발생하지는 않지만, 작고 사
BIFF #2호 [프리뷰] 이제한 감독, '환희의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