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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호 / 한국 / 2024년 / 109분 / 한국영화의 오늘 : 스페셜 프리미어 10.09 KT 17:30
여름(노윤서)은 동생 가을(김민주)과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있다. 청각 장애를 지닌 수영 선수 가을이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다. 매일 수영장에 들러 동생의 훈련을 살피고 남은 시간엔 알바를 하는 것이 여름의 일과다. 반복되던 여름의 삶에 용준(홍경)이라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취업 준비 도중 잠시 부모님의 도시락 가게 일을 돕게 된 용준은 배달을 다녀오다 마주친 여름에게 첫눈에 반한다. 가까워지려는 용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름에겐 용준에게 내어줄 마음의 여유가 없다. <청설>은 동명의 대만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청춘의 일상을 포착하면서도 각자 인생의 방향키를 잡아나가는 모습에 주목한 점이 인상적이다. 인물들의 주된 언어는 수화다. 손과 표정과 몸짓의 언어에는 이들의 진심이 변함없이 담기고 관객으로 하여금 대화에 주목하게 만든다. 인물들의 관계는 느리
BIFF #4호 [프리뷰] 청설 Hear Me: Our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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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송열 / 한국 / 2024년 / 97분 / 한국영화의 오늘: 비전 10.06 KT 20:00 / 10.09 L6 16:30
전작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에서 구직난을 겪으며 300만 원에 매여 난처한 상황을 맞이했던 영태(박송열)에게 드디어 작고 소중한 월세방이 생겼다. 게다가 친척으로부터 싼값에 식당을 넘겨받은 선배가 무일푼인 영태에게 동업을 제안한다. 이전보다 나아진 상황에 부부는 임신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부푼 꿈도 잠시, 선배는 돌연 제안을 철회하고, 난처해진 영태는 고뇌 끝에 “키케가 홈런을 칠 거야”라는 메모를 남긴 채 돈을 벌러 집을 떠난다. 홀로 남겨진 아내 미주(원향라)는 남편의 성공을 기원하며 꿋꿋하게 돈을 벌며 살아간다. 대체 영태가 무슨 일을 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그가 집을 비운 뒤로 미주의 일상에 자꾸만 기묘한 꿈들이 끼어드는 경우가 잦아졌다. <키케가 홈런을 칠거야>에 이르러 박송열은 한국에서 먹고 사는 이야기를
BIFF #4호 [프리뷰] 키케가 홈런을 칠거야 Kike Will Hit a Home 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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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사와 기요시는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를 넘어 동시대의 위대한 시네아스트로 인정받는다. 오랜 시간에 걸쳐 쌓아 올린 수십 편의 영화에는 그의 인장이 확연히 박혀 있지만, 그의 영화를 언어로 풀어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잡히지 않는 인물과 불안, 기어코 그것을 포착하는 순간의 짜릿함은 그래서 더욱 커진다. 신작을 집중적으로 쏟아낸 올해, 부산영화제를 찾은 그의 영화를, 쉬운 해독을 허용하지 않는 몇 가지 코드를 중심으로 엮어본다.
‘구로사와 기요시’라는 장르
장르의 대가들이 그러하듯, 구로사와는 영화라는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의 호러, 그의 스릴러의 피부는 손을 대면 시릴 정도로 차갑지만, 그 아래 흐르는 뜨거운 피는 영화에 대한 열정에서 기인한다. 공식적인 데뷔작 <간다가와 음란전쟁>에서 장 뤽 고다르의 이름을 대놓고 표기하고 자크 리베트의 이야기를 끌어들이던 청년이 장르에 진입해 자기 이름의 색깔을 매번 진하게 채색해온 과정은 바야흐로 한 작가의 세계를
BIFF #4호 [스페셜] 구로사와 기요시의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영화 세계 몇 가지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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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구로사와 기요시는 <클라우드>와 <뱀의 길>, 두 편의 영화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의 주인공으로 호명된 그가 직접 참석하는 관객과의 대화 회차는 빠른 속도로 표가 동났다. 스다 마사키가 온라인 리셀러로 분해 집단 광기의 보복에 휘말리는 <클라우드>, 죽은 어린 딸의 복수를 하는 1998년 원작의 스토리라인은 그대로이지만 주인공이 여성으로 바뀐 <뱀의 길> 두 편 모두 감독이 천착해 온 테마, 실체화되지 않는 폭력과 공포를 기요시 특유의 필치로 그려낸다. “질문 수준이 무척 높고 내용이 날카로운” 한국 관객을 만나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과 영화제 기간에 만났다.
- <클라우드>는 액션 스릴러 영화이지만 조금 이상한 액션 스릴러다. <큐어> <회로>가 기존의 호러 연출 문법을 따르지 않은 것처럼 이 영화가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상상하게 만드는 방식 역
BIFF #4호 [인터뷰] 완전히 파멸적인 영화를 만들기 어려운 시대다, <클라우드> <뱀의 길>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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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머티즘을 오래 앓은 수환(김설진)과 실의에 빠져 알코올 중독이 된 영경(한예리). 죽음의 문턱 앞에서 삶을 버티던 두 남녀의 사랑이 담긴 권여선 작가의 단편 「봄밤」을 읽고 강미자 감독은 언어로 포착할 수 없던 감각을 마주했다. “나이가 들면서 특별한 일이 없더라도 깊이 고여 있는 아픔. 읽는 내내 이루 말할 수 없는 그 아픔이 찾아왔다.” 영화화를 결심하자 강미자 감독은 55세의 영경에게서 배우 한예리의 얼굴을 떠올렸다.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영경은 한예리였다. 그 순간부터 영경은 마흔 무렵의 여성이 되었다.”
소설 속 수환과 영경은 12년의 세월을 서로 아파하며 만났다고 한다. 하지만 <봄밤>의 이야기가 영화로 옮겨질 때, 강미자 감독은 12년간 켜켜이 쌓은 관계를 새로운 시간선 위에 담고자 했다. “12년의 공백을 영화적으로 풀어낼 방법이 중요했다. <봄밤>은 차라리 시간이 부재한 영화다. 두 남녀를 무한함 속에 놓고 싶었다.” 소설의 시제와 서사를
BIFF #4호 [인터뷰] 무한의 시간 혹은 영원의 포옹, <봄밤> 강미자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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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홍수에 잠긴 세상은 고요와 함께 공포를 몰고온다. 돛단배에 겨우 몸을 피한 고양이는 그곳에서 여우원숭이, 카피바라, 새 등 다양한 종의 동물을 만난다. 생존을 위한 동물들의 분투기는 긴츠 질발로디스 감독이 대학에 재학하던 201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에 키우던 반려묘를 주제로 단편 영화를 만들었다. 그 뒤에 장편으로 확장한 게 지금의 <플로우>다. 홍수, 그러니까 물은 크게 두 가지 상징을 지닌다. 먼저 고양이의 두려움 그리고 타인과 뒤섞여 살아가는 삶. 두려운 존재를 앞에 두고 다른 동물들과 맞춰 나가야 하는 고양이의 상황을 말하고자 했다. 사실 나는 강아지를 더 좋아한다.(웃음) 하지만 내 성향 자체는 고양이에 가깝다. 혼자 있고 싶어하고 독립적이고. 그런 삶의 태도가 닮아서 자연스럽게 영화에 드러난 것 같다.” 본래 대화 없는 작품을 선호하는 긴츠 질발로디스 감독은 자연스럽게 <플로우>를 연출할 때 무성영화적인 형식을 택했다.
BIFF #4호 [인터뷰] 아무것도 남지 않은 세상에서 우리가 마주한 것, <플로우> 긴츠 질발로디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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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료하고 똑 부러지는 화법과 선하고 맑은 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최수연 변호사부터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의 윤보민 순경까지 배우 하윤경에게 가장 자주 보이는 것은 의로움이었다. “고교 시절 사탐 과목 중에서 법과 사회를 제일 좋아했다. (웃음) 정의를 논하는 캐릭터를 마주할 때마다 도덕과 부도덕의 경계를 고민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강남 비-사이드>에서 하윤경 배우가 연기하는 검사 민서진에게선 선의나 사명의 흔적을 발견하기 어렵다. 대신 “업무에 찌든 채 무덤덤하게 자기 할 일을 수행하는” 냉담한 얼굴이 우리를 낯설게 한다. 강남 한복판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범죄도 서진에게는 수많은 사건 파일 중 하나였다. “배역을 위해 실제 검찰에 재직했던 사람들과 만나서 구한 자문” 중에 배우 하윤경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방대한 양의 서류 더미”였다. “몇백 건의 사건을 담당하는 검사들은 현장을 이리저리 뛰어다닐 수 없는 사람이다.”
BIFF #4호 [인터뷰] 차가운 불꽃처럼, <강남 비-사이드> 하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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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고민의 시간을 끝낸 것은 아끼는 인연들의 손짓이었다. “촬영 감독님, 조명감독님, 미술감독님 모두 <최악의 악>을 함께 했다. 조명 감독님께는 일주일에 두 번씩 안부 문자가 왔다. 결정적으로 <발신제한> 때 함께하며 작품을 대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었던 (조)우진이 형의 전화 한 통에 마음이 넘어갔다.” <최악의 악>으로 사나이픽처스를 만난 후 <리볼버>를 거쳐 <강남 비-사이드>에 도달한 지창욱 배우는 어느새 거칠고 낯설기에 더 매력적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나이픽처스가 가진 프로덕션의 힘이 있다. 현장에서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고 작업 자체도 무척 재밌었다. 무엇보다 그간에 하지 못했던 얼굴들을 찾는 근래의 과정이 굉장히 흥분되고 즐거웠던 작업이었다.”
강남의 어둠을 헤치는 해결사 윤길호는 지창욱 배우의 도회적 세련미와 길거리 인생의 불규칙성을 동시에 품은 듯한 인물이다. 한 자루의 단검으로 적들을 헤쳐나가는 날
BIFF #4호 [인터뷰] 한층 집요하게, 한층 명확하게, <강남 비-사이드> 지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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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름을 향한 올곧은 행동”. 조우진 배우가 정의한 강동우의 매력에 절로 고개가 주억거려졌다. 딸의 친구가 연루된 강남 연쇄 실종 사건을 파헤치는 강동우는 일찍이 사건 해결을 위해서는 선배에게까지 달려드는 돌직구 형사였다. “적토마 눈의 양옆을 가리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상상해 보라며 강동우의 직진성을 설명한 조우진 배우는 캐릭터를 추동하는 딸과 가족이라는 동기를 “더 빨리, 더 거칠게 달리도록 말의 몸을 때리는 채찍”에 비유했다. 그 운동량으로 부딪히는 강동우의 싸움은 “묵직한 주먹 한 방”의 무술이 된다. “‘감정’과 ‘캐릭터’가 담긴 액션이었으면 좋겠다는 키워드가 있었다. 강동우는 속도감이 느껴지면서도 신체를 땅 가까이에 두는 자세의 액션이 많다. 캐릭터를 어떻게 액션으로 승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연구를 처음 하게 된 기회였다.”
그렇다고 성능을 위해 디자인이 희생되는 유형의 인물은 아니다. 익살과 진지함을 동시에 조율하는 조우진 배우만의 리듬은 (박누리 감독이 “인간적
BIFF #4호 [인터뷰] 올바름을 향한 올곧은 행동, <강남 비-사이드> 조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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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칸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감독상 수상작 <버림받은 영혼들>의 감독 로베르토 미네르비니는 2015년 <경계의 저편>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시네필상을 받은 이후 9년 만에 다시 부산을 찾았다. <버림받은 영혼들>은 1862년 남북전쟁 중 국경지대에 파견된 보병부대를 리얼리즘적 시선으로 관찰하는 극영화다.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서부극의 보편적인 전형에서 벗어나 전쟁에 가려져있던 개인의 일상성과 미시적인 역사를 복원한 이 영화는 미국의 역사가 지나온 질곡의 시간들과 전쟁의 모순을 첨예하게 포착한다. 스스로를 정치적인 사람이라 정의하는데 거리낌이 없는 이탈리아 출신의 로베르토 미네르비니 감독의 목소리에선 날 것의 에너지가 느껴졌다.
- 첫 픽션 영화를 연출하는 과정에서 겪은 변화가 있다면.
한마디로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 더 복합적으로 또 풍성하게 바뀌었다. 나는 내 영화가 실험적이라고 생각한다. 구조적인 측면과 의미를 함께 결합시켜 나가는 작업의
BIFF #4호 [인터뷰] 영화는 역사를 재현하고 재발견한다, <버림받은 영혼들> 로베르토 미네르비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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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꿈에 열정이 있고 목표가 확실한 친구. 언니 앞에서 여려지기도 하지만 솔직하고 직설적인 사람." 배우 김민주가 분석한 <청설>의 서가을은 곧은 직선 같다. 걸그룹 아이즈원의 주축 멤버로서 근면성실 하게 활동했던 시간들은 배우 김민주에게도 떼어 놓을 수 없는 경험 들이다. 실제로 아이돌 활동은 김민주가 가을로 거듭나는 과정에 큰 도움이 됐다. 짧은 시간 안에 안무를 완벽히 익혀야 했던 과정은 수어를 몸으로 빠르게 체득하게 했고, 초 단위로 임팩트를 남기는 무대 위의 시간은 눈에 띄는 표정 변화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배우 김민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설명하기엔 모자라다. 그는 수어를 배우는 과정을 "청각장애인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모든 대사를 수어로 소화하기 위해 수어교육원 수업을 들었다. 이 과정에서 일상 대부분의 대화를 수어로 표현하려 했다. 처음에는 말을 하면서 수어 동작을 취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음성 언어를 줄
BIFF #4호 [인터뷰] 직선의 사랑, 그리고 책임감, <청설> 김민주